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들에게 미국발 ‘FATCA’ 먹구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FATCA(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는 미국 정부가 미국인과 미국 거주자의 해외 금융계좌 정보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문제는 해외 금융기관에게 보고 의무가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제도가 도입된 배경과 의미는 무엇일까. 또 각국 금융기관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내 빅4 회계·컨설팅업체인 삼정KPMG그룹이 올 초 출범시킨 FATCA팀의 핵심 임원들과 좌담회를 열어 FATCA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정창기 상무(총괄팀장), 김철 상무, 권영민 상무, 박용수 상무, 김동훈 이사 등 5명이 참석했다.

삼정KPMG FATCA팀 주요 임원들이 좌담회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박용수 상무, 김동훈 이사, 정창기 상무(총괄팀장), 권영민 상무, 김철 상무

“미국발 FATCA 대응 미적거리면

 국내 금융기관들 낭패 겪는다”

지난 2010년 3월 미국 정부는 해외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거주자의 해외계좌를 식별하고 계좌정보를 보고하도록 하는 FATCA를 도입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해외 금융기관(Foreign Financial Institution·FFI)은 2013년 1월 이후 미국 국세청(IRS)과 FATCA 관련 의무 이행합의서를 체결하고 미국 거주자가 보유한 계좌의 특정정보(계좌번호, 계좌잔액, 납세번호, 총 소득수취액 등)를 매년 IRS에 보고해야 한다.

만약 FATCA 적용 대상인 해외 금융기관이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않으면 IRS는 해당 금융기관이 미국에서 벌어들인 각종 원천징수 대상 소득에 대해 30%의 징벌적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가간 조세조약상의 제한세율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이 FATCA를 도입한 것은 일차적으로 세원 포착과 세수 증대가 목적으로 보인다. 현행 미국 조세제도는 미국 거주자(개인 및 법인)가 자기 소득을 직접 IRS에 자진신고하고 납부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납세의무자가 해외 보유 자산에 대해 성실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빈발해왔다는 점이다. 즉 징세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바로 이런 허점을 보완하고자 FATCA를 도입한 것이다.

“FATCA는 간단히 말해 미국 정부가 시행하는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입니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 국세청이 미국 금융기관이 아닌 외국 금융기관에 고객정보 신고 의무를 지우려는 것이기 때문이죠.”

실제 FATCA는 미국이 자국의 법령으로 전 세계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특유의 일방주의적 태도가 짙게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FATCA는 세계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령에 배치될 공산이 매우 높아 외국의 입법주권 침해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정창기 삼정KPMG FATCA팀 상무(팀장)는 향후 국내 FATCA 시장의 리더가 목표라고 말했다.

외국 금융기관이 미국 국세청에 고객정보 제공

미국 정부도 국제사회의 반발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때문인지 지난 2월 FATCA의 규제 수위를 다소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골자는 외국 금융기관이 미국 IRS가 아닌 자국 과세당국에 미국 거주자의 계좌정보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만 하더라도 외국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경감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미국 정부와 정보교환을 합의한 국가에만 유효하다는 게 맹점이다. 현재까지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5개 선진국만 해당된다. 최근 중국과 일본도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FATCA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관련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국세청은 본청 국제세원과를 중심으로 FATCA 규정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자국 금융기관들의 FATCA 의무 경감을 이끌어낸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우리 정부는 다소 준비가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국내 금융기관들이다. FATCA가 본격 시행되면 의무를 지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전국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는 FATCA 설명회를 개최하고 FATCA가 한국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들은 FATCA가 미국 국세청과 해외 금융기관 간의 협약 체결이 아닌 정부 간의 합의로 시행돼야 하며, 충분한 준비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행 시기를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FATCA에 대해 적극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는 게 삼정KPMG FATCA팀의 진단이다.

반면 해외 금융기관들은 발 빠르게 FATCA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JP모건, 바클레이스, 프랭클린 템플턴 등 세계 유수 금융기관들은 이미 FATCA 영향 분석 및 관련 시스템 구축 업무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또 일본의 대형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은 FATCA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미국 재무부와 국세청에 수 차례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국제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 여름께 최종적인 FATCA 시행령을 공포하고 2013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FATCA가 세계 각국 금융기관들에게 코앞의 현안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FATCA가 시행되면 국내 금융기관들도 당장 영향권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웬만한 금융기관 치고 미국에 투자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금융기관이라면 FATCA를 무시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미국 경제의 규모와 위상을 감안할 때 그런 금융기관은 아주 후진국이 아니라면 극히 드물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미국 국채나 달러에 투자하고 있는 데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미국 주식 투자도 하고 있어요. (국내 금융기관들도) 거의 100% FATCA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봐야 합니다.”

Tip l 삼정KPMG FATCA팀은…

“FATCA 대응 원스톱 서비스 제공”

삼정KPMG그룹 FATCA팀은 지난 1월 출범했다. 삼정KPMG 내에서 세무, 금융, IT컨설팅 등 세 분야 전문가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쳤다. 총체적인 관점에서 FATCA 도입의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응전략 및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서다. FATCA에 대한 연구는 이미 2010년부터 진행해왔다. KPMG인터내셔널을 통해 해외 세미나 참석도 하고 각국 동향도 파악했다.

지난 2월말에는 이라는 설명서도 발간했다. 5명의 FATCA팀 임원들은 “FATCA에 관한 한 국내에서 가장 정확하고 구체적인 자료”라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삼정KPMG FATCA팀은 향후 국내 금융기관들에게 FATCA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비스 내용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FATCA 영향분석 및 이행전략 수립이다. FATCA 요구사항에 맞춰 고객사별로 FATCA 운영모델을 설계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FATCA 이행 관련 프로세스 정립 및 시스템 구축이다. 마지막 단계는 국내 법규 및 감독규정과의 상충 이슈를 검토하는 한편 고객사의 자체적인 FATCA 전문가 양성을 돕는 서비스다.

정창기 상무(팀장)는 “삼정 FATCA팀은 선제적 준비와 대응을 바탕으로 향후 FATCA 시장을 주도하는 리더가 될 것을 목표로 한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의 성공적인 FATCA 도입을 위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정KPMG FATCA팀 임원들이 미국 정부의 FATCA 도입 영향과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FATCA 도입시 금융기관 시스템 변경 불가피

그렇다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미국 국세청과 FATCA 이행합의서를 체결할 경우에는 어떤 부담을 지게 될까. 기본적으로 미국 거주자를 파악하기 위한 고객확인 작업과 해당 고객 계좌정보 보고, 나아가 정보제공을 위한 고객 동의서 확보, 정보제공을 거부하는 비협조자 및 비참여금융기관(NPFFI)에 대한 원천징수, FATCA 이행 여부에 대한 검증 및 미국 국세청이 요구하는 추가정보 제공 등의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여간 번거롭고 복잡한 일이 아닌 셈이다. 게다가 이런 업무를 처리하려면 각 금융기관들은 내부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일부 내지 상당 부분 변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FATCA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고객 및 계좌원장 변경, 거래처리 시스템 변경, 원천징수 및 보고 체계 변경 등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은 이런 변화가 기존 프로세스 및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한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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