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 미리넷솔라의 태양전지 생산 공장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3교대로 풀가동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태양전지는 해외로 수출된다. 2013년까지 먹을거리도 이미 확보해둔 상태다. 서울 가락동 미리넷솔라에서 이상철(59) 회장을 만나 그의 모든 것이라는 태양광에 대해 들었다.

공장부지 계약서만 달랑 들고가 예약주문 받아내…

“2년뒤 세계 10위 태양광 업체로 발돋움 할 것”

 “태양광은 무한한 에너지입니다. 기술의 융·복합화로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합니다. 태양광 산업은 우리를 먹여 살릴 ‘제2의 반도체 산업’이 될 것입니다.”

이상철 회장은 “태양광 산업은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과 구조가 비슷해 기존에 갖춰진 고급인력과 설비 등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리넷솔라가 지금의 태양전지 메이커에서 태양광 융합기술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태양광 시장은 매년 40%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14년이면 태양전지 시장이 100조원, 실리콘 등 원재료와 모듈을 포함한 주변 시장이 100조원 등 총 200조원 시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태양광 산업의 매출 규모는 전년대비 2배가 늘어난 6조원에 달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로 올해 국내 태양광 산업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가가치가 큰 태양전지 시장은 지난해보다 20~30% 성장해 반도체 시장과 맞먹는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미리넷솔라는 지난해 1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09년보다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생산량의 95%를 세계 20여개국에 수출, 전년대비 3배 이상 늘어난 1억3000만달러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올해에는 3550억원, 2013년에는 1조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공무원 그리고 샐러리맨 거쳐 창업

이 회장은 원래 공무원 출신이다. 1972년 체신부 전신전화 건설국에서 통신 분야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안정적이었지만 삶의 희열이 없었다. 1979년 그는 민간기업인 동아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장 파견직을 자청했다. 50도를 오르내리는 모래벌판에서 통신선로를 깔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가슴 터질 듯한 열망을 느꼈다.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투지도 함께 배웠다.

그가 귀국한 것은 1982년. 그때부터는 동아건설 본사에서 근무했다. 그렇게 11년을 샐러리맨으로 살았다. 하지만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열망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나이 마흔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흥하든 망하든 내 사업을 하기로 했다.

1993년 그는 주특기를 살려 미리넷의 전신인 리엔지니어링이란 회사를 설립하고 통신모뎀을 만드는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인터넷 서비스는 걸음마 단계였다.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최초의 인터넷 접속장비인 종합정보통신망(ISDN)용 통신모뎀 개발에 주력해 한때는 연간 1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벤처 거품이 꺼지고 인터넷 모뎀 시장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면서 그의 사업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나섰다. 단순 제조업이 아닌,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분야를 찾았다. 새로운 아이템은 우연찮게 그의 눈에 들어왔다.

“2000년 중반 당시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본격적인 성장세를 맞던 시기였어요. 이동통신 업체들은 여기저기 안테나를 세웠는데, 문제는 산꼭대기나 외딴곳, 오지 등에 안테나를 세울 경우였죠. 산 정상에 세워진 안테나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선 전봇대도 세워야 하고 길도 내야 했죠.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공급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머리를 스치더군요.”

이 회장은 우리나라에는 전무한 태양광 발전 핵심 소재인 태양전지 공장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잘만 하면 미래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주변에선 다들 사기꾼이라고 했어요. 햇빛으로 어떻게 전기를 만드느냐, 만들어도 어떻게 팔거냐고 비아냥거렸어요. 지금도 태양광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때는 더했죠. 시설투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날 때면 ‘미쳤다’란 말을 수없이 들었어요.”

회사 내부에서조차 신사업 진출을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머리 속은 온통 태양광으로 꽉 차 있었다. 그는 먼저 주변 설득에 나섰다. 사무실에 실제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비와 시제품을 직접 설치해 놓고 눈으로 확인시켰다.

이후 그는 시장 조사에 나섰다. 태양광산업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일본, 미국, 독일,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을 안 돌아다닌 곳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태양광 분야 전문 기업들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서인지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 기업으로부터는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그가 세계적인 태양광 업체인 독일의 큐셀을 모델로 삼아 대구 성서공단에 미리넷솔라를 출범시킨 것은 2005년. 대구·경북 지역이 태양전지 산업과 유사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연관 기술과 인력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우리나라 최초로 ‘솔라 시티’를 표방하고 있었던 것도 이유였다.

미리넷솔라는 독일에서 제조설비를 도입하는 한편, 정부 지원으로 50여명의 연구인력을 채용해 고효율 20% 태양전지 개발 등 원천기술 확보에 나섰다. 또 신규 시장 개척과 최신 트렌드 파악을 위해 일본, 스페인, 독일 등에서 열리는 전문 전시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는 만만치 않았다. 그가 돌파구로 삼은 것은 ‘정주영 회장식 해법’이었다. 이 회장은 공장부지 매입 계약서와 독일 업체로부터 제조설비를 구매키로 한 계약서만 달랑 들고 유럽의 태양광 모듈업체를 찾았다. 시제품은커녕 생산라인도 만들기 전에 계약을 하자고 나선 것이다. 마침 태양광 전지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때였다. 일단 부딪혀보자는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몇 군데에서 예약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생산설비가 가동되기 전인 2007년에만 3000억원이 넘는 수출 계약을 맺었다. 그는 한 술 더 떠 이들 업체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생산설비를 완성할 수 있었다. 생산설비를 갖춘 지 1년 만인 2009년 2월에 이미 수출계약 누적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다’, ‘도전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해서 머뭇거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과감하게 도전해서 실패한다면 모든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연구·개발부문 경쟁력 ‘최고’

이 회장의 꿈은 2013년까지 ‘세계 10위의 태양전지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원천기술은 독일, 일본 등에서 도입했지만 5년 안에 세계 시장 점유율 15%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2013년 대구 달성공단의 제2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량이 연간 1GW, 매출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태양광 전문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수직계열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태양광 모듈공장과 경기도 파주에 웨이퍼 생산시설을 완공하게 되면 ‘웨이퍼-셀-모듈-발전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구축된다.

꿈이 큰 만큼 고민도 많다. “앞으로 2~3년 후면 태양광과 화석연료의 전력생산 단가가 같아지게 될 겁니다. 그때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섭게 팽창하는 중국은 경계대상 1호다. 현재 태양전지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우리 돈 20조원에 달하는 중국 정부의 엄청난 지원을 등에 업고 규모의 경제를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중국기업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기술력에서는 앞서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연구·개발만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후발주자로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길은 기술력과 품질뿐입니다. 연구개발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현재 300여명 직원 중 50명인 연구 인력을 올해 안에 100명 수준까지 보강할 생각입니다.”

태양전지의 핵심은 ‘효율’이다. 6인치짜리 태양전지 1장으로 얼마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인지가 최대 이슈다. 미리넷솔라가 후발주자이면서도 유럽 등 태양광 선진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효율이 17%대인 고품질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3년 내에 20% 효율의 태양전지를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9월 서울 JW메리어트 호텔. 이상철 회장 옆에 아놀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섰다. ‘캘리포니아 무역·관광 협력 리셉션’에 참석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미리넷솔라의 캘리포니아주 진출을 환영하며 적극 지원을 약속하는 자리였다. 미리넷솔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현지법인인 ‘N솔라’를 설립하고 연간 100㎿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짓고 있다. 세계 태양광 업계에서 미리넷솔라가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확보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태양광 시장에 비해 정부의 지원은 너무 느리다고 아쉬워했다.

“성장성과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도 자금 확보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전년도 재무제표만 보고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 때문입니다.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때 기술력이나 미래 성장성을 반영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합니다.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가를 판단해서 과감하게 지원해야 합니다. 또 기업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해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하면 큰 효과가 있을 겁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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