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스포츠댄스를 성인 DDR(딴따라)쯤으로 여긴다면 한참 구식인 사람이다.
올림픽 정식종목인 스포츠댄스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최근 늘고 있다.
건국유업&햄 박홍양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스포츠댄스의 매력을 들어봤다.

 “슬로 슬로 퀵 퀵, 자~ 그 다음은 턴”   지난 1월3일 강남구 삼성동 한 댄스스쿨에서 60대 중년신사가 비엔나 왈츠를 멋지게 추고 있다. 비엔나 왈츠는 우아한 기품의 유럽 귀족 사교춤. 전체적인 구성은 왈츠와 비슷하지만 템포가 빨라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고난이도의 스포츠댄스다. 이날 비엔나 왈츠의 주인공은 박홍양 건국유업&햄 대표이사. 현재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인 박 대표는 국내 스포츠 댄스계에서는 유명 인사로 통한다. 지난해 4월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1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천주교 부부일치 운동 메리지엔카운터(회장 손병두 KBS이사장) 행사에서 박 대표는 10여분 가량 왈츠, 탱고, 룸바, 자이브 등을 춰 장내 기립박수를 받았다. 

‘춤추는 사장’ 박 대표가 스포츠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984년 건국대 교수로 임용된 직후부터다.

“‘춤은 현대인의 교양’이라고 생각한 둘째형 영향을 받아서 어려서부터 춤을 좋아했거든요. 그러나 당시 제가 배운 춤이라고 해봐야 지터벅(지루박) 같은 사교춤에 불과했죠. 어쨌든 어려서부터 어깨너머로 배운 탓에 춤에 대해선 꽤 관대했던 것 같아요. 이후 독일에서 동물유전육종학을 공부하면서 유럽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는데, 파티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춤을 몰라선 안되겠더라고요.”

교수 임용 후 꽉 짜여진 일상의 스트레스를 그는 스포츠댄스로 풀었다. 건국대 평생교육원에서 하루 3~4시간, 매주 4일 이상씩 10년 간 꾸준히 연습한 결과, 그는 모던댄스 5종(왈츠, 탱고, 퀵스텝, 비엔나 왈츠, 폭스트로트)과 라틴댄스 4종(차차차, 자이브, 룸바, 삼바)을 모두 마스터했다. 국제 스포츠댄스 대회 정식 종목 10개 중 라틴댄스 ‘파소더블’만 빼고는 모두 자유자재로 출 수 있다. 그는 스포츠댄스 한 장르를 섭렵하는 것을 “박사학위 한 개 받는 것보다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 비엔나왈츠는 부드러움 속에서도 역동성이 매력인 스포츠댄스다.



박 대표에게 스포츠댄스의 장점을 물어봤다.

“30분만 제대로 추면 턱시도가 땀으로 범벅이 돼요. 아마 모르긴 해도 농구, 축구보다 운동량이 더 많을 겁니다. 스포츠댄스는 체중이동이 중요한데, 이리로 와 보세요. 제가 기본동작을 가르쳐줄 테니 한 번 따라 해봐요.”

졸지에 박 대표의 지도 아래 스포츠댄스 강좌가 시작됐다. 이날 기자가 배운 동작은 비엔나 왈츠의 기본동작. 스텝을 세 번 내딛은 다음, 두 팔을 하늘 향해 벌리면서 가슴을 활처럼 펴는 동작인데, 가장 힘든 것은 양쪽 엄지발가락에 체중의 70% 가량을 실어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2~3초가 흘렀을까.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종아리에 경련이 일어났다. 토우(발레화)를 신고 무대에 서 있는 발레리노가 된 느낌이다.

“어때요. 쉽지 않죠. 혹시 광고에서 발레리나 강수진씨 발가락 사진을 본 적 있으세요. 스포츠댄서의 발도 비슷해요. 이게 그만큼 힘든 거예요.”

그는 스포츠댄스의 매력을 한마디로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화합’을 가장 먼저 꼽았다.

“스포츠댄스는 파트너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하는 운동입니다. 춤을 추다보면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죠. 그런 면에서 춤은 몸으로 표현하는 만국 공통어입니다.”

그렇다면 ‘댄서 박홍양’은 어떤 스타일일까. 이날 함께 춤을 춘 무용복 전문점 알레마나(청담점)의 안명숙 대표에게 박 대표의 댄스 스타일을 물어봤다.

“나이가 60이 넘으셨는데, 함께 춤을 춰보면 40대의 열정이 느껴져요. 고집도 세지만 어찌됐건 체력 하나는 대단하신 거 같아요.” 안 대표의 말이다. 

화합을 강조하는 박 대표의 경영철학은 현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당장 건국유업&햄은 해를 거듭할수록 매출이 늘고 있다. 박 대표가 취임하기 전 건국유업은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대표적인 부실 학교기업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누적적자만 287억5000만원이었던 것. 그러나 박 대표는 2005년 취임직후 31억원 흑자로 바꿨다. 매출도 2004년 81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308억원으로 성장시켰다. 현재 건국유업&햄은 오는 2020년 매출 5000억원, 순이익 200억원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끊임없는 노사갈등도 그의 부임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건국유업&햄은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노사화합 우수기업으로 2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노사관계가 돈독하다. 그는 그 비결 역시 ‘춤’으로 대답한다.

“제가 챙길 수 있는 리베이트가 한 해 30억원 가량 되는데, 이것부터 회사 매출로 집어 넣으니 경영이 정상화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현재 건국유업&햄에는 사내 스포츠댄스 동아리가 있어, 직원 20여명이 매달 2회 이상씩 강당에 모여 춤을 춘다. 춤을 추기 위해 손을 맞잡으면 사장, 사원은 없어지고 오로지 ‘파트너’만 남는 게 이 회사의 오랜 전통이다. 

“놀 줄 아는 사람이 회사 일도 잘하는 법이에요. 직원들과 격 없이 어울리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댄스만한 좋은 취미가 있겠습니까.”

 이밖에도 그는 현재 태권도 공인 8단이자 명예 9단으로 아시아태권도연맹 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도 집 근처 석촌호수를 매일 한 바퀴씩 뛸 정도로 체력만큼은 자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자랑이다. 애주가인 그는 지금도 소주 2병은 거뜬히 비울 만큼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울증 등 스트레스 해소에 춤만한 게 없어요. 배우는 데 돈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고요. 개인레슨이 아니라면 요즘 지역 각 사회복지 단체마다 스포츠댄스 동호회가 잘 발달돼 있거든요. 보통 주 1회 6명이 그룹을 이뤄 2개월 가량 배우는데 10만원이면 충분합니다. 이 정도면 골프, 수영에 비해 비싼 편이 아니에요. 제 큰형(박인양 전 아주대교수)이 올해로 만 80세이신데 ‘자이브’를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통화 때마다 “내가 이 좋은 걸 왜 이제 시작했을까”라고 말합니다. 그게 춤의 매력이에요.”

 인터뷰가 끝나고 아까 배웠던 비엔나 왈츠의 내추럴 턴과 스핀 턴을 박 대표의 지도 아래 다시 도전했다. 발끝에 체중을 싣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비록 10여분 가량 짧은 동작을 연습해봤는데 숨이 가빠오는 것을 보니 구기운동을 20분 가량 한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은 왜일까. 그만큼 운동이 됐다는 것일까.



장소제공 : 샤리권 댄스 스포츠스쿨 02-3446-2522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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