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힘’. IBK기업은행이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반 세기 동안 우리 경제 허리인 중소기업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온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조준희 행장을 신임 행장으로 선임하면서 새로운 시동을 걸었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 행원에서 출발해 최고위직에 오른 케이스다. 영업, 기획, 인사 등 거의 모든 업무를 경험해봐 은행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조 행장의 취임은 직원들에게 ‘누구나 노력하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과 동시에 낙하산으로만 채운다는 오명을 받아온 IBK기업은행의 인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10월26일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조 행장은 “투명경영, 현장경영, 내실경영으로 IBK기업은행을 작지만 스피드를 가진 스마트 뱅크로 키워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투명·내실경영으로 

   

 체력·스피드 다져

   

 스마트 뱅크로 도약합니다”

창립 50돌 개인고객 1000만명 돌파 …중소기업 든든한 벗 될 것

IBK기업은행에 2011년은 남다르게 의미있는 해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 지난 1961년 8월1일 설립된 지 올해로 딱 5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내부 출신으로 첫 CEO에 오른 조준희 행장이 경영일선에 나선 것도 올해부터다. 여기에 IBK기업은행은 5월 개인고객 1000만명을 돌파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실적도 상당히 선전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IBK기업은행은 9931억원의 순이익(누계)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8604억원)보다 15.4% 늘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가봐야겠지만 취임 첫해 성적치고는 상당히 양호하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조 행장으로선 취임 첫단추를 잘 꿴 셈이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 설립된 금융기관이다. 다른 은행들이 가계대출로 대표되는 개인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서도 IBK기업은행은 오롯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리먼 사태로부터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2008년 9월~2010년 12월) 중 전체 중소기업 지원금(순증액 기준)이 19조3000억원인데 이 중 91.2%인 17조6000억원을 IBK기업은행이 홀로 담당했다.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더군다나 리먼 사태가 해결될 즈음 유럽 재정위기라는 또 다른 복병이 불거지고 있는데 이럴 때면 가장 빨리 어려움에 처하는 게 중소기업이잖습니까.”



- 지난 4월 부산시 송정동에 있는 오리엔탈정공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조준희 행장(윗사진 왼쪽). 지난 7월6일 가진 중소기업 근로자 가족 치료비 전달식 모습.

중소기업 금융지원 90% 담당

최근 또 다시 금융시장 불안으로 산업 활동이 위축되자 자금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때문에 조 행장을 비롯한 IBK기업은행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IBK기업은행은 환율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입 기업들을 위해 외화 대출과 수출입 기업 특별지원자금 대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화두 중 하나인 동반성장과 관련해 동반성장매출채권금융 상품도 출시했다. 이 상품은 1차 협력기업이 대기업의 신용도가 적용된 매출채권을 발행하고 2차 협력 기업이 저금리로 매출채권을 할인하는 상품이다. 1000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참! 좋은 무료컨설팅 프로젝트’도 올해부터 시작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 강소기업, 기술 강소기업을 지원, 육성하는 것도 IBK기업은행의 중점 과제다.



 그러다보니 지난 몇 년간 계속 논의해온 민영화와 지주사 전환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른 은행들이 지주사로 전환하고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경쟁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조 행장은 IBK기업은행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당분간 민영화, 지주사 논의가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도 내년 말까지 민영화시키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상황에선 그것도 상당히 멀어진 상태입니다. 지주사 전환만 해도 그래요. 지주사라는 게 계열사 간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저희 계열사들은 대부분이 은행에서 지원을 해줘야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합니다. 솔직히 아직은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준이 못 됩니다.”



대신 조 행장이 강조하는 IBK기업은행의 미래상은 혁신에 바탕을 둔 스마트 뱅크(Smart Bank)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몸집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인지는 모르겠어요. 서로의 약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기업 M&A 아닌가요. 그리고 요즘은 ‘강한 것이 살아남는 시대가 아니라 살아남는 게 강한 것’이잖습니까. 체격이 문제가 아니라 체력과 스피드가 뒷받침돼야죠. 한치 앞을 못 내다보는 지금 시대에 덩치만 키우면 뭐합니까. 치고 빠지는 식의 스피드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게 요즘 기업환경입니다. 저희는 솔직히 덩치를 키우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체력과 스피드로 이를 만회할 생각입니다.”



- 임원시절 손수 골라 애착이 큰 이만익 화백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준희 행장

미래기획실 신설 다양한 아이디어 수집

조 행장이 취임하자마자 내실 경영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IBK기업은행의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내부 출신인 탓에 은행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훤히 꿰뚫고 있는 그는 앞으로 100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취임 직후 미래기획실을 사장 직속에다 설립했다. 미래기획실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은행 이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말단 직원이 낸 자그마한 아이디어 하나라도 사장(死藏)시키지 않고 관리하며 성과에 따라 확실한 보상을 해주는 게 미래기획실 설립 취지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미래기획실 신설로 기존 상품개발실과 경쟁구도가 짜이면서 상품 중시 문화가 서서히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래기획실에는 매월 100건 이상의 사내 아이디어가 접수되고 있다. 10월20일 현재 공모 아이디어 1572건 중 19개가 상품화 대상이며 10건은 이미 상품으로 출시됐다. 대표적인 것이 IBK상조 예·적금, IBK탄생기쁨적금, 참! 좋은카드, IBK주식적립통장, IBK알토스배구예금 등이다.



최근 조 행장이나 IBK기업은행이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공공성 회복이다.



“저희 IBK기업은행의 전체 대출금액이 130조원 정도 되는데 이 중 중소기업대출이 100조원이고 가계대출은 25조원 가량 됩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50% 이상이 중소기업 직원들과 관련된 대출이에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저희는 애초부터 가계대출 문제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가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커질 것인 만큼 진작부터 대비책도 마련해 뒀습니다.”



조 행장은 경기 위축으로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유럽발 재정위기로 심리적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는 게 조 행장의 설명이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소기업 간 자금 사정이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점이다. 최근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자금 조달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해서다. 현재 IBK기업은행은 기존 공중전화 부스에서도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KT와 제휴를 맺어 추진하고 있다. 이 부스는 올해 말까지 수도권 30곳에서 시범 운영되며 내년까지 전국에 1000여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중국, 베트남 등지에 지점을 개설하는 등 ‘동(東)아시아 IBK금융벨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중소기업 지원의 일환이다. 지난 2009년 6월 현지 법인 설립 시 5개에 불과했던 중국 내 점포는 현재 9개로 확대됐다. IBK기업은행은 중국 지점을 내년 말 13개, 2013년 말에는 16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은 기존 호찌민 외에 하노이에 추가로 점포를 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 인도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일반 개인고객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어 지난 10월26일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고객이 영업시간 외 ATM 기기를 이용할 경우 기존 500원씩 받던 수수료를 없앴다. 아울러 현금 인출과 타행 송금 등 ATM기기 관련 수수료를 전 은행권 최저치인 평균 60.4%로 인하했다.



미래 100년을 위한 인재 양성도 조 행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6월 은행권 최초로 고졸 취업예정자 20명을 행원으로 채용했다. 하반기에는 전체 창구 텔러 선발인원 120명 중 40명을 특성화고(상업계열) 출신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상반기 채용된 인력은 자체 인재교육을 거쳐 이미 현업에 배치됐다. 이들은 채용 당시에는 계약직이지만 입행 2년을 넘기면 10명 중 9명은 정년(만 59세)을 보장받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물론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 전환도 가능하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005년부터 업무능력이 우수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펴 현재 506명의 창구 인력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 전환비율이 33%다.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이 살고 일자리 는다”

“더 많은 자금을 한푼이라도 싼 이자로 중소기업에 지원하고 싶은 게 우리의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고객들이 우리 은행을 더 많이 이용해줘야 합니다. 10월 말 현재 기업은행 고객수가 1050만4000명이었는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6만9000명이나 늘어났습니다. 아마 사상 최고로 늘어난 걸 겁니다. 증가율도 전년(5.2%)보다 두 배(11.3%)가량 됩니다. 저나 우리 직원들의 생각은 모두 똑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희 은행을 이용해야 그 수익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저희 광고 카피 중 이런 말이 있어요. ‘IBK기업은행,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고요. 정말 IBK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리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반 세기를 막 넘긴 IBK기업은행의 다음 과제는 100년을 향한 여정에 있다. 조 행장은 이 여정을 인도할 키를 정도, 투명경영으로 요약했다.



“제가 행장이 되기 전부터 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이 현장경영, 정도경영, 투명경영이에요.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지요. 백 투어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라)을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제가 어제(10월25일)부터 구속성예금(거래처에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예금을 유치시키는 것), 일명 ‘꺾기’를 근절시키기 위해 이를 전산으로 다 막았습니다. 앞으로 꺾기가 단 한건이라도 생기면 정도경영 차원에서 엄정 문책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 행장은 자신의 역할론을 가리켜 조선왕조의 기초를 다진 ‘태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세종대에 이르러 조선조가 태평성대를 이룬 것은 태종대왕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IBK기업은행이 100년 글로벌 리딩 뱅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있는 각종 악습, 관행을 처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태종대왕(이방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관행을 잘 아는 게 내부에서 뽑힌 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인지 조 행장은 취임 이후 IBK기업은행 내 관행처럼 여겨온 명절 날 선물 주고받기와 같은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시켰다. 그 역시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철저히 실천하고 있다. 영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영업현장회의도 15개 지역본부별로 실시하고 있다. 승진 인사에서도 영업현장 인력을 대폭 우대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처음에는 이 같은 변화가 잘 뿌리내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직원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있어 정말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100년 IBK’의 초석은 이 같은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글로벌 리딩 뱅크 IBK기업은행의 변화를 지켜봐 주십시오.”

 

■ 조준희 은행장은… 

1954년 경북 상주 생으로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80년 입행 후 도쿄지점장, 경인지역본부장, 종합금융본부장, 수석부행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제23대 기업은행장에 취임했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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