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계의 생명은 정확성과 투명성이다. 회계감사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회계와 회계감사가 분식과 불신으로 얼룩지면 기업은 망하고 시장은 교란되며 선의의 투자자는 피해를 입게 된다. 상장기업들이 독립적인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도록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뒤흔드는 회계부정 스캔들이 왕왕 발생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빅4 회계·컨설팅업체인 삼정KPMG그룹(이하 삼정)의 ‘클린펌(Clean Firm)’ 정책은 주목의 대상이다. 클린펌 정책은 기업들의 분식회계를 결코 묵인하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달리 말하면 회계 투명성의 파수꾼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삼정 DPP(Department of Professional Practice)본부는 바로 그 클린펌 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 조직이다. 삼정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의 품질을 제고·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신병일 삼정 DPP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삼정의 미션은 좀 원대하고 거창한 편이다. 대한민국이 실질적인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수준 높은 자문을 제공하는 파트너가 된다는 게 삼정이 추구하는 사명이다. 이는 윤영각 삼정KPMG그룹 회장의 창업이념이기도 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삼정이 제공하는 회계감사 및 컨설팅 서비스 등을 통해 기업 경쟁력은 물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는 데 일조하겠다는 포부와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DPP본부의 미션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DPP본부는 여느 사업부와 달리 외부 고객을 상대하지 않는 조직이다. 이 본부의 고객은 삼정 내부의 회계사 및 전문가 집단이다. DPP본부는 바로 이 내부 고객의 역량 제고를 위해 각종 자문을 제공하는 길라잡이 혹은 도우미라고 볼 수 있다. 신병일 본부장의 설명이다.

“삼정의 전문가들이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게 함으로써 삼정의 미션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 바로 DPP본부입니다. 회계 서비스와 관련된 각종 법규, 규정, 기준, 방법론 등을 토대로 내부 방침을 수립하고, 이를 제때 전문가들에게 전파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죠. ‘클린펌’을 지향하는 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원업무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DPP본부는 업무 내용이 매우 다양하다. 회계감사기준 준수를 위한 구체적 지침과 방법론을 제공하는 한편 국제회계기준, 국내회계기준 등 각종 회계기준에 관한 교육 및 자문도 제공한다. 또 각종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업무 방법론과 세부지침도 제시한다. 임직원들이 윤리강령과 독립성 규정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모니터링하는 업무도 DPP본부의 몫이다. 특히 삼정의 대외적인 위상이나 평판과 직결되는 품질관리 및 위험관리 업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DPP본부는 우리말로 표현하면 ‘품질관리실’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회계법인 내부에 품질관리실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회계법인들도 삼정 DPP본부와 유사한 역할과 업무를 수행하는 직제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직제의 유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제의 운영방식이다.

- 신병일 삼정KPMG DPP본부장(앞줄 오른쪽)이 동료 임원들과 함께했다.

비중 커지는 ‘전산감사’에 역량 확대

“품질관리실이 있더라도 ‘실질적인’ 품질관리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삼정은 김교태 CEO가 DPP본부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회사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죠. 그래야만 삼정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퀄리티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DPP본부는 확고한 위상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삼정 DPP본부의 차별성은 전산감사(IRM·Information Risk Management) 역량에서도 돋보인다는 평가다. 요즘에는 기업 회계업무에서 전산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늘어난 까닭에 회계감사에서 전산감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회계법인들은 전체 회계감사 시간의 약 20%를 전산감사에 할애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추세에 맞춰 삼정은 IT 전문가들을 DPP본부에 배속시켜 전산감사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DPP본부가 어떤 경우에도 결코 양보하지 않는 대원칙은 ‘회계 투명성’이다. 회계 투명성은 곧 DPP본부의 존재의의이기도 하다. 한국의 회계 투명성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만 진정한 경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는 삼정 특유의 신념과 원칙을 지키는 파수꾼인 셈이다.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전면 도입했습니다. IFRS 도입은 회계 투명성 제고 및 국제화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IFRS를 성공적으로 도입, 정착시키는 데는 삼정의 역할도 컸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DPP본부의 회계자문도 많은 기여를 했죠. 앞으로도 DPP본부는 삼정의 회계 전문가들이 IFRS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현재 금융감독당국과 회계업계에서는 회계산업 선진화가 큰 화두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학계, 업계, 수요자,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해 ‘회계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한국 회계산업이 금융산업의 핵심 인프라로서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 방안을 살펴보면 △투자자 보호를 위한 회계법인의 책임 강화 △규제완화 등을 통한 회계법인의 경쟁력 강화 △기업의 투명한 재무제표 작성 지원 △기업 부담 경감을 위한 회계감독 개선 등 4대 분야에서 16개 세부 추진과제가 제시돼 있다. 신병일 본부장은 이들 추진과제 중에서도 특히 몇 가지는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외부감사 대상 기업들이 재무제표 작성을 감사인(회계사)에게 의존하는 잘못된 관행을 하루빨리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자체 회계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작성해야 할 재무제표를 감사인에게 떠맡기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다시 말해 감사인이 자신이 감사할 재무제표를 직접 작성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실감사 소지가 상존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 신병일 본부장은 회계감사의 원칙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 신병일 본부장은 회계감사의 원칙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회계산업 선진화 방안 실천 서둘러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회계산업 선진화 방안’에서는 정기주주총회 6주 전 외부감사인과 증권선물위원회에 재무제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업들의 재무제표 작성에 대한 책임의식을 제고하는 동시에 감사인들에게는 충분한 감사기간과 독립적인 감사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는 정기주총에 임박해 벼락치기로 재무제표를 제출하는 사례도 허다하다고 한다.

외부감사인의 선임 및 해임, 감사보수 결정 주체를 감사 대상 기업의 경영진에서 내부감시기구(상법상 감사위원회 또는 내부감사)로 이관하는 방안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지적이다. 미국,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내부감시기구가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게 일반적이다.

내부감시기구를 두는 이유는 업무감사와 회계감사를 통해 경영진을 감시, 견제함으로써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내부감시기구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현실이다. 대주주나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부감사인 역시 ‘고객’인 감사 대상 기업 경영진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터에 외부감사인 선임 권한을 내부감시기구로 이전하게 되면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제고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게 신병일 본부장의 설명이다.

회계산업 선진화는 법과 제도, 관행 등을 모두 뜯어고쳐야 달성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회계산업에 연관된 주체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삼정 DPP본부는 회계산업 선진화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지향하는 조직인 셈이다. 특히 품질관리 및 위험관리 기능은 중요한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DPP본부는 감사 대상 기업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발행되기 전에 ‘윤리기준’과 ‘감사기준’이 원칙과 절차에 따라 잘 준수됐는지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최종적인 ‘게이트키퍼’인 셈이다. 만약 오류나 허점이 발견되면 즉각 수정조치를 취한다.

“회계감사는 결국 감사기준과 윤리기준을 얼마나 잘 준수했느냐가 포인트입니다. 감사의 품질이 떨어지면 그만큼 부실감사 위험성도 커지는 거죠. 회계법인이 잘못된 감사보고서를 내면 민·형사 소송을 당하는 등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DPP본부가 항상 중심을 잡고 감사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신병일 본부장은 KPMG 인터내셔널의 ‘한국 컨트리 RMP(Risk Man-agement Partner)’를 겸직하고 있다. KPMG 인터내셔널의 멤버펌(Member Firm)인 삼정KPMG그룹의 위험관리 기능을 대표하는 중책이다. 그의 포부다.

“IFRS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회계자문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 회계감사 품질 제고를 위해 ‘생각하는 감사(Thinking Audit)’, ‘프로다운 판단(Professional Judgment)’을 높이는 교육을 제공할 겁니다. 감사 외에 자문 업무의 품질 제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에요.”

 

Tip. 삼정 DPP본부는…

경험 풍부한 핵심인재로 구성된 ‘게이트키퍼’

삼정 DPP본부는 각 분야에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매니저 직급 이상의 핵심인재들로 구성돼 있다. 총 인원은 50여명이다. 삼정 DPP본부가 수행하는 서비스 기능은 아래와 같다.

·회계감사 부문 - KPMG 감사방법론, 회계감사기준 준수를 위한 구체적 지침, 각종 감사 툴 및 자문 제공.



·회계 부문 - 국제회계기준, 국내회계기준, 미국회계기준 등 각종 회계기준에 관한 교육 및 자문 제공. 해외 기업공개(IPO) 시 회계자문 등 관련 절차 지원.



·자문 부문 - 감사 업무 이외의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KPMG 업무방법론 및 세부 지침 제공.



·자본시장 부문 - 국내 기업의 해외 상장 및 외국 기업의 국내 상장, 그리고 국내 기업의 해외 증권 발행 시 ‘컴포트 레터(Comfort Letter : 증권 발행 시 재무제표에 나타난 정보의 정확성 여부를 공인회계사가 확인한 내용을 표시하는 일종의 확인서)’ 작성 절차 지원.



·위험관리 부문 - 이해상충 조정, 법규 준수 지원, 정보보안 통제, 그룹 전반의 위험관리 지원.

·품질관리 부문 - 품질관리사원 지정을 통한 개별업무 검토, 특정업무 수행을 위한 자격요건 관리, 특정 보고서 발행 전 검토 수행, KPMG 모니터링 업무 관리.

·윤리 및 독립성 부문 - 윤리강령 이행 지원, 독립성 규정 준수 지원 및 모니터링 실시.

·전산감사 부문 - 기업의 전산시스템과 관련한 적정성 검토를 통해 회계감사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