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느낌 살아 있는 고급달력,

대기업 VIP 선물로 ‘인기’

연말이다. 묵은 달력을 버려야 한다. 내년 토끼띠의 새 달력을 걸기 위해서다. 그런데 도무지 버리기 싫은 달력이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 도상봉 등 국내외 저명한 화가들의 그림이 인쇄된 유사미(옛 바른손카드)의 ‘VIP 달력’이다. 유화 특유의 울퉁불퉁한 붓 자국이 그대로라 화가들이 그린 진짜 그림 같다.

“연말이면 쏟아지는 평범한 달력과는 차원이 다르죠. 7~8만원 수준의 고가달력으로 대기업의 VIP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요. 액자에 넣어두려고 그림만 따로 떼어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명화의 느낌이 생생하죠.” 박소연(48) 유사미 사장의 말이다.

유사미의 VIP 달력은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연말 선물로 애용되고 있다. 삼성그룹, 포스코, 한국중공업, 산은지주, 국민은행 등의 임원진과 기업별 VIP들에게 전달되는 것. 그룹사의 경우 각 계열사와 지사, 은행의 지점까지 골고루 납품되는 물건이라 수요도 적지 않다. 지난해 발행량은 90만 부. 인기 탓에 올해는 주문이 20% 이상 늘었다고 한다.

VIP 달력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은 ‘마티프린팅’이라는 특수 인쇄술 덕분이다. 지면에 색채와 질감을 동시에 입히는 것으로 실크프린팅, 옵셋프린팅 등 여러 인쇄기술을 동시에 응용하는 기법이다. “바른손카드 시절부터 40년 동안 기념카드 제작에서 쌓아올린 노하우가 적용됐어요. 연하장, 청첩장, 기업카드 등 국내 기념카드 시장 절반을 점유하는 만큼 인쇄기술과 디자인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유사미가 고급달력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07년. 당시까지 카드부문으로 지나치게 편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보자는 취지였다. 카드와 동일한 인쇄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서 자연스레 기업용 달력에 주목했다. 기업카드를 만들면서 청와대, 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들과 대기업 1000여 곳을 거래처로 삼고 있었던 것도 자신감을 갖게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크고 작은 인쇄업체들이 치열하게 출혈경쟁을 벌이는 영역이 기업용 달력시장이었다. “연말에 4~5개의 달력을 받더라도 벽에 거는 것은 1개뿐이죠. 고급화로 철저히 차별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때마침 기업들이 ‘감동 마케팅’ 차원에서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VIP 선물용 아이템을 찾고 있었죠.”

유사미는 VIP 달력처럼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는 재주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 2009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매출은 240억원으로 5년 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한편 박 사장은 창업주인 박영춘 회장을 잇는 2세 경영인이다. 그는 내수에만 의존했던 카드시장을 해외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2000년대 초반 기념카드업계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 유통채널을 확보하며 급성장했습니다. 내년이면 미국, 영국, 중국, 호주 등에서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죠. 희망찬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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