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5일(현지시각), 미국 다우존스가 8612.13으로 마감됐다. 전날보다 무려 188.13포인트가 떨어진 수치다. 월가에서는 최근 두 달 동안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지수도 15.71포인트가 빠졌다.
엥겔케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랠리를 이끈 핵심은 필수품 산업이었는데, 그동안 과민할 정도로 올랐던 것이 사실”이라고 폭락의 원인을 설명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이 경기 회복 속도보다 빨랐다는 얘기다. ‘세계 경영학 석학 릴레이 인터뷰’의 세 번째 주인공인 리처드 헤링 미국 와튼스쿨 교수의 주장과 비슷하다.
헤링 교수는 “미국 경기가 회복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의 위기를 대공황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공황 때보다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제 금융학 석학인 그는 또 “정부의 은행 지분 소유 및 경영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자산이 100조원 이상인 은행 간의 합병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25일(현지시각),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와튼스쿨(펜실베니아 대 경영대학원)로 그를 찾아갔다.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첫인상과는 달리, 헤링 교수는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현 상황에 대해 촌철살인의 말들을 내뱉었다. 각종 데이터를 손에 들고 설명하는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대공황 때보다 회복 속도 더딜 수 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 금물…

모든 경제 위기는 시중에 넘치는 돈에서 시작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번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입니까?

모든 경제 위기들은 ‘대평화기(Great Moderation)’라고 불리는 경제 활황기가 지속되고, 이 기간에 외부로부터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작됩니다. 대평화기란 경제가 서서히 성장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지 않은 기간을 말합니다. 이번 경제 위기 직전의 미국이 바로  대평화기였습니다.

이때 외부로부터 자금이 흘러 들어오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유입됩니다. 이번에는 중국 등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많이 흘러 들어왔습니다. 2007년 6월, 미국 국채의 55% 이상을 외국 자본이 소유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2000년대 초에 외국 자본의 미국 국채 소유비율이 35%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7년 사이에 1.5배 이상이 늘어난 셈이죠. 외국의 자본이 경제 규모보다 과도하게 유입되면, 시장에 투자자금은 넘쳐나는데 투자처는 마땅치 않은 상황이 생깁니다.

이럴 경우 어떤 현상이 뒤따릅니까?

시장의 투자자금은 물론 우량한 투자처에 돈을 투자하고 싶어 하지만, 투자처가 한정돼 있다 보니 위험한 곳에까지 투자를 하게 됩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용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시중에 넘쳐나는 돈을 빌려서 부채를 늘려가며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시도하게 되고, 기관 투자가들은 위험자산에까지 투자금액을 높입니다. 이러다 보면 기업, 금융기관 등 모든 자산의 가치와 주식 가격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평가를 받게 됩니다.

헤링 교수는 2000~2007년 미국 국채에 대한 외국 자본의 점유율을 보여줬다. 우리는 흔히 국내 주식시장에 외화가 많이 유입되면, ‘성공적인 외자 유치’라고 들뜨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외화가 적정 수준을 벗어나 경제 규모보다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에는 오히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외국 자본의 무조건적 확충에서 벗어나 적정 수준에서 이를 관리하는 위험 관리 기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표 1)

은행발 금융위기, 회복기간 평균 7.6분기로 가장 길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언제 경기가 회복될 것이냐에 쏠려 있습니다. 언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미국 경기가 현재 바닥을 친 것인지 아니면 더욱 나빠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경기가 회복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경제 불황과 경제 하락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은행의 위기에서 시작된 불황이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로 파악됐습니다. 회복기간이 더디고, 파급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과거 불황기를 보면 은행에서 시작되지 않은 불황은 평균 3~5분기 만에 회복됐지만, 은행에서 시작된 불황은 회복까지 그 두 배 이상인, 평균 7~8분기 정도가 걸렸습니다.

헤링 교수는 이에 대한 근거로 작년 10월, IMF(국제통화기금)에서 발표한 자료를 내밀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 없이 발생한 경제 불황은 평균 5.1분기 만에 경제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됐고, 이에 따른 GDP 손실이 전체의 4% 수준이라고 돼있다.

반면 은행발 금융위기가 가져온 불황은 회복까지 평균 7.6분기가 걸렸으며, GDP 손실이 전체의 20% 수준이라고 돼 있다. 동일하게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불황이라고 하더라도, 은행에서 문제가 시작되지 않은 경우는 회복까지 평균 6.8분기가 걸리고 14%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 것을 고려할 때, 모든 불황 중 은행 문제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가장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 2)

미국의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세계 경기가 회복되는 데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가장 큰 난제가 세계 경제의 동반 하락입니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 칠레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 전부가 2010년까지 3%대 미만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중 러시아와 브라질 역시 저성장에 고통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도가 3~6%, 중국이 9~10%의 경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숫자들 역시 매우 낙관적인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실상은 이보다 열악하고, 회복은 예상보다 더욱 늦어질 것입니다. 대공황만큼의 악조건은 아니지만, 이번 위기가 세계 경제에 준 심각성을 미뤄볼 때 그렇습니다.

대공황 때보다 상황이 더욱 나쁜 겁니까?

대공황 때보다 훨씬 불황이 심하고, 경기 하락 폭이 크게 진행됐습니다. 이번 위기를 대공황과 비교하는데, 둘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물론 1929년 대공황 시점에서 미국의 총 부채비율은 전체 GDP의 250%를 육박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공황은 일반 기업의 과도한 부채비율에서 시작됐고, 이번 위기는 개인과 금융기관의 과도한 부채비율에서 발생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대공황 때 일반 기업의 부채비율은 200% 수준이었으나, 당시 개인과 금융기관의 부채는 20~30%로 낮았습니다. 이번 금융위기의 경우에는 일반 기업의 부채비율은 100% 미만으로 적정한 수준인 반면, 개인과 금융기관은 각각 100% 수준이었습니다. 대공황 때보다 이번 금융위기가 회복되는 데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표 3)

개인의 높은 부채비율이 경제 위기 회복을 지체한다는 겁니까?

대공황 때에는 일반 기업의 부채비율을 줄이면 해결됐지만, 이번에는 개인과 금융기관의 부채를 줄여야 해결됩니다. 개인은 자신의 빚을 줄이기 위해 일단 소비를 줄이겠죠. 쉽게 말해 저축과 담을 쌓고 살았던 미국인들의 소비패턴이 바뀌는 겁니다. 개인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기관 역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금 유동성을 줄일 겁니다. 이는 경제의 유동성을 하락시키는 직접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의 회복 속도가 매우 더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단순 유동성 위기 아닌 실질자금 부족이 원인

미국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까?

현재의 금융위기는 금융기관의 단순한 유동성 위기(Liquidity Problem)가 아니라, 자금의 위기(Capital Problem)입니다. 쉽게 말해 유동성 위기가 자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것이라면, 자금의 위기는 시중에 실제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위기죠. 결국 유동성 위기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해 해결될 수 있지만, 실질자금 부족은 보다 복합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다는 겁니다.

왜 유동성 위기가 아닌 실질자금 위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위기가 가져온 기업의 손실에 대해 명확하게 따져 보면, 시중에 실제로 돈이 부족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금융시장 붕괴에 따라 기업과 개인이 직접 투자 손실을 봤습니다. 이 투자 손실의 증가는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을 심각하게 위축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둘째, 과거 미국 유동성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던 증권화 시장(Securitization)이 무너졌습니다. 2003년에 3000억달러 규모였던 증권화 시장의 실적은 현재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런 유동성의 하락 역시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셋째, 금융기관의 주요 수익원이 상실됐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금융기관 전체 수익 규모의 절반 이상이 이 증권화 시장에서 창출됐지만, 이 시장이 사라지면서 은행의 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금융기관의 수익 하락은 전체 실물경제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미국 정부는 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자금은 직접적으로 손실상각액을 메우기 위한 막대한 자금, 간접적으로 증권화 시장의 붕괴로 발생한 유동성 하락 분을 회복하기 위한 실질자금이 될 겁니다.

미국 정부에 그럴 만큼의 충분한 자금이 있습니까?

결국 자금 투입을 위해 세금을 거둬들여야 하는데, 이는 납세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경기를 위축시킬 겁니다. 결국 이번 위기는 단순히 시장의 유동성을 회복시키는 것뿐 아니라, 자금 부족 현상을 해결해야 진정한 의미의 경기 회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리처드 헤링 교수의 표정에는 걱정이 묻어났다. 헤링 교수는 이렇게 복잡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혼란스러운 정책을 펴는 바람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간, 국가 내 산업 간 차별적인 공시제도 및 회계 기준 때문에, 정확한 손실 규모를 산출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이고, 동시에 투자자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부의 금융기관 자금 지원이 일관성이 없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베어스턴스의 경우 모든 채권자와 주주가 구제된 데 반해, 리만브라더스의 경우는 모두가 막대한 손해를 봤습니다. AIG는 일반 주주는 손해를 보고 다른 관련자들은 보호받았습니다. 이러한 일관성의 결여는 투자자들이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 금융시장의 회복 속도를 더디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말로 들립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미국 정부의 대응이 전혀 의도하지 못했던 결과를 낳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첫째, 트리플A 투자처(매우 우량한 투자처)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투자기관이 트리플A 투자처에 주로 투자하도록 규제를 강화시켰습니다. 트리플A 투자처는 적고, 투자하고 싶은 투자기관은 넘쳐나는 불균형이 생겼죠. 결국 이런 수요(투자를 하고자 하는 투자기관)와 공급(트리플A 투자처)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서 트리플A 투자처의 자산에 대해 증권화 비중을 높였는데, 이것이 금융위기를 부추긴 겁니다. 둘째, 정부가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부동산 대출을 강화하도록 금융기관에 지나친 압력을 넣었습니다. 버블로 형성된 담보를 믿고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한 것이 이런 위기를 불러올 줄 몰랐던 것입니다. 바젤Ⅱ를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뜻하지 않은 악재가 나타났습니다.

바젤Ⅱ 관리체계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 규약 아닙니까. 이것을 적용하는 것이 왜 나쁜 결과를 낳은 겁니까?

바젤Ⅱ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바젤Ⅱ 관리체계를 미국의 5대 투자은행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습니다(바젤Ⅱ는 기존 은행건전성 기준인 BIS비율을 강화한 신 BIS협약이다). 바젤Ⅱ 관리체계가 투자은행에 바로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규제 당국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적극 도입했습니다. 미국 금융감독원은 바젤Ⅱ 체계를 내부관리체계로 도입한 세계 최초의 정부기관이었습니다. 투자은행들은 바젤Ⅱ의 규제를 따르기 위해서 투자 자산의 구조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일례로 투자은행들이 무리해서 은행 지주 형태를 가지려고 했고, 그 결과 은행의 레버리지가 2배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것이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 된 겁니다. 정부의 대응이 전혀 뜻하지 않았던 부정적인 결과로 표출된 것입니다. 여기에 신용평가기관의 안일한 태도가 한몫을 했습니다.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평가한 것이죠. 2001년에는 A등급의 회사채 중 10%가 아래 등급으로 하향 조정되었고, 한 단계만 강등됐습니다. 하지만 2007~2008년에는 A등급의 회사채 중 60%가 아래 등급으로 강등됐고, 이 중 80%는 무려 3등급 이상 하향 조정됐습니다. 서브프라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이 정도 수준의 강등 규모는 애당초 신용평가기관들이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에 후한 등급을 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에 후한 등급 매기는 실수 범해

하지만 몇몇 보고서들은 최근 은행의 손익이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그때문에 다우존스 등 증권시장이 회복한 듯 한 모습을 보인 것 아닙니까?

현 단계에서 보이는 은행의 손익 계산서가 개선되었다고 해서 은행이 회복되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작년 3분기 당시 1800억달러에 달했던 은행 손실액 자체는 작년 4분기 800억달러 규모로 줄었으나, 이는 은행 회복을 위한 자금 지원이 800억달러에서 3200억달러로 늘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일 뿐입니다. 실질적인 경쟁력 증가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헤링 교수의 지적은 구체적이고 명확했다. 그에게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일일이 근거 데이터를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노련한 금융학 석학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의 전공분야인 국제금융 분야로 질문을 바꿔봤다.

한동안 한국에서는 은행 간의 합병이 이슈가 됐습니다. 은행 간 합병을 통해 금융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합니까?

미국을 기준으로 본다면 은행 간 합병이 은행 성과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동종 업계 내에서 기업이 인수, 합병을 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학술적인 근거들은 규모의 경제 관점에서 볼 때, 1000억달러(130조원, 국내 기업은행 수준의 자산) 이상의 자산을 가진 은행들의 몸집이 더욱 커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000억달러 이상의 은행들의 비용 효율성을 비교해 본 결과, 가장 잘하는 은행과 가장 못하는 은행 간의 차이가 규모의 경제와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히려 매머드급 은행 간의 합병은 ‘너무 크기 때문에 망할 수조차 없는(Too big to fail)’ 은행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매머드급 규모를 가진 은행은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은행의 덩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의 논리에 따르면 경쟁력이 약해서 망할 위기에 처한 은행을 살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거죠. 그 은행이 망했을 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해서 말입니다. 망해야 하는 은행이 덩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공적자금을 받으면, 결국 납세자들이 불이익을 보게 됩니다.

현재 씨티은행의 상황을 얘기하는 겁니까?

씨티은행은 매우 독특한 은행입니다. 8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영업을 하고 있죠. 일반적으로 각 국가들은 금융과 관련해 매우 차별적인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업은 국가의 특성과 무관하게 운영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많은 나라의 영업을 조화롭게 관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씨티은행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너무 많은 해외 사무소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 씨티은행의 상황은 ‘너무 크기 때문에 망할 수조차 없는’ 은행이라기보다는 ‘너무 크기 때문에 관리할 수 없는(Too big to manage)’ 은행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금융업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불가능한 것입니까. 일반적으로 제조업들은 활발한 세계화 전략을 펴고 있지 않습니까?

불가능하다기보다는 해외 진출과 국내 시장 운영 간에 균형을 가지고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은행이 해외에 진출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리하게 진행되는 경우에는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국가 간의 규제 차이를 예로 들어봅시다. 유럽 은행들은 자신들의 경제 체계에 맞는 자신들만의 규제 및 은행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 간의 차이는 각 국가별 다양한 금융기관 간의 객관적인 비교를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글로벌 경제에서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은행 위기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제고 이뤄져야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 세계 은행들에게 시사점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이 이번 위기를 통해 어떤 점을 배워야 할까요.

은행들은 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위험 관리 기법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단순히 은행뿐 아니라 규제 당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현재의 바젤Ⅱ 시스템에 대한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 대부분의 은행은 ‘리스크 사일로 현상(전체 리스크에 대한 관리보다 개별 리스크에 대한 관리에 집중함으로써 리스크 간에 연계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을 경험하고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은행권에는 시장 위험의 전문가와 신용 위험의 전문가가 있습니다.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두 위험이 연계될 경우에는 이를 적절히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바젤Ⅱ는 신용 위험과 관련된 자산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강력한 툴이 될 수 있습니다. 신용 위험 자산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금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유동성 위험을 일정 수준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 이번 금융위기와 같이 신용 위험과 유동성 위험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합니까?

현재 일부 은행들은 너무 규모가 커서, 자신들의 실제 위험 노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한 대형 은행은 2004년도에 서브프라임 론을 은행 차원에서 정지시켰는 데도 불구하고, 2007년도에 은행 지점 중 한 곳이 여전히 서브프라임 론을 팔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너무 커서 관리 할 수 없는’의 예입니다. 은행들은 이런 부분이 없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 방법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합니까?

다양한 리스크가 통합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유동성 리스크와 신용 리스크가 동시에 관리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것이 얼마나 큰 재앙이 될 수 있는가를 우리는 이번 위기에서 배워야 합니다. 아무도 은행의 기본자본 (Tier 1)과 보완자본(Tier 2)에 대해서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단지 은행의 회계상 자본금(Shareholders’ equity)이 얼마인가를 궁금해 할 뿐이죠.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현실적이고 정확한 리스크 측정이 가능하도록 리스크 관리체계를 변경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은행의 기본자본(Tier 1)이란 자본금 이익 잉여금과 같이 영구적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는 순수 자본금을 말한다. 보완자본(Tier 2)이란 회계상 자기자본은 아니지만 감독 당국이 재량으로 자기자본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일부 부채를 포함시킨 자산으로 일반적으로 후순위채가 대표적인 예다.

● 리처드 헤링 교수 약력

오버린 대를 졸업한 후 프린스턴 대에서 경영학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제 은행, 국제 금융학, 화폐와 은행 분야에 정통한 국제 금융학 권위자다. 프린스턴 대 교수, 독일 요한울프강 대 교환교수 등을 역임했고, 1972년부터 와튼스쿨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Common Liquidity Shocks and Market Collapse>, <The Case of the Missing Market>, <Recent Financial Crises> 등이 있다.



 

인터뷰 = 이병서 A.T. 커니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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