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회계·컨설팅업체들에게는 외국계 기업들도 중요한 고객이다.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크게 늘면서 관련 비즈니스는 꾸준한 성장세다. 이런 가운데 KPMG삼정회계법인은 일본 기업만을 전담하는 ‘일본사업본부’를 운영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국내 회계·컨설팅업체 가운데 일본 기업에 특화된 별도 조직을 갖춘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학률 KPMG삼정회계법인 일본사업본부 본부장을 만나 일본 기업들의 한국 진출 동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류 열풍 산업계도 옮겨 붙어

    

일본 기업들 한국 진출 러시”

대지진 등 내부 악재도 영향…‘탈 일본’ 유력 거점으로 한국 부각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라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다. 일본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2010년 기준 한·일 양국의 교역 규모는 약 924억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일본의 세 번째 교역 상대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기도 하다.



한·일 양국의 경제적 긴밀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로 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를 들 수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일본은 한국에 19억3400만달러를 신규 투자해 영국(19억5000만달러)과 근소한 차이로 2위 투자국의 자리를 차지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투자 규모는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에 비해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일본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일본 기업들의 한국 현지법인 설립과 관련된 저희 업무가 많이 증가한 데서도 알 수 있어요. 최근 한국에 진출하는 일본 기업들은 대개 5가지 업종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첨단부품·소재, 석유화학, 연구소 및 데이터센터, 자동차부품, 소비재 등이죠.”



일본 기업들의 한국 진출 증가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한국 시장 특유의 장점이 매력 요소로 작용한다. 가령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한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면 경쟁력의 두 축인 원가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을 균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한국은 원가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리고, 기술경쟁력에서는 일본에 뒤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둘 다 고루 일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 기업들은 바로 그런 점에서 한국을 전략적 가치가 높은 투자처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이 보기에 한국의 매력은 그뿐만이 아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투자환경도 안정적이며 회사 운영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도 일본에 비해 저렴하다. 또한 일본과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다 세계 시장에서 톱 플레이어(Top Player)로 인정받는 기업들도 여럿 있다. 게다가 일본과 달리 한국은 EU 등 여러 경제권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즉 한국을 우회 거점으로 삼아 해외 시장을 개척할 경우에 이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특히 “도전적이고 역동적인 문화와 고급인력 풀(Pool)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한국의 단점도 없지 않다. 노사문제, 한·일간 기업문화 차이, 남북대치 상황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 과거사에서 비롯된 미묘한 양국 관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른바 ‘한류’ 열풍 덕에 그간 존재했던 한국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 시각도 상당 부분 씻겨나가고 있다고 한다.



- KPMG삼정회계법인 일본사업본부 핵심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포즈를 잡았다. 왼쪽부터 지일진 상무, 이학률 본부장, 김철 상무, 정창길 상무.

한국 대표 기업들의 ‘자석 효과’도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한국 간판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이들 3사는 막대한 양의 소재·부품을 일본 기업으로부터 조달한다. 그러다 보니 3사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현지법인과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본 기업들의 한국 현지화가 가속화됐다고 한다. 세계 시장에서 유력한 ‘갑(甲)’으로 도약한 한국 기업들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사회의 내부적 요인들도 자국 기업들의 한국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기업 경영환경이 ‘악재 투성이’라는 점이 가까운 한국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이학률 본부장의 설명이다.



“일본 경제는 내수 비중이 70% 이상입니다. 그런데 내수 시장이 장기침체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해외 진출 욕구가 오랫동안 쌓여왔어요.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던 거죠.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구조적으로 의사결정이 매우 더뎌 해외 진출 결단을 쉽게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파가 덮치면서 글로벌화의 물꼬가 일시에 터졌어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해외 진출의 유력한 거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겁니다.”



현재 일본의 전반적인 경제환경은 자국 기업들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오랜 경기침체의 터널에 갇힌 내수 산업은 수요 부진으로 고민하는 데다 나날이 치솟는 ‘엔고’ 때문에 수출 산업도 채산성 및 가격경쟁력 약화 등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여기에다 동일본 대지진은 설상가상의 결정타를 날린 격이다. 전력공급 제한과 전기요금 부담 상승으로 대부분 기업이 경영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생산 기반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탈(脫) 일본’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KPMG삼정회계법인 일본사업본부의 고객사는 170여개에 달한다. 상당수가 일본을 대표하는 쟁쟁한 기업들이다. 아사히글라스, 일본전기초자(이상 세계 2, 3위 LCD 유리기판업체), 혼다(일본 2위 자동차업체), 니토덴코, 스미토모화학(이상 세계 1, 3위 편광필름업체) 등 각 업종의 일류기업들이 KPMG삼정회계법인의 고객 명단에 올라 있다. 이밖에 일반 소비자들도 친숙한 유니클로(의류), 시세이도(화장품) 같은 소비재 기업과 이승엽, 박찬호 선수가 소속된 프로야구단을 소유한 오릭스도 고객사다.



KPMG삼정회계법인 일본사업본부는 회계감사, 세무 서비스, 법인설립 자문, M&A 자문 등 일본 고객사들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본부장은 “일본사업본부는 회계법인 내의 회계법인”이라고 말한다. 즉 일본 기업들을 위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서비스에는 어떤 게 있을까? 이 본부장에 따르면 뜻밖에도 한국 주식시장 상장(IPO: 기업공개)에 관한 컨설팅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상장 여건 악화가 한 원인이다. 2010년 일본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고작 22개에 불과했다. 같은 해 한국 증시에 100개 가까운 기업이 새로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숫자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된 데다 한국 증시의 성장성이 일본보다 좋다는 점이 일본 기업들의 한국 IPO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증시 글로벌화를 위해 외국 기업 유치 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지요. 일본사업본부에서는 지금 일본 기업 3곳의 한국 IPO 관련 업무를 진행 중입니다. 향후 일본 기업이 한국 증시에 상장하고 반대로 한국 기업이 일본 증시에 상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한·일 자본시장 교류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겁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업체에 대한 M&A 자문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고객은 주로 일본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다. 이들은 한류 콘텐츠를 안정적·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아예 한류의 본산을 접수하려고 나선 것이다. 이미 성사된 M&A도 여러 건 있다는 귀띔이다. 일본 대중문화 시장에서 한류 파워가 엄청나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한류 기업’ M&A 수요도 늘어나

“일본의 한류 붐은 처음에 중년여성 계층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세대로 확산된 상황입니다. 한번은 어느 호텔에서 열린 일본 기업의 송년회에 가본 적이 있는데 여직원 수십 명이 ‘소녀시대’ 노래 ‘지(GEE)’의 안무를 재현하고 다른 직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하더군요. 이제 한류스타 퍼포먼스를 하지 않으면 송년회도 아니라는 말을 할 정도예요. 그만큼 한류는 일본 국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밖에 외국인 전용공단을 비롯한 부동산 취득 자문, 이전가격(移轉價格: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 간에 원재료, 제품, 용역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가격) 세제에 관한 자문,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컨설팅 등도 일본 기업의 니즈가 증가하는 분야라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한·일 양국의 교역량이 늘고 일본 기업의 한국 현지법인 설립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 수요가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KPMG삼정회계법인 일본사업본부는 한국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돕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으로 작은 편이다.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이 그리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이미 일본 진출을 완료하고 현지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최근 몇몇 국내 기업들에게 일본 기업 M&A와 관련한 자문을 수행하고 있기는 하다. 주로 2차전지, 태양광발전, 핵심부품 분야의 기업들이 M&A 후보 리스트에 올라 있다. 다만 일본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외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인수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일본 시장은 ‘콧대’가 높기로 유명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이 아주 견고하다. 대표적인 게 일본인들의 자국산 상품 우월주의다. 일본의 제조업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 국민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외국산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빅5’로 도약한 현대자동차조차도 일본 시장에서는 고작 1만5000여대를 팔고 결국 철수했을 정도다.



다만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은 청신호다. 한국산 막걸리, 화장품이 큰 인기를 얻은 데 이어 스마트폰, TV 등 전자제품도 일본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다소 섣부르지만 한류 열풍이 일본 대중문화 시장을 벗어나 소비재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 본부장의 말이다.



“일본 시장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요즘 한국에 대해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좋은 친구가 옆에 있었네’라고 말합니다. 한류 열풍 덕에 한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만들어진 거죠. 이제 일본을 논할 때 한류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어떤 업종이든 일본 진출에 성공하려면 ‘한류 마케팅’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또 일본이 잘하는 업종을 피해 우리가 잘하는 게임, 애니메이션 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아가 삼성 스마트폰처럼 탁월한 하이테크 제품이나 일본 소비자들의 수요에 적극 부응하는 제품을 내놓는 것도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Tip. KPMG삼정회계법인 일본사업본부는… 

한국 진출한 일본 기업의 ‘최적 파트너’

KPMG삼정회계법인 일본사업본부는 회계감사, 세무 서비스, 아웃소싱(세무, 회계, 인사 업무 등), 현지법인 설립 자문, M&A 자문 등 일본 기업의 니즈를 한자리에서 해결해주는 원스톱 서비스 체제를 갖추고 있다. ‘회계법인 내의 회계법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인회계사 등 75명의 분야별 전문가들로 이뤄져 있다. 특히 국내 회계법인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인 회계사, 세무사, 이전가격 전문가, 통·번역가를 ‘풀 패키지’로 두고 있다. 따라서 일본 기업들에게 완벽한 퀄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그뿐 아니라 일본 주재 경험이 풍부하고 비즈니스 일본어를 구사하는 인력이 30명을 넘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업무처리가 매우 원활하게 이뤄진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국내 회계법인 중 최초로 일본어 홈페이지(
http://jpn.kr.kpmg.com)를 운영하기 시작해 한국 투자 정보, 회계 및 세무 정보 등 일본 기업들에게 필요한 알짜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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