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4 회계법인의 CEO가 새로 선임됐다. 김교태 KPMG삼정회계법인(이하 삼정) 신임 대표이사가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공인회계사에 입문한 지 올해로 만 30년이 된 베테랑이다. 지난 한 세대의 세월은 한국 회계법인 업계의 격동기였다. 마찬가지로 김 대표에게도 도전과 응전의 시절로 기억된다. 삼정은 1990년대 후반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업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 삼정의 돌풍에 크게 기여한 주역 중 한 명이 바로 김 대표다. 그가 삼정의 CEO로서 또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되는 이유다.

“자본시장의 진정한 파수꾼 지향”

 IFRS 도입은 회계 선진화 계기…

 안착 위해선 전문인력 양성해야  

삼정은 최근 5년간 연 평균 20%대의 가파른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중 가장 빠른 성장세다. 소속 회계사 1인당 매출액은 단연 업계 1위다. 이처럼 눈부신 고속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삼정 특유의 강점으로 꼽히는 게 바로 ‘산업별 전문화(LoB·Line of Business)’ 제도다. 삼정은 산업군을 24개 분야로 나눠 전문화된 서비스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산업별 전문가 그룹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고객사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김교태 대표의 말이다.

“산업별 전문가 조직을 구축하고 체계화한 것은 국내 회계법인 가운데 삼정이 최초입니다. 물론 고객만족을 위한 시도였지요. ‘항상 고객을 위해 일한다’는 게 삼정의 경영원칙입니다. 사실 삼정의 고속성장은 고객사들이 저희 서비스에 만족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정회계법인은 삼정KPMG그룹의 일원이다. 삼정KPMG그룹은 세계 빅4 회계컨설팅그룹으로 꼽히는 KPMG인터내셔널의 ‘멤버펌(member firm)’이다. 멤버펌은 글로벌 빅펌과 업무협약 라이선스를 맺은 국내 회계컨설팅 업체를 일컫는 용어다.

삼정KPMG그룹은 회계감사, 세무, 재무자문, 경영진단 등의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종합경영자문회사’다. 그 중에서도 회계감사, 세무, 경영자문을 담당하는 삼정회계법인이 가장 중추다.

삼정은 그룹 전체 수익(매출)의 약 60%를 창출하고 있다. 이익률은 그보다 더 높다고 한다. 또한 공인회계사들을 비롯한 전문가만 무려 130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전체의 ‘인재사관학교’ 역할도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삼정KPMG그룹의 회계사들은 처음에는 모두 삼정회계법인으로 입사합니다. 여기에서 전문가적 역량을 키운 뒤에 다른 계열사로 가게 되죠. 삼정이 그룹의 인재양성을 도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계열사를 ‘펑션(function)’이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여러 회사를 거느린다는 차원을 넘어 기능과 전문성의 특화를 도모한다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국내 회계법인 업계는 이른바 ‘빅4’가 주도하고 있다. 삼정 외에 삼일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한영회계법인이 ‘빅4’로 분류된다. 나머지 3강 업체의 강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는 다소 민감한 질문을 던져봤다.

“빅4는 각자 장점을 갖고 있어 서로 배울 점도 있습니다. 빅4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호 발전하는 관계를 이루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굳이 평가를 해본다면 먼저 삼일은 규모나 인력 등에서 제일 큰 데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영업이 강점입니다. 규모 면에서 일등이라는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죠. 안진은 회계감사 분야에서 원만한 고객관계 관리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또 한영은 글로벌 펌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과 원펌(one-firm: 일종의 본점과 지점 관계) 형태의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데, 언스트앤영의 지식과 노하우를 원활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삼정KPMG그룹의 창업주인 윤영각 회장은 지난 2000년 이른바 ‘클린펌(clean firm) 선언’을 했다. 기업들의 분식회계를 결코 눈감아주지 않겠다는 엄정한 감사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이 선언은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그 무렵만 해도 회계법인들이 고객사의 분식회계를 알고도 묵인하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뿌리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윤 회장님이 주창한 ‘클린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삼정의 기본원칙입니다. 우리가 워낙 깐깐하고 원칙을 중시하니까 고객사 중에는 불평을 털어놓는 경우도 있을 정도예요. 하지만 ‘클린펌’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정의 대원칙입니다. 삼정의 회계사들은 모두 캐피털마켓(capital market·자본시장)의 진정한 ‘파수꾼’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클린펌’은 타협할 수 없는

삼정의 대원칙

그렇다면 요즘 국내 기업들의 회계 관행은 어떨까?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은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회계법인 업계에서도 그간 지속적으로 자정 노력을 해온 터다. 과연 분식회계 같은 폐단은 뿌리가 뽑혔을까? 김 대표는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의 기업들과 회계업계는 회계 투명성 제고와 이를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 결과 회계 인프라가 개선되고 기업문화가 성숙해지면서 분식회계 등의 폐습은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볼 때 분식회계가 완전히 근절됐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사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 경영자는 항상 분식회계의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저희 같은 자본시장의 파수꾼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겁니다.”

요즘 국내 회계법인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국제회계기준(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국내 기업들에게 IFRS가 의무화되는 원년이다.

올해부터 IFRS를 의무 적용해야 하는 기업은 상장기업과 금융회사를 망라해 약 1960여 곳에 달한다. 금융위원회 산하 IFRS정착추진단의 점검 결과에 따르면 2010년 10월말 기준으로 IFRS 의무 적용 대상 기업들의 97.2%가 준비를 완료했거나 또는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FRS 의무 적용 대상 기업들은 오는 5월16일 첫 번째 IFRS 기준 분기보고서를 공시할 예정이다. 따라서 해당 기업들은 올해 1분기 재무제표 및 분기보고서를 IFRS에 맞춰 작성하고 검토하느라 분주해질 시점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는 종래 국내회계기준과 어떤 점이 다를까? IFRS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원칙 중심의 기준체계(principle-based standards)’라는 점이다. 즉, 상세하고 구체적인 회계처리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회계담당자가 ‘경제적 실질’에 기초해 합리적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도록 기본원칙과 방법론만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회계처리 방법을 일일이 제공하는 ‘규정 중심(rule-based)’의 종래 국내회계기준과 확연히 다른 대목이다. 둘째로는 연결재무제표를 기본재무제표로 삼는다는 점이다. 사업보고서 등의 공시서류를 모두 연결재무제표 중심으로 작성하도록 한 것이다. 과거에는 개별재무제표가 원칙이었다.

이밖에 ‘공정가치평가(fair value accounting)’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재무상태와 내재가치에 대해 의미 있는 투자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금융자산·부채, 유·무형자산, 투자부동산 등도 공정가치를 측정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렇다면 IFRS 도입의 가장 큰 의의는 무엇일까? 김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IFRS는 무엇보다 기업의 경제적 실질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점이 가장 큰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FRS는 현재 세계 100여개 국가가 도입했을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착되는 추세입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회계기준 때문에 대외 신뢰도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있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대외적으로 재무상태를 신뢰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회계기준이 국제수준에 미흡했기 때문이죠. 사실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기준이라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창피한 수준이었어요. 우리나라도 이제는 IFRS 도입으로 회계정보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삼정은 지난 수년간 국내 주요 기업들의 IFRS 도입 프로젝트를 휩쓸다시피 해왔다. 특히 업종별 선두회사들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취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일등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면 그 명성이 다른 기업들에게도 자연스레 흘러가 영업적으로 유리해진다. 말하자면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를 노린 전략인 셈이다.

국내 IFRS 도입 프로젝트의 리더 역할 수행

국내 금융회사 중 가장 일찍 IFRS 도입 프로젝트를 추진한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이어 외환은행, 하나은행이 곧바로 뒤따랐다. 삼정은 2007년 세 은행의 프로젝트를 연거푸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IFRS 시장이 열리자마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것이다. 또한 농협중앙회, 삼성증권, 현대카드 등 상위권 금융회사를 비롯해 한국전력, KT, 대한항공, CJ 등 업종별 선두업체의 IFRS 프로젝트도 줄줄이 수임하는 등 IFRS 시장의 리더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김교태 대표는 “IFRS 도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무슨 뜻에서 하는 말일까? “기업들의 IFRS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인력과 조직에 대한 투자가 아직 부족한 듯합니다. 회계인력 양성과 프로세스 정비는 기업들이 스스로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IFRS는 원칙 중심, 연결재무제표 중심이기 때문에 복잡한 회계 이슈에 대해 자체적인 검토 능력을 갖춰야 해요. 또한 기업 내부 프로세스와 경영성과 평가 시스템 등도 IFRS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비해야 합니다. 올해와 내년은 IFRS가 한국 기업들에게 착근해나가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구축된 회계 인프라와 정책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안정화를 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사 내부의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합니다.”

김 대표는 회계업계에서 금융산업에 대한 안목이 높은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는 2000년 삼정 금융사업본부(Banking & Finance)의 초대 본부장을 맡아 사업 역량과 실적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금융사업본부의 수익과 인력 규모는 10년 만에 무려 15배 가량 커졌다. 삼정KPMG그룹 전체의 성장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그는 KPMG 아시아태평양지역 금융부문 수석대표도 역임했다.

IMF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에 전대미문의 재앙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커다란 터닝포인트였다. 특히 외환위기는 회계법인 업계에 급성장의 모멘텀을 제공했다. 기업 인수합병, 부실기업 정리 등이 ‘큰 시장’을 형성하면서 수많은 일거리가 쏟아졌다. 김 대표가 금융분야 전문가로 거듭난 계기이기도 했다. 그의 회고다.

“(일이 많아) 잠 못 이루는 밤도 무수했어요. 하나은행의 충청은행 인수 때는 자산·부채 실사 작업을 하느라 꼬박 45시간 동안 뜬눈으로 일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런 격동기를 한창 때 겪은 게 전문가로서 큰 자산이 됐습니다. 외환위기는 본질적으로 금융위기였습니다. 위기가 지나면 금융분야에서 엄청난 기회(일감)들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그래서 고객사들의 금융분야에 관한 서비스 수요를 적극 발굴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을 주특기로 삼게 된 첫걸음이었던 셈이죠.”

그 첫걸음은 결국 큰 성과를 낳았다. 김 대표는 자신이 삼정의 CEO로 발탁된 데는 금융사업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주효했을 것이라고 여긴다. 이제 그는 CEO로서 첫걸음을 떼고 있다. 어떤 비전과 청사진을 선보일 생각일까?

“항상 고객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 삼정의 핵심가치예요. 삼정의 존재 이유는 곧 고객의 성공에 있습니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의 변화 방향을 먼저 읽고 고객의 성장을 위해 앞장서는 회계법인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해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우리가 강점을 가진 수출·통상, 지속가능 관련 서비스 등을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한편 IFRS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는 새로운 ‘포스트 IFRS(Post-IFRS)’ 상품도 개발할 것입니다. 또 IFRS 도입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에 ‘IFRS 수출’도 할 예정입니다.”

 

■ 김교태(52) 대표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1981년 12월 회계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KPMG삼정회계법인 금융사업본부장, 컨설팅본부장을 역임했다. 국내외 유수 기업·금융기관들의 회계감사, 재무실사, 컨설팅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발휘해왔다. IFRS의 국내 도입 과정에서도 많은 실적을 쌓았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 위원 및 국책은행 경영평가 위원을 역임했으며,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공인회계사 부문 감사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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