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여성·가족·청소년 정책을 총괄한다. 부처 이름이 여성편향적(?)인 듯하지만 가족·청소년 정책도 아우르기 때문에 남성들도 결코 무관치 않다. 여성가족부의 정책 비전과 목표는 ‘가족 모두가 행복한 사회, 함께하는 평등사회’다. 결국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국민의 삶의 질을 챙기고자 하는 셈이다. 우리 가정과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나봤다.

 일 중심의 기업문화로 가족기능 약화 등 부작용 심각

 가족친화제도 도입·여성인력 활용만이 미래 위한 해법

■백희영 장관 프로필

1950년 9월30일 서울생

1969년 경기여고 졸업

1973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3년 수료

1981년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이학박사

1992~현재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교수(휴직)

2002~2003 대한가정학회 회장

2003~2009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대표이사·이사

2004~2009 서울대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2005~2009 세계영양학회 이사

2008~2009 서울대 대학교원임용양성평등추진위원회 위원

2008~2009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2009~2009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사

 

“제가 기업 CEO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가족친화경영’을 정착하는 데 앞장서 달라는 거예요. 가족친화경영은 기업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CEO들과 경영진이 그런 가치를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게 우리가 선진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백희영 장관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부탁으로 말문을 열었다. 꽤 작정한 듯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여성·가족·청소년 정책 주무장관인 그가 왜 기업인들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는 걸까?

물론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몇몇 문제들은 한국 특유의 기업문화나 직장문화에서 기인한 측면이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장시간 근무를 당연시하는 ‘일 중심 문화’는 가족기능 약화, 저출산 문제, 가족해체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 기업들의 CEO와 간부들은 젊은 시절부터 오로지 ‘일, 일, 일’만을 외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 중심 문화가 어떤 폐단을 낳는지를 잘 모르는 게 사실이에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대졸 여성들은 직장생활을 몇 년 하다가 결혼하면 출산·육아 부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수한 여성인력의 재능이 사장되는 거죠. 그뿐인가요? 직장 선배·동료들이 결혼해서 회사일 하랴 가사 돌보랴 쩔쩔매는 모습을 본 다른 여성들은 아예 결혼 자체를 꺼리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 수렁에 빠지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 때문이에요. 청소년 일탈 문제도 비슷한 이유라고 봅니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적어요. 그러다 보니 인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거죠.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면 청소년 문제의 상당 부분은 해결될 수 있습니다. 결국 과도한 직장 중심 문화를 바꿔나가야 하는 겁니다.”

여성가족부는 이른바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를 도입해 기업문화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데, 이 제도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는지요?

“아직 기업들의 인식이 부족합니다. 특히 가족친화제도를 도입하면 재정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서인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가족친화기업 인증제가 올해 도입 4년째로 접어들면서 인지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긴 합니다. 아울러 인증 신청을 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2008년 16곳에 그쳤던 것이 지난해는 41곳으로 증가했습니다. 가족친화적 근무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겠지요. 앞으로 여성가족부는 기업들의 가족친화경영을 돕기 위해 컨설팅, 교육뿐 아니라 기업 규모나 특성에 맞게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가족친화 매뉴얼’을 보급할 계획입니다. 또 우수사례 홍보를 강화하고 기업간 멘토링 등을 주선해 가족친화경영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힘쓰려고 합니다.”

가족친화적 기업문화의 핵심 요소로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근로자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바로 가족친화기업이지요. 가족친화제도의 예를 들자면 시차(時差)출퇴근제·재택근무제 등의 유연근무제도, 출산휴가·육아휴직·사내보육시설 등 자녀출산·양육 지원제도, 가족친화 문화프로그램, 부양가족 지원제도 등 다양합니다. 물론 이런 제도들을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조직문화가 갖춰져 있느냐 하는 게 가족친화기업의 관건이겠지요. 그러려면 경영진과 근로자가 서로 신뢰관계를 갖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가족친화제도의 실질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실 어떤 사람이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부정하겠는가? 가족친화라는 명제는 누구에게나 소중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가족친화적 기업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쉽사리 내리지 못하는 까닭은 뭘까? 그것은 바로 기업들이 가족친화경영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해, 가족친화제도를 도입하면 회사의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믿음은 기업 경영자들에게 너무나 오래된 것이고 또한 광범위한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가족친화제도가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적잖이 나와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독일 헤르티에 재단은 가족친화적 기업의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0% 정도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 미국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ROWE(Result-Only Work Environment)’라는 유연근무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이를 적용한 팀의 생산성이 41% 향상되고 이직률은 9분의 1로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기업들이 가족친화제도 도입을 꺼리는 것은 아무래도 생산성 저하나 비용 증가 등을 걱정하기 때문일 텐데요.

“가족친화제도를 갖춰 놓으면 우수한 인재를 데려올 수 있고, 임직원들의 애사심도 고취할 수 있어요.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오히려 근무집중도가 더 높아지게 됩니다. 외국계 기업들은 상당수가 가족친화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이들 기업의 여성인력 활용도 역시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요즘 세대들은 일을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개인적인 삶의 질을 중시하고 다양한 가치를 추구합니다. 직장을 최우선시하는 산업화 시대는 진작 지나갔습니다. 이런 변화를 우리 사회, 특히 기업들이 수용해야 합니다.”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확산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유연근무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기업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습니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100여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인사담당자의 70% 정도가 유연근무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로 생산성 저하, 인사·노무관리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죠. 이런 결과로 볼 때 아직 많은 기업들이 유연근무제가 이익이 된다는 점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공직사회에서는 유연근무제가 이제 정착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시차출퇴근제의 경우 이미 몇 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어요. 결국 민간 부문 확산이 남은 과제인데 CEO들의 인식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민간기업 10곳을 정해 유연근무제 시범사업을 펼칠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유연근무제의 효과를 확인하고 제도·정책 수립에 반영할 생각입니다.”

한국의 여성인력 교육 수준은 매우 높다. 통계상으로 보면 남성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2009년 기준 대학진학률은 여학생이 82.4%로 오히려 남학생의 81.6%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석사학위 취득자의 여성 비율도 48%로 절반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10년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 3대 고시의 여성 합격자 비율도 절반에 가깝거나 웃돌았다.

이처럼 우수한 여성인력이 쏟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실상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15~64세)은 2009년 기준 53.9%를 기록했다. OECD 국가 평균 61.3%에 비해 7%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특히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2.6%로 OECD 평균 82.4%보다 무려 20%포인트나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OECD 국가에 비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저조한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 관행, 경직된 근무형태, 남성의 가사분담 미흡, ‘돌봄 서비스’ 부족 등이 여성의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제약 요소라는 게 여성가족부의 분석이다.

저출산·고령화는 한국의 앞날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런 점에서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도를 제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2016년 이후 하락세로 전환됩니다. 특히 핵심생산가능인구(25~49세) 비중은 2011년부터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노동인력 수급 차질, 세수 감소, 소비 위축, 복지재정 부담 증가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위축될 우려가 큽니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여성·노인인력의 충분한 활용, 노동 생산성 제고, 외국인 노동력 활용 등이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여성인력 활용입니다. 실제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주요 선진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70%를 넘어서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0년 이상 50%에서 정체돼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를 높이는 게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백희영 장관은 대학교수 출신으로 2009년 10월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수장으로 부임했다. 지난해 3월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보건복지가족부(현 보건복지부)의 가족·청소년 업무를 이관받아 여성정책 전담 부처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조직을 이끌게 됐다. 여성가족부 출범은 상호 연관성을 지닌 여성·가족·청소년 업무를 연계해 정책 총괄조정 기능과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취지다.

“소위 ‘힘’ 있는 부처에 비해 여성가족부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여성·가족·청소년 정책은 특성상 여러 부처의 업무와 복잡하게 연관돼 있어 총괄조정 기능이 매우 중요합니다. 관련 부처와의 정책 협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비교적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유연근무제가 대표적인 사례죠. 여성가족부는 21세기 감성의 시대에 중요시되는 가치들을 실현하는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변화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앞장서는 여성가족부에 힘이 실려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  Tip. 여성가족부의 여성일자리 사업들  |

재취업 희망 여성은 ‘새일센터’ 노크!

여성가족부는 여성인력 활용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주요 여성 일자리 정책을 살펴본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새일센터는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은 물론 취업연계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0년 8만5000명의 취업연계 실적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10만여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새일센터 13개소를 추가 지정(총 90개소)해 재취업 희망 여성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고학력 여성 취업지원

고학력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을 늘리기 위해 매력 있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수출중소기업 무역전문가, 출판번역전문가, 국제금융전문가 등 3개 과정을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며, 올해는 전국적으로 10~20개 과정으로 확대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산업·경제정책과 연계한 유망직종 발굴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광역 경제권역별로 선도산업 및 전략산업을 조사하는 한편 여성인력 진출 가능성 조사도 함께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선도·전략산업 분야 유망직종을 개발하는 한편 해당 직종별로 직업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취업도 연계할 계획이다. 산업수요와 지역수요에 맞춰 여성 일자리를 ‘매칭’시켜주는 사업인 셈이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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