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전화가 세계 시장의 30%대를 점유하는 시대가 올해 안에 가시화될 것이라고 한다.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들의 경기 침체 영향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휴대전화 5220만 대(시장 점유율 20%), LG전자가 2940만 대(10%)를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는 지난 7월17일,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의 상품성 및 디자인 만족도 조사에서 BMW, 렉서스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바야흐로 한국산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고품질의 우수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지 말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엄중하게 경고하는 사람이 있다. ‘세계 경영석학 릴레이 인터뷰’의 네 번째 주인공인 우데이 S. 카마카 미국 UCLA 경영대학원 교수다. 카마카 교수는 “한국이 미래 경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현재의 제조업 수출 경제에서 벗어나 정보 서비스를 수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서비스업의 세계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제조업과 다른 차별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요소 중 하나로 “제조업 시대의 성공 견인차 역할을 했던 국민들의 동질성을 버리고, 다른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서부 LA에 위치한 UCLA 앤더슨스쿨(경영대학원)에서 카마카 교수를 만났다. 인도인인 그는 미국 MIT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뒤 현재 UCLA 경영대학원에서 테크놀로지 매니지먼트 등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 로체스터 대 경영대학원, 시카고 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지냈고, 1994년부터 UCLA 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히 그는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수차례 강의를 하는 등 한국을 자주 찾는 미국 경영학계 교수로 유명하다.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서인지, 그는 인터뷰 중간에 한국어를 섞어가며 답했다.

제조업 시대는 가고, 정보 서비스 시대가 왔다

그는 한국의 눈부신 성장에 대한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이 여태까지 이룬 성공은 눈부실 정도입니다. 1947년 한국의 GDP와 인도의 GDP는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50~60대의 부모 세대들이 인도 수준에 불과했던 한국의 도약 발판을 닦았고,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의 세계화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성장을 향유해왔습니다. 한국은 여태까지 성공에 대해 제대로 관리를 해왔고, 앞으로 미국, 일본과 더불어 가장 부유한 국가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우리가 맞이하는 시대는 과거 한국이 영화를 누렸던 제조업의 시대가 아닌 정보 서비스의 시대입니다.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가 결정될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삼성과 LG는 전 세계 시장에 휴대전화와 가전기기, 현대차는 자동차라는 눈에 보이는 물건을 팔았습니다. 제조업의 특징은 제품을 판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이 좋으면 그것이 미국 것이든, 일본 것이든, 한국 것이든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제품 스스로의 성능에 의해 팔립니다. 미국 사람들은 과거에 일본 제품의 사용설명서를 보고 많이 웃었습니다. 사용설명서에 쓰인 영어가 어법에 맞지 않고 우스워서였습니다. 미국인들은 ‘재플리쉬’라며 비웃었지만, 그렇다고 일본 제품을 외면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용 설명서의 영어가 어설프면 어때. 제품이 좋은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정보 이코노미’는 다릅니다. 눈에 보이는 상품이 없습니다. 언어, 문화, 프로세스가 전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 이코노미’란 정확히 무엇을 말합니까.

“정보 제품과 정보 서비스를 말하는데 정보 제품이란 기업이 생산하는 소프트웨어나 서적 등을, 정보 서비스는 금융, 데이터, 방송, 통신 산업, 헬스 케어, e-커머스, 교육 등을 말합니다. 가령 GM의 사업은 자동차 생산과 GM파이낸스 두 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요즘 GM파이낸스가 전체 사업에서 거의 유일하게 수익을 일으키는 부분이 되고 있습니다. 세상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넘어왔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모든 나라의 상황입니다. 대다수의 개발도상국 전체 산업의 70%가 서비스업입니다. 제조업은 10%대로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고, 중국마저 1990년대 이후 제조업 분야의 고용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이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입니다. 미국은 GNP와 고용률로 추산할 때, 이미 정보 이코노미로 산업의 대부분이 넘어왔습니다. 한국은 아직 그 수준은 아니고 제조업 부문이 크지만, 정보 이코노미로 무척 급속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1990년대에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변화를 시작했고, 지난 5년 동안 그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평가합니다.”

시대에 따라 주력 산업군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서비스업의 성장은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역사적으로 볼 때, 세계 최고의 선진국들은 제조업 기반에서 서비스업으로 사업 구조 변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나라들이라는 점입니다. 현재의 제조업 중심의 국가 경쟁력만으로는 미래 경쟁 환경의 승자가 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상황은 다른 국가보다 더욱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우선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제조업 바탕의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심각한 도전을 경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한국보다 크고, 정부가 나서서 수출 위주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제조업 수출 위주 전략은 중국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상황입니다. 결국 어렵지만 서비스 산업으로의 이동이 절실합니다. 한국의 지리적인 여건도 한몫을 합니다.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이 근방에 있죠. 일본 경제가 오랜 시간 동안 정체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을 먼저 선점했고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인근에 있는 싱가포르와 홍콩 역시 한국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입니다.”

서비스업, 내수만으론 한계 세계화 해야

중국의 수출 드라이브 위주의 정책과 한국의 지리적인 약점 이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한국은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 다르게 국내 시장의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 역시 한국이 정보 서비스의 수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본의 통신 산업은 미국 시장 진출은 물론, 세계화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자체의 시장 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이기 때문에 세계화가 그렇게 다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 시장의 규모가 작아 서비스업의 내수화만으로 한계가 있고, 결국 서비스업의 성장을 위해 세계화가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게다가 주로 제조 수출을 했던 회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국 과거처럼 제조업으로 승부하기에는 중국의 약진, 지리적 불리, 내수 규모 등으로 볼 때 한계가 있다는 것이군요. 때문에 서비스 분야를 개발해 수출을 해야만 생존이 가능하고요.

“문제는 정보 이코노미라는 것이 한국이 과거에 세계를 제패했던 방법과 다르게 접근해야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다릅니까.

“정보 서비스는 눈에 보이는 상품이 아닙니다. 언어, 문화, 프로세스가 서비스의 전부입니다.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으로서는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령 일본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 서비스를 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지만, 대표 금융회사인 노무라 증권이나 일본은행 등도 세계화에 실패했습니다. 미국에도 도이치뱅크, 상하이뱅크가 있지만, 성공적인 일본 은행은 없습니다.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변화가 필수적인 시점에서 미국의 여파로 불황기를 맞았으니, 문제는 더더욱 큽니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국가 내부의 문제였지만, 한국처럼 수출이 전체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곳은 요즘의 타격이 만만치 않죠. 어려운 변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 경제 여건마저 좋지 않은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데이 카마카 교수의 주장은 분명하고 간결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면, 우리가 현재 제조업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흥분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는 끊임없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 서비스 산업의 글로벌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까.

“우선 서비스 산업 중에서 어떤 자원에 집중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은행, 통신 산업, 헬스케어 등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자사가 가장 자신 있는 산업, 수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산업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둘째, 선택한 서비스 산업의 글로벌 브랜드 구축이 선행돼야 합니다. 한국은 이미 제조업에서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는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한국의 삼성, LG, 현대차라는 브랜드를 잘 알고 있습니다. 타이완이나 홍콩, 싱가포르는 국가의 인지도에 비해, 회사 브랜드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요. 이것은 국가의 경제 전략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지만, 한국은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이를 적극 활용해 서비스 산업에서도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해야 합니다. 끝으로 서비스 산업의 핵심은 고객입니다. 서비스업은 언어, 문화, 프로세스를 파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이 가장 약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은 제조업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이나 모두에게 중요한 요인 아닙니까. 서비스 산업의 핵심이 ‘고객’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 상세하게 설명해주시죠.

“모든 기업에게 ‘고객’은 핵심요소이고 모든 회사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려는 것이 당연하나, 이것이 서비스 기업에게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은 고객의 행태가 과거 제조업의 중심이 되는 공급사슬(Supply Chain)에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반면, 서비스업의 중심이 되는 정보사슬(Information Chain)에는 직접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고객의 니즈 변화를 TV 등의 제조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생산, 구매, 판매에 이르는 전체 공급사슬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고, 자본이 많이 사용되는 일이죠. 하지만 서비스 산업에서는 고객의 니즈 변화를 프로세스에 적용하기가 매우 용이한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는 것입니다.”

고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 절실

서비스 산업에서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기업들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합니까.

“첫째, 고객에 대한 행태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이를 사업 모델에 계속 반영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틈새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들이 잘 하는 부분입니다.”

카마카 교수는 ‘에드먼드닷컴’이라는 회사의 예를 들었다. 이 회사는 1960년대에 신차,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잡지를 판매하던 출판 회사였는데, 현재 출판업은 부업이 된 곳이다. 대신 이 회사는 자동차 구입자를 대상으로 완결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했다.

“처음 이 회사는 고객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을 고용하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웹사이트를 계속 바꾸어 갔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이들의 웹사이트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이디파워 등에서 발행하는 각종 상을 휩쓸었습니다. 이들의 고객을 이해하려는 지속적인 이런 노력이 서비스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게 만든 것입니다.”

또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둘째, 인구통계학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웰스파고는 미국에서 온라인뱅킹을 처음으로 도입한 은행입니다. 이 부분의 경쟁이 심화되자, 이 은행은 자신들의 고객을 철저히 분석해 스페인계 고객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운영했습니다. 웹사이트를 통해 멕시코로의 송금을 편하게 하고, 스페인계 고객을 위한 ID카드를 따로 발급해 계좌를 쉽게 열수 있도록 했죠. 멕시코 지역에서 파티를 개최하는 등 타깃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증대해 이들로 하여금 한 달에 무려 2만2000계좌를 등록시키게 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셋째, 고객에 대한 접점을 사업 모델에서 분리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웃소싱은 제조업에서 필수적이지만, 고객을 멀리하는 기회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웃소싱된 콜센터 때문에 서비스가 단절되고,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고객에 대한 접점 강화는 서비스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 기업, 외국 문화에 대한 오픈 마인드 시급

 

카마카 교수는 한국 기업들에게 특화된 조언을 해달라고 요구하자, “한국 기업 중에서 외국인 최고경영자를 둔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제조업 중심의 시대에는 한국의 획일적 문화가 자원을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어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가 되었으나, 서비스 중심 시대에는 이러한 문화가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현하기 위한 질문인 듯싶었다. 그의 얘기가 이어졌다.

“한국 문화를 고려할 때, 서비스업의 세계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요구되어야 할 것은 외국 문화에 대한 오픈 마인드(Open mind)의 구축입니다. 일본 회사인 소니(SONY) 사장은 영국인인 하워드 스트링거입니다. 세계에서 일본인이 가장 보수적인 민족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간판기업인 소니는 최고경영자 자리에 외국인을 앉혔습니다. 이것은 세계 시장을 향한 그들의 ‘의지’(그는 commitment라고 표현했다)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일본 자동차 회사인 닛산의 사장은 프랑스인 카를로스 곤입니다. 한국 기업 중에서 외국인이 CEO인 곳이 있습니까? 한국은 가장 동질성(homogeneity)이 강한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동질성은 모든 구성원이 목표가 같고, 한 곳을 바라봐야 하는 일을 할 때에는 좋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에는 커다란 장애요소가 됩니다. 국민들의 획일성은 쉽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늘날 한국을 있게 한 동질성이 앞으로의 미래 산업에서 방해 요인이 된다는 얘기입니까.

“한국의 동질성이 현재의 성공을 이뤄낸 원동력이지만, 앞으로 가야 할 서비스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인들의 성향이 외향적이고, 학생들이 외국으로 여행을 하고, 타국의 언어를 배우는 등 타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글로벌 기업이 그만큼 의지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정말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이 외국인 사장으로 하여금 기업을 경영하게 하고, 그에게 큰 권한을 일임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의 회사 문화 중 ‘탑다운의 문화’는 동질성과 더불어 방해 요소 중 하나라고 봅니다. 혁신과 연관된 문제이기도 한데, 아랫사람들이 늘 정답을 윗사람에게 보고하려는 경향이죠. 가령 소니와 같이 게임 비즈니스를 하는 곳은 다소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이는 자유로운 사람들이 필요한 곳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야 회사가 잘 굴러가는 조직이죠. 회사가 자사가 주력하고 있는 업종에 따라 직원을 뽑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에서, 또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한국 기업에 외국인 사장을 앉힐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카마카 교수의 말투는 단호했다. 그는 “오늘날의 성공 원동력이 향후 한국 기업을 옥죌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변화가 시급한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영학자인 그는 영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했다. “한국 국민이 영어를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은 정보 중심 경제에서는 큰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가령 인도는 한 국가 내에서 언어가 통일되지 않아 지역 간 장벽이 생기고, 국가 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하나의 언어를 쓰기 때문에 국가 정책에 일관성을 가지기가 쉽고, 이것은 한국이 큰 힘을 내는데 도움이 됩니다. 정보 중심 경제에서 언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애플의 ‘아이폰’ 성공을 눈여겨보라

많은 한국 기업들이 목표하고 있는 프리미엄 마켓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해주십시오.

“프리미엄 마켓에도 ‘페라리’나 ‘롤스로이스’가 목표하는 시장과 ‘렉서스’가 목표로 하는 시장은 차별적입니다. 전자는 매우 비싼 가격으로 제한된 고객만을 목표하지만, 후자는 보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며, 평균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 시장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기업이 생각하고 뚫어야 할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것은 전자보다는 후자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느냐는 점입니다.”

어떤 전략을 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까.

“우선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프리미엄 마켓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가격으로 승부해 중국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한국 기업으로서는 마진이 큰 상품으로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의 디자인과 혁신성이 필수입니다. 이것이 기반이 될 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제품의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업인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스카프 한 장이 1500달러에 팔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십시오. 고객들은 같은 값이면 당연히 디자인이 뛰어난 상품을 사고자하고, 때로는 디자인만을 보고 비싼 가격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를 바랍니다. 제품의 혁신성과 관련해서는 미국 ‘애플(Apple)’의 사례를 눈여겨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삼성과 소니는 수천 개의 신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합니다. 비슷한 디자인, 같은 제품의 수많은 색상의 제품 등이죠. 하지만 애플의 대표 상품이 된 휴대전화인 ‘아이폰’은 하나의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해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는 디자인과 혁신성의 승리입니다.”

또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들 타깃 마켓을 공략하기 위해서 글로벌 환경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합니다. 페라리 등의 초상류 고객이 목표가 아니라면, 프리미엄 마켓을 목표한다고 해서 반드시 인건비가 높은 생산 공장을 고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의 글로벌 경쟁체계에 있어, 생산지 이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요건입니다.”

하지만 중국에 공장을 둔 많은 회사들이 품질의 문제를 걱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품질은 관리체계의 문제일 뿐, 생산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의 노동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질이 훨씬 떨어지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리자들이 그들을 제대로 관리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비단 중국뿐 아니라, 인도, 동남아시아 같은 인건비가 싼 어떤 국가나 마찬가지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요.

“어느 나라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선진적인 공급망 관리체계(SCM)를 구축하기를 바랍니다. 애플은 디자인을 하지 않고, 직접적인 생산 없이도 성공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한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소니는 디자인은 물론, 대다수의 부서를 미국으로 옮겼습니다. 일본에 있는 부서는 거의 없습니다. BMW는 디자인센터를 미국으로 옮겼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효율적인 선택이 오히려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이는 반드시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오픈마인드가 전제될 때 가능한 얘기입니다.”

우데이 S. 카마카 교수 약력

인도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 학사, 미국 MIT 경영학 박사. 미국 로체스터 대 경영대학원, 시카고 대(University of Chicago) 경영대학원 교수 역임, 1994년~ 현재 UCLA 경영대학원 교수.

저서 <Operations Management in the Information Economy>, <Buffer Sizing in Multi-Product Multi-Reactor Batch Processes>, <Aggregate Production Planning for Industries under Competition> 등

인터뷰 = 이병서 A.T. 커니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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