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정석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 가족을 축하해주고 있다.

고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은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마음으로 한민족과 함께 성장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한진그룹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기업인이다. 그가 ‘한진’을 창업한 것은 기업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경영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韓進)’은 한민족(韓民族)의 전진(前進)의 의미를 새긴 것으로, 사업을 통해 우리 민족을 잘 살게 하겠다는 조중훈 회장의 신념이 담겨 있다. 특히 수많은 업종 중에서 운수업을 택한 것은 ‘교통과 수송은 인체의 혈관처럼 정치·경제·문화·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간산업’이므로 수송으로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철학이 뒷받침됐다.

조중훈 회장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은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당시 만성적인 적자를 보이고 있던 대한항공공사 인수를 결정하면서 조중훈 회장은 중역들에게 “밑지면서도 계속 해야 하는 사업이 있는 것”이라며 대한항공공사 인수는 국익과 공익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소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중훈 회장은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를 중시하고 그룹의 핵심적인 가치를 올리는 데 헌신해왔다. 그리고 그의 “기업의 이윤은 그것을 가능케 한 사회에 반드시 환원되어야 한다”는 경영철학은 현재 한진그룹의 핵심 DNA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인재 양성에 평생 보람을 가진 조중훈 회장


조중훈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인재 양성에도 온 정열을 쏟았다.

‘종신지계 막여수인(終身之計 莫如修人)’.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1층 로비 한쪽 벽에 새겨져 있는 이 글귀는 ‘한 평생을 살면서 가장 뜻있는 일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는 뜻이다. 조중훈 회장은 중국의 고서 <관자(管子)>에 나오는 이 명언을 평소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기업이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 가장 보람있는 일은 바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는 게 조중훈 회장의 평소 지론이었다. 조중훈 회장은 1968년 인하학원을 인수하고 1979년에는 한국항공대를 인수, 학교시설의 확충과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최대한 재정지원을 했다.

그 밖에도 조중훈 회장은 정석교육상과 정석장학금 제도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이바지했다. 또한 1988년부터 가정형편상 대학 진학의 기회를 갖지 못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의 사내 산업대학인 정석대학(옛 한진산업대학)을 개설해 직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마련해 줬다. 조 회장의 교육열은 현재까지도 한진그룹의 교육공헌 사업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2002년 11월17일 타계한 조중훈 회장은 생전에 모은 사재 가운데 1000억여원을 공익재단과 그룹 계열사에 희사했으며, 그 중 500억원은 수송·물류 연구발전과 육영사업기금으로 학교법인 인하학원과 정석학원, 재단법인 일우재단(옛 21세기한국연구) 등 세 곳에 배분됐다. 인하학원에 대한 기부금은 조중훈 회장이 생전에 강한 애착을 보인 최첨단 전자도서관인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건립기금으로 사용됐다.

조중훈 회장은 육영 사업에 사재를 털어가며 투자를 했지만 “칭찬을 받자고 시작한 일도 아니고 그런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며 자신이 기울인 정성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경계했다. 또한 교육 내용이나 학교 운영에 철저하게 독립성을 보장하려 애썼다.

그는 “사학을 운영하는 목적은 육영사업의 보람을 찾는 데 그쳐야지, 일시적으로 반짝 광이나 내고 보자는 식의 자기 과시적인 지원이나, 당장의 과실만 염두에 둔 것이어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면서 인재양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하면서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왔다.

한진그룹은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후에도 국익과 이웃을 우선시하는 창업주의 경영철학, 그리고 사회공헌을 통한 사회에 대한 책임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현재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2011년 신년사에서 밝힌 “나눔의 정신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며, 스스로 우러나는 봉사활동을 통한 사회와의 소통으로 존경받는 기업, 지속 가능한 경제 주체로서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는 사회공헌 철학에 따라 소외계층 봉사활동에서부터 환경·문화·교육·스포츠·의료·재해지원 등 분야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Tip

민간 외교관으로 국가 위상 높인 조중훈 회장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은 항공사 경영을 통해 쌓은 광범위한 국제 인맥을 이용해 민간 외교관으로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발 벗고 나섰다. 민간 외교관으로서 한국 역사 곳곳에 족적을 남겼다.

조중훈 회장은 1970년대초 포항제철 건립을 위해 일본 정부와 차관교섭을 벌이던 당시 일본 정·관계의 두터운 인맥을 활용해 민간차원의 지원활동을 펼쳐 포스코(옛 포항제철)의 탄생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1981년 ‘88년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바덴바덴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총회에 참석, 서울올림픽 유치를 반대하는 프랑스 및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제3세계 국가 IOC 위원들을 막후 설득해 바덴바덴의 기적을 일군 산파 역할을 했다.
또한 프랑스와 외교관계 개선이라는 ‘국익’을 위해 당시 막 개발된 에어버스 항공기를 6대 구입한 조중훈 회장은 대한항공 파리 취항과 에어버스로 맺어진 인연으로 1973년부터 20년 동안 한·불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국과 프랑스 간 민간 외교와 경제교류에도 앞장섰다. 프랑스 정부는 한·불 양국 간 우호 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그에게 모두 네 차례에 걸쳐 훈장을 수여했다. 1990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외국 국가원수들에게 최고 예우로 수여하는 훈장 ‘레종 도뇌르 그랑 오피시에’를 받기도 했다.

조중훈 회장은 1977년부터 20여년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몽골 정부로부터 9개의 훈장을 받았다. 외교관이나 관료가 아닌 민간인으로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