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은 지난 1989년 첫 진출한 이래 전문보험 설계사인 라이프플래너제도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재정안정계획을 짜는 것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 두 가지는 지금은 아주 보편적인 방식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제도였다. 여명급부특약(1994년), 사후정리특약(1999년), 실버널싱케어특약(2005년) 등 선진 보험 상품을 선보이면서 푸르덴셜생명은 지금까지도 현지화에 가장 성공한 외국계 금융회사로 분류된다. 지난해 5월 푸르덴셜생명은 또 한번 혁신을 시도했다. 국내 보험 역사상 최초로 여성을 최고경영자(CEO)에 발탁한 것이다. 손병옥 대표이사(사장) 선임은 금융권에 불기 시작한 여풍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 4월30일 역삼동 본사에서 취임 1주년을 기념해 가진 인터뷰에서 손 사장이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말은 혁신이나 성공이 아닌 사랑과 신뢰다. 그는 푸르덴셜생명이 가장 한국적인 외국계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비결 역시 보험의 기본인 사랑과 신뢰에 있다며 <이코노미플러스> 독자들과 진솔한 대화에 나섰다.

훗날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불어닥친 세계 경제 불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신뢰의 붕괴’라고 정리해야 할 것이다. 파생상품과 같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돼 버린 것도 결국은 ‘돈(금융) 역시 믿음을 먹고 산다’는 만고의 진리를 거슬렀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리먼 브러더스, 베어스턴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IB)뿐 아니라 안전과 신뢰를 먹고사는 보험사에도 직격탄이 됐다. 미국 대형 보험사 AIG 파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들의 든든한 노후 길잡이를 자처하던 보험사들은 신용 경색이라는 암초를 만나자 스스로 안위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주요 지표 국내 보험업계 최상위 랭크

푸르덴셜도 상황은 비슷했다. 리먼 사태 불똥이 보험업계로 튀면서 미국 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던 푸르덴셜 파이낸스 역시 주가가 곤두박질쳤지만 곧 안정을 되찾으면서 경영수지는 크게 개선됐다. 특히 한국법인인 푸르덴셜생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케이스다.

관련 지표에서 푸르덴셜생명은 모두 업계 최정상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보험업계 재정건전성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급여력비율은 순자산(자산-부채+내부유보자산)을 책임준비금으로 나눈 것이다. 책임준비금은 고객이 상환요청을 할 경우 돌려줘야 할 부채 성격을 지닌 자금이다. 이 지급여력비율이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지난해 3월말 기준 793.4%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국내, 해외보험사를 통틀어 최고수준이다. 또 다른 지표인 설계사 정착률, 계약유지율, 우수인증 설계사 비율, 불완전 판매비율 역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해 논란이 되고 있는 변액보험 수익률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푸르덴셜 변액보험 펀드수익률은 -0.6%를 기록해 제로 수익률에 가장 근접해 있다. 3년 평균수익률 기준으로는 3위(36.2%), 5년은 2위(35.9%)를 차지했다. 조선일보와 한국생산성본부가 공동으로 주관한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 생명보험부분에서 푸르덴셜생명은 1998년 이래 8번이나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푸르덴셜생명은 1위를 차지했다.

푸르덴셜생명의 강점은 오랜 전통에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한국에 사무실을 낸 이후 지금까지 최고경영자(CEO)로 항상 내부 출신을 선택했다. 다른 외국계 보험사가 본사 임원을 기용하거나 타사 한국 법인장을 스카우트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영컨설턴트 짐 콜린스의 명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 나온 100년 이상 된 기업의 조건 중 하나인 ‘내부에서 성장한 경영진’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보험업계에서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은 지난해 초반까지 준비된 CEO로 평가받아왔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체이스맨해튼, 미들랜드, HSBC은행 등에서 근무한 손 대표는 1996년 인사부장으로 푸르덴셜생명과 인연을 맺어 마케팅, 재무, 투자, 홍보, 준법감시 등 순수 보험영업을 제외하고는 전 분야를 거친 ‘푸르덴셜 우먼’이다. 지난 2003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부사장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녀는 직원들 사이에서 회사 가치를 가장 잘 실천하는 ‘푸르덴셜의 어머니’로 통한다. 모 회사인 푸르덴셜 파이낸셜이 손 사장을 최고경영자로 낙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사장으로 보낸 지난 1년을 그는 어떻게 평가할까.

“그동안 푸르덴셜 하면 종신보험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제가 사장으로 취임하고 1년간 강조한 것이 연금이나 노후관련 보험의 비중을 키우는 것이었어요. 지점을 돌아다니며 “우리 강점이 종신보험이기는 하지만 고객들 니즈(수요)가 변했기 때문에 이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래서 관련 상품 팀도 보강하고 LP(라이프플래너) 교육도 강화시켰어요. 그래서인지 지난 1년간 전체 신계약 중에서 연금, 노후 쪽 비중이 40%가 넘게 된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마케팅 등 주요 부서 거친 푸르덴셜 어머니

푸르덴셜생명은 라이프플래너라는 제도를 만들어 국내 보험 문화를 180% 바꿔버렸다. 이전까지 보험영업사원하면 여성이 주를 이뤄 단편적인 상품 판매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푸르덴셜생명은 남성LP들을 대거 채용하면서 보험의 성격을 건강 보장에서 생애 재무 설계로 넓혔다. 그러면서 판매조직이 자연스럽게 보험판매원에서 라이프플래너로 바꿔진 것도 푸르덴셜생명부터 시작됐다. 푸르덴셜생명은 라이프플래너를 6단계 검증과정을 통해 선발하는 것도 모자라 입사 후 2년간 별도 교육을 시킨다. 생보협회가 지난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우수인증설계사제도에서 푸르덴셜생명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은퇴, 노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비단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에요. 다만 다른 나라에서 50년 동안 현상이 나타났다면 우리나라는 주기가 10년이라는 게 다를 뿐이죠. 단적으로 2000년대 초반하고 지금 상품 포트폴리오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보장성 보험이 50%를 넘게 차지했는데, 지금은 연금과 같이 사망 전 지급받는 보험의 비중이 가장 커졌어요.”

손 사장은 취임 후부터 연금, 노후 관련 보험 상품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상속은퇴 전문가 과정을 마친 LP들을 대상으로 KAIST와 함께 개설한 금융보험 전문가 과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헬스케어’(7월)와 ‘100세플러스변액연금보험’(12월)이 히트를 쳤다면 올해는 ‘멀티플러스평생보장보험’(1월), ‘하이브리드평생보장보험’(4월)이 노후, 연금보험 분야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캐치프레이즈는 ‘파트너스 포 라이프’(Partners for Life)다.

“우리의 경우 지난해 불완전판매율이 0.05%예요. 업계 평균이 1.28%인데 이 정도면 압도적인 1등이죠. 우리가 왜 이렇게 분쟁률이 낮은가 하면 판매원들이 고객들에게 충분히 상품을 설명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보험을 금융상품으로 여기지 않아요. 보험을 드는 고객들이 심리적 안정을 취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죠. 저희는 진짜 상품을 만들 때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 영업사업을 염두에 두어요. 그리고 영업사원 교육도 도제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10년 이상 근무한 영업사원들이 전체 25%를 넘어요. 아마 이것도 업계 최고일 겁니다.”

여성 리더답게 손 사장은 일찍부터 능력 있는 여성기업인 양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난 2007년부터 한국 여성 임원들의 모임인 WIN(Women in Innovation)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성공한 여성 기업가, 임원들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수해 능력있는 후학들을 더 많이 길러내기 위해서다.

손 사장은 WIN 회장 자격으로 강연회를 다닐 때마다 많은 여성 직장인들에게 “남자들보다 120%, 150%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과 가사를 병행하기 위해 양쪽 모두 50%씩 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 모두 100%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 관리부터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퍼우먼이 돼야 한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니에요. 여성 특유의 장점을 살려야 하다는 거죠. 생명보험만 해도 일반 금융상품과 달리 죽음과 질병 등 우리 삶과 직결된 분야거든요. 그런 면에서 여성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은 보험업과 정말 잘 맞는다고 봐요. 이건 단순히 보험업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에요. 모든 산업에서 여성의 섬세함은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낼 겁니다.”



- 조선일보와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한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에서 푸르덴셜생명은 8번이나 1위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해 시상식에 참석한 손병옥 대표(오른쪽 일곱 번째).

차세대 여성 리더 양성 적극 나서

절대 긍정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자기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손 사장의 성공지론이다.

“사회 초년병들에게 제가 자주 꺼내는 말이 ‘ABC를 명심하라’는 거예요. A는 앰비셔스(Ambitious), 즉 꿈을 크게 세우라는 거고, B는 브레이브(Brave),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C는 컨피던트(Confident), 자신감을 말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자기 스스로 ‘난 여자니까’, ‘이만하면 됐어’라고 하는데 그런 나약한 생각이 어디 있나요. 그러니 ‘여자는 안 돼’라는 인식이 생긴 거예요.”

주변에서 말하는 손 사장은 ‘디테일이 강한 CEO’다. 언론 인터뷰를 하나 하더라도 하루 전 예상 답변 내용을 작은 카드에 손으로 꼼꼼히 적는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충실하게 답하기 위해서다.

“감히 제 성공비결을 말한다면 저는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편이에요. 프로젝트를 하나 하더라도 이게 내 일생의 마지막 프로젝트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죠. 그리고 저는 회사와 나의 관계는 연애하는 연인 사이라고 봅니다. 당연히 서로 아껴야죠. 그리고 절대 긍정과 절대 자신감도 필요해요. 우리 임원들이 그래요. 저보고 긍정의 화신이라고. 여기에 여성의 장점인 포용, 융합, 유연성이 더해지니 오늘날 이런 영광을 얻게 된 겁니다. 또 하나 덧붙인다면 성공을 위해선 열정이 필요해요. 저는 이 세상에 열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봐요. 왜냐면 열정은 습관이거든요. 저는 항상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야’라고. 그런데 제 상사였던 스팩만 최 회장(푸르덴셜생명 전 회장)께서 한 번은 그러더군요. ‘당신의 운은 당신이 만들었다’(You made your own luck)고요.”

차세대 여성리더들에게 어떻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주느냐가 요즘 손 사장의 최대 관심거리다. WIN의 대표적 활동인 멘토링 서비스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매년 상·하반기마다 열리는 차세대 여성리더 콘퍼런스는 현역 차장, 부장급 여성인력 250명이 국내 대표 여성임원 50명과 멘티-멘토 관계를 맺어 다양한 경험을 전수받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제가 은행에도 있어봤잖습니까. 그러다가 여기(보험업) 왔는데 보험이야말로 인간의 삶과 죽음, 건강과 같은 사람으로 치면 체온, 온기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금융상품 같아요. 그러니 온화, 사랑을 가진 여성과 너무 잘 맞죠. 저는 지금도 일선 지점장들 생일이면 개개인적으로 손수 축하카드를 써요. 가족들과 즐거운 생일을 맞으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 달라고 말이죠. 이런 작은 감동이 기업을 움직이는 겁니다.” 

 

손병옥 사장은…

1952년 부산 출생. 70년 경기여고, 74년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86년 서강대 경영대학원 졸업, 2011년~현재 푸르덴셜생명 대표이사 사장, 2007년~현재 WIN(Women In Innovation) 회장.

송창섭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