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SK카드가 국내 카드사를 다시 쓰고 있다. 지난해 2월 금융(하나금융그룹)과 통신(SK텔레콤)이라는 이종(異種) 영역에서 활동하던 두 회사가 만나 ‘모바일 카드’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실적도 뛰어나 하나SK카드는 창립 2년 만인 올해 흑자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반기 세후 당기순이익이 27억원을 달성한 것을 볼 때 지금 같은 기조라면 목표 달성은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카드업계로는 최단 기간인 22개월 만에 흑자를 내게 된다. 이같은 성장의 중심에는 이강태 사장이 있다. 이 사장은 지난 8월 10일 서울시 다동 하나SK카드 본사 사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모바일 시대에 카드회사는 단순한 금융사가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연구하고 그에 따른 편의를 제공하는 유통서비스 회사로 변신해야 한다”며 조만간 국내 카드업계에 대혁신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창립 2년 만에 흑자 ‘눈앞’… “정도 경영으로 승부한다” 

서울시 다동 하나SK카드 본사 1층 로비에는 ‘소통, 창의, 속도, 열정’이라는 하나SK카드 4대 핵심키워드가 커다랗게 걸려 있다. 하나SK카드는 이를 한 단어로 요약해 스마트 문화(Smart culture)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이강태 사장이 취임 직후 손수 만든 경영화두다. 이 4가지 핵심 키워드는 이 사장의 스피드 경영과 맥이 닿아 있다.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 사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은 시장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스피드’는 단순히 외형적인 성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게 하나SK카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보다 남이 가지 않은 신시장을 개척하자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카드사를 분사시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것과 달리 하나SK카드는 오히려 신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 기존 카드사와 같은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은 힘듭니다. 그럴 바에는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게 더 낫죠.”



대신 이 사장이 주목한 시장은 모바일 카드다. 근거리 무선통신(NFC)을 기반으로 한 전자지갑 시대를 대비, 모바일 카드 시장 분야에서 하나SK카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선두주자다. 오프라인이 기존 카드영업방식이라면 온라인은 모바일로 대표되는 e-카드인데 이 부분에서 하나SK카드의 실적은 단연 독보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7월 공식 론칭한 스마트폰 전용 모바일 카드 서비스 ‘터치(Touch)’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스마트폰에 저장한 뒤 일반 신용카드처럼 사용하는 방식인데 결제 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돼 사용이 편리한 것이 최대 장점이다. 터치 서비스에서는 현재 11번가, SK텔레콤의 초콜릿 등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티켓팅도 가능하다. 할인율도 5~60%로 일반 카드에 비해 높게 책정했다. 최근에는 티모넷과 제휴해 버스, 지하철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이마트에서 사용시 사용금액의 10% 할인(7월), 베니건스 30% 현장할인, 메가박스 50% 할인(8월) 이벤트도 실시했다. 고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지난 5월 NFC칩을 탑재한 스마트폰 삼성 갤러시S2가 국내 처음 출시되면서 7월 한 달 매출이 12억원으로 전달(5억원)보다 껑충 뛰어올랐다.



이 사장은 스마트폰, 태블릿PC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대에는 기존 업종을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성장을 가장 저해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에서 전자지갑 시대가 도래하면 금융과 통신이 직접 연결돼 카드사의 업무영역은 사실상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비전을 설명했다.



“제 카카오톡(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상태메세지가 뭔지 아세요? 바로 ‘플라스틱 카드가 없어지는 그날까지’예요. 가끔 주위에서 카드회사 사장이 플라스틱 카드가 없어지면 어떻게 장사할 거냐고 묻는데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할까요. 업(業)을 지킨다는 것이 과거의 관습과 전통 고수만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PC가 아닌 모바일 통신과 콘텐츠 비즈니스로 돈 벌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렇다고 지금 애플 내에서 “그래도 우리는 PC 제조만을 고집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 있나요? 카드업도 마찬가지죠. 플라스틱 카드가 나온 게 1950년인데, 당시에는 개인신용을 ‘아이덴티파이(확인)’하기 위해선 MSR(마그네틱 인식)방식이 최첨단이었는데 그게 60년이 다 돼갑니다. 두고 보세요. 모바일 카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겁니다.”



8월 1일 선보인 스마트폰 전용 모바일 쿠폰 서비스 ‘터치(Touch) 스탬프’는 하나SK카드와 이 사장이 꿈꾸는 모바일 카드 시대의 서막이다. 이 서비스는 하나SK카드로 일정금액을 결제하면 사용 횟수에 따라 스탬프 형태로 스마트폰에 자동 적립되고, 가맹점별로 정해진 횟수만큼 스탬프가 찍히면 무료 메뉴, 할인쿠폰 등이 스마트폰으로 자동 발급된다. 가령 이마트에서는 1회 7만원 이상씩 결제하면 하나SK카드 터치 스탬프가 스마트폰에 찍히고 이것을 2개 이상 적립하면 5000원짜리 모바일 이마트 상품권을 받는다. 현재 하나SK카드는 이마트 등 전국 대형마트, 11번가·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 외식업체, 인터넷 서점 등 10여개 업체와 제휴 중이며 연내 가맹점을 10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 하나SK 해피오토프리미엄카드 제휴 조인식(위)과 하나SK카드 터치 세븐

“카드사, 종합마케팅 회사로 변신할 때”

“이제 카드사는 단순한 금융업이 아닙니다. 금융과 통신이 하나로 연결되면 카드라는 전통적인 영역은 사라지겠지만 우리가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종합마케팅회사로 변신이 시급합니다. 플라스틱 카드 시대는 일방통행(One Way)이었지만 모바일 카드는 쌍방통행(Two Way)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것, 그게 바로 앞으로 카드사 업무영역이에요. 그런 면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신도 가능하죠.”



이 사장의 이같은 혁신경영은 정보통신(IT), 유통업 등을 모두 거쳐본 경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1979년 LG유통 기획실 근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IBM유통사업본부장, 삼성테스코아시아 IT·신유통·전자상거래 담당 부사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09년 11월 하나카드(하나SK카드 전신) 사장에 취임했다. 유통과 정보통신 전문가가 금융업인 카드사 대표이사로 취임한 경우는 이 사장이 처음이다.



“사장에 취임한 뒤 제가 김승유 회장님(하나금융그룹 회장)께 “저를 왜 사장으로 뽑으셨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김 회장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카드사업은 리테일(유통)이 핵심이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유통업을 잘 이해해야 하며 IT(정보통신)업무도 경험해봤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당신이 적임자였다”라고요. 일찍부터 김 회장님은 산업의 컨버전스(융합)를 정확하게 보고 계셨던 겁니다. 우리 회사의 비전은 그래서‘세계 최고 컨버전스 마케팅 회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각각 51%, 49%씩 지분을 보유한 하나SK카드의 국내 모바일 카드 시장 점유율은 90%다. 사실상 1인 독주체제라고 할 만하다.



물론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그 비결은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라는 든든한 기업들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하다.



캡티브(Captive·전속시장)시장에서 하나SK카드는 두 회사의 확실한 지원을 받고 있다. 국내 카드사 중에서 캡티브 회사가 복수인 경우는 하나SK카드가 유일하다. 이렇게 되면 하나금융그룹과 SK그룹의 고객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하다. 현재 하나SK카드는 하나금융그룹과 SK그룹 양 채널에서 신규고객을 70%이상 유치하고 있다. 다른 전업카드사들의 캡티브 의존율이 50%인 걸 감안할 때 하나SK카드는 하나금융, SK그룹에서 확실하게 지원사격을 해주고 있다고 할 만하다. 



경영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2009년 11월 분사 당시 하나SK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3.4%로 8위(전업사 기준)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5.4%로 늘어났다. 출범 당시 1조7000억원에 불과했던 자산도 2년여 만에 6조9000억원대로 커졌다. 경쟁사들이 막대한 물량 공세를 펴는 제로섬 게임인 국내 카드시장에서 하나SK카드의 선전은 주목할 만하다.



카카오톡으로 직원들과 대화…지시는 메신저로

이 사장은 “통합 1대 사장인 자신의 역할은 시장 점유율 확대가 아니라 컨버전스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질적인 금융과 통신업의 통합을 단순한 회사조직이 아닌 기업문화로까지 완성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취임 이후 매주 1회 이상 임직원과 식사자리를 마련한 것과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달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필요에 따라 경영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으로 직원들과 대화하는 것은 물론 웬만한 지시사항은 메신저를 활용한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한 탓에 형식적인 것은 절대 사절이다. 고객이 직접 참여해 개발한 상품을 하나SK카드 상품개발 직원과 ‘1: 1 멘토-멘티’로 이어주는 것도 호평을 얻고 있다.



하나SK카드가 표방하는 것은 ‘착한카드’다. 단순히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해서가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하나SK카드는 조선일보, 비영리단체 등과 함께 기부카드인 ‘착한카드’를 판매 중이다. 착한카드는 카드 발급과 동시에 처음 내는 연회비를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고 카드로 결제해 쌓은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이다. 물가상승기 고객들의 현명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착한 물가 프로젝트’, ‘착한 여름 대축제’, ‘착한 주유 프로젝트’ 등 고객이 가장 원하는 주요 업종에 할인이 집중되도록 하는 상품도 개발했다.



인터뷰가 있던 지난 8월 10일 화제는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검은 화요일’로 이어졌다. 카드업종은 아무래도 경기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는 위축되고 그러다보면 카드사 이익은 줄 수밖에 없다. 지난 2003년 카드사태가 이를 잘 말해준다. 당시 확대일로의 카드사 영업은 가계경제 부실로 이어졌고 다수의 카드사가 구조조정이라는 힘겨운 사투를 이겨내야 했다.



“최근 경제상황을 고려해 외형성장을 위한 카드업계의 과도한 경쟁을 지양해야 합니다. 정부도 지금 그런 면에서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취지는 일부 공감이 갑니다. 경영자가 단기업적을 위해 실적위주로 경영을 하는 것처럼 위험한 게 있겠습니까. 금융은 ‘신용’과 ‘창의’가 핵심 키워드입니다. 서양 격언 중 ‘파도가 밀려오면 모든 배는 떠오른다(A rising tide raise all ships)’는 말이 있습니다. 경기가 호황(밀물)일 때는 배 밑 바다 속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법이죠. 위험요소가 제거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위기는 이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성실함이 더 절실히 요구됩니다.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지만 겸손한 자세로 정도경영을 실천해 강한 폭풍 속에서도 살아남는 기업이 되는 게 지금 우리나라 금융업계에 요구되는 자세입니다.”

 

■ 이강태 사장은… 

1953년 전북 전주 생으로 75년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81년 동대학원에서 개발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79년 LG유통에 입사해, IBM코리아 유통영업부 실장, 삼성테스코 정보서비스부문장(부사장), 전자상거래 담당 부사장을 거친 뒤 2009년 11월부터 하나SK카드(옛 하나카드 근무 포함)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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