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바다를 보며 호연지기를 길렀다. 이때부터 그의 눈은 드넓은 인도대륙이 아닌 더 드넓은 인도양을 향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가 꿈을 이뤄냈다. 글로벌 의류브랜드 행텐(Hang ten)에 입사한 그는 17년간 해외를 돌아다니며 거친 파도와 같은 격변의 현장에서 일했다. 그리고 행텐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한 지 8년째인 지난해 행텐의 글로벌 본사인 행텐홀딩스가 주는 ‘2010 글로벌 행텐 베스트 어워드’를 수상하며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 오늘의 주인공 쉬브쿠마 라마나탄 사장은 최고의 자리에 선 영광의 비결을 ‘한강과 요트’라고 말하는 ‘진짜 사나이’다.

인 터뷰가 있었던 지난 6월 10일 서울시 상암동 상암선착장 부근 700요트 클럽. 약속 시간인 2시에 맞춰 클럽을 방문하니 크루 티셔츠(요트 유니폼·Crew T-shirts)를 입은 쉬브쿠마 사장이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그가 입고 있는 옷에는 행텐코리아 세일링 요트팀 이름인 아쿠아 홀릭(Aqua holic)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써 있다. 우리말로 ‘물에 미친 사람’이라는 뜻이다. 전날 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 뒤라 우중충한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지만 그 사이로 내비치는 햇빛에 강바람이 전해주는 시원함이 편안한 기분을 더해줬다.



강, 바다를 가릴 것 없이 물이 있는 곳을 보면 언제나 흥분된다는 쉬브쿠마 사장은 요즘 요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겨울과 해외 출장 갈 때를 제외하고 날씨가 좋은 날은 어김없이 상암동 700요트 클럽에서 주말을 보낸다. 학교 공부에 여념이 없는 큰아들(13세)이 따라 나오는 날이면 요팅(Yachting)으로 인해 그의 흥분 지수는 두 배는 더 올라간다. 



인도 뭄바이 태생인 쉬브쿠마 사장은 어릴 적부터 유난히 물을 좋아했다. 인도 서부에 위치한 최대 경제 도시 뭄바이에서도 그의 집은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어릴 적 바다와 관련된 추억들이 많다. 이 때문에 그는 다른 인도인들과는 달리 어릴 때부터 파도타기, 스킨스쿠버 다이빙 등 다양한 수상 레포츠를 즐겼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요트는 그의 취미생활 항목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가 요트 닻줄을 잡기 시작한 것은 행텐코리아 사장 부임 5년째이던 지난 2007년 모 잡지에 소개된 요트기사를 보고 나서부터다.



“한국은 여름이 길지 않아 서핑을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큰 파도가 치는 곳도 별로 없고 더군다나 서울에서 너무 떨어져 있잖아요. 그래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이 요트였어요. 그래서 주위 동료 기업인들에게 ‘한국에 요트 탈 만한 곳이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한강을 가르쳐주더군요. 지금 와서 보면 한강은 요트를 타기에 최적의 장소인 것 같아요. 대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데다 강폭도 커 요트를 타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죠.”



어떻게 요트를 타게 됐냐고 묻자 그는 묻지도 않은 요트의 매력부터 한강이 왜 요트 타기에 좋은 곳인지까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가 추천하는 코스는 성산대교-행주대교 구간이다. 다른 곳과 달리 이 구간은 강변 따라 아파트가 많지 않아 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고 4~5명이 한 조를 이뤄 배를 타면 왕복 4시간이 걸려 가장 적당하다.  



인도 뭄바이 대에서 재무학을 전공한 뒤 홍콩의 한 투자회사를 거쳐 행텐홀딩스에 입사한 지 올해로 14년째인 그는 한국에서만 9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그에게 한국은 인도 다음으로 정이 깊게 든 곳이다. 소주, 막걸리는 기본이고 인도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소고기 요리도 좋아한다. 향이 좋아 소주 2~3병은 거뜬히 비운다는 그는 얼굴만 인도사람이지 속은 우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한국 생활 9년차를 맞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말은 ‘빨리빨리’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한국이 이토록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해 고객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가 내놓은 진단이다. 그는 요트를 타면서 이같은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한다. 당장 한강변 스카이라인만 해도 부임 초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 쉬브쿠마 사장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상암동 요트클럽을 찾는다.

요트가 좋아 집안에 범선 카페 꾸며

여기에 그는 요트의 매력으로 인내와 자기성찰을 더했다. 그는 “아무리 힘든 난관이 닥치더라도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를 제어하고 단련하는 과정이 모름지기 경영자라면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람이 없으면 배가 움직이지 않지만 바람이 셀수록 선원 간 호흡이 잘 맞아야 배가 순항할 수 있는 것 역시 오늘날 기업 환경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행텐홀딩스의 ‘글로벌 행텐 베스트 어워드’를 수상하게 된 것도 이런 요트 조종의 기본을 충실히 지켰기에 가능했다. 이 상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72개국에 지사를 둔 행텐홀딩스가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지사에 주는 상으로 라마나탄 사장은 9년간 약 10배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행텐코리아의 매출은 전 세계 행텐 지사 중 1위를 차지했다. 

 

그의 요트 사랑은 회사 밖에서도 식을 줄 몰라 삼청동 자택 지하 1층에 아예 100년 된 범선에서 모티브를 얻어 칵테일 바를 꾸몄다. 그의 칵테일 제조 실력은 웬만한 전문가 이상의 수준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한 달에 두세 번 꼴로 이곳에 회사 직원이나 친구들을 초대해 칵테일파티를 열고 있다. 럼, 싱글몰트 위스키 등 보유한 술 종류도 다양하다. 요트 선실에서 인터뷰를 하던 그가 럼 한잔을 온더록스(얼음과 함께 녹여가며 마시는 법)로 권했다. 카리브 해 섬나라 바베이도스(Barbados)산 최상급(Ultra old)으로 진한 오크향이 코끝을 흥분시킨다.  



그의 마지막 꿈 역시 요트다.



“기회가 되면 요트를 제 손으로 만들어 세계일주를 하고 싶습니다. 어릴 때는 카리브 해 연안의 작은 섬을 사서 살려고 했는데 이젠 두 가지를 다 해보고 싶어요.”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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