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0m가 넘는 페루의 안데스 산맥을 길 잃은 차 한 대가 기어가고 있었다. 칠흑 같은 밤, 비까지 내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손에 든 지도는 이미 소용이 없어진 지 오래. 되돌아 나오기 위해 손으로 땅을 더듬어 겨우 차를 돌렸다. 그 다음 날 그 자리를 다시 찾은 운전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폭이 3m도 안 되는 도로의 한쪽이 수백 미터 낭떠러지였던 것이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상황이었다.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페루에서 몰리브덴을 가공·생산하고 있는 SNS 엔터프라이즈(SNS Del Peru SAC)의 손지웅(52) 사장의 얘기다.

손지웅 사장이 페루에서 채광권을 확보하고 있는 광구 수는 모두 30개. 손 사장의 광구는 수도인 리마 북부의 앙카시(Ancash), 리마 남부의 후앙카밸리카(Huancavalica), 이카(Ica), 아야쿠초(Ayacucho), 리마 남동부의 아퓨리막(Apurimac), 페루 남부의 아르키파(Arequipa) 등 7개 지역에 걸쳐 있다. 이들 광구의 총면적은 1만㏊(약 3000만 평), 우리나라 여의도(250만 평) 면적의 12배에 달한다.



손 사장은 “현재 1개 광구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 코스닥 기업인 한국자원투자개발과 협약을 체결했고, 다른 1개 광구는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탐사승인을 받아 조만간 탐사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지금은 광산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페루 광업회사로부터 구매한 몰리브덴 원석을 정광한 후 이를 국내외에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석에 붙어 있는 몰리브덴의 양은 0.1~1% 정도다. 100톤의 원석을 캐내도 몰리브덴은 1톤 미만이라는 얘기다. 이를 강철과의 합금과정에서 사용하려면 돌에서 몰리브덴을 분리한 뒤 황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몰리브덴은 검은 황금이라 불릴 정도로 부가가치가 엄청나다.



“현재 몰리브덴의 가치는 파운드(450g)당 17달러 정도입니다. 황을 제거하지 않은 몰리브덴으로 치면 1톤에 1만7000달러가 넘습니다. 국내 수요는 연간 약 1만5000톤 규모로, 달러로 환산하면 약 3억 달러에 달합니다.”

IT맨에서 자원 비즈니스맨으로 변신

손 사장은 원래 샐러리맨이었다. 하지만 평범치는 않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IBM에 입사, 영업맨으로 승승장구했다. 동기들 중에서 승진도 가장 빨랐다. “어느 날 직장 생활하는 게 별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 사업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그는 2001년 다 쓰러져 가는 IT업체인 지금의 유니포인트(옛 우노시스템)를 인수했다. 영업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그는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의 자신감은 그대로 실현됐다. 인수 다음 해인 2002년 120억원이었던 유니포인트의 매출액은 지난해 470억원으로 불어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다. 그가 2007년 몰리브덴에 눈을 돌린 것도 이 때문이다.



“IT산업이라는 게 수익성이 높지 않을뿐더러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어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죠. 국내보다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것을 찾았어요. 그게 바로 몰리브덴이었습니다.”



사실 그가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석탄이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국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몇 개월 동안 인도네시아의 탄광을 훑고 다녔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다음으로 그가 눈을 돌린 것은 ‘희소금속’. 마침 지인이 몰리브덴 얘기를 꺼냈다. 몰리브덴이 고온에서 철의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것이었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탱크는 독일군의 포탄에 여지없이 박살이 났지만, 철판 두께가 3분의 2밖에 되지 않은 독일군 탱크는 포탄에도 끄떡없었다더군요. 독일군 탱크의 철판에 바로 몰리브덴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죠. 몰리브덴은 현재로서는 대체가 불가능한 희소금속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 이걸 해야겠다 싶었죠.”



본격적으로 그는 몰리브덴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몰리브덴은 내열성·내식성이 뛰어나서 철합금과 비철합금의 제조에 중요한 합금제로 쓰인다. 내열강도, 내부식성 및 내마모성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 몰리브덴 합금강은 송유관과 해양구조물, 자동차 엔진, 항공기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몰리브덴 매장량으로 보면 중국(38%)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이 미국(31%), 캐나다(5%), 칠레·러시아(3%), 페루·아르메니아(각 2%)의 순이다. 손 사장은 이 중에서 페루를 주시했다. 인건비 등이 저렴하고, 채산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몰리브덴은 해저지형에서 채굴되는 광물입니다. 페루의 안데스 산맥은 원래 바다 밑에 있었어요. 지각변동이 일어나 융기하면서 거대한 산맥이 된 거죠. 그 때문에 몰리브덴은 오늘날 페루를 먹여 살리는 자원 중의 하나가 됐고요.”



페루는 지하자원 수출과 관련 산업이 국가 산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광물 국가다. 하지만 자본력이 충분치 못한 페루 정부는 내·외국인에게 매년 등록비를 받고 광산 개발권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페루 정부는 광산 채굴권을 희망하는 외국 업자들을 엄격하게 심사,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그 자격을 부여한다. 그가 현재 개발권을 확보하고 있는 30개의 광구도 이러한 까다로운 절차와 경쟁 입찰 등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발로 뛰며 현장 조사

손 사장이 페루에서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몰리브덴을 생산하고, 광구를 확보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그가 페루를 찾은 것은 2007년. 처음에는 광산을 확보해 몰리브덴을 직접 캐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페루 현지 사정을 모르고 무턱대고 덤벼든 그에게 닥친 것은 시련이었다. 채굴이 중단된 광산을 10만 달러에 샀지만 이는 페루 업자의 사기였다. 광산업자가 다른 외국 기업과도 이중 매매계약을 맺은 것이었다.



그는 몰리브덴 가공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몰리브덴 원석을 사서 선광한 뒤 이를 팔 요량이었다. 광산을 직접 개발하려면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가공 사업은 리스크도 적을뿐더러 수익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몰리브덴 원석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광업회사를 물색했다.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았다. 페루의 관련 협회에 광업회사에 대한 믿을 만한 데이터가 없었다. 직원들과 직접 조사에 나섰다. 3명의 현지 지질전문가도 영입했다.



그가 인터뷰 도중 내민 시장조사 서류에는 페루 전역에 있는 6500여개 광업회사의 업체명과 담당자와 연락처 등 각종 정보가 적혀 있었다. “페루에 있는 광업회사를 모두 조사했어요. 그 중에서 쓸 만하다 싶은 1200여개 회사와 실제 접촉을 했지요. 이번엔 반대로 페루 광산업체들이 듣도 보도 못한 동양인을 믿지 못하는 거예요.”



그는 페루 광업협회에 등록을 하고 이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와 계약을 체결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실제 접촉했던 1200여 광업회사 중에서 50개 업체를 추려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한국과 전혀 다른 페루의 기업문화도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는 “페루 기업인들이 말하는 ‘내일’은 ‘다음 날’이 아니라 ‘다음에’ 정도의 의미”라며 “내일 선적한다고 한 게 3주일 걸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처럼 ‘빨리빨리’ 하려고 했죠. 하지만 그렇게 해선 페루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페루에선 페루 식을 따라야죠.”



광업회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원석을 공급받았지만 또 다른 장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확보한 원석에서 분리한 몰리브덴은 불순물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았던 것.



“불순물 제거 방법은 관련 업체의 일급비밀입니다. 대충은 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약품의 용량이나 걸리는 시간 등은 일체 드러나 있지 않아요.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온갖 시행착오를 거쳤죠. 성공하기까지 9개월이 걸렸어요.”



첫 몰리브덴 선적은 지난 2월 이뤄졌다. 시장조사에서 몰리브덴을 생산하기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광구를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그가 30개의 광구를 확보하기 위해 검토한 광구는 모두 120여개. 이 중에서 그는 30여 군데의 현장을 직접 답사했다. 짧게는 하루가, 길게는 2박3일이 걸리는 여정이었다.



“페루 정부가 제공한 지질정보를 1차 검토하고, 될 만한 곳은 현장을 찾았어요. 페루의 몰리브덴 광산은 해발 3000~5000m 사이의 고산지대에 있습니다. 10~20시간씩 차를 타고 가서 또 3~4시간은 걸어야 하는 곳이죠. 지금도 그렇지만 고산에 익숙지 않아서 잘 걷지도 못하거나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고산지대에선 먹으면 다 토하기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요. 거의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광산을 찾아 20시간 넘게 산길을 달린 적도 있었어요.”



- 손지웅 사장이 개발권을 확보한 광구(위 사진). 돌 사이의 푸른색을 띤 부분이 몰리브덴이다.

해외자원 비즈니스 기회 많아

이렇게 수많은 역경을 이겨 낸 그는 젊은 세대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요즘 취업에만 목매단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국내에서 말이죠.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라고 충고하고 싶어요. 해외, 특히 후진국에 가면 할 일이 많습니다. 자원분야에서는 더 그렇고요. 물론 실패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성공이라는 달디단 열매를 딸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전 세계 각국의 ‘자원무기화’에 따른 자원 전쟁은 그야말로 무한 생존경쟁”이라며 “아직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광구 확보나 가공사업을 통해 글로벌 자원개발회사로의 첫발을 내딛은 것에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적은 자본으로도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원 비즈니스입니다. 고부가가치 사업이기도 하지만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희소금속이나 해외자원 확보에 나서는 것이 절실합니다.”



그는 연간 1000톤가량의 몰리브덴을 가공·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페루의 몰리브덴이 안정권에 접어들면 인도네시아 석탄사업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 손지웅 사장은… 

1959년생. 86년 고려대 교육학과 졸업. 86년 한국IBM 입사. 87~2000년 한국IBM 금융산업 영업대표, 서비스 비즈니스 부장, IBM글로벌 서비스 실장 등 역임. 2001년~현재 유니포인트 사장. 2009년~현재 SNS엔터프라이즈 사장.

 CEO On Green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젝시오(XXIO) 골프클럽. 그동안 숱한 골프채를 만져 봤는데, 이렇게 손맛이 좋은 골프클럽은 처음이다. 공이 클럽 페이스에 살짝 붙었다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20년간 골프를 치면서도 잘 느끼지 못했던 임팩트라는 것을 이번에 생생히 느꼈을 정도다.



그동안 골프실력이 부족해서라고 여기고 지내왔는데…. 물론 여전히 실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골프클럽이 나의 부족한 실력을 많이 보완해 준다. 모처럼 사랑스런 골프클럽을 만난 것 같다. 이번 봄맞이 라운딩에 이 클럽을 가지고 나가야겠다. 주말이 기다려진다.”   

                                                                          

- 손지웅 SNS엔터프라이즈 사장

 알림

‘CEO On Green’은 골프를 즐기는 CEO들이 첨단기술을 적용한 골프클럽 ‘젝시오 프라임’을 직접 사용해본 소감을 골프 애호가 독자들께 살짝 귀띔하는 코너입니다. 이 코너는 젝시오 프라임이 후원합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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