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한국의 택견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번 등재는 중국 ‘쿵후’를 제치고 세계 전통무예 중 가장 먼저 세계무형문화유산 자리에 오른 것이라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온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가운데 대한택견연명 이사로 재직하며 택견 전파에 힘써온 CEO가 있어 눈길을 끈다. 비파괴검사업체 한솔검사엔지니어링의 박정우 대표다. 그간 택견을 알리기 위해, 회사를 키우기 위해 힘찬 발차기를 날려온 그를 만나봤다.

“택견은 부드러운 제압의 무예

      

 CEO들에게 제격이죠”

 “익크! 에크!” 친숙한 기합 소리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택견에 대해 잘 모른다. 택견은 율동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면서도 박력 있는 무예다. 실제로 택견 동작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힘이 넘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땅을 박차고 하늘을 날아오른다는 게 바로 이런 건가 싶을 정도다. 박정우 대표는 “택견은 상대방을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발등이나 손등을 사용해 제압하는 맨손무술로, 상호 존중의 정신이 깃든 상생의 무예”라고 설명했다.

박정우 대표는 택견 공인 5단이다. 택견은 수련 정도에 따라 무품, 8품~1품, 초단~9단까지 18품계로 나뉜다. 9단이 최고 고수이며 5단은 15년 이상 수련해야 딸 수 있는 등급이다.

대한택견연맹 이사 맡아 택견 전파 앞장

“예전에는 택견이 ‘투견’ 싸움인 줄 알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습니다. 그러나 택견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동네에서 누구나 즐기는 생활체육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일본강점기 시절 일제의 억압으로 맥이 끊겼죠. 이 때문에 그간 저를 비롯해 대한택견연맹은 택견을 국민생활체육으로 활성화시키는 일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했습니다. 회장님과 함께 전국을 다니며 시연도 하고 택견 시합 심사에도 참여하며 택견을 널리 알려왔죠. 한 번은 저희 회사 직원이 TV에서 택견 심사를 보는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전화한 적도 있습니다(웃음).”

박 대표는 평소 스키, 골프,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다. 그런 그가 택견을 시작한 것은 가장 한국적인 운동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꼽는 택견의 가장 큰 매력은 ‘겨루기’다.

“택견의 꽃은 ‘겨루기’라 할 수 있습니다. 택견은 배운 동작을 점검하기 위해 상대방과 실력을 겨루는데 먼저 바닥에 손을 댄다든지, 허리 이상을 가격해 휘청거리는 정도로 승부를 가립니다. 또한 시합 시 뒤로 2걸음 이상 물러나면 안 됩니다. 오직 앞으로만 가야 하기 때문에 3분 내로 단박에 승부가 나는 짜릿한 재미가 있죠.”

1993년 택견에 입문한 후 그는 택견에 푹 빠져 지냈다. 처음 배울 때는 걷기도 힘들 정도로 온 몸이 아팠지만 매일 새벽마다 1시간30분씩 택견을 배우고 회사로 출근했다. 당시 그는 현대중공업을 박차고 나와 서울 사당동의 한 비파괴검사업체에 다니고 있었다. 비파괴검사는 각종 건설현장에서 초음파, 방사선 등을 이용해 철골이나 배관 등의 균열, 이물질 등을 검사하는 일을 말한다. 택견으로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다진 그는 2년 후 비파괴검사 전문회사 ‘한솔검사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사업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택견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 줬다.

“일하다가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택견으로 풀곤 했습니다. 택견은 정신 수련에도 탁월하지만 건강 유지에도 효과적입니다. 능청거리고 굼실거리는 동작이 특징이기 때문에 관절이나 허리 유연성이 좋아집니다. 택견을 오래 하다 보니 제 나이 지금 52살인데 배가 안 나오고, 다리도 일자로 펴질 정도로 몸이 유연합니다.”



- 박 대표가 고려시대 무사들의 덧옷인 ‘철릭’을 모티브로 만든 택견복을 입고 시연하고 있다.

정신수련과 건강유지에 탁월한 효과

현재 한솔검사엔지니어링은 직원수 113명, 연매출 51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국 7곳에 사업장을 운영 중이며 울산 SK에너지 공장과 13년째 거래해오고 있는 등 탄탄한 사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사업 확장을 위해 바쁜 와중에도 택견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대한택견연맹에서 생활체육으로 권장하는 최소 운동량 ‘7330’을 충실히 지킨다. 7330은 ‘일주일(7)에 세 번(3), 매번 30분’의 줄임말이다.

“요즘에는 근처에 택견 전수관이 없어 집에서 혼자 연습합니다. ‘연단18수’, ‘본때뵈기’ 등 택견의 기본 동작들을 30분 이상 수련하죠. 택견은 모든 동작이 직선이 아니라 원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방안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택견은 무예이면서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이다. 전국 주요 도시에 마련된 200여개소의 택견 전수관에서 배울 수 있으며 1인 회비 200만원만 내면 평생 이용 가능하다.

“택견은 6세부터 100세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운동입니다. 나이든 사람의 경우 오히려 관절과 허리 유연성이 좋아지고 ‘익크 에크’ 하는 기합은 단전호흡에도 도움이 됩니다. 과거 택견을 우스꽝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으나 이번에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로 위상이 달라져 몹시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택견을 계속하며 세계로 알릴 것입니다.”

이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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