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는 ‘애마(愛馬)남자’ 김운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대표를 가리켜 ‘말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장난감보다 말을 보면 더 흥분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카드에 루돌프사슴 대신 말을 그릴 정도로 그의 말 사랑은 유별나다. 주말이면 마상(馬上)에서 한 주일의 피로를 날려버린다는 그에게 승마의 매력이 뭐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일단 한번 타보세요. 타보지 않고는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까.”

“기술 개발 아이디어부터

   

 스트레스까지 말 위에서 해결”

인터뷰가 있은 지난 3월16일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베르아델 승마클럽. 사진 촬영을 위해 김운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대표가 마방(馬房)에서 백마 한 마리를 데리고 나왔다. 주인공은 그의 애마 칼리스토스. 승용마의 본고장 독일에서 들여온 명품 품종이다.  

“이 녀석이 이래봬도 내 목숨을 여러 번 살린 놈이에요. 얼마 전 언덕에서 길을 건너가려는데 갑자기 꿈쩍도 않는 거예요. 잠시 후 스포츠카 한 대가 쏜살같이 지나가더라고요. 언덕 위 코너길이라 멀리서 어떤 차가 오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 녀석이 아니었으면 큰 사고가 날 뻔했어요. 한번은 산에서 야생 고라니를 만났는데, 어찌나 경계를 하고 가는지. 하여튼 이 녀석 신통방통이에요. 요즘은 제 생각을 잘 간파해 ‘길 위에 핀 저 꽃 좀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말을 안 했는데도 딱 그 자리에 선다니까요. 주인의 맘을 헤아려 천관녀의 집에 갔다는 김유신 장군 말에 대한 전설이 진짜 가능한 일이에요.”

김 대표는 국내 승마계에서 말 타는 경영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술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착안부터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까지 모두를 그는 말 위에서 해결하고 있다.

그의 말 사랑은 대단하다. 글로벌 엘리베이터 제조회사 오티스에 근무하던 중 유럽 친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운 승마는 이제 그의 일상이 됐다. 지난 2003년 안산시 대부도에 세계 최초로 돔 방식의 베르아델 승마클럽을 지은 것이다. 베르아델 승마클럽은 110개의 마방과 마사시설을 갖춘 세계 유일의 돔형 승마클럽이다. 이밖에도 그는 지난 2008년 경희대 체육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모교인 경희대 ‘클래식 승마 글로벌리더 과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9년에는 클래식 승마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대중교양서 〈클래식 승마〉를 펴냈다.   

그는 “경영자들이 지(智), 덕(德), 체(體)를 기르는 데 승마만 한 스포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경영하는 송산특수엘리베이터가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외연을 넓혔던 비결을 승마라고 강조했다. 그는 “말을 타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머릿속에 빙빙 맴돌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이 길러진다”며 승마경영의 장점을 설명했다. 

송산특수엘리베이터는 특수용 엘리베이터를 제작하는 국내 1위 업체다. 세계 최초로 화재시 피난처 역할을 하는 ‘비상 구난용 엘리베이터’를 개발한 것을 비롯해 구불구불한 제3땅굴 내부를 운행하는 48인승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이 회사가 만든 대표 제품이다. 기계실이 없는 엘리베이터, 타원형으로 운행하는 엘리베이터 외에 지난 2007년 아치형 모양의 엘리베이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김 대표는 이 모든 아이디어를 말을 타며 얻었다고 말했다.

최근 신울진원자력발전소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에 특수용 엘리베이터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아부다비 CCB빌딩의 파노라마라운드 엘리베이터 건설 사업권도 따냈다. 파노라마라운드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 전체를 투명한 원형 유리로 만드는 것으로 문도 원형인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최첨단 제품이다. 또 송산특수엘리베이터는 대만 총통관저, 블라디보스토크 백화점, 필리핀 하얏트호텔 등 세계 유명 건축물에 엘리베이터를 납품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승마의 최고 경지는 인마일체(人馬一體)다. 물론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르려면 숱한 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는 말과 한몸이 되는 인마일체의 경지를 5000기승쯤에 비로소 터득했다고 말했다. 보통 1기승이라고 하면 45분~1시간을 말에 올라타 있는 것으로 열량 3000칼로리를 분해할 정도의 상당한 운동량이다. 그는 한 해 평균 500기승을 말 위에서 보낸다. 김 대표는 “말에 올라타면 몸이 자연스럽게 수직, 수평을 이루는데 의자에 앉았을 때보다 골격에 무리가 덜 간다”면서 “속 근육까지 포함해 우리 몸의 500개 근육을 자극하기 때문에 그 어떤 스포츠보다 운동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 김 대표는 “말을 타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머릿속에 빙빙 맴돌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이 길러진다”며 승마경영의 장점을 설명했다.



“선조들은 왕도교육 하나로

승마 가르쳤죠”

그가 말하는 승마의 덕(德)은 어떤 개념일까. “말은 살아 있는 생명체로 지각과 감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승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과 어떻게 잘 교감하느냐에 있어요. 다정하고 부드럽게 인사하면 순수하고 맑은 눈빛으로 화답하는 게 말이라는 동물입니다.”

김 대표는 “말 1마리 다루는 게 사람 100명을 부리는 것보다 힘들다”면서 ‘승마를 잘하는 사람은 재갈과 고삐를 반듯하게 하고 말의 힘을 고르게 사용해 굳이 채찍을 휘두르지 않아도 천리 길을 갈 수 있다’는 옛 격언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물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클래식 승마는 지난 수천 년간 심신수련과 전인교육의 최고봉으로 인정받아 왔어요. 도덕성과 교양, 용기와 리더십, 정직과 신뢰, 관용과 배려, 세상에 대한 통찰에 이르게 한다는 이유로 우리 선조들도 왕도교육의 하나로 빼놓지 않고 승마를 가르쳤죠.”

 그가 요즘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 승마문화를 복원시키는 일이다. 그가 굳이 베르아델 승마클럽을 대부도에 세운 것도 이곳이 고려, 조선시대에 고등 승마술을 훈련하고 최상의 말들을 조련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동네 사람들 중에는 이곳을 옛 지명인 ‘말봉’이라고 부르는 이가 더러 있다. 

“문헌에 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절에 일본에 우리가 승마기술을 전수했다는 게 나옵니다. 그런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왜 우리의 승마문화를 말살하려 했겠습니까. 바로 승마가 제왕학, 리더십을 배양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승마는 내가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는 스포츠예요.”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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