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은 교육, 근로, 납세, 국방의 의무를 국민의 4대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 교육과 근로, 국방은 어느 시기가 지나면 의무라는 부담감이 서서히 희석되지만 납세만큼은 돈을 버는 이상 죽을 때까지 따라가는 ‘의무 중의 의무’다. 이른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 원칙을 상기해보라. 나라 살림을 하려면 반드시 세금을 징수해야만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세금을 환영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과세 제도나 법령에 문제가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설사 온당한 과세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웬만하면 세금을 안 내거나 적게 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한 달에 수백만원을 버는 월급쟁이가 그럴진대 수십~수백억원 이상을 버는 기업들은 더욱 세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KPMG삼정회계법인 택스(TAX)본부(이하 삼정 택스본부) 이문세 총괄부대표를 비롯해 주요 임원들과 세금과 세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세법과 세제는 납세자 입장 먼저 고려해야”

3월은 법인세 신고·납부의 달이다. 우리나라는 12월 결산법인이 대다수인 터라 3월만 되면 법인세 신고·납부 준비로 많은 기업들이 홍역을 앓게 된다. 반면 정부는 국고에 세금이 잔뜩 쌓이는 달이어서 반갑기만 할 것이다. 덩달아 삼정 택스본부도 바빠진다. 법인세 신고 관련 서비스가 가장 기본적인 업무이기 때문이다. 택스본부는 고객사들이 국세청에 법인세 신고를 할 때 ‘세무 대리인’ 역할을 한다.

이때 가장 기초적인 업무가 법인세 세무조정이다. 세무조정은 기업이 공정하고 타당한 회계기준에 의해 작성한 재무제표상의 당기순손익을 기초로 세법 규정에 따라 익금과 손금을 조정함으로써 정확한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일련의 절차를 말한다. 기업들은 법인세 신고를 할 때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와 함께 세무조정계산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세무조정은 자기조정과 외부조정이 있는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법적으로 외부조정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삼정 택스본부의 세무조정 서비스를 받는 고객사는 5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세제상 기업들이 떠안게 되는 법인세 부담은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인지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딱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평균 수준이죠. 국내 기업들은 순이익의 약 20%를 법인세로 내고 있습니다. 세계 전체로 보면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샐러리맨들이 내는 근로소득세율이 높다는 뜻입니다. 샐러리맨의 월급봉투는 ‘유리지갑’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징세 편의성 때문에 근로소득세에 많이 의존하는 겁니다. 정부는 고소득 자영업자나 자본소득자들의 소득을 제대로 포착하는 등 공정한 세원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요즘 부자증세 방향이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세금을 정당하게 내지 않는 일부 계층은 또 빠져나가게 돼요.

한국 기업 법인세 부담은 OECD 평균 수준

기업들이 내는 세금의 종류는 얼마나 되고 어떤 세금의 비중이 큽니까.

부담이 큰 것으로 보자면 법인세, 부가가치세, 관세(수입업체의 경우) 3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법인세는 가장 기본적인 세금이죠.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부가가치세가 더 큰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법인세는 수익에서 비용을 뺀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지만 부가가치세는 거래상의 공급가액에 일률적으로 10%를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에 전체 금액 규모가 큽니다. 게다가 공급가액 계산을 잘못했을 경우에는 가산세도 물기 때문에 자칫하면 ‘세금폭탄’을 맞을 위험성도 많아요. 아울러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의 종류는 업종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금융기관은 부가가치세를 안 내는 대신 교육세를 내죠. 또 자동차회사, 주류회사, 골프장 등 일부 업종은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 부담을 집니다. 이자 및 배당 소득에 대한 원천세도 형식적으로는 기업이 냅니다. 특히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을 할 때는 원천세율이나 원천징수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국가간의 조세조약이 어떻게 돼 있느냐 하는 국제조세 영역의 이슈이기 때문이에요.

사실 개인이든 법인이든 가급적이면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하는 게 당연한데요.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고객사들이 그런 자문 요청을 많이 해오지 않습니까.

저희는 세법상의 각종 공제, 감면조항 등을 따져 최대한 절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조언하는 서비스를 합니다. 고객사가 세법이나 세제를 잘 몰라 불필요한 세금을 내는 경우를 피하게 돕는 거죠. 하지만 법의 미비한 허점을 파고들어가 부당하게 세금을 줄이는 거의 탈세 수준의 절세는 자문하지 않습니다. 또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각국의 세제를 따져 가장 유리한 세무 전략을 제시하는 자문을 합니다. 아울러 고객사의 애매한 세무 이슈들을 미리 과세당국과 협의해 사전에 깔끔하게 해결해드리는 일도 합니다. 어떤 기업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에서 승소했을 때, 유사한 경우에 해당하는 기업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죠.

기업들이 자주 직면하는 세무상의 위험요소는 어떤 게 있을까요.

과세당국의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이 기업들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가령 이명박 정부가 초기에는 조세 정책을 감세 기조로 내세웠다가 지금은 증세 기조로 돌아섰잖아요. 또 중소기업인들의 가업 상속을 원활하게 한다면서 혜택을 줬다가 이제는 그 혜택을 줄였어요. 세법 자체의 모호성이 많은 것도 문제예요. 과세당국이 자의적으로 세금징수에 유리하게끔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특히 접대비 같은 경우는 정말 ‘이현령 비현령’ 같은 조항의 대표적인 예죠. 그리고 새로운 세법 조항을 도입할 때 입법이 미비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세무신고의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워요. 국세청에 문의해도 시원한 답을 못 들을 때가 많죠. 그러면 기업은 보수적 입장에서 세금 신고를 많이 하거나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다가 나중에 페널티를 받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건 세무조사가 아닐까 싶네요. 또 사소한 것 같지만 법인세 세무신고서식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도 기업들에게 큰 스트레스예요. 매년 서식 내용이 10개 이상씩 변경되곤 하는데, 문제는 개정 서식을 신고 마감기한인 3월에 임박해서야 고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번갯불에 콩 볶듯이 신고 준비를 해야 하는 큰 불편을 겪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가 된 ‘이전가격’ 이슈

우리나라 세법에는 ‘납세자권리구제절차’가 명문화돼 있다. 납세자가 과세당국의 잘못에 의해 불이익을 받은 경우 자신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절차를 마련해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별 쓰임새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게다가 과세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불이익을 받아도 선뜻 구제절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세법과 세제는 국가운영의 기본적인 틀이지만 어쨌든 국민에게 부담을 준다. 따라서 국가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하에 납세자의 입장도 고려하면서 합리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어나면서 세무 관련 이슈도 글로벌화되고 복잡해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글로벌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세무 이슈는 ‘이전가격(Transfer Price)’ 과세 문제입니다. 가령 A국에 있는 모회사와 B국에 있는 자회사가 국제거래를 할 때 적용하는 가격이 이전가격인데, 그게 정상가격이냐 아니냐를 과세당국이 따지는 겁니다. 두 회사의 거래는 경제적으로 ‘내부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업이익을 위해 비정상적인 가격을 정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이전가격 과세 이슈는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늘 염두에 둬야 하는 문제로 대두됐습니다. 그래서 삼정 택스본부에서는 이전가격 전문팀도 운영하고 있죠. 글로벌 기업들이 세금이 아주 낮은 ‘조세천국’에 지주회사나 자회사를 설립해놓고 그곳에 이익을 쌓아두면서 과세를 피하는 것도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묘하게 조세를 회피하는 기업들을 규제하는 게 요즘 OECD 국가들의 가장 큰 현안 중의 하나예요. 또 글로벌 기업의 임직원들이 국제간 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개인소득세 과세도 복잡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삼정 택스본부는 국제조세 자문에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KPMG인터내셔널의 160여개국에 걸친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전 세계 어느 지역의 세무 이슈에 대해서도 자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전가격과 관세 자문, 세무 관련 IT시스템 구축 및 운용에서는 경쟁사들보다 우월한 노하우를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 세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이슈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지난해 국제회계기준(IFRS)이 전면적으로 도입되면서 세법도 개정됐습니다.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세무조정과 법인세 신고 업무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고객기업들이나 저희들이나 마찬가지로 세무 신고 업무가 2배는 늘어난 것 같아요. 새로운 제도 도입 초기라서 해석 및 적용상의 어려움이 있죠.

삼정 택스본부의 중장기적인 사업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지요.

저희 본부는 2015년까지 현재보다 2.5배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 4년간 매년 평균 25%가량 성장해야 하는 쉽지 않은 목표죠. 하지만 전문인력 보강, 신상품 개발 등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특히 이전가격, 조세 불복 및 경정 자문 업무의 성장성이 상당히 높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Tip l KPMG삼정회계법인 택스본부는…

회계사·세무사·IT전문가

삼위일체로 고품질 세무자문

삼정 택스본부는 이문세 총괄부대표 아래 4개 본부 체제로 이뤄져 있다. 전체 인원은 260명에 달한다. 파트너 15명을 비롯해 공인회계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국세청 출신 세무전문가와 세무사, IT전문가들도 함께 한다. 법인세 신고서 대리작성, 조세불복 및 세무조사 지원, 이전가격 세제 및 국제조세 자문, 회계 및 세무 아웃소싱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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