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과 소비재는 ‘실과 바늘’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유통은 소비재를 소비자의 손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소비재는 유통이라는 경로를 통해야만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유통과 소비재, 둘 중 하나가 없이는 둘 다 성립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내 빅4 회계·컨설팅업체 중 하나인 삼정KPMG그룹의 CM(Consumer Markets)본부는 바로 이 유통 및 소비재 산업에 속한 기업들을 고객으로 삼고 있는 조직이다. 유통·소비재 분야의 고객사들에게 회계감사를 비롯한 각종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승회 CM본부장을 만나 최근 유통·소비재 산업의 이슈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에는 문제흠·신장훈·이종우·임병훈·한상일 상무(가나다 순) 등 CM본부의 핵심 임원들도 배석했다.

유통·소비재 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의 하나다.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까닭에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이 한 시장에 공존하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소속 기업들의 규모가 작고 숫자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내 50대 그룹을 살펴보면 유통·소비재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은 의외로 많지 않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정도가 50대 그룹 안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유통·소비재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그중 재계 서열 5위의 롯데그룹은 유통·소비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구승회 본부장의 말이다.

“롯데는 거의 모든 유통 채널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편의점,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면세점까지 확보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유통업체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죠. 그나마 신세계가 대형할인점 분야에서 1위를 하면서 롯데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유통은 이른바 ‘길목 장사’다. 좋은 길목을 선점하면 경쟁자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의 웬만한 주요 상권에는 죄다 백화점, 할인점 등을 포진시켜 놓다시피 한 롯데와 신세계의 힘은 한마디로 막강함 그 자체다. 그러다 보니 두 그룹의 양강 구도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사실 유통 대기업이라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국내 유통산업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유통산업은 인구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한 나라의 인구가 늘면서 국민경제 전체의 구매력이 증가해야 유통산업도 성장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서 인구 성장이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 게다가 경제성장률마저 떨어지면서 소비시장을 떠받치는 구매력이 크게 약해진 상태다.

인구정체, 성장둔화로 국내 시장선 답 없어

“국내 상황을 보면 전체적으로 인구는 늘지 않고 있는 데다 소비시장은 고급제품과 명품만 성장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요. 무엇보다 인구 성장 정체가 유통산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죠. 유통 대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도 그런 때문입니다. 국내 시장 여건만 놓고 보면 답답하거든요.”

국내 유통 대기업 중 해외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1997년 중국 상하이에 ‘중국 이마트 1호점’을 출점하면서 해외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롯데 역시 2000년대 후반 들어 중국 현지 대형마트 체인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롯데는 백화점 부문에서도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 깃발을 꽂은 상태다. 나아가 롯데와 신세계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신흥시장에서도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딜로이트코리아와 함께 조사·발간한 ‘2012년 소매업계 글로벌 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쇼핑(79위), 신세계(82위)가 세계 100대 소매기업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50대 소매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GS리테일(228위)도 포함됐다.

참고로 세계 1~3위는 미국 월마트, 프랑스 까르푸, 영국 테스코가 각각 차지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글로벌 소매기업들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프랑스 소매기업들은 총 매출의 44.6%를 해외시장에서 달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1~2%대로 부진했던 2010년에도 글로벌 250대 소매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율이 5.3%에 달했다는 점은 국내 소매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즉 경기침체나 시장포화 상태의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한 덕분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유통 대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여전히 초창기라고 봐야 합니다. 성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거죠. 월마트나 까르푸 같은 세계적인 유통업체들도 한국 시장에 들어와서 고전하다가 결국 철수하지 않았습니까. 유통산업은 국민정서나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해외시장 진출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시행착오도 겪게 되겠죠. 중요한 것은 기업의 생존, 나아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해외 진출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사실 유통 대기업들이 좁은 내수시장에만 안주한다면 국가적으로 봐도 득보다 실이 크다. 대형할인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진출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논란은 기존 사업에서 성장 한계에 부닥친 유통 대기업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구승회 본부장(가운데)을 비롯한 CM본부 임원들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전통시장과 지역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할인점 및 SSM에 대한 의무휴업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영세상인들의 생계와 생존권을 보호한다는 명분 때문에 유통 대기업들은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의무휴업 실시에 따라 물류 시스템 변경 비용 발생, 입주업체 피해, 소비자 불편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 국내 유통산업은 사실상 과점 상태죠. 몇몇 유통 대기업들이 이끌고 가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과 소규모 상권이 결국 부딪치게 된 거죠. 하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대규모 유통업체의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재래시장이나 구멍가게 등 골목상권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먼저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봐요. 요즘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눈높이에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강남 은마아파트 상가는 재래시장처럼 돼 있는데도 음식, 식재료의 품질이 뛰어나 강남 주부들이 주변 백화점 대신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대기업 규제는 단기적으로 불가피하더라도 재래상권 활성화를 함께 도모해야 정책적 실효성이 있을 겁니다.”

국내 유통산업이 몇몇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다 보니 유통산업과 소비재산업이 ‘갑을관계’가 되어 간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의 막강한 바잉파워(Buying Power) 앞에서 소비재 기업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CM본부 임원들이 대담을 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상생’의 길 찾아야

나아가 향후에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매출 및 수익 확대를 위해 직접 제조업 영역에 진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기반한 예상이다. 그럴 만한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2011년 국내 대형할인점의 ‘프라이빗 브랜드(PB·판매자 자체상표)’ 상품 매출은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했을 정도다. PB 상품 비중이 커질수록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이 타격을 받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다만 이런 추세가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라는 게 구승회 본부장의 설명이다.

“유통업체의 막강한 바잉파워가 단기적으로 소비재 제조업체의 적정한 영업이익을 훼손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조업체들의 가격 및 품질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제조업체들은 유통 채널 다각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장기적 안목의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 삼정KPMG CM본부는 이른바 ‘브랜드 소싱(Brand Sourcing)’으로 불리는 핵심 신상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브랜드 소싱은 소비재 기업들이 외국의 유수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해외에 진출시킬 때 그 교두보 역할을 CM본부가 수행한다는 개념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오늘날 소비시장에서 브랜드의 영향력을 논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정도다. 강력한 브랜드 하나 덕분에 세계 1등 기업으로 도약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CM본부가 브랜드 소싱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CM본부는 국내외 브랜드 전개에서부터 시장조사, 법인설립, 인수합병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소싱에 관한 토털 서비스를 고객사에게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KPMG인터내셔널의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알리는 브랜드가 됐죠. 롯데가 세계적인 초콜릿업체 길리안을 인수한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경쟁력 있는 글로벌 브랜드를 갖게 됐다는 거죠. 이제 유통업체나 식음료업체 모두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라고 봐요. 그게 나중에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겁니다.”

Tip l 삼정KPMG CM본부는…

최상 서비스 제공 위해 ‘발로 뛰는 CM’ 

삼정KPMG CM본부는 백화점·할인점 등의 소매(Retail), 의류·섬유·가전·가구·화장품 및 기타 생활용품 등의 소비재(Consumer Product), 식음료·주류·유업·사료 등의 식음료(Food & Drink)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구승회 본부장을 비롯한 7명의 파트너(임원)를 포함해 총 110여명의 유통 및 소비재 산업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회계감사 서비스를 기본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자문, 국제회계기준(IFRS) 구축 자문,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지배구조 개선 자문, 해외진출 자문, 브랜드 소싱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주요 유통 및 소비재 기업 상당수가 고객이다. CM본부의 슬로건은 ‘발로 뛰는 CM’이라고 한다. 고객에게 보다 밀착해 각종 요구에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고객들이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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