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울의 디자인은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서울의 거리가 새롭게 디자인되고 있으며, 성냥갑 모양의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모양도 변하고 있다. 디자인은 서울의 모습을 바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디자인이 불황 극복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심재진(55)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를 만나 서울의 디자인과 디자인 산업에 대해 들었다.

“도시 경쟁력 디자인이 좌우…

  시스템·프로세스 바꿔 ‘역동적인’ 서울 만들겠다”

 “공공디자인은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입니다. 디자인으로 도시를 세련되게 하고, 역동적으로 바꾸자는 것이죠.”

심재진 대표는 디자인의 역할이 간판을 정리하는 것처럼 단순히 도시의 외관만을 바꾸는 정도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바꿔 활력 있는 도시 환경을 만드는 것도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한 것이라든지, 청계천을 복원한 것 역시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경쟁력이 좌우되는 셈이죠. 디자인 자체가 돈이고, 경제입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웬 디자인’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의 디자인에 대한 소신과 확신은 뚜렷했다. 그는 디자인 산업 발전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은 시민경제에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이 디자인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디자인 산업 진흥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디자인을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의 발전이 건설과 산업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디자인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디자인 시장 규모는 오는 2015년까지 15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디자인을 통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수출 증대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경제적 파급 효과 또한 커진다는 계산이다.

디자인 산업 육성에 주력

서울디자인재단이 출범한 것은 지난해 3월. 서울의 디자인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 산하의 실무 기관으로 세워졌다.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세워질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완공·운영하고, ‘세계디자인수도 서울 2010’의 성공적인 개최도 서울디자인재단이 해야 할 일이다.

초대 CEO인 심재진 대표는 30년 가까이 LG전자에서 제품 디자인을 담당한 산업디자인 분야 1세대다. 그는 지난 1년여가 10년 정도로 느껴질 정도로 재단이 단기간에 많은 일을 했다고 한다. 가장 힘든 시기는 지난해 9월 디자인올림픽 때였다. 디자인올림픽은 2010 세계디자인수도 지정을 계기로 서울시가 세계 디자인·문화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마련한 디자인 문화 종합 축제다. 3월에 CEO로 취임한 그는 숨 돌릴 새 없이 디자인올림픽 준비에 나서야 했다. 디자인올림픽은 올해부터는 서울디자인한마당으로 불린다.

“행사까지 남은 기간이 5개월 남짓했어요. 단기간에 결과를 보이는 것이 힘들었죠. 다행히 2008년 열린 디자인올림픽을 둘러 본 경험이 있었어요. 그 땐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 당시에 제가 한다면 이렇게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게 많았어요. 그걸 많이 살렸죠. 실제 제가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심 대표는 올해 디자인지원센터 등 디자인 인프라 운영을 통한 비즈니스, 네트워크 활성화 및 국내외 마케팅 등을 통해 디자인 산업 지원·육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디자인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마케팅 지원과 디자인 기업과 중소 제조기업을 연계하는 협업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기로 했다.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신소재에서부터 컬러, 사회의 트렌드 등 모든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디자인이 필요한 중소 제조기업을 역량 있는 우수 디자인 기업과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할 생각입니다. 내년에는 중소기업을 위한 디자인 R&D센터도 개소할 예정이고요.”

또 우수한 디자이너를 발굴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만들어 놓고도 팔지 못하는 우수한 디자인 제품이 국내외에서 팔리도록 마케팅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미 서울 상암동에 마련된 서울디자인창작지원센터에서는 역량 있는 우수 디자인 기업을 발굴하고 있으며, 효과적인 마케팅 지원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디자인마케팅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또 오는 9월에 개최되는 서울디자인한마당에서는 디자인 장터를 열어 디자인 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인이 곧 경제’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삼각형의 정점에 마케팅, 왼쪽 끝점에 디자인과 제조업과의 연계, 오른쪽 끝점엔 디자인 R&D라고 적었다.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튼튼한 삼각고리가 형성돼야 디자인이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디자인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렀다.

곧 스타 디자이너 나올 것

그가 이러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쌓은 경험과 무관치 않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78년 LG전자(당시 금성사) 디자인연구소로 입사해 2007년까지 디자인 부문에만 종사했다. LG전자를 퇴직한 이후에는 사무용 가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에서 디자인을 총괄했다.

“대기업에 있을 땐 한마디로 건방졌죠. 중소기업 등에서 강연 요청을 받으면 성공사례만 얘기했어요. 그런데 중소기업에 있어보니까 그런 성공사례들이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대기업에 비해서 너무 낙후돼 있으니까요. 그래서 디자인 기업의 마케팅과 중소기업의 디자인 분야에 대한 지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그는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위에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금방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할 수 있을 정도예요. 스타 디자이너를 키우는 것은 제게 남은 또 다른 숙제이기도 합니다.”

2011년 완공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 트렌드 제시하는 랜드마크로 육성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디자인 서울의 새로운 메카가 탄생한다. 2011년까지 세계디자인수도 서울의 명성에 걸맞은 랜드마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건립된다. 서울도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나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견주어 손색없는 도시의 명물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DDP를 ‘세계 디자인의 정보, 자본, 사람이 모이는 디자인 메카’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뒤에 들어서는 DDP는 지하 3층, 지상 4층, 연면적 8만1210평방미터로 내년 12월 완공해 2012년 6월 개관할 예정이다. 공간은 전시 시설(디자인 트렌드세터), 컨벤션 시설, 정보체험 시설로 구성된다.

전시 시설에는 수장고, 홍보관을 비롯해 디자인 박물관과 미래관 등을 갖춰 세계 수준의 전시 콘텐츠를 수집하고 디자인 전시를 기획·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DDP를 세계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제시하는 ‘디자인 트렌드세터(Trendsetter)’, 최신 상품이 테스트되고 첫 선을 보이는 ‘디자인 런칭 패드(Launching Pad)’, 디자인 지식 정보를 체험하는 ‘디자인 익스피리언스(Experience)’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할 생각이다.

DDP는 독창적인 전시를 개발·육성하고, 기존 세계 유명 전시를 유치해 디자인 트렌드세터로 운영된다. 또 도시디자인의 방향을 세계디자인도시들이 함께 모색하는 ‘세계디자인도시 서미트’, IT로 세계문화의 교류를 유도하는 ‘서울 CIT전’ 등 고유 브랜드 전시회를 개발해 서울 지역의 이슈를 세계화할 방침이다.

개관에 맞춰 세계적인 디자인 전시도 유치할 계획이다. 개관 기념 특별전으로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가구생활소품 전시회인 ‘VIA 디자인 3.0’, 미국 뉴욕 쿠퍼휴잇 디자인 뮤지엄의 ‘내셔널 디자인 트리엔날레’ 등을 유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디자인 박물관에는 세계 디자인사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수집해 전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TV 초창기 모델 등 3732점을 구매했으며, 국내외 컬렉터의 소장품을 임차해 전시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DDP는 세계 최신 디자인 상품을 선보이고 테스트하는 디자인 런칭패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2008년부터 잠실운동장에서 개최한 디자인올림픽을 2012년부터 서울디자인한마당으로 이곳에서 개최하고, 동대문 패션·관광 활성화와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한 서울패션위크도 개최할 예정이다.

가구디자인 산업전인 ‘밀라노 사로네 디 모빌레’, 파리 ‘메종 오브제’, ‘디자인 마이애미’ 등 세계적인 박람회와 디자인 마켓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지하 1~2층 200·900·1500석 규모의 컨벤션홀은 세계 유수 기업 및 디자이너의 신제품을 발표하고 디자인 산업 마켓플레이스를 육성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정보·체험 시설로는 지상 1층에 디자인 도서관, 2층에 리소스센터, 3·4층에 커뮤니티 지원시설과 디자인 체험관이 들어선다. 디자이너 등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생활의 일부로서 디자인을 체험하고, 생활에 필요한 디자인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DDP가 완성되면 국내 디자인 경쟁력이 현재 세계 9위에서 2015년까지 5위 이내로 도약하고, 2020년까지는 세계 5대 패션도시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대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현재 32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증가하는 등 관광 사업과 주변 도심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원 서울디자인총괄본부장은 “연관 산업 활성화를 통해 서울 경제 전반의 활력도 창출해 건립 후 30년간 운영을 통해 54조원의 생산과 45만 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Tip | 세계디자인수도 2010

서울 브랜드 가치 알리는 ‘디자인 축제’


▷▶▷ 서울시는 2007년 ‘세계디자인수도(WDC) 2010’에 선정됐다. 세계디자인수도란 국제디자인연맹(IDA)과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가 세계의 도시들 가운데 사회·경제·문화 각 분야에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고 구체화하고 있는 도시를 선정해 부여하는 타이틀이다. 2년에 한 번 새로운 도시들이 선정되는데 서울시는 2008년 이탈리아 토리노로부터 이 타이틀을 넘겨받았다.

세계디자인수도 선정을 계기로 서울시는 서울의 디자인 역량을 세계에 알리고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부터 ‘전야제 및 시민축제’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들어간 ‘세계디자인수도 2010’은 사람과 돈이 몰리는 경제적 부가가치 외에 지구촌 곳곳의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국제 행사인 만큼 디자인으로 도시 발전을 추구하는 서울의 활약상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디자인수도 2010’에 앞서 ‘서울디자인한마당 2010’이 잠실종합운동장과 한강둔치, 서울 도심 곳곳에서 오는 9월17일부터 10월7일까지 펼쳐진다. 서울디자인한마당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디자인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디자인 축제이다. 서울디자인한마당과 함께 세계디자인도시별 디자인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세계디자인도시전’이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11월 중에는 차기 도시에 세계디자인수도 타이틀을 넘겨주는 인수인계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장시형 기자 / 사진 :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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