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오토바이를 젊음의 전유물로만 생각하기 쉽다. 폭주족을 연상하면 된다. 그런데 이 정열의 오토바이를 60대 노신사가 탄다. 게다가 그가 달리는 곳은 아스팔트길이 아닌 험준한 산길이다. 오토바이와 40년지기로 살아온 노시청 필룩스 회장은 자신을 ‘열혈 라이더’라고 말한다.

#1 노시청(61) 필룩스 회장은 오토바이에 푹 빠져 있다. 그것도 웬만한 젊은 사람들도 타기 힘든 산악용 오토바이다. 회사를 굳이 경기도 북단의 양주에 둔 이유도 순전히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서다. 일대가 휴전선 근처라 오프로드에 제격인 군사도로들이 널려 있다. 주위에서 그를 두고 ‘오토바이에 미친 사람’이라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스스로도 오토바이에 미쳤다고 말한다.

“군용도로는 군용차량을 제외하면 인적이 드물어요. 게다가 돌과 먼지가 가득한 데다 눈이나 비가 오면 진창으로 변하죠. 산악 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이 최고로 쳐주는 코스들입니다. 우리나라에 오토바이 때문에 최전방에 회사 차린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걸요.”

#2 노 회장에게 오토바이와 관련된 일화는 많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에 매달렸다. 오토바이를 사기 위해서였다. 반년 만에 고등학교 시절 눈여겨 봐뒀던 선생님의 오토바이와 같은 기종을 구했다. ROTC 소위로 임관하던 날, 그 오토바이로 고향인 서울에서 발령지였던 대구 모 부대의 연병장까지 단숨에 달렸다. “임관하자마자 사단에서 명물이 됐습니다. 오토바이로 작전도로를 왕래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거든요. 오프로드 주행이 평생의 취미가 된 것도 그때부터죠.”  

노 회장과 오토바이의 만남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가 다니던 서울사대부고의 체육담당 선생님은 일대에서 소문난 멋쟁이였다. 무엇보다 그를 돋보이게 했던 것은 그가 몰던 육중한 오토바이. 그가 오토바이를 몰고 학교로 들어올 때마다 풍기는 야성미는 당시 남학생들의 ‘로망’이었다. 그 역시 딱 한번 등굣길에 얻어 타보곤 그 길로 오토바이에 꽂혔다.

노 회장의 ‘오토바이 인생’은 올해로 40년째다. 그의 회사 차고에 보관된 오토바이는 무려 6대. 스쿠터나 액시브처럼 도심에서 흔히 보는 기종들은 아니다. KTM 690SM, 혼다 VTX1800, 몬테사 코타4RT 등 바이커들 사이에서 알아주는 명품들이다. 이 중에서 노 회장이 특히 아끼는 ‘애마’는 온오프로드 겸용 KTM. 그의 출퇴근길을 책임지고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틈이 날 때마다 인근 야산의 비포장도로를 내달리는 역할이다.

모터사이클 타며 담력·자신감 ‘업’

노 회장이 산악 오토바이를 즐기는 것은 오프로드 특유의 스릴 때문이다. 모험을 즐기는 성격답게 평탄한 아스팔트길은 그의 직성에 맞지 않았다. 자연을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것도 오프로드를 애용하는 이유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운전에 몰두하면 잡념이 사라진다. 험준한 오지를 주행하는 일이라 담력과 자신감도 배양된다.

건강에도 그만이다. 자갈이 구르고 바위가 불거진 코스를 주행하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자칫 사고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키면서 덜컹거리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보면 근력과 순발력 향상은 덤이다. 체중을 낮추는 데도 유리하다. 주행 내내 전신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코스를 마치면 땀이 흥건하고 노곤한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하루 주행에도 2㎏은 거뜬히 빠지는 만큼 비만 해소에 그만이죠.”           

그렇다고 노 회장이 폭주를 즐길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 우선 새 오토바이를 구입할 때마다 해체와 조립을 반복한다. 안전을 위해 기기의 취약점과 정비요령을 알아두기 위해서다. 탈 때마다 안전장구도 풀세트로 착용한다. 몸에 꼭 맞는 안전복장을 위해 직접 디자인해서 입을 정도다. “모터사이클을 즐기려면 내 몸은 물론 남의 안전까지 배려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칫하면 자신을 포함, 여러 사람의 목숨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죠. 나름 오토바이의 도(道)랄까요. 오토바이는 사랑하지만 폭주족은 혐오합니다.” 

자연 속 질주하며 ‘감성 충만’

노 회장의 취미는 일에도 영향을 준다. 일상적으로 자연 속에서 감성을 충전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연현상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적잖다. 대표적인 것이 그가 고안한 필룩스의 히트상품 ‘감성조명’이다. 아침·점심·저녁 등 시간대별로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해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광이 변화되는 현상을 실내에 재현한 것이다.

필룩스에서는 감성과 실력이 동의어다. 모든 임직원들은 영상을 제작하고 음향기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려면 감성을 길러야 합니다. 일에만 매달리면 감성과 거리가 멀어지죠. 회사 입장에서 사내 동호회, 레포츠 등 직원들의 문화생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예요. 취미생활과 관심사가 풍부한 임직원일수록 실적도 우수하더라고요.”



조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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