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은 이제 운전자의 필수품이다. 단순히 길 안내를 넘어서 뛰어난 성능과 기능으로 무장한 내비게이션은 물론 탑재되는 지도도 더욱 정교해졌다. 이러한 내비게이션에 탑재되는 지도와 소프트웨어 시장의 1위 업체가 바로 현대엠엔소프트다.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였던 엠앤소프트가 지난 3월 사명에 ‘현대’를 넣은 것이다. 사명 변경과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유영수 대표를 원효로 사옥에서 만났다.

유영수 대표와 인터뷰가 있던 지난 5월 13일, 현대엠엔소프트가 있는 현대자동차 원효로 사옥이 보이는 삼거리. 사옥이 눈앞에 있었지만 내비게이션은 좌회전을 하라고 안내했다. 내비게이션이 잘못 안내한다고 생각한 기자는 그냥 직진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 옳았다.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데 5분여가 더 소요됐다. 내비게이션이 일방통행로와 이면도로를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영수 대표는 “내비게이션의 경쟁력은 얼마나 정밀한 지도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현대엠엔소프트가 국내 내비게이션 지도와 소프트웨어 시장 1위를 차지한 것은 정밀한 지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량에 달려있는 내비게이션 10대 중 4대에 엠엔소프트의 지도와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있습니다. 현대·기아차에 기본적으로 장착돼 나오는 것까지 합치면 절반을 넘습니다.”



현대엠엔소프트는 내비게이션에 탑재되는 지도와 소프트웨어, LBS(위치기반서비스) 전문기업으로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내비게이션 지도를 자동차 장착용으로 개발했으며, 현재 국내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고급형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인 맵피, 국내시장 점유율 1위인 지니, 수출용 브랜드인 스피드 나비 등이 주요 제품이다.



유 대표는 한국IBM에서 영업,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벤처기업에서 경영기획 업무를 거쳐 다음솔루션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이후 현대오토에버에서 사업총괄, 임베디드SW센터장의 업무를 수행했다.



유 대표는 “실사에 가까운 3D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엠엔소프트의 경쟁력”이라며 “도로와 강, 육교와 터널 등 주요 도로 시설물과 언덕, 산 등 지형 형태의 실제 높낮이를 추출해 실제 창 밖 풍경과 흡사하게 구현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3D 입체 지형고도를 전국 단위로 구축해 적용했다. 또 운전하면서 헷갈리기 쉬운 교차로의 모습을 ‘버추얼 맵(Virtual Map)’을 통해 지하철 입구, 차선, 가로수, 신호등 등의 주요 교통요소를 실제처럼 표현했다.



그는 내비게이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지도의 업데이트라며 80명으로 구성된 40개 팀이 전국을 샅샅이 훑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 업데이트에 투입되는 비용은 연간 150억원에 달합니다. 260여명의 직원 중 3분의 2가 연구개발 인력이고요. 매출의 30%가 연구개발 부문에 지속적으로 투자되고 있습니다.”



엠엔소프트는 최근 지도의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 ‘고정밀 지도 구축차량’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한 대 가격이 15억원에 달하는 이 차량에는 레이더와 레이저 등을 이용한 최첨단 도로 조사 장비가 갖춰져 있다. 이를 통해 정밀한 각도, 높이를 측정할 수 있고 도로와 주변 지형의 모든 위치정보를 취득해 고정밀 3차원 도로지도를 구축할 수 있다. 기존 1미터가량의 오차를 0.05미터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회사에는 무보수로 지도 개발에 참여하는 제2의 지도개발팀이 있다. 바로 600만명에 달하는 맵피와 지니 사용자들이다. 엠엔소프트는 2003년부터 맵피와 지니 각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활발하게 운영하며 소비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신규 도로나 지도 오류, 누락된 지도 정보 등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사이트에 올리면 실사팀에서 현장 실사를 거쳐 한 달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실시한다.



그는 “향후 양방향 통신 단말기가 보급되면 지도의 부분 업데이트 기술을 통해 사용자들이 주는 변경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업체들이 상용화된 지도 제작 툴을 사용하는 반면 엠엔소프트는 자체 툴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상용화된 툴로는 내비게이션 단말기 업체들의 각기 다른 요구를 반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 지니의 3D 입체도로와(위) 한 대당 가격이 15억원에 달하는 고정밀 지도 구축차량.

“스마트 혁명은 위협인 동시에 기회”

엠엔소프트는 고객 참여 기반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LBS 기반의 SNS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러브메터’ 캠페인이 그것이다. 고객들이 자사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정기 업데이트를 받거나 수정사항을 등록하는 활동 내역에 따라 기금을 마련해 개안수술을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유 대표는 “앞으로는 개안수술 후원뿐만 아니라 미아나 실종 노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실종지역 인근 내비게이션이나 모바일 지도를 통해 배포하는 신개념 사회공헌 활동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였지만 그동안 사명에 현대를 사용하지 않았던 ‘엠앤소프트’가 ‘현대엠엔소프트’로 사명을 바꾼 것은 지난 3월. 시장상황이 급변하고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큰 요소는 스마트 혁명이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국내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은 연 200만 대 수준으로 정체된 상태다. 차량 구입 후 별도로 내비게이션을 구매하는 애프터 마켓의 규모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내비게이션이 차량에 장착돼 나오는 비포 마켓은 급성장하고 있다.



유 대표는 “스마트 혁명은 위협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지도와 소프트웨어를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엠엔소프트는 맵피의 최신 버전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용 버전인 ‘맵피 스마트’를 개발, 현재 LG유플러스의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인 오즈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또 태국에서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에 글로벌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인 ‘스피드 나비’를 탑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유 대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단말기 시장 제품을 더욱 확대하고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와 제휴 범위도 더욱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자체 브랜드의 내비게이션 단말기 출시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애프터 마켓의 규모가 축소되고 있지만 현대라는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현대·기아차가 자동차를 수출하는 대상 국가에 동반 진출하는 것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내비게이션 시장은 애프터 마켓 위주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차종을 공략한다는 측면에서 굳이 ‘현대’를 부각시킬 필요가 없었죠. 하지만 최근 비포 마켓이 급성장하고 있고,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벗어나 수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대’라는 브랜드가 큰 힘이 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현대엠엔소프트는 매출 60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그 중 수출이 250억원을 차지했다. 비포 마켓과 해외 시장에서의 약진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요인으로 꼽히며, 향후 ‘현대’ 계열사의 이미지를 한층 강화해 현대·기아차 전문 내비게이션이란 인식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유 대표는 “전략적인 글로벌 전자지도 확보, 서비스 사업 전개 및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진출 국가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 본격화

엠엔소프트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해외 시장은 동남아와 중국. 이미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6월 애프터 마켓용 글로벌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인 ‘스피드 나비’의 태국 버전을 출시해 출시 첫해부터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에 스피드 나비를 기본 탑재하는 등 적극적인 동남아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중국 현지 단말기 업체와 제휴를 맺고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복법 복제가 성행하고, 저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어 한번 싸워볼 만합니다.”



그동안 엠엔소프트는 현대·기아차가 수출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비포 마켓에 집중해왔다. 이와 함께 해당 국가의 원도를 확보해 지도와 각종 부가 콘텐츠를 개발, 서비스하는 등 독자적으로 현지 지도 구축에도 힘을 쏟았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과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 등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유 대표는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내 6개국을 겨냥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북미, 유럽, 중동 수출 물량 적용범위를 연내 지속적으로 확대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맵’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 내의 디지털 지도 및 LBS 전문 회사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엠엔소프트는 ‘보이지 않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차량에서 자동차 IT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합니다.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이릅니다. 그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경쟁력과 직결된 셈이죠. 기술의 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성장을 도모하고,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로서 그룹 외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죠.”



- 맵피의 최신 버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용 버전 ‘맵피 스마트’.



■ 유영수 대표는 … 

1957년생 / 86년 서강대 사회학과 졸업 / 86~99년 한국IBM 컨설팅 영업 실장 / 2000년 위즈정보기술 이사 / 01년 다음솔루션 대표 / 03년 현대오토에버 서비스사업부 상무 / 2011년 현대오토에버 서비스사업부 전무 / 2011년 3월~현대엠엔소프트 대표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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