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선(善)을 향한 힘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세계의 저주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두 진영의 의견은 사사건건 어긋나지만, 세계화가 몇몇 ‘선수’의 시장 점유율을 늘려줄 뿐이라는 데에는 일치한다. 사실 두 진영 모두 크게 잘못 알고 있다.

세계 신용대출이 압박을 받을 때마다 세계 무역논쟁이 일고 하청업계에는 난리가 난다. 시계처럼 규칙적으로 세계화 논쟁을 계속하는 두 대립된 힘은 세계 모든 신문의 특집란에서, 정치 모임에서, 가끔은 거리에서 전투를 벌인다. 세계화를 지지하는 쪽은 세계 구석구석 부를 확산시키기 위해 평등한 경쟁 마당과 시장 자유화를 말한다. 반세계화 쪽은 부자 나라와 기업들이 자기 입맛에 맞게 게임 규칙을 정하고, 세계 빈민 대부분의 힘든 노동과 낮은 수입으로부터 이득을 본다고 주장한다.

두 진영의 의견은 거의 일치하는 데가 없지만, 한 가지에만은 동의한다. 세계화로 시장 점유율이 늘어날 ‘선수’는 몇몇뿐이라는 믿음이다.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견해는 100년도 더 전에 ‘늘 자본가 하나가 여러 사람을 죽인다. … 모든 이익을 강탈하고 독점하는 자본 귀족의 숫자를 계속 줄여 나가야 …’라고 했던 칼 마르크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오늘날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은 세계화를 거인과 지루한 자의 승리로 이끌어가는 것이라 본다. “시장 중심의 세계화는 다양함을 바라지 않는다. 사실은 전혀 그 반대다.” 세계화 지지자는 거기에 기름을 붓는다. 마케팅 교수 자그디시 셰쓰(Jagdish Sheth)와 라헨드라 시소디아(Rajendra Sisodia)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하나의 시장이 … 진정한 세계화 쪽으로 움직이면 … ‘3의법칙’을 따른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나타난다.” 안정된 경쟁 시장은 강력한 경쟁자 셋 이상을 갖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많은 경영자가 이 개념의 신봉자가 된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최근 필자가 온라인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수백 명의 경영자 가운데 58%가 ‘세계화는 많은 산업을 더욱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명제에 동의했다.

하지만 반세계화론자와 세계화 지지자가 일치한 듯 보이는 이 한 가지 ‘사실’은 좀 더 세밀히 조사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판명된다. 만일 세계화가 소수의, 정말 소수의 손에 이익과 권력을 준다면, 몇몇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작은 경쟁자를 계속 잡아먹는 상황이 산업 전반에 걸쳐 점점 심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 생산량에 대한 자료는 그 반대 상황을 보인다. 여러산업에서 상위 5개 마켓리더의 세계 생산 점유율 변화를 요약한 자료와 그래프를 보자. 이 자료는 10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에 걸친 자료이며, 모든 M&A를 설명해 준다.

도표에서 보듯이 마켓리더 사이에 집중되어 가는 경향은 그리 보이지 않는다. 여기 예시된, 집중도 증가를 경험한 산업의 숫자는 집중도 감소를 겪은 산업보다 약간 더 많기는 하지만 상위 5개 기업의 실제 평균 시장 점유율은 떨어진다.

또한 이 자료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몇 십 년 동안에 걸쳐 조사한다면 집중도가 증가한다는 가설은 더욱 약해질 것이다. 도표에서 집중도가 증가했다고 (그것도 상대적으로 천천히) 보고된 산업에서 -특히 자동차, 석유 제품, 알루미늄 제련- 실제로는 그 전 몇십 년 동안 상당히 집중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급격한 세계화의 오랜 기간동안 세계 비즈니스 환경의 몇몇 중요한 분야가 더욱 경쟁적이 되었다는 정도다.

더욱 깊이 파고들어 세계 자동차 산업을 보자. 다임러 크라이슬러 같은 유명한 합병이나 (물론 아직 완전하지 않다) 브리티시 레일랜드(British Leyland) 같은 경쟁자 소멸 사례는 지난 20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대부분의 자동차가 몇몇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포드의 Model T가 세계 자동차 행렬의 절반을 차지했던 1920년대 이래 자동차 산업의 집중도는 꾸준히 감소해 왔다. 마찬가지로 ‘세계화는 곧 미국화’라는 편견은 미국의 세계 자동차 생산량 점유율이 1950년대 초 80%에서 현재 6분의 1로 미끄러지고, 도요타가 제너럴 모터스를 추월해 세계 1위 업체로 등극한 사실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화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또 다른 통념도 전혀 맞지 않다. 예를 들어 자동차 모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걸 보라. 포드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 닉 쉴레(Nick Scheele)의 말에 따르면 1992년 52개였던 신규 출시 모델 숫자가 2002년에는 184개로 늘었다.

자동차 산업의 또 다른 특기 사항은 그러지 말아야 할사람들에게 집중도 증가라는 잘못된 경향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정도다. 최소한 1980년대 피아트 회장 지오바니 아넬리(Giovanni Agnelli)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 6개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 말한 이래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는 집중도 증가를 진리로 받아들였고, 중요한 비즈니스 결정이 그에 입각해 내려졌다. 따라서 다임러 크라이슬러라는 거대 합병 -수백억달러의 손실을 낸- 은 1920년대 이래 선대 경영진이 자동차 산업에서 살아남을 기업전체 숫자 감소를 호소한 것이라고 정당화되었다. 단순히 기업 전체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집중도 정도를 생산 기업 전체 숫자로 볼 것이 아니라 시장 크기에 비교해서 보아야 한다는 산업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틀을 무시한 것이다. 세계화가 더욱 경쟁을 불러일으킨 산업은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제지, 석유 생산 분야 또한 기업 집중이라는 과대망상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수십 년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여 준다.

세계화 자체는 일반적으로 경쟁과 선택을 줄이는 대신 불평등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국경으로 인한 차이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세계화의 많은 이득은 기업의 보이는 손에 의해 실제로 개방되고 있다. 좀 더 명백히 말하자면 세계화의 영향과 관련한 잘못된 논쟁은 허황된 자료를 기초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세계화와 관련해 이루어져야 할 진실한 논의는 특히 나라간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주장을 비롯해 아주 많다. 하지만 그 논쟁은 두려움을 확산시키는 이데올로기에의해 마구잡이로 이루어지면 안 되며, 자체로 활발하게 타오르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판카즈 게마와트는 IESE 비즈니스 스쿨의 세계 전략 담당 Anselmo Rubiralta 교수이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비즈니스 행정 담당 Jaime & Josefina Chua Tiampo 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세계 전략의 재정의(Redefining Global Strategy)>(Boston: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September 2007)가 있다.

참고문헌

세계 경제에 대한 판카즈 게마와트의 시각을 좀 더 알고 싶으면 Ghemawat.org에 접속하 라.자료 및 출처에 대한 토론은 게마와트 와 파리보 즈가다르(Fariborz Ghadar)의 ‘세계 통합 ≠ 세계 집중(Global Integration ≠Global Concentration)’(Industrial and Corporate Change, Vol. 15, No. 4, 2006)을 보라.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은 근작 <쇼크 독트린: 재앙 자본주의의 출현(The Shock Doctrine: The Rise of Disaster Capitalism)>(New York: Metropolitan Books/Henry Holt, 2007)에서 가난한 나라를 착취하는, 미국이 이끄는 세계자유무역의 실태를 폭로한다. 클라인의 <담과 창문: 세계화 논쟁 최전선에서 온 급보(Fences and Windows: Dispatches from the Front Lines of the Globalization Debate)>(New York: Picador, 2002)도 확인하라. 마이클 베세트(Michael Veseth)의 <글로벌로니: 세계화 신화의 해명(Globaloney:Unraveling the Myths of Globalization)>(Lanham: Rowman & Littlefield, 2005)은 생생한 사례들을 연구해 세계 통합을 둘러싼 거짓 선전을 밝혀낸다. <3의 법칙: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아 성공하기(The Rule of Three: Surviving and Thriving in Competitive Markets)>(New York: Free Press, 2002)에서 자그디시 셰츠(Jagdish Sheth)와 라헨드라 시소디아(Rajendra Sisodia)는 어떤 시장에서든 자연적인 비즈니스의 힘이 단 세 개의 기업을 밀어준다고 주장한다. 마틴 울프(Martin Wolf)는 <왜 세계화가 가능한가(Why Globalization Works)>(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04)에서 세계화 비판에 대한 강력한 반론을 편다.

세계화와 관련한 의 최근 기사는 로버트 B. 라이히(Robert B.Reich)의 ‘자본주의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죽이는가(How Capitalism Is Killing Democracy)’(2007년 9/10월호), ‘경제학자가 말하는 다섯 가지 거짓말(The List: Five Lies My Economist Told Me)’(ForeignPolicy.com, 2007년 7월)등이 있고,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왜?(Why the World Isn’t Flat)’(2007년 3/4월호)에서 게마와트는 세계화가 진전된 정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그 빈약함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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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미국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이 격월로 발행하는 2007년 11·12월호에 게제된 것으로 한국어판을 발행하고 있는 폴린폴리시코리아와 <이코노미플러스>의 기사 제휴에 의거, 게재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