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이 두 개로 갈라진 듀오백 의자. 대한민국에서 모르면 간첩이다. 그만큼 국내에서 학생과 직장인이 선호하는 책상용 고급 의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요즘 이상하다. 분명 의자 제조업체인데 사업 확장을 가구가 아닌 정보기술(IT)·교육·가방 부문으로 하고 있다. 페이스북 내 경영인들의 모임 ‘나는 꼴통이다’의 운영자이자, 듀오백코리아를 책임지고 있는 정관영 대표를 만났다.


이제 갓 마흔을 넘긴 ‘젊은 CEO’ 정관영 듀오백코리아 대표(41)는 2세 경영인이다. 부친인 정해창 회장에 이어 지난 2004년부터 듀오백코리아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1.5세 경영인이라고 소개한다. 직접 창업은 안 했지만 2002년부터 경영 대리인을 맡아 회사의 성장 과도기를 고스란히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 유학을 마치고 1999년 입사해 2003년 부사장, 2004년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듀오백코리아의 모태는 1974년 정 회장이 설립한 ‘성남특수합판’이다. 1987년 사명을 해정으로 변경했다. 해정은 원래 성형합판을 이용한 학교용 책걸상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였다. 정 회장이 듀오백 의자를 만들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1994년 친구 방문차 들른 독일 쾰른 전시회에서 독일 의자 전문제조업체 그랄이 개발한 ‘듀오백’을 보게 된다. 당시 그랄은 이 의자를 의료기기처럼 생각해 소량 생산해 고가로 판매하고 있었다. 정 회장은 듀오백을 학생용 의자에 접목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바로 협상에 들어갔다. 정 회장은 그랄의 특허기술을 접목해 1996년 듀오백 의자를 처음 출시했다.

듀오백 의자의 핵심은 두 개의 등받이로 등을 편안하게 받쳐주는 듀오백(Duo back) 시스템이다. 이는 기존 의자에 앉아 있을 때 허리에만 집중되던 하중을 등 근육에 골고루 분산시킨 인체공학적 기술이다. 초창기 생소한 모양으로 판매상에게 냉대를 받았지만 점차 편안함이 입소문나면서 대박제품으로 떠올랐다. 2003년 누적판매 100만개를 돌파했다. 현재 매년 40만~50만개씩 팔려 나간다.

듀오백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08억원이다. 국내 의자부문 브랜드파워는 단연 1위다. 이 같은 성공에는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따라준 부자 간의 협력이 바탕이 됐다. 듀오백 의자의 하드웨어를 만든 것은 아버지 정 회장이지만 소프트웨어를 완성한 것은 아들 정 대표다. 2004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정 대표는 연령·성별로 기능을 차별화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여성의 체형에 맞춘 여성 전용 의자와 어린이 성장에 맞춰 등받이·팔걸이·발받침 높이가 모두 조절 가능한 아동용 의자다. 최근에는 감성적인 디자인을 더한 ‘듀오백알파’도 선보이며 디자인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의자시장은 미국 사이즈를 따라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남성 크기에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여성용 사이즈의 의자를 처음으로 개발했죠. 기존 의자보다 좀더 작고 낮아 여성들이 편안해 합니다. 과거에는 의자 하나 갖고 아이, 어른, 남성, 여성 등 다같이 앉았지만 저는 계층별, 사용용도별로 의자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 대표가 R&D팀에게 주문하는 개발 원칙은 두 가지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개발하는 것이 첫째고, 정 어려우면 최소한 국내 최초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으로 듀오백 의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어린이용 의자 ‘듀오백 듀얼린더’다. 이는 기존 회전형 의자에 잠금장치를 만들어 좌판 회전과 고정이 동시에 가능하게 한 세계 최초의 제품이다.

“한 고객이 아이가 회전형 의자에 앉아 자꾸 장난을 친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고정형 의자를 사기에는 회전 기능이 아쉽고. 그래서 저희가 개발한 것이 좌판의 회전과 고정이 모두 가능한 의자인 ‘듀오백 듀얼린더’예요. 현재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그물망 모양의 메시 소재로 만든 의자도 혁신적인 제품 중 하나다. 듀오백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의자에 메시 소재를 도입했다. 장시간 앉아 있는 의자의 좌판을 메시 소재로 만들면 통기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메시 좌판 의자는 미국에서 처음 개발됐는데 매우 어려운 기술이에요. 몸무게 100kg이 넘는 사람이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그물망이 찢어지지 않을 정도의 인장 강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기간만 2년이 걸렸죠.”

정 대표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현재 일본, 미국, 유럽,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에 수출 중이다.

 “의자는 성취를 위한 베이스캠프”

최근 그는 IT, 교육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자회사 DBK에듀케이션을 설립하고 올해 초 진로교육 사이트를 개설했다. 온라인상에서 학생들의 인·적성을 검사해주고 개인에 맞는 직업군을 컨설팅해주는 교육용 사이트다.

“듀오백코리아의 주고객층이 학생이다 보니 이들이 필요한 것이 뭘까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이 맹목적으로 대학에 가는 것보다 자신의 인·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요즘 진로 컨설팅비가 보통 몇십만원으로 비싸요. 그래서 이것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죠.”

그는 이전에도 ‘듀오백이 허리를 중시하고 학생이 주요 고객이니 그 기술을 가방에 접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학생용 기능성 가방을 개발한 바 있다. 2010년 자체 가방 브랜드 ‘듀오백(DUOBAG)’을 출시하고 지난해부터는 블랙야크, 아디다스 등과 콜래보레이션으로 다양한 기능성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이 기존 사업과 별로 상관없어 보이지만 의자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는 그에겐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기존 의자에 대한 패러다임은 단순히 앉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듀오백코리아는 의자를 사용할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기대가치에 중점을 둡니다.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때를 보면 뭔가 갈망하는 시간이에요.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등 성취를 위한 투자 시간이죠. 그래서 저는 의자를 ‘성취를 위한 베이스캠프’로 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교육이나 IT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하게 됐죠. 그래야 저희 미션인 ‘이타자리’ 정신이 실현될 수 있고요.”

‘이타즉자리(利他卽自利)’는 그가 만든 회사 미션이다. 원래는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뜻의 불교 용어다. 우연히 책에서 이 말을 발견한 그는 바로 이거다 싶었다고 한다. 그는 이것을 회사 미션으로 바꿔 ‘고객의 편안함이 우리의 행복이라는 정신으로 고객의 성공된 삶의 조력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인류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의미로 사용 중이다.

“평소 고객의 편안함이 우리의 행복이라 생각해왔는데 이타즉자리는 그 말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예요. 더구나 요즘 사회적기업과 같이 사회적으로도 ‘이타성’이 화두입니다. 앞으로도 기업들 사이에서 이 말은 매우 중요해질 거라 봅니다. 예를 들어 구글의 미션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거예요. 그게 기업이 돈 버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기업이 가져야 할 미션은 가치 창출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에 주목하는 이유도 고객의 행복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고객의 니즈를 더 알고자 1년 전부터 사내 소셜네트워크팀을 따로 신설했다. 현재 듀오백코리아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는 또 자회사 DBK네트웍스도 운영 중이다. 2010년 7월 IT솔루션기업 마이미디어를 인수해 설립한 IT기업으로, 지난해 12월 기업용 SNS 솔루션 ‘토크온’을 출시했다. 토크온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기존 SNS와 달리 폐쇄형 SNS다. 기업이 신청하면 자사 환경에 맞춰 회사 PC는 물론 모바일, 태블릿PC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이용 가능한 SNS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듀오백코리아와 농심이 도입해 사용 중이다.

“기업이나 관공서는 폐쇄성이 중요한 대화 내용이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간의 소통과 공유가 빈번히 일어나야 하죠. 이런 필요에 맞춰 개발한 게 토크온입니다. 자사만의 페이스북이라 할 수 있죠. 기존 사내 인트라넷이 수직적인 소통 창구였다면 토크온은 평등한 소통 창구예요.”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토크온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한 직원이 올린 ‘여자친구와 100일 됐어요’라는 사소한 잡담부터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었다. A/S직원이 현장에서 찍어 올린 사진과 함께 ‘처음 보는 제품 손상 사례인데 어떻게 처리하냐’는 문의 내용도 있었다.

“요즘 토크온을 사용하면서 업무 피드백이 훨씬 빨라졌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기업용 SNS 사용이 활발하기 때문에 국내도 앞으로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정관영 대표가 듀오백 듀얼린더의 회전 잠금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나는 꼴통이다’ 모임 개설

개인적으로도 그는 SNS 애용자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내 경영인들의 모임 ‘나는 꼴통이다’도 개설했다. 꼴통은 얼굴, 됨됨이란 의미의 ‘꼴’과 통할 ‘통(通)’을 합친 말이다. 즉 됨됨이가 통하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현재 회원수는 300여명.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에서 세미나도 연다. 회원들이 재능 기부 강의를 하거나 15분간 자유 스피치 시간을 갖는다.

“실제 CEO들이 대부분 꼴통 기질을 갖고 있어요. 자기 고집이 강하고. 저 역시 꼴통 기질이 좀 있어요(웃음).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CEO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꼴통 아니겠냐는 생각에 만든 모임입니다. 사실 기업 대표들이 어디 가서 쉽게 나눌 수 없는 고통들이 많은데 그걸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이죠. 어떤 변리사분이 모임에 가입하면서 제게 꼴통이 한국판 페이스북 아니냐고 묻더군요. 페이스를 번역하면 ‘꼴’이고 북은 뭔가 담는 그릇 같은 ‘통’이라는 거죠.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모임 이름 참 잘 지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웃음).”

신기술로 탄생한 듀오백코리아는 가치를 창출하는 정 대표가 맡아 최근 새롭게 변모해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젊은 시절에는 앞으로의 목표를 매출액 얼마 이상의 회사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10년 이상 사업을 하다 보니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더군요. 요즘 제 목표는 가족(임직원)이 5000명 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겁니다. 현재 자회사까지 합쳐 200명 정도니 아직 멀었죠(웃음). 언젠가는 2세 경영인이 아닌, 자연인으로 맨 땅에서 헤딩도 해보는 창업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게 제 개인적인 꿈입니다.”

▒ 정관영 대표는…

1972년생. 98년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국제경영학 졸업. 99년 해정 입사. 2002년 듀오백코리아로 사명 변경. 2004 듀오백코리아 대표 취임.

이제남 기자 / 사진 :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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