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청담동에 문을 연 ‘다담’은 퓨전 한식집이다. 우리 땅에서 자란 자연 음식재료로 철마다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다. 이 집의 맛은 이미 사찰음식으로 정평 난 정재덕 셰프가 책임진다. 정 셰프는 전통과 새로움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거침없이 선보이며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맛있는 요리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 있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100% 우리 땅에서 자라는 식재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재료의 성격에 맞게 맛을 입혔습니다. 맛있는 밥 한 끼로 지친 일상을 위로할 수 있는 힐링(healing: 몸이나 마음의 치유)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담의 끓이고 절이고 무치고 찌고 굽고 튀긴 요리들은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맵거나 짜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고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것이 특징. 다담 메뉴는 점심·저녁 코스와 일품요리, 구이요리 등 구성이 다양하다. 코스당 8~10가지 음식이 순차적으로 나온다. 간혹 접시에 담겨 나오는 담음새만 보고는 음식의 정체(?)를 알 수 없어 갸우뚱하지만 다음 메뉴가 기다려지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식사는 청자 주전자에 담긴 계화차로 시작된다. 메밀차 70%에 계수나무 꽃잎차를 섞어 향과 맛이 식전 입맛을 돋운다. 차는 계절에 맞게 바뀌는데 연잎차나 민들레차가 나오기도 한다. 차와 함께 내오는 간단한 식전 먹거리도 별미다. 얇게 잘라 말린 금귤(낑깡)과 바삭하게 말린 콩, 그리고 대추를 내준다. 샐러드도 별미다. 푸딩처럼 부드러운 두부에 싱싱한 채소, 그리고 알록달록한 빛깔의 꽃잎이 어우러진 샐러드가 혀에 닿으면 상큼한 맛에 입맛이 샘솟고 풋풋한 향에 코에 생기가 돋는다.

코스 요리에 소개되는 다담삼합은 이 집에서만 퓨전 진미다. 삼합이라면 흔히 삭은 홍어와 묵은 김치, 돼지고기를 떠올리는데 이곳 삼합은 얇은 피에 담백한 속을 지닌 만두, 짭조름한 장아찌를 웃기로 얹은 탱글탱글한 두부, 그리고 아삭하게 씹히는 당근 초밥 이렇게 세 가지다. 다담삼합이 담긴 접시 위의 버드나무 잔가지와 꽃송이 장식은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코스가 끝날 때쯤 연잎 밥과 국, 정갈한 밑반찬이 한상 차려 나온다. 성인병과 노화 방지에 좋은 유기농 연잎에 찹쌀을 넣고 찐 밥은 은은하게 배어든 연잎 향이 폴폴 풍긴다. 밥을 살포시 베어 물면 쫀득하게 씹히는 식감이 마치 약식을 먹는 기분이다.

식사는 달짝지근한 호박식혜 한 잔을 내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찹쌀 부꾸미나 계피스틱, 녹차 젤리, 금귤 초콜릿 등의 입가심은 덤이다. “한식의 발전을 위해서는 디저트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정 셰프의 생각으로 디저트 마련에도 정성을 다했다.

달콤한 육즙, 은은한 향 ‘명품 한우’

요즘 다담의 인기 메뉴는 ‘뽕잎 한우의 유혹’이다. 다담 안쪽에 별도로 마련된 그릴 존에서 맛볼 수 있는 구이 메뉴로 꽃등심, 갈빗살, 채끝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부위를 고루 담았다. 다담에서 맛보는 한우는 100% 뽕잎만 먹여 키운 전라북도 정읍산 뽕잎 한우다. 뽕잎 한우는 일반 사료를 먹인 한우보다 육질이 훨씬 부드럽다. 육즙 풍부한 고기를 한 점 집어 묵은 김치나 명이 나물 절임에 폭 싸서 먹는 맛이란 두말하면 잔소리. 쇠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없고,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감돈다.  

여기에 알싸한 명주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다담은 각 지역의 명주를 마련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6호 이기춘 명장이 담근 경기도 문배주, 국가지정 명인 제19호 우희열이 담근 충청남도의 한산 소곡주, 무형문화재 제6-3호 송명섭씨가 빚은 전북 정읍의 죽력고 등 각 고장을 대표하는 지역 술이 다양하다. 한식에 어울릴 만한 와인, 코냑, 샴페인도 종류별로 구비돼 있다.

다담은 특유의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 덕에 오픈 이래 비즈니스맨부터 정·재계 인사, 연예인, 내로라하는 명가의 ‘사모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는 조선 사대부가의 상류주택인 선교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옛 정취와 풍류를 재현했다. 돌담, 솟대, 도자, 그릇 등 한국적인 소재로 공간을 채워 고급스럽고 단아하다. 자연석과 대리석으로 된 길을 따라 19개의 룸이 늘어서 있는데, 중후하면서도 딱딱하지 않아 마음이 차분해진다. 은은한 조명도 한몫한다. 벽에는 페인트 대신 먹물을 바르고 강화도 한 고택의 집터에 남은 돌담을 가져와 실내를 장식했다. 이 돌은 레스토랑 내에 우물을 짓는 데도 쓰였다.

식사를 하는 자리는 햇살이 잘 드는 홀의 창가도 좋고, 보다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룸을 선택해도 좋다. 룸은 2인실부터 16인실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목적에 맞게 예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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