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자산운용은 캡티브(전속)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도 중소형 펀드 부문에서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펀드계 히든 챔피언(강소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 펀드인 유리스몰뷰티캡은 지난 2004년 설정 이후 꾸준하게 몸집을 불려 지금(2011년 8월말 기준)은 수탁고 908억원의 국가대표급 중소형 주식형 펀드로 자리잡았다. 물론 운용실적도 화려하다. 이같은 선전이 가능했던 것은 기업 가치 분석의 기본인 펀더멘털에 입각해 중장기로 주식을 운용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주식운용의 기본을 충실히 지켰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는 국내 자산운용업 현실상 말처럼 쉽지 않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기까지는 국내 자산운용업계 전설로 통하는 박종규 대표의 고집스런 운용 철학이 일선 펀드매니저들과 조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폭락장에서도 무조건 수익 내야 

   

진짜 베스트 펀드매니저라 할 수 있죠”

펀더멘털 입각 ‘정석투자’…중소형 펀드 부문서 독보적 아성 구축

 ‘한국의 앤서니 볼턴’(전설적인 영국계 펀드매니저)으로 불리는 박종규 유리자산운용 대표는 1991년 펀드매니저 사관학교로 불리던 한국투자신탁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숱한 진기록을 만든 국내 1세대 스타 펀드매니저다. 1992~1994년 한국투자신탁에서 3년 평균 운용 수익률 1위를 기록했던 그는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7~1998년 2년 연속 수익률 1위에 올라 투자신탁협회(현 금융투자협회)로부터 펀드 수익률 1위 매니저에 오르기도 했다. LG투신으로 옮긴 후 ‘LG트윈스챌린지1호’를 운용해 최단기 수익률 100% 돌파 기록을 세운 박 대표는 메리츠투자자문과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 대표를 거쳐 지난해 9월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가 유리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기자 시장의 관심은 중소형주 펀드 쪽 이미지가 강했던 유리자산운용이 어떻게 변신할지였다. 부임하기 전까지 유리자산운용은 인덱스펀드와 같은 패시브형 펀드와 유리스몰뷰티캡으로 대표되는 중소형주 펀드에 치중해 있었다. 물론 이들 펀드의 운용 실적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었지만 한쪽 이미지에 편중돼 있다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이 때문에 그는 대표이사에 취임하자마자 중소형 펀드의 강점은 더 살리되 대형주 중심의 주식운용 역량을 강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에 착수했다. 이렇게 출시된 것이 10~20개 대형핵심 종목에 압축 투자하는 슈퍼뷰티펀드다. 이 펀드는 향후 2~3년간 시장 상승을 주도할 10~20개 안팎의 핵심 종목을 발굴해 집중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서 펀드가 중시하는 것은 종목 발굴 기준이 시가총액이 아닌 상승 여력이 높은 종목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압축펀드들이 시가총액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비해 이 펀드는 철저히 저평가된 종목 우선이다. 



또 유리자산운용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그룹주 레버리지펀드인 ‘유리 3대그룹대표 1.5배 레버리지 증권펀드’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삼성, 범LG, 범현대그룹 계열사 중 대표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MKF3대그룹대표주지수 일일등락률의 1.5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다. 2년 만기의 단위형, 목표전환형 상품으로 구성됐다. 특히 펀드 설정 후 12%의 목표수익률 달성 시(Class A 기준) 채권형으로 전환해 만기 시까지 수익을 보존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대표펀드인 유리스몰뷰티캡의 실적도 뛰어나다. 지난 2004년 8월 출시 이후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올 8월말 기준 1년 전 대비 수익률이 29.66%였으며 연초대비 수익률은 10.95%다. 이 펀드는 성장성이 우수한 중소형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중소형주는 전형적인 고수익 고위험 투자다.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 동안 대형주는 104.0%(연 6.7%) 상승했지만 중소형주는 상승률이 126%(연 7.7%)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적 부침이 심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함께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운용사 내공이 성공, 실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다. 비결이 궁금했다. 박 대표는 유리자산운용의 중소형주 운용 강점을 현장 방문을 토대로 한 심층적인 조사에서 찾았다. 

실적은 물론 CEO경영철학까지 따져

“우리 하우스(유리자산운용)는 실적만 갖고 기업 가치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꾸준히 기업을 방문해 실적 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 CEO(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까지도 따지죠. 결국 중소형주는 해당 기업과 얼마나 긴밀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지난 2004년부터 펀드를 운용해온 데다 실적도 좋게 나오다보니 우량 중소형주에 대한 정보가 많이 축적된 것이 좋은 수익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스타 펀드매니저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빨리 선점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보였기 때문이다.



“1991~1992년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졌을 때 한국투자신탁에서 처음 조사 업무를 맡았어요. 당시 처음 외국인 주식투자가 허용됐는데 가만히 보니 외국인들이 삼성, 현대와 같은 대형 그룹 계열사 주식이 아니라 한국이동통신, BYC와 같은 내수주를 쓸어 담고 있더라고요. 왜 그럴까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들 기업은 지배구조와 비즈니스 전략이 굉장히 심플(단순)했어요. 저PER(주가수익비율)인 데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이었죠. 주식 투자에 있어서 기업 가치는 이렇게 따져야 하는지를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러고 보면 당시 내수 중소형주 중에서는 알토란 같은 기업이 참 많았던 거 같습니다.”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을 고른 데다 1993년 정부의 증시부양책까지 발표되면서 수익률은 급상승했다. 지금도 펀드업계 전설로 통하는 박 대표의 설정 45일만의 20% 수익률은 이같은 안팎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박 대표가 근무할 당시 한국투자신탁은 국내 펀드업계 산실로 통했다. 1세대 스타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김석규 GS자산운용 사장과 강신우 한화투신운용 사장은 그의 입사 후배였으며 한국투자자산운용 CIO(최고운용자) 김영일 전무는 그가 팀장 시절 함께 일했던 팀원이었다. 재야 고수 김종철씨와 권남학 케이원투자자문 대표, 오성식 프랭클린템플턴 최고운용자도 그와 함께 초창기 국내 펀드 역사를 써내려간 펀드매니저들이다.



“펀드 운용에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진정한 펀드매니저라면 반드시 절대수익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시장이 침체돼 펀드 수익률이 어쩔 수 없이 빠졌다는 것을 당연시해서는 절대로 안돼요. 하락장에서도 고객 자산은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을 하나의 종교적 신념으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안되면 현금 보유를 늘려서라도 말이죠.”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운용업계 순매수 지침을 내렸다. 경기가 어려우니 주식을 팔지 말고 무조건 사들여 주가 추락을 방어하라는 뜻이었다. 관치금융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로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힘들다. 그러나 당시 박 대표는 매도 원칙을 고수해 수익률 하락을 지켜낼 수 있었다. 



유리자산운용은 철저히 가치주 중심의 운용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가치주는 무엇일까.



“가치주 기준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저는 해당 기업의 미래 가치를 중요시하는 편이에요. 예컨대 여기 성장하고 있는 한 기업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럴 때 주식 투자자들은 그 기업이 경기순환 사이클상 성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업성과가 좋은 것인지 판별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시장지배력까지 뛰어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LG화학이나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에서도 시장지배력을 키우고 있는 기업이에요.”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 매수 1순위

투자강연회를 통해 고객에게 주식투자 지식을 나누는 것도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일이다. 주식시장이 널뛰기 장세를 기록하자 그를 찾는 곳도 많아졌다. 지난해 말 그는 강연회마다 “2011년에는 미니버블로 주가가 약간 내려갈 것”으로 예견했었다. 당시는 주가가 코스피 기준 2400선을 뚫고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이 줄을 잇던 시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니버블과 주가하락을 전망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지난 20년간 쌓은 펀드매니저의 명성을 한꺼번에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예견은 적중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컸던 게 이유였던 거 같아요. 저는 올해 미국 경기가 그다지 빨리 살아날 것으로 보지 않았거든요. 시장의 기대만큼 결과가 뒤따르지 않으면 주가는 떨어진다는 주식투자의 기본을 잘 보여준 예였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 것이냐가 문제인데, 저는 시장을 지나치게 이벤트 위주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부침이 있겠지만 올 연말 주가는 코스피 기준 1600~1900선에서 왔다 갔다 할 겁니다.”



박 대표는 신흥시장의 경제성장 기조가 워낙 견고하다는 것을 이유로 더블 딥과 같은 급격한 하락이 발생하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수출기업들이 주도주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특히 그가 주목한 곳은 중국, 구체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이다. 



“저는 중국 내수시장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집중된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해 세계경제 성장의 3분의 1을 중국이 주도했어요.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선진국 수출비중이 20%인데 이머징 국가들의 비중은 50%가 넘었어요. 특히 중국이 우리 수출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면서 중소형주라면 성장속도는 더욱 클 겁니다. 가령 YG1이라는 기업이 있어요. 이 회사는 워런 버핏이 인수하려고 한 절삭공구 소모품 회사예요. 사업구조 특성상 경기 민감도가 덜하죠. 코스맥스라는 기업은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서 중국에 내다파는 화장품을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방식으로 만드는 기업이에요.”



박 대표는 “차별화된 펀드 구성과 운용으로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대명사로 자리잡는 것”을 최종 목표로 세웠다. 투자유망한 중소형 가치주를 발굴해내듯 젊고 유망한 펀드매니저를 찾아내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숙제다.



“안정적인 펀드 운용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제가 투자설명회 때마다 강조하는 점이 목표수익률을 낮추라는 거예요. 솔직히 우리 경제는 당분간 5% 이하로 저성장할 겁니다. 채권금리는 3~4%고 부동산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주식으로 연간 10% 이상씩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기대수익률만 낮추면 유망종목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향할 때 주가는 가장 많이 뛰었거든요. 장기적으로 우리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습니다. 중국 경제를 달리는 호랑이로 비유한다면 우리는 그 등에 타고 있는 겁니다. 저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이같은 점을 펀드매니저들에게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  박종규 대표는 … 

1957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80년 부산대 행정학과, 82년 부산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그해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했다. 90년부터 9년간 한국투자신탁 펀드매니저로 일한 뒤 99년 LG투신 주식운용팀 부장을 거쳐 2000년 메리츠투자자문 사장, 2007년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 사장을 역임했다. 부국증권 계열사인 유리자산운용 대표로는 지난해 9월 취임했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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