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염으로 온 나라가 녹초였다. 하지만 이런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름을 보낸 이가 있다. 바로 사공일(71)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위원장이다. 지난 8월19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만난 사공일 위원장의 열정은 오히려 폭염을 누그러뜨릴 기세였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쿨 비즈’ 차림의 사공일 위원장은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신중하고 차분했지만 ‘서울 G20 정상회의 2010’ 성공을 위한 뜨거운 열정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서울 G20 정상회의 유치 성공의 일등공신이기도 한 사공일 위원장은 그동안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밤낮 없이 뛰어왔다. 무역협회장도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24시간도 모자랐다. 그는 위기 이후의 새 국제질서 창출을 위한 의제 설정 등 서울 G20 정상회의의 큰 그림을 그렸으며, 성공적인 회의를 위해 공감대 형성에도 적극 나섰다. 사공 위원장은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의 의의가 전 국민에게 잘 알려지고, 국민 하나하나의 힘이 합쳐질 때 서울 G20 정상회의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금융질서·규범창출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

 국격 한 단계 높이는 계기 될 것”

서울 정상회의 성공 위해서 정부·국민 한 마음 돼야

Summary

-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에 자부심

- 위기 이후 세계경제 방향과 비전 제시

- 비G20 국가 배려 위해 의제 추가

- 세계 유수 기업의 CEO 100여 명 초청

- 정부와 국민이 한 마음으로 참여해야 

- 서울 G20 정상회의 성공 통해 G20 자리 잡을 것

사공일 위원장은 “지금까지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한 논의를 주로 해왔다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경제 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주로 논의된다”며 “특히 신흥경제국과 개도국인 비(非)G20 국가에게 도움이 될 경제개발과 글로벌 금융 안전망 확충에 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개발과 금융 안전망으로 대변되는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논의는 G20체제 자체의 정당성을 높이고, G20의 제도화 기반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발 의제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경제개발 문제를 주로 원조의 측면에서 다뤘다면, 우리는 ‘고기를 나눠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서울 G20 정상회의가 국제 경제협력에 관한 ‘프리미어 포럼’으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비G20 국가에 대한 배려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UN 가입국은 192개국입니다. 비G20 국가는 172개국에 달합니다. 대부분이 신흥경제국이고, 개발도상국입니다. 동네 유지들이 동네를 잘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대소사를 빠짐없이 다 챙겨야 합니다.”

사공 위원장은 서울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며 한국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장국인 한국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어떤 의제를 설정하고 어떤 합의를 이뤄내는가에 따라 새로운 국제질서와 규범 창출 방향이 정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IMF, 세계은행, OECD, WTO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모두 한 마음이 돼야 한다”며 “국격은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공 위원장은 IMF 차기 총재직으로 거론된 데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경제학자인 프레드 벅스텐이 IMF의 진정한 개혁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신흥경제국 출신이 IMF 총재가 돼야 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저를 거론한 바 있습니다. 저에게도 개인적으로 상의해온 적이 있습니다. IMF 총재를 할 만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것은 명예스런 일입니다만, 이를 위해 제가 나설 생각은 없습니다.”

서울 G20 정상회의(이하 서울 정상회의)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행사라고 하는데요.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그렇습니다. 규모면에서도 물론 중요한 회의입니다만 내용면에서도 이러한 회의는 건국 이래 처음입니다. G20은 현재 UN 가입국 192개국 중 경제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20개 나라의 모임입니다. 우리 지구촌의 유지격 나라들만의 모임이라 할 수 있지요. 이러한 유지격 모임에 우리가 좌장으로서 새로운 세계경제 금융질서와 규범을 창출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외교사적인 측면에서 너무나 큰 의의가 있는 일임에 틀림이 없지요. 우리나라가 UN에 가입한 것이 1991년입니다. 채 20년도 되지 않아 서울 정상회의의 좌장이 됐다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큰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입니다.

서울 정상회의는 G20의 정당성 제고 및 제도화 기반 구축 등과 함께, 위기 이후 경제체제 재편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서울 정상회의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입니까.

G20 정상회의는 금융 위기가 심화되기 시작한 2008년 11월에 워싱턴에서 첫 번째 회의가 개최됐고, 지난 G20 토론토 정상회의까지 4차례의 정상회의가 개최됐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금융 위기 극복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위기 이후의 세계경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겁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 그리고 앞으로 유사한 금융 위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경제·금융체제를 개혁하는 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이를 통해 G20 정상회의가 국제경제협력에 관한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 최상위급 협의체)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 기초를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할 겁니다.

서울 정상회의의 의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그 동안 4차례에 걸쳐 합의된 사항들에 대한 이행 점검. 예를 들면 세계경제의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Framework)의 이행을 위한 조치, 그리고 IMF 쿼터 조정,  은행자본·유동성 규제 등 금융개혁과제에 관한 합의 도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팔로우 업(follow-up) 의제가 전체 의제 중에 60~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40%는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서 새롭게 추가한 의제다. 가장 중요한 의제로는 신흥경제국과 개도국인 비G20 국가에게 도움이 될 경제개발과 글로벌 금융 안전망 확충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의제 중 개도국과 신흥국의 경제개발 방안을 마련하는 ‘개발’은 어떤 내용입니까. 이 의제를 제안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요.

지금까지 경제개발문제는 주로 UN과 G7에서 다뤄왔어요. 이들의 주된 접근방법은 주로 원조(Aid)를 통한 빈곤 퇴치에 있었지요. 그러나 우리나라가 제안하는 경제개발문제는 개도국의 경제개발 능력을 배양하는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고기를 나누어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서울 정상회의가 국제경제협력에 관한 프리미어 포럼으로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G20 국가의 관심사항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모임인 OECD 회원국이지만 경제개발에 관한 1차적인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또 금융 위기와 이를 극복한 경험도 있지요. 따라서 우리나라가 개도국이나 신흥국과 선진국 간의 교량역할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를 제안하게 된 겁니다.

개발 의제를 채택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세계는 당면한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세계 모든 경제가 얼마나 긴밀하게, 그리고 깊숙이 통합돼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따라서 어느 한 나라나 지역이 독립적으로 계속 번영하거나 지속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때의 국제공조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선진국뿐 아니라 주요 신흥국이 함께 참여하는 G20을 통한 국제공조로 당면한 위기가 또 다른 세계적 대공황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192개 UN 가입국 중 172개국은 비G20 국가이며, 이들 대다수는 개도국 내지 신흥국입니다. 따라서 선진국과 이들 나라들과의 교량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의 주관심사인 개발문제를 G20의 주요 의제로 제안하게 됐고 모든 나라의 합의를 얻어냈습니다.

새로운 의제인 금융 안전망 구축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우리나라와 같은 중소 규모의 개방경제는 외환 위기에 대비한 자구책으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축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G20이 해소하려는 글로벌 불균형 자체를 오히려 심화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거시경제의 불균형 해소(Global Re-balancing)에도 도움이 되고 많은 신흥국과 개도국이 필요로 하는 국제적, 지역적, 쌍무적 차원에서 금융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리가 역설해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 G20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자본 변동성, 금융 부문 취약성과 위기 전염 방지를 위한 국내, 역내, 국제적 차원의 금융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G20 정상들은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이 서울 정상회의에서 정책 대안을 준비해 보고하도록 했고, IMF에서도 위기 예방적 대출제도 개선을 위한 검토작업을 가속화하고 정책 감시기능을 개선하도록 했습니다. 우리는 서울 정상회의에서 금융 안전망 강화에 관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개혁 등도 이번 정상회의의 의제다. 지난 G20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현재 과다대표된 국가로부터 과소대표된 국가로 IMF 쿼터의 5%를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은 변화된 세계경제 판도를 고려해 주로 과다대표된 유럽 국가들로부터 신흥국과 개도국들에 배분되는 것을 뜻한다. 이 IMF 쿼터 조정은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IMF의 지배구조, 즉 현재 선진국에 치우쳐 있는 이사 수와 이사 구성 등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위기 이후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있는 세계경제성장을 위해 어떤 논의들이 진행될 예정입니까. 이를 위해 각국에 어떠한 정책들이 권고되나요.

지난 번 G20 토론토 정상회의에서는 세계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IMF가 제출한 보고서를 중심으로 선진 흑자국, 선진 적자국, 신흥 흑자국 등 국가 그룹별 정책 대안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어요.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개별 국가 차원의 정책 대안들이 제시될 수 있도록 현재 제2 단계 상호평가과정(mutual assessment  process)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국가별 정책 건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지요.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CEO가 참여하는 비즈니스 서밋이 개최됩니다. 어떤 CEO들이 참여하나요. 비즈니스 서밋이 향후 G20의 중요한 프로세스로 제도화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지금까지 G20 정상회의는 정부 차원의 모임이고, 거기에 일부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회의였어요. 따라서 민간 부문의 참여와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비즈니스 서밋을 제안하게 됐어요. 세계 유수의 기업인들 100여 명을 초청해서, 그 분들로 하여금 정상들에게 건의하고 또 자기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각 분야 CEO들은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무역과 투자, 금융,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4개 의제에 대해서 토론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개진할 예정입니다. 각 나라에서 4, 5명씩 모두 80명에서 100여 명이 초청되고, 비G20 국가에서도 일부 기업인을 초청해, 100명 내외의 CEO들이 모일 겁니다. G20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앞으로 이러한 비즈니스 서밋이 서울 정상회의 과정의 중요한 일환으로서 계속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는 데 목표를 두고 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의장국인 프랑스와도 비즈니스 서밋 제도화를 위해 협의 중이고요.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필요한 요건은 무엇인가요.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했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요건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서울 정상회의 자체를 내용과 행사면에서 잘 치러내는 겁니다. 당면한 지구촌의 경제·금융문제 해결과 위기 이후 세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제를 잘 설정하고 이에 대한 G20 국가의 중지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또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불릴 수 있는 새로운 의제, 즉 경제개발과 금융 안전망 강화 등에 관한 G20 국가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둘째로는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서울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고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계기로 활용될 때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 모두의 몫입니다. 우리 개개인의 인격은 개개인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만, 한 나라의 국격은 그 나라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는 세계인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는 서울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줄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국민 모두의 참여와 노력으로 우리의 국격과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면 그에 따른 직·간접적인 혜택은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의 새로운 의제의 준비와 이를 설득하는 과정에는 사공 위원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 사공 위원장은 세계경제·금융계 거물들과의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트로스 칸 IMF 총재,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 로런스 서머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등 국제기구 및 주요국 경제 수장들이 그와 막역한 사이다.

실제 그는 지난 G20 토론토 정상회의 참석 후 워싱턴을 들러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 입안과 집행의 핵심역할을 한 로렌스 서머스 박사를, 뉴욕에서는 전 FRB 의장 폴 보커와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또 워싱턴에 있는 주요 연구기관의 저명한 석학 10여 명과 두 시간 이상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돌아왔다. 또 앞으로 가질 국제기구나 브루킹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와 같은 민간연구소와의 회의를 포함한 각종 국제회의에서 우리의 의제와 직결된 문제들에 관한 논의를 할 것이다.

그는 “특히 새로운 의제를 개발하고 다른 G20 회원국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친분이 두터웠던 수장들과 세계 석학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정상회의 개최가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회의를 준비하면서 이에 대해 피부로 느끼시는 것이 있는지요.

서울 G20 정상회의는 앞으로 국제경제협력에 관한 프리미어 포럼으로서 역할이 강화됩니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나 세계적인 두뇌집단이나 전문가들도 서울 정상회의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힘쓰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지요. 의장국인 우리에게 이들 기구나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과거에는 보지 못했을 정도로 접촉해오고 있거든요. 결과가 좋아야 하겠지만, 우리나라가 대통령직속기구인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의제 개발과 회원국 간 의견 조율에 임하고 있는 데 대해 지금까지는 많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