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컬리 대표가 2019년 9월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는 배송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컬리
김슬아 컬리 대표가 2019년 9월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는 배송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컬리

“좋은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이 행복하려면 결국 그 위에는 ‘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샛별배송(새벽 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를 이끄는 김슬아 컬리 대표가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19년 9월 24일이다. 당시 서울 논현동 컬리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 대표가 마이크를 들고 가정 먼저 강조한 건 환경이었다.

샛별배송 포장재를 100% 종이로 바꾼 컬리의 정책이 친환경 경영에 대한 김 대표의 의지를 말해준다. 김 대표는 냉동제품 포장에 사용하던 스티로폼 박스는 물론 테이프와 완충재, 지퍼백까지 모두 종이로 대체했다. 아이스팩도 워터팩으로 변경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 ‘지속 가능한 포장재 개발·개선’은 컬리의 4대 경영 원칙 중 하나다. 종이 포장재 도입을 위해 김 대표와 마켓컬리 패키징팀은 2016년부터 머리를 맞댔다. 오랜 연구 끝에 김 대표는 마켓컬리 관리 기준인 냉해(冷害)·해동률 0.015% 이하, 상품 파손율 0.4% 이하, 워터팩 파손율 0.03% 이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종이 포장재 개발에 성공했다.

종이 포장재 교체를 통해 컬리는 연간 비닐 750t과 스티로폼 2130t의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올해 초 국제산림관리협의회는 마켓컬리 종이 포장재에 산림경영인증시스템(FSC 인증)을 부여했다. FSC 인증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종이와 상품에 주는 국제 친환경 인증이다.

김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배송된 종이 박스를 수거해 재활용하고, 재활용 수익금 전액을 ‘교실 숲 조성 프로젝트’에 사용 중이다. 교실 숲 조성 프로젝트는 전국 초등학교에 공기 정화 식물 화분을 기부하는 마켓컬리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다.

2019년 10월 서울 월곡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인천 청라초(2020년 6월), 서울 신북초(2020년 7월), 충남 아산 탕정미래초(2020년 8월) 등이 교실 숲 조성 프로젝트의 혜택을 입었다. 총 127개 학급, 2919명의 학생에 해당한다. 김 대표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올해 7월 국제 비영리 기구인 해양관리협의회(MSC)의 지속 가능 어업 인증을 받은 수산물을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MSC 인증은 바다 생태계와 자원을 보전하면서 어획한 수산 자원에 주는 인증이다.

김 대표의 환경 경영 노력은 유엔(UN)도 인정했다. 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 SDGs(지속가능개발목표)협회는 최근 마켓컬리를 ‘2020 글로벌 지속 가능 브랜드 100’ 중 하나로 선정했다. 김정훈 UN SDGs협회 사무대표는 “컬리는 새벽 배송 시장을 개척한 혁신 기업답게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고 이를 또 수거하는 등 선도 기업으로서 모범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왼쪽부터 컬리는 전국 초등학교에 공기 정화 식물을 두는 ‘교실 숲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켓컬리 배송에 쓰이는 종이 박스와 종이 충전재. 사진 컬리
왼쪽부터 컬리는 전국 초등학교에 공기 정화 식물을 두는 ‘교실 숲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켓컬리 배송에 쓰이는 종이 박스와 종이 충전재. 사진 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