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 하면 금세 떠오르는 회사가 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주인공이다. 인터브랜드가 ‘세계 100대 브랜드’를 발표할 때면 기업 종사자는 물론이고 언론과 일반인들도 큰 관심을 나타낸다. 오늘날 브랜드가 갖는 힘이 얼마나 크고 광범위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브랜드는 한국에서도 브랜드 컨설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문지훈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대표를 만나 브랜드 세계를 들여다봤다.

기아차 브랜드 약진 인상적…아모레퍼시픽 글로벌 브랜드 잠재력

인터브랜드의 ‘세계 100대 브랜드’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해외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거두면서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5대륙에서 모두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만을 브랜드 가치평가 대상으로 삼는다. 가령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GM의 경우는 북미시장 판매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평가 대상에 들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가치평가 대상 기업은 해마다 숫자가 다소 변하지만 대략 150~160개가량이라고 한다. 비록 세계 100대 브랜드에 들지 못하더라도 일단 가치평가 리스트에 오르는 것만으로 글로벌 기업의 증서를 받는 셈이다.



인터브랜드는 1980년대 말부터 세계 100대 브랜드를 발표해왔는데, 이제 지구촌에서 가장 많이 참고하고 신뢰하는 ‘톱3 기업 보고서’의 명성을 얻고 있다. 문지훈 대표의 말이다.



“브랜드 가치평가에 관한 한 가장 널리 통용될 뿐 아니라 가장 공신력 있는 모델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세계 100대 브랜드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인터브랜드를 브랜드 가치평가 전문업체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주력사업은 브랜드 컨설팅인데 말이죠(웃음). 어쨌든 세계 100대 브랜드를 통해 인터브랜드도 ‘마케팅 기회’를 살렸던 셈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세계 100대 브랜드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영예의 주역들이다. 2010년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19위, 현대차는 65위에 올랐다. 두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11%, 현대차는 9%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두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각각 194억9100만 달러, 50억3300만 달러에 달했다.



지금이야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는 한국 기업들이 여럿 되지만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선진국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에 코웃음을 쳤다. 문 대표는 유학 시절의 경험을 들려줬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현대차 ‘엑셀’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 엑셀은 도로에서 쉽게 볼 수도 없었지만 대체로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타더군요. ‘엑셀을 타느니 차라리 안 타고 말지’ 하는 게 미국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었지요.”



그런 엑셀을 만들어 팔던 현대차가 불과 10여 년 만에 세계 자동차 시장 톱5 업체로 부상했다. 자동차 브랜드의 격전장인 미국 시장에서도 성능, 품질, 디자인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는 셈이다. 특히 브랜드 가치가 쉽게 변하지 않는 자동차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이루고 있는 성과는 더욱 놀랍다는 게 문 대표의 지적이다.

현대차그룹 브랜드 가치 제고 ‘올인’

과연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 급상승 비결은 뭘까? 문 대표는 전사적인 ‘커미트먼트(Commitment: 전념, 헌신)’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기아차를 보면 브랜드 가치 제고에 대한 ‘커미트먼트 레벨’이 엄청납니다. 오너부터 임직원까지 한결같이 그래요. 가령 우리는 도요타를 넘을 수 있다, 이런 믿음을 갖고 혼신을 다하는 거죠. 현대차그룹은 월드컵 공식스폰서 등으로 나서면서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도 엄청나게 합니다. 무엇보다 브랜드 전략을 실천에 옮기는 강력한 실행력이 대단해요.”



문 대표는 최근 현대차가 전개하고 있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New Thinking New Possibility(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도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특한 외관과 디자인으로 시선을 집중시킨 비대칭 도어 차량 ‘벨로스터’를 예로 들었다. 벨로스터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에 걸맞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현대차의 의지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앞으로 현대차가 더욱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브랜드 전략을 추구할 것임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쌍두마차인 기아차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현대차보다 기아차의 약진이 더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할까?



“기아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요. ‘K5’, ‘K7’ 등으로 다이내믹하고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05년부터 ‘Power to Surprise(놀랄 만한 힘)’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앞세워 디자인경영을 강력하게 추진한 것이 원동력이었다고 봅니다. 꾸준히 브랜드 관리를 잘해나가면 세계 톱5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여기에는 별다른 이론(異論)이 없을 것 같다. 문 대표는 삼성전자가 단연 최고라고 평가한다. 사실 현재 삼성전자의 위상이 모든 걸 설명해준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관리를 아주 잘합니다.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쓰지요. 다만 워낙 거대기업이다 보니 유연성이 다소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그렇다면 삼성, 현대차, LG 등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바통을 이어받을 만한 토종 브랜드는 없을까? 문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그의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방화장품 같은 독특함과 제품력이 돋보입니다. 중국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 가보니 ‘시세이도’ 같은 세계적 브랜드와 별 차이가 없는 대접을 받더군요.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는 움직임도 주목할 대목이죠. 제가 보기에 아모레퍼시픽은 5, 6년 정도 지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넥스트 빅 브랜드(Next Big Brand)’가 될 잠재력이 있습니다.”



인터브랜드 한국법인은 1994년 설립됐다. 2000년대 초부터 인터브랜드 본사에서 투자를 늘리면서 본격적인 성장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 덕에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매년 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달할 만큼 호실적을 구가하고 있다. 물론 국내 브랜드 컨설팅 시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인터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보니 많은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의뢰를 해온다. 국내 50대 기업을 비롯해 웬만한 대기업은 모두 인터브랜드 한국법인의 고객사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브랜드에 관한 모든 것’이다. 브랜드 전략, 브랜드 가치평가, 브랜드 분석, 브랜드 디자인, 브랜드 네이밍(Naming) 등 브랜드의 전 영역에 걸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인터브랜드의 사업구조를 ‘Create(창조), Manage(관리), Evaluate(평가)’의 세 가지 영어단어로 함축해 설명했다.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나면 이름을 짓고 디자인 작업을 거쳐 브랜드가 창출되죠. 그런 다음에는 고객사 내·외부에 브랜드가 잘 착근되도록 관리가 필요합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브랜드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평가를 하게 되죠. 여기서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브랜드 전략 단계로 돌아갑니다. 브랜드와 관련된 작업들이 순환구조로 연결돼 있는 셈이죠.”



브랜드 컨설팅 시장의 고객은 크게 B2C 기업과 B2B 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 B2C 기업의 수요가 훨씬 크다. B2C 고객과 B2B 고객의 시장 비율은 대략 80대20 정도라고 한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B2B 고객들이 앞으로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 대표의 설명이다.



“B2B 기업들은 주로 ‘인간관계’에 의해 거래를 성사시키죠. 하지만 이런 마케팅 방식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취약성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파워풀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B2B 기업들은 굳이 면대면 접촉에 의지할 필요가 없죠. 가만히 있어도 고객사가 명성을 신뢰해 찾게 될뿐더러 한번 거래관계가 성립되면 장기간 확고하게 이어질 수 있거든요. 우리는 향후 B2B 기업에 대한 브랜드 컨설팅에 역점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진 브랜드

‘브랜드는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Brands have the power to change the world).’ 인터브랜드의 비전이다. 브랜드가 가진 힘을 매우 강력하고 명쾌하게 나타낸 슬로건이라는 느낌이다. 문 대표는 처음 이 비전을 접하고는 곧바로 매료됐다고 한다. 그가 고객사의 의뢰를 받으면 맨 먼저 그 회사의 비전부터 알아보는 습관이 생긴 것도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애플을 한번 보세요.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혁신적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세상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바꿔놓고 있잖아요. 사람들이 애플 제품에 환호하는 데는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작용합니다.”



애플, 루이비통, 나이키 등 파워풀한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문 대표는 그것을 ‘정체성, 일관성, 유연성’의 3가지로 정리한다. “명확한 브랜드 전략(정체성)을 세우고, 브랜드를 일관되게 알리는 전략(일관성)을 쓰고, 일관된 이미지 안에서 제품 개발에 변화(유연성)를 주는 것이 모든 성공한 브랜드에서 찾을 수 있는 특징입니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급변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역동성과 끊임없는 기술혁신 때문에 모든 게 빨리 변한다. 덩달아 소비자 니즈도 점점 더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항상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셈이다. 그 덕분에 브랜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오늘날 같은 시대에 기업이 취할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시장의 니즈에 맞춰 계속 제품과 서비스를 바꿔나가는 겁니다. 그러려면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야 하죠. 또 하나는 브랜드예요. 브랜드는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지만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고 기존 고객을 붙잡아두는 기능을 합니다. 힘있는 브랜드만 갖고 있으면 시장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에 투자하고 키워가야 하는 분명한 이유죠.”

 

  Tip. 인터브랜드는… 

인터브랜드는 세계 최대의 브랜드 컨설팅업체로 전 세계 26개국에 40개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74년 런던에서 설립됐으며 현재 본사는 뉴욕에 있다. 코카콜라, 소니, BMW 등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에 관련된 수많은 브랜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1994년 설립된 인터브랜드 한국법인은 인터브랜드가 보유한 브랜딩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KB금융그룹, GS그룹, 포스코, KT,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브랜드 컨설팅을 맡아왔다. 인터브랜드 한국법인은 한국 시장에 기반을 두고 세계 수준의 브랜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회사라는 평가다.

 

  Tip.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가치평가 방법론 

브랜드 가치평가는 복잡한 방법론을 필요로 한다. 브랜드라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측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자산에 가치를 매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떤 기업의 재무성과(Financial Performance), 브랜드 역할(Role of Brand), 브랜드 강도(Brand Strength) 등 3가지 요소를 분석·합산해 화폐 단위로 산출한다고 할 수 있다.

 

■ 문지훈 대표는 … 

1972년생, 미시간주립대 마케팅 전공, 리서치 인터내셔널,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상무, 인터브랜드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 평가위원,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