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차의 기세는 속도위반 딱지를 뗄 정도다(These days Hyundai could get ticketed for exceeding the limit).”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현대차의 대약진을 집중 조명한 특집기사에서 쓴 표현이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그룹만큼 잘나가는 완성차업체도 찾아보기 드물다.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가 질주하면서 덩달아 전후방 연관산업도 활기가 넘친다. 이런 가운데 국내 빅4 회계·컨설팅업체인 삼정KPMG그룹은 자동차산업에 초점을 맞춘 ‘IM3본부’라는 조직을 최근 신설해 주목된다. 국내 회계·컨설팅업계에서 자동차산업만을 전담하는 조직은 꽤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자동차산업의 비중과 역할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창수 KPMG삼정회계법인 부대표 겸 IM3본부장을 만나 자동차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들어봤다.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먹여 살리는 대표적인 기간산업이다. 2009년 기준 국내 전체 제조업 고용 및 생산의 약 11%를 차지하는 데다 수출 규모에서도 반도체, 조선과 함께 톱3를 형성할 만큼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주목할 것은 자동차산업의 비중과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동차는 이른바 ‘융합산업’의 가장 유력한 최전선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린카(Green Car·친환경자동차), 스마트카(Smart Car·지능형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시장이 열리면서 자동차산업은 기계, 에너지, 전기전자, 정보기술, 첨단소재 등을 아우르는 하이테크 융합산업으로 급속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산업은 전형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다. 몇몇 유력한 완성차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단지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부품조달, 생산,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경영활동 전반에 걸친 ‘글로벌 매니지먼트’ 역량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삼정KPMG그룹이 자동차산업 전담본부를 발족시킨 것은 자동차 비즈니스 환경의 거대한 변화를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창수 본부장의 설명이다. “최근 자동차산업의 추세를 감안하면 일반적인 제조업에 관한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와 경험 축적이 서비스 역량에 반드시 필요하게 된 거죠. 삼정KPMG가 자동차산업에 초점을 맞춘(Automotive Focused) 전담조직을 갖춘 것도 그런 배경에서입니다.”



이창수 본부장은 IM(Industrial Market)3본부의 실질적인 산파역이다. 그는 2000년대 중반 ‘현대차그룹 글로벌 리드 파트너(Global Lead Partner)’로 일하게 되면서 자동차산업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글로벌 리드 파트너는 현대차가 세계 각 진출국가에서 회계감사·세무·경영컨설팅 등 서비스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총괄 조율사 역할을 하는 자리다. 삼정KPMG그룹은 현대차 해외법인·공장이 운영되는 국가에는 대부분 담당 전문가(코리안 데스크)를 파견해두고 있다. 이들 코리안 데스크는 물론 해당국 KPMG 전문가 그룹이 현대차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측면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 이창수 IM3본부장(서 있는 이)과 스태프들이 함께 자리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리드 파트너 역임

삼정KPMG그룹은 세계 빅4 회계·컨설팅그룹으로 꼽히는 KPMG인터내셔널의 ‘멤버펌(Member Firm)’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이 본부장은 KPMG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KPMG인터내셔널의 자동차산업 전담조직인 ‘KPMG글로벌자동차그룹(Global Automotive Group)’과의 공조를 통해 최적화된 전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IM3본부는 비단 완성차업체들만 고객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부품업체를 비롯한 협력업체들도 주요 고객이다. 현재 IM3본부의 핵심 고객에는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한국GM 등 완성차업체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다이모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및 만도, 한라공조, 코오롱글로텍 등 협력업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BMW, 벤츠 같은 외국 유수 완성차업체 및 부품업체의 한국법인들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 전담조직으로 닻을 올린 만큼 앞으로 자동차산업 연관기업 전반으로 고객을 대폭 확대해나간다는 포부다.



이창수 본부장은 공인회계사 경력이 30년이 넘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 회계사다. 흔히 회계는 ‘기업의 비즈니스 언어’라고 하는데, 그가 보기에 요즘 국내 자동차업계의 재무제표상에 나타난 업황은 어떨까?



“지난해 국내 5개 완성차업체와 대부분 주요 부품업체가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면에서도 크게 개선됐지요.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는 매출,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괄목할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 덕에 재무구조도 매우 좋아졌어요. 그뿐 아니라 작년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전체가 좋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2010년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36조원과 23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했다. 2009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각각 15%와 26%였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4%와 47%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도 2010년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32%, 41%, 94%에 달했다. 다만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을 들여다보면 현대차(8.78%), 기아차(4.92%), 르노삼성(6.56%) 3사가 비교적 선전한 데 비해 한국GM(0.60%), 쌍용차(-2.66%) 2사는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동차시장 경쟁 치열해질 듯

국내 자동차업계의 실적 호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 본부장의 관측이다. 각 완성차업체의 신차 출시 및 마케팅 강화가 시장확대를 이끌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다. 실제 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업계는 내수 및 수출에서 실적 상승 추세를 지속했다. 부품업체들도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본산 부품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여러모로 국내 자동차시장이 더욱 뜨거워질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GM과 쌍용차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GM은 사장이 직접 올해 신차 8종을 출시한다고 선언한 데다 광고활동도 매우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쉐보레’ 브랜드로 새 출발한 것도 긍정적입니다. 지난 3월 국내 시장점유율은 9.1%였는데, 이는 GM이 대우차를 인수한 이후 최고 점유율이에요. 새 주인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적극 지원을 약속한 쌍용차도 관심의 대상입니다. 게다가 수입차의 시장점유율도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이런 다양한 변수들을 감안할 때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은 업체간 경쟁이 불을 뿜으면서 시장점유율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안 국내 자동차시장은 현대차그룹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였다. 현대차그룹은 내수시장 장악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내수시장에 크게 의존할 필요가 없을 만큼 해외시장서 탄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품질,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는 게 세계 자동차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창수 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의 무서운 질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사실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기아차였죠. 저희가 2006년부터 기아차 감사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그 무렵만 해도 글로벌 연결 기준으로 적자가 심했습니다. 재무상태와 자금사정이 상당히 안 좋았죠. 그런데 2008년부터 호전되기 시작하더니 작년부터는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랐습니다. 기아차의 턴어라운드 요인으로는 디자인 혁신, 원가경쟁력 확보를 통한 판매확대를 들 수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임직원들이 과거 패배주의를 씻어내고 의식개혁을 이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요. 기아차가 완연히 살아나면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두 축이 확실히 제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봅니다.”



이창수 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의 성공비결로 무엇보다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 그리고 ‘무한책임’ 경영이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다.



“현대차그룹은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크나큰 경제위기를 오히려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긴축경영에 들어갈 때 현대차는 되레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지요.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회사는 이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현대차그룹은 평소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겠죠. 특히 오너인 정몽구 회장의 통찰력과 추진력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정 회장은 오너이면서 동시에 탁월한 전문가예요. 현대차그룹이 신흥시장에 진출할 때도 그가 내린 결정은 대부분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대차그룹 임직원들도 정 회장을 ‘전문가’로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는 겁니다.”



2010년 현대차그룹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574만 대(현대차 361만 대, 기아차 213만 대)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2009년 대비 무려 23.4%나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8%대에 올라섰다. 판매량 기준으로는 세계 4위다(르노-닛산을 한 회사로 간주하면 5위).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증가세에 맞춰 생산능력도 공격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현재 생산능력은 국내 343만 대(현대차 181만 대, 기아차 162만 대), 해외 308만 대 등 총 651만 대에 달하는데, 현재 공사 중인 브라질공장·베이징3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는 2012년에는 706만 대까지 늘어나게 된다.

완성차업체들 글로벌 매니지먼트 역량 필수

현대차가 생산능력을 공세적으로 확충하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경계해야 한다. 자동차시장의 공급과잉(Overcapacity)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수요가 지속적으로 창출되지 않으면 향후 4~5년 안에 공급과잉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중국·인도 자동차업체의 급부상에다 미국 빅3 업체의 반격, 일본 도요타의 전열 정비 등이 목하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간 대형차·고급차 시장에 주력했던 메이커들이 고유가 시대를 맞아 중·소형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고, 또한 그린카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세계 자동차시장의 향후 전망을 섣불리 할 수 없게 만드는 복잡한 요인들로 작용하고 있다.



우산은 해가 떠있을 때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 법이다. 자동차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증하는 상황이기에 유비무환의 태세를 잘 갖춰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수 본부장의 말이다. “현재는 현대차그룹이 잘하고 있지만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시장 상황이 소용돌이치는 형국이거든요. 글로벌 시장의 상황 급변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어떤 기업이라도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리스크 헤지’에 관해 두 가지를 조언했다. 먼저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환율예측과 적절한 환헤지, 그리고 수출선 다변화, 글로벌 생산기지 조정 등을 통해 환율변동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해외 현지생산 및 판매 네트워크를 유기적·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글로벌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필수라는 지적이다.

이창수 본부장은 IM3본부의 비전을 ‘한국 자동차산업의 넘버원 서비스 프로바이더(Service Provider)’로 설정해놓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업계 전체가 지속 가능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디딤돌이 되는 게 저희 목표예요. 그러기 위해 삼정KPMG그룹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풀가동’할 겁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성장이 곧 우리의 성장이니까요.”

 

■ 이창수 IM3본부장은… 

1953년생 /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 삼정회계법인 제조유통사업본부장 / 삼정회계법인 자동차사업본부장 / 삼정KPMG경제연구원장 / 삼정KPMG IM3본부장

김윤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