내년 초 출시할 진동램프가 장착된 학생용 가방을 메고 무선 LED조명 앞에 선 우정훈 시노스 대표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시노스는 요즘 국내외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품기업이다. 이 회사의 강점은 의외로 ‘모호한 정체성’에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조명제품은 90% 이상이 자동차에 사용되기 때문에 당장은 자동차 부품회사로 분류되지만 정작 이 회사의 업무영역을 이것으로만 한정지을 수 없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여기에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 진동까지 접목시키면서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시노스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시노스는 현재 자동차 내부 조명제품을 생산하는 전문기업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부 무드조명이 주력분야다. 차량 내부 도어트림부터 운전석, 보조석 인스트루먼트 패널, 센터페시아, 기어박스 등을 LED 조명으로 연결시켜 내부 분위기를 은은하게 만드는 무드 조명분야에서 시노스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한다. 국내외를 통틀어 차량 내부 무드조명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곳은 시노스가 유일하다.

차량 LED 내부 조명 기술 세계 최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출신인 우정훈 대표가 설립 초기 선보인 것은 도어스커프램프에 LED로 꾸민 자동차 로고를 새겨 넣는 것이었다. 문을 닫으면 차문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문을 열면 선명하게 찍혀 나오는 LED램프로 시노스는 지난 2007년 자동차업계에서 처음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날 시노스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기아차 K7(프로젝트명 VG) 제작에 참여하면서부터다. 2009년 12월 첫 출시된 K7은 실내 곳곳에 크롬 가니쉬 무드 조명을 설치해 실내 공간을 넓어보이게 한 것이 호평을 받았는데 이 부품을 바로 시노스가 생산했다. K7 성공 이후 시노스의 매출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9년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가 2010년 40억원, 2011년 80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160억원 정도로 수직 상승했다. 수주 물량을 감안하면 내년 300억원 달성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기아차 K7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시노스는 이제 세계 유수 자동차 생산업체로 납품을 준비 중이다. 그 시작은 올 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윈스톰(수출명 캡티바)의 후속모델인 프로젝트명 C14X에 도어스커프, 풋엘램프 등을 장착하는 일이다. 지난해부터 GM과 제품 개발을 협의해온 이 제품은 내년 1월 출시되는 신차에 첫선을 보인다. 우정훈 대표 설명이다.

“현대, 기아차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에요. K7을 꼼꼼히 뜯어본 GM 관계자가 여러 경로를 통해 수소문해 우리를 찾아왔으니 말 다했죠. 그동안 미국 차들은 내부 조명 같은 실내 인테리어에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런 부분에 강점을 가진 한국, 일본차들이 미국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자 생각을 바꾼 겁니다.”

현재 시노스는 젠트라 후속인 T-300(프로젝트명)과 마티즈 후속인 M2XX(프로젝트명) 개발에도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GM과의 파트너십을 쌓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부품 공급을 타진하던 2010년 시노스는 17개 업체들이 참여한 후보군의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부품 사는 타이코전자, 3M 등 대형 업체들로 외형만 놓고 보면 시노스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우정훈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시노스가 기아차 소울에 납품한 뮤직플레이어램프(위)와 K5 문 아래 장착할 스폿로고 램프.
시노스가 기아차 소울에 납품한 뮤직플레이어램프(위)와 K5 문 아래 장착할 스폿로고 램프.

진동램프 개발 후 감성드라이빙 신기술 습득

“전년도 실적을 제출하라고 해 냈더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우리가 2009년부터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해 그 해 전체 매출이 겨우 7억원이었거든요. 그러니 GM 입장에서는 황당했겠죠. 3~4개월 동안 실사했는데 GM 쪽에서는 기술력은 완벽한데 자금력이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내렸어요. 그래서 타이코전자하고 중국 업체 1곳, 그리고 우리 이렇게 3곳을 선정한 겁니다.”

시노스에게 K7이 성장이라는 발판을 마련해줬다면 도시형 박스카 소울은 아쉬움과 기대감을 함께 선사한 차다. 박자에 따라 내부 램프 밝기가 변하는 소울의 뮤직 플레이어 램프는 시노스가 기술 개발 후 기아차에 역제안한 제품이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강조한 소울에게 뮤직 플레이어 램프는 차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효과적으로 살려줄 수 있는 기능이었던 것. 하지만 제품 납품을 목전에 두고 하청 회사는 시노스가 아닌 다른 회사로 결정됐다. 또 한번의 성장을 기대했던 우 대표와 시노스에게는 처음 겪는 시련이었다. 다행히 올해부터 양산되는 차량에는 시노스제품이 장착되고 있다.

뮤직플레이어 램프를 개발한 이후 시노스는 음악과 자동차의 결합을 시도 중이다. 이 회사가 구상 중인 기술 중에는 카시트에 진동스피커를 장착시켜 음악을 직접 체험케 하는 4D방식이 포함돼 있다. 현재 시노스는 가방회사와 손잡고 진동형 백백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제품 개발의 방향은 운전은 재밌어야 한다는 겁니다. 기능도 뛰어나면서 사람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혁신제품이죠. 현재 이런 것도 준비 중인데요, 차량 문 아래 작은 LED등을 달아 차량 로고가 바닥에 선명하게 찍히도록 하는 겁니다. 이 스폿로고 램프를 보여주니 자동차 메이커들이 난립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는 제 딸아이가 문구점에서 500원 넣고 뽑은 장난감 아이템에서 착안했어요. 반사거울을 이용해 차량 로고나 엠블럼이 3D입체로 튀어나오게 하는 것도 지금 준비 중이에요.”

진동기술을 통해 시노스는 다양한 아이템을 준비 중이다. 운전자 정보를 사전에 입력시켜 운전자가 차량 문을 열 때 손잡이에 환영의 글자와 음성, 반가움을 표시하는 진동을 입력시키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또 기어별로 진동에 차이를 둬 오토매틱차량을 운전하면서도 수동기어변속 차량의 운전 묘미를 느끼도록 하는 제품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시노스는 무선 LED조명도 개발해 일본 모 대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포터블라이트는 당장은 건설 등 중장비 분야에 주로 사용될 예정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캠핑 등 다양한 용도로 전환이 가능하다.

“진동과 조명이 결합되면 정말 다양한 기술들이 선보여질 겁니다. 이런 것도 개발 중인데요, 무소음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속도별로 떨림에 차이를 두는 방식이죠. 또 차를 운전하는데 오토바이에 타고 있는 느낌이 나도록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