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대방동에 있는 한국레노버의 사무실 앞에는 커다란 북이 놓여 있다. 레노버의 CEO인 양위안칭이 보낸 선물로, 북을 울리며 승승장구하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진군의 북을 울리며 한국레노버의 거침없는 성장을 이끄는 이가 바로 박치만 대표다.

“PC사업, 여전히 돈버는 비즈니스

     

 태블릿PC로 한국시장 공략 하겠다”

모바일 인터넷 디지털 홈 사업부 신설… 모바일 컨버전스 시장도 공략

 “최근 HP의 PC사업 분사설 등으로 PC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노버는 여전히 PC사업이 수익성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라고 보고 있어요. 태블릿PC는 넷북에만 영향이 있으며, 나머지 PC시장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태블릿PC는 노트북 시장을 잠식하는 대체재라기보다는 보완재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박치만 대표는 “레노버의 PC사업은 전체 PC시장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레노버는 PC로 여전히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레노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 5년 안에 세계적으로 개인용 PC를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는 레노버가 글로벌 PC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중국·인도 등 이머징 마켓의 PC시장이 14.5% 성장하는 동안 레노버는 이 시장에서 46%나 성장했다. 5년째 PC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레노버는 지난 10월 델을 누르고 세계 2위 PC업체로 도약했다. 레노버의 주력제품인 씽크패드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6000만대 이상 판매됐다. 지난 2005년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지 6년 만의 쾌거다.

중국 제품에 대한 낮은 인식 아쉬워

박 대표는 무엇보다 혁신적인 기술이 레노버의 지속 성장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레노버는 IBM의 PC사업을 인수하면서 연구소와 엔지니어도 그대로 이어받았어요. 기존의 전통적인 디자인은 고수하면서 혁신적인 기술을 확보한 거죠. 레노버는 여기에다 세부적인 부분의 변화를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은 더욱 높였어요.”



그는 키보드의 ‘ESC’와 ‘Delete’의 크기를 2배로 키운 것을 예로 들었다. 소비자들의 키보드 조작을 면밀히 분석해 오타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심함이 성공의 원동력이라는 얘기다.



본사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프로텍트 앤 어택(Protect & Attack)’전략도 주효했다. 2009년부터 레노버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텍트 앤 어택 전략은 강점이 있는 기업용 시장은 지키고(프로텍트), 중소기업(SMB)이나 소비자용 시장을 적극 공략(어택)한다는 뜻이다.



한국레노버가 최근 내건 구호는 ‘포 도즈 후 두(FOR THOSE WHO DO)’.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행동과 성과로 이끄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또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강력한 마케팅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조직을 갖춘 총판을 파트너로 영입하고 있고, 페이스북 등 한국 특성에 맞는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홈쇼핑을 통해 제품 노출 빈도도 높이고 있다.



“중국제품은 품질도 낮고 싸구려라는 고정관념이 아직도 강한 게 가장 아쉬워요. 그래서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늘려 레노버의 실질적인 가치를 전달하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한국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무기로는 태블릿PC를 꼽았다. 지금은 미미한 태블릿PC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레노버는 이미 2009년 태블릿PC인 아이디어패드를 내놓는 등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레노버는 기존 PC시장 외에도 휴대전화 영역과 PC영역이 교차하는 모바일 컨버전스 시장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본사 차원에서 모바일 인터넷 디지털 홈(MIDH) 사업부를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MIDH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을 담당한다. 박 대표는 “언제라고 특정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도 레노버의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를 보게 될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없는 시장도 만든 영업통

1984년 삼성기술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출발한 박 대표는 삼성전자의 영업 부문을 거쳐 AMD코리아, 델인터내셔널, 와이즈 테크놀로지 등에서 지사장과 임원,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5년 동안 PC관련 업무를 담당해왔으며 2007년 11월 한국레노버에 합류했다.



그에게는 ‘영업통’ ‘기획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가 삼성전자에서 국내 영업을 담당하던 시절의 일화는 아직도 업계에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1998년 IMF시절, 삼성전자 국내 영업본부에서 PC를 판매하고 있던 박 대표는 이례적으로 600대의 서버 판매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그것도 단 2주 만에 말이다.



“당시 외환위기로 인해 모든 회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서버 판매가 ‘제로(0)’였어요. 그때 명예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전자상거래 창업설명회를 열었어요. 이들에게 영업에 대한 개념에서부터 노하우, 사이버결제 등을 일러줬더니 먹히더군요. 없는 시장을 만든 거죠.”



AMD코리아를 고속성장시킨 주인공도 박 대표다. AMD코리아는 그가 지사장으로 있는 동안 4배 성장했다. 2007년 레노버가 그를 기업영업 부문의 구원투수로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델에 있을 때 같이 일했던 AP(아시아 태평양)대표가 레노버로 옮기면서 함께 일하자고 제의했다”며 “레노버의 가능성을 보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요. 레노버의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죠. 하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봤어요.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고요.”



그는 먼저 데이터베이스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20%를 밑돌던 기업영업의 데이터베이스 정확도를 95%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총판에 전적으로 떠맡기는 ‘밀어내기식 판매’는 지양했다. 본사와 총판, 리셀러가 윈윈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과 지원을 늘렸다. 실제 구매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그는 삼성에서 익힌 영업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이라는 장점은 살렸다. 역할과 책임만 다를 뿐 수평적인 조직으로 키웠다. 성과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했고, 직원들과는 격의없는 대화로 소통했다. 이러한 영업 전략과 소통을 통해 그가 합류한 이후 레노버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인문학 분야 고전, 경영에 많은 도움

그의 사무실 벽에는 ‘중석몰촉(中石沒鏃) 질풍경초(疾風勁草)’라고 써 놓은 커다란 액자가 걸려 있었다. 그의 경영철학이다. 중석몰촉은 정신을 집중해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질풍경초는 질풍에도 꺾이지 않는 굳센 풀이라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해도 뜻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사자성어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강건한 마음으로 우리의 진면목을 보여주자는 의미를 담은 겁니다.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A4용지에 인쇄를 해서 나눠줬어요. 그걸 본사에서 방문한 임원이 보곤 중국으로 돌아가 커다란 액자에 유명 서예가의 글을 받아 보내주더군요.”



그는 요즘 인문고전에 푹 빠져 있다. 1년에 10권씩 10년 동안 100권을 읽겠다는 목표다. 지금은 우정으로 유명한 관중과 포숙의 관중이 쓴 <관자>를 읽고 있다고 했다. 경영을 이해하려면 인문고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짧게는 100년, 길게는 2000년 된 인문고전에서 지혜를 구하는 그는 직원들과는 최신 대중가요로 소통한다. 그의 입에선 기자도 모르는 최신 가요가 술술 나왔다. 처음에는 입을 다물지 못했던 직원들도 이제는 그가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그리 놀라지는 않는다고.



한국 기업과 소비자 시장에서 레노버의 입지를 차근차근 넓혀 나가는 것이 그의 목표다. 박 대표는 “자기가 한 말에는 책임을 진다는 게 레노버 웨이”라며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한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치만 대표는 아무리 어려워도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Tip. 레노버는? 

중국의 삼성전자…세계 PC 시장 돌풍의 주역

레노버는 1984년 중국과학원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초기자본 20만위안으로 설립된 컴퓨터 회사다. 창립자 류촨즈는 당시 열 명의 동업자와 함께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1996년 중국 시장에서 최초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고, 2003년에는 ‘레전드’라는 기업 로고 대신 ‘레노버’라는 새로운 로고를 만들었다. 2005년에는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했다. 현재 160여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216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레노버는 중국의 삼성전자 격으로 세계로 도약하는 중국의 힘을 상징한다. 류촨즈 회장은 현재 레전드홀딩스 회장 직을 맡고 있다. 레전드홀딩스는 지주회사로, 그 밑에 주력사인 PC제조업체 레노버를 비롯해 5개의 자회사가 있다.

 

■ 박치만 대표는… 

1984년 삼성기술연구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으로 출발, 1999년까지 15년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이후 반도체 회사인 AMD코리아(2000년), 델인터내셔널(2003년), 와이즈테크놀러지(2005년)를 거쳤다. 2007년 한국레노버에 기업영업담당 지사장으로 영입됐으며, 200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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