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에서 기존 증권업계의 강자들과 맞장을 뜨겠다고 선언한 용감한 새내기 증권사가 있다. 헌데 방법이 독특하다. 포털·게임업계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임직원들에게 놀이문화를 전파한다. 튀긴 하지만 실력도 예사롭지 않다. 3월 결산법인인 이 회사는 2011년 3월이면 출범 3년 만에 흑자전환이 확실시된다. 이런 KTB투자증권을 이끄는 주원 대표이사(부사장)를 만나봤다.

‘튀는 인재’ 영입‘튀는 경영’ 눈길…



“온 국민 ‘즐거운 재테크’ 이끌겠다”

 ‘KTB투자증권, 증권가 임원 블랙홀’, ‘KTB투자증권, 전 직원 참여하는 온라인게임 대회 개최’, ‘KTB투자증권 대표, 트위터 활동으로 프로젝트 수주’, ‘KTB투자증권, 포털·게임회사 인재 채용’, ‘KTB투자증권, 2010년 4월 채권중개 분야 1위’, ‘KTB투자증권, 2010년 6월 기업어음(CP)중개 분야 1위’, ‘KTB투자증권, 1분기(2010년 4~6월) 흑자전환’….

이제 세 살이 되는 새내기 증권사와 관련된 뉴스치고는 꽤나 흥미롭다. 신생회사라면 일이 고되어 사람 구하기 힘들기 마련인데, 2년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무려 300여 명의 인재를 빨아들였다.(2010년 12월 현재 총 418명) 회사에서 여는 행사도 여느 증권사들처럼 주식투자대회나 등산·마라톤 같은 것이 아니라 온라인게임 대회, UCC 콘테스트, 도미노게임 대회다. 엉뚱하게도 인터넷포털과 게임회사에서 인재를 채용하기도 한다. 대표이사는 트위터로 만난 인맥을 통해 기업금융 자문 계약을 맺는다. 그런데 뭔가 특이한 이 증권사가 실력도 괜찮단다. 기존 강자들이 수두룩한 성숙한 증권업계에서 이 회사의 리서치센터는 업계 5위권에 진입했고, 채권·CP 중개부문에서 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자산운용부문도 주요 수익원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이 증권사, 대체 정체가 뭔가?

“우리는 (옛날식) 증권사가 아닙니다.” 주원 KTB투자증권 대표의 말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과거에는 증권사들의 주요 업무가 주식거래 주문, 투자 상담이었죠. 하지만 고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문화가 점점 확산되며 SNS가 젊은이들의 일상이 되고 있어요. 이제 이런 고객들을 상대하려면 증권회사는 단순한 주문, 투자 상담 그 이상의 서비스로 진화해야 합니다.”

‘주문·투자 상담 그 이상의 서비스’란 무엇일까? 바로 그동안 심각하고 어렵게 여겨졌던 투자의 영역을 ‘온 국민의 즐거운 재테크’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옛날 방식을 답습하는 증권사로는 곤란하다는 얘기였다. 신사업본부를 만들어 NHN 포털전략팀의 문병용 부장을 영입해 신사업본부장을 맡기고, 포털·게임회사 웹기획자들을 채용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고 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IT기기 디자이너가 아니라 생활용품 디자이너를 채용해서 최초의 가정용 컴퓨터를 디자인했다고 해요.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고정관념이 없는 사람에게 일을 맡긴 거죠.”

개인고객을 상대하는 소매 증권사의 기본 사업 형태는 오프라인 지점에서 주식거래 주문을 받고, 투자 상담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벗어난 최초의 형태는 오프라인 지점 없이 운영된 온라인증권사였다. 주 대표는 온라인증권사 그 다음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온라인증권사가 인터넷 시대의 환경을 잘 활용하긴 했지만, 주식거래 주문의 수단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아요. 하지만 KTB는 현재의 모바일 혁명, SNS의 일반화 등 달라지는 트렌드를 증권업과 본격적으로 접목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증권 관련 게임 같은 것이 될 수도 있겠죠. HTS(홈트레이딩시스템) 같은 시스템도 그냥 주문만 잘 되게 하자는 개념을 넘어서야 합니다. 이번에 채용한 포털·게임업계 출신 웹기획자들이 이와 관련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중인데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서 이젠 웹디자이너, 웹개발자를 뽑아서 이를 구체화하려고 합니다.”

증권사 CEO의 입에서 나온 얘기치고는 매우 파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너무 앞서 가는 것은 아닐까? 주 대표는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다. “급히 가려는 게 아니라, 천천히 완성도를 높여갈 것”이란다. 사실 새로운 시도가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릴 여유는 있는 상태다. 회사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돈도 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회사가 증권업계 상식으로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를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주 대표는 “증권업과 온라인의 본격적인 접목이나 애플의 인재 활용 사례 등 전혀 새롭게 가자는 콘셉트는 모두 대주주인 권성문 회장님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의 전신은 KTB네트워크다. 국내 대표적인 벤처투자회사로 30여 년의 업력을 지닌 KTB네트워크가 증권업 인가를 받아 2008년 7월에 종합증권사로 변신한 것이 바로 KTB투자증권이다.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은 KTB네트워크 시절 성공투자 신화를 써내려간 잘 알려진 벤처투자자다. 즉, 현재 KTB투자증권의 색다른 도전 방향은 권 회장이 제시했고, 이에 공감한 주 대표가 구체화하고 있는 구도라는 것이다.

KTB투자증권 경영진의 이 같은 새로운 구상은 증권업계 전반은 물론 이 회사 임직원들에게도 낯선 것임이 분명하다. 소수 외부 영입인재들만의 프로젝트를 넘어 회사 전체의 DNA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체 구성원들에게 이런 새로운 문화가 스며들어야 할 터.

“우리가 즐거워야 고객도 즐겁다”

(KTB투자증권은 전혀 새로운 증권사가 되고자 다양한 파격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민 이 회사의 사무공간 모습)



아닌 게 아니라 주 대표는 회사 구석구석에 신문화를 전파하는 데 열심이다. 이른바 ‘펀(fun) 경영’을 지속적으로 밀고 있다. 매월 셋째 토요일에는 전 직원이 모여 ‘토요한마당’이라는 행사를 하는데, 1박2일로 온라인게임대회를 하기도 하고, 본부별로 UCC 동영상을 찍어서 상영하는 콘테스트를 열기도 했다. 2010년 송년회로는 무역전시장을 빌려 도미노게임 대회를 기획했다. 전혀 새롭고 즐거운 증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회사 임직원들부터 즐겁고 신나게 노는 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처음에는 뭐 이런 이상한 걸 시키냐고 투덜대는 직원들이 꽤 많았죠. 하지만 일단 참여해서 게임도 해보고, UCC도 만들어 보니까 재미가 있거든요. 시켜서 시작한 놀이였지만 이제는 대부분이 진심으로 빠져들어 놀고 있어요.”      

이 같은 펀 경영은 신문화 전파의 수단인 동시에 갑자기 커진 조직의 성장통을 완화시키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벤처투자·기업구조조정·M&A 등 투자사업과 증권업의 결합이다 보니,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도 있었고, 한 해에 두 배 이상 인원이 급증하며 커뮤니케이션 동맥경화도 나타났다. 하지만 펀 경영 활동을 위해 전 직원이 함께 어울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있다고 한다. 

주 대표는 증권가에서 트위터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권위적이지 않고 편안한 그의 트윗에 힘입어 팔로워가 3300여 명으로 불어났다. 그는 최근 소녀시대 트위터당에 가입해 화제가 됐다. 트위터당이란 트위터 안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말한다. 주 대표는 소녀시대당 외에 증권업계 사람들의 모임인 증권당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는 트위터로 일반 주식투자자들이나 다른 증권사 직원들과 많이 교류하고 있는데, 그의 친근한 모습이 회사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주 대표의 트위터를 본 후 입사하고 싶어 지원했다는 신입·경력 직원들이 부쩍 늘었다고.

초보 CEO의 ‘소녀시대 경영론’

새내기 증권사인 KTB투자증권을 이끄는 주 대표 역시 초보 CEO다. 증권업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일했지만, CEO는 KTB투자증권에서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초보 CEO다 보니 CEO로서 겪는 스트레스 역시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무게로 다가오고 있다.

“임원일 때는 힘들 때 상사 흉도 보고 술도 한잔할 여유가 있었는데, CEO가 되니까 일하느라 몸살 날 틈도 없네요. 우리 직원이 400여 명이면 거기에 딸린 식구들이 수천 명인데, 그런 생각을 하면 긴장감이 엄청나서요.”

하지만 초보 CEO라 해도 그의 비전은 결코 작지 않다. 이 회사 명함에는 회사 로고 위에 ‘리테일 명가를 지향합니다’라는 글이 반듯하게 적혀 있다. 틈새 공략에 그치는 중소형증권사에 머물지 않고 ‘대형 종합증권사’가 되겠다는 야심의 표현이다.

이 회사의 전신이 오랜 벤처투자 경험과 PEF(사모투자펀드) 운용 노하우를 보유한 KTB네트워크였음을 감안할 때 PEF나 IB(투자은행) 등에 전문화하지 않고 종합증권사를 지향한다는 것은 다소 의외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이미 2009년 KTB투자증권에 합류할 때부터 이런 비전을 세우고 그에 따라 회사를 차근차근 키워왔다. 

그는 대표로 취임한 후 리서치, 리테일, 법인영업, 채권영업, FX마진거래, 파생상품, 자산운용 등 신규 사업부문을 줄줄이 출범시켰다. 이 중 주식채권영업, 자산운용 부문은 업계 선두권으로 올라서며 빠르게 안착했다. 주 대표는 초창기에 실력 있는 인재들을 영입해 빠르게 돈 버는 구조를 만들고, 시대의 변화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사업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현재의 먹을거리 확보와 미래의 기반 마련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제가 아이돌그룹 소녀시대 팬인데요, 소녀시대를 보면 번갈아 부각되는 멤버들이 그룹의 인기를 꾸준히 유지시키거든요. 저는 KTB투자증권도 그렇게 경영할 생각입니다. 다양한 사업군을 출범시키고, 이 사업부들이 번갈아 수익을 내면서 회사 전체의 실력과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죠.” 대형 종합증권사로 가기 위한 주 대표의 ‘소녀시대 경영론’이다.

“어느 정도 안정된 수익구조를 굳히고, 새로 출범시킨 IB사업 부문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겁니다. 현재 강력히 진행 중인 온라인 영업 차별화, 그리고 PB(프라이빗뱅킹)영업 중심의 지점망 확충을 통해 ‘리테일 명가’의 기반을 닦으려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펀 경영의 조기 정착이 필요하죠. 고객이 즐겁게 투자를 하기 위한 모든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우리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즐거워져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초기에 계획했던 대로 잘해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 게임은 이제부터라고 봐야죠. 펀 경영으로 만들고 있는 새로운 문화를 바탕으로 신규 사업에서도 수익성을 이끌어내야 하니까요.” 

 

■주원 대표 프로필

1963년 9월생. 82년 숭문고 졸업. 86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89년 뉴욕대 경영대학원 석사. 89년 6월에 입사한 쌍용투자증권 채권부, 영업부, 주식운용팀, 해외투자팀, 국제채권팀 등에서 근무하며 증권사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98년 12월부터 홍콩에 있는 Korea Asia Fund management Co. Ltd에서 펀드매니저로 근무하다가 2000년 2월에 온라인증권사인 키움증권이 설립될 때 창립멤버(상무)로 합류했다. 채권영업, 법인영업, 자산운용, 인사, 영업지원 등의 업무를 맡았다. 2007년 10월 유진투자증권 전무로 자리를 옮겨 자산운용본부장, 마케팅본부장을 지냈다. 2009년 4월 KTB투자증권 대표이사(부사장)로 선임, 이 회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