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의 강점은 백화점식으로 다양하게 펀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종류의 펀드를 갖춰 놓고 있다. 어느 한곳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펀드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은 피델리티의 체계적인 조사(리서치센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하다. 전 세계 12개국 리서치 팀에서 전해오는 다양한 정보들이 피델리티를 세계 정상급 펀드운용사로 키운 원동력이다.

“불황기 최고의 자산 투자 전략은

  

 펀드 ∙ 주식 분산하는 ‘멀티에셋’ 전략이죠”

피델리티는 지난 9월14일 사명을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에서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로 바꿨다. 아울러 수년째 사용해오던 피라미드 형태의 심벌도 영문 머리글자 에프(F)를 형상화시켜 재구성했다. 전 세계 주요 통화기호에서 사용되고 있는 더블 바를 그려 넣은 것도 새로운 시도다. 여기에는 한마디로 ‘피델리티의, 피델리티에 의한, 피델리티 고객을 위한’ 통화(돈)를 만들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피델리티는 1969년 설립 이래, 현재 전 세계 24개국에 지사를 둔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다. 직원 수는 5000여명이며 이들이 관리하는 고객 자산만 3122억원에 달한다. 계좌 수만 700만개다. 이들 자산은 현재 주식, 고정수익, 부동산, 자산배분 펀드 등 740여개 상품에 투자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5년 3월부터 펀드 운용, 판매를 시작해 현재 50여개 은행, 증권, 보험사를 판매 채널로 확보하고 있다. 순자산 기준 운용자산(일임계좌 포함)은 2011년 6월말 현재 48억달러에 이른다.



피델리티 자산운용의 마이클 리드(Michael Reed) 한국대표는 피델리티 내 몇 안 되는 아시아 통이다. 바트화 폭락으로 시작된 1997년 아시아 발 금융위기 때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아시아 한국사무소 대표를 맡으면서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은 그는 프랭클린 템플턴 투신운용 한국대표, 프랭클린 템플턴 시랜드 중국대표,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호주대표, 스탠다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 아시아대표를 거쳐 지난 2009년부터 피델리티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5년 프랭클린 템플턴 한국대표 이후 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여타 외국계 금융 최고경영자(CEO)보다 넓고 깊다. 최악이었던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어봐서인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능력도 탁월하다. 외국계 금융사 CEO로서 소위 ‘지옥’(경기 침체)을 통과한 것이 커다란 자산이 된 것이다.

97년 외환위기 때 한국과 첫 인연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현 상황이 이렇다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게 없습니다.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다면 저 자신이 아마 떼돈을 벌고 있을 테니까요(웃음). 다만 지금 혼란은 유럽의 정치인들이 그리스 문제에 정치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되레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고 있어요. 국고채, 은행채 등 채권과 달러, 엔화, 스위스 프랑과 같은 통화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저 개인적으로 봤을 땐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6~9개월 가량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저를 비롯해 모두가 경험한 것이 경기란 사이클 상 불황 뒤 호황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호황에 대비해 체력을 비축해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는 최근 급변하는 투자환경에서 자산을 현금, 채권, 주식 등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멀티 에셋(Multi Asset)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식 하나라도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원자재 등으로 얼마든지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분산을 통해 안정성에만 치중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위기가 기회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대표 상품으로 그가 꼽은 것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배당형 상품이다. 지금보다는 앞으로 성장성이 큰 기업의 배당 상품에 투자하면 배당수익은 물론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이익까지 거둘 수 있다. 또 주식과 투자성격이 반대인 채권도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채권 투자도 국고채 등의 안정추구형 상품부터 하이일드채권까지 다양하게 분산시켜 성장기에는 하이일드채권,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국고채의 비중을 늘려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것도 주문했다.



피델리티가 추구하는 펀드 운용 전략도 이와 비슷하다. 피델리티가 현재 국내 판매 중인 펀드는 30개(2011년 10월말 현재)다. 역외펀드까지 포함하면 77개로까지 넓어진다. 펀드 성격도 다양하다. 그만큼 분산투자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한국관련 투자 상품만 해도 성장형, 소형 가치주 등 다양합니다. 특히 저희가 요즘 많이 강조하고 있는 상품은 중국 소비시장이에요. 중국 경제가 조정기에 돌입했지만 소비재를 취급하는 내수주 주가는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게 이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 경제는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주도형으로 조금씩 바꿔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 내 소비와 관련된 종목이 인기를 끌 겁니다. 또 한국 베이비붐 세대들을 위한 월지급식 펀드도 우리가 주력할 상품입니다.”

중국 내수주 투자 펀드 유망

그 역시 개인적으로 이 같은 분산투자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투자처와 투자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산이 현재 부동산, 펀드, 채권 등에 분산돼 있으며 대체투자 상품인 롱-쇼트(매수-매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헤지펀드 상품) 헤지펀드에도 투자돼 있다고 말했다.  



“저는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독립재무설계사와 만나 제 재무상태를 점검하고 있어요. 만약 제가 단 한곳에도 투자하지 않고 오로지 현금만 보유한 상태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기본적으로 주식형 펀드에 분산투자할 겁니다. 한국 주식형 펀드를 비롯해 선진국, 이머징 마켓 등에 분산해 돈을 넣어뒀을 거예요. 채권까지 편입시킨다면 안정성과 수익성이 어느 정도 밸런스를 이뤘다고 볼 수 있죠. 여기에 프라이빗 에쿼티펀드와 헤지펀드, 원자재펀드까지 편입시켜 대체투자 효과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가령 경기가 불황이라서 금값이 오른다면 원자재 펀드에서 수익을 낼 것이고 국고채 수익도 좋아질 테죠. 이 같은 투자포트폴리오는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그는 “상승장을 예측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렵기 때문에 현금 보유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일정금액을 투자 상품에 예치시키고 난 나머지 현금은 일시가 아닌 분할납 형식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리드 대표는 특정 상품에 돈이 몰리는 이른바 ‘몰빵식’ 투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한곳에 자산을 집중시키기는 경향이 큰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는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인 거죠. 제가 한국에서 근무한 것은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중반, 그리고 지금까지 총 세 번인데요. 이 세 번 동안 한국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이나 의식수준은 정말 혁명적으로 바뀌었다고 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펀드라는 상품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변하지 않는 몇 가지를 지적한다면 우선 투자할 때 아직도 단기수익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펀드를 주, 월 단위로 평가하는데 이 같은 경우는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또 특정 상품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도 지적하고 싶네요. 이건 상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투자자금이 일시에 몰리다보니 생기는 거품입니다.”



리드 대표는 앞으로의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국을 이머징마켓(신흥경제국)으로 분류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게 리드 대표의 설명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경제 자체가 견고한 데다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로서 해당 분야의 1~3위를 휩쓸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다만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변동성이 큰 것에 대해서는 “한국 주식시장이 아시아에서 가장 개방적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기 불안기에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오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리드 대표는 “글로벌 자본의 입출입이 원활하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피지수 등락이 순전히 외부적인 요인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자산 변동성이 커져 선뜻 투자를 늘리지는 못해도 경기 불황의 끝이 어느 정도 보인다고 판단되면 가장 먼저 찾는 곳도 한국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먹튀 논란의 외국 투자금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리드 대표는 이를 핫머니(Hot Money)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이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한국에 투자됐다가 외부 불안요인이 커지면서 시장 개방성과 투명성이 뛰어난 한국시장에서 먼저 철수하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펀더멘털 견고한 한국, 아시아 최고 투자시장

 피델리티 자산운용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특징적인 상품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  리드 대표는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소비자에게 전해주는 데 있다”고 펀드 운용 철학을 설명했다. 



“우리는 저평가된 종목에 가치 투자하는 것이 운용 철학입니다. 이런 철학은 주식형이나 채권형 펀드에 공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모든 펀드에 적용시킨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면 이런 철학을 유지하려면 간혹 시장 상황과 반대로 가야 하는 전략을 펴야 할 때도 생기거든요. 가령 저희가 주목하는 A라는 종목이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수익률이 낮지만 2~3년 후를 생각하고 결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나 애널리스트들도 이 같은 일관된 철학으로 종목을 분석하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까지 피델리티는 역외펀드(Off shore fund)에 절대 강자로 불렸다. 역외펀드란 해외 운용사가 해외에서 설정해 운용하는 펀드로 1990년대 중반 무렵 국내에서 소개돼 글로벌 펀드 자산운용사들의 주 수익원이었다. 2007년 4월에는 시장 규모가 14조원으로 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2007년 6월 정부가 해외펀드에만 비과세 혜택을 주고 역외펀드에는 과세하면서 지금은 시장 규모가 크게 위축됐다.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의 조세정책은 단기적인 측면에서 운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지금도 일부 상품의 경우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데, 이런 것들이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일본,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에 투자할 때는 과세되고 있고 한국 주식형 펀드는 그렇지 않다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형 펀드가 투자매력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거든요. 실제 시장은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제가 알기로 이 제도가 지난 2004년 증시를 부양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7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똑같은 채권형 펀드는 세금이 과세되고 있거든요. 저는 한국정부가 장기투자자들에게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게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입니다.”

 

■  마이클 리드 대표는 … 

1997년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한국사무소 대표로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어 2000년 프랭클린 템플턴 투신운용 한국대표, 2003년 프랭클린 템플턴 시랜드 중국(조인트벤처) 대표, 2004년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호주 대표 등 주로 아시아에서 활동했다. 2005년 스탠다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 아시아대표를 역임한 뒤  2009년부터 피델리티 자산운용 한국대표를 맡고 있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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