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떼가 도심을 활보하고 화장한 뼛가루가 뿌려진 강물을 성수(聖水)라고 마시는 나라. 그런 인도가 최근 세계 경제의 ‘엘도라도(황금의 땅)’로 뜨고 있다. 세계의 돈과 기업들의 ‘인도 러시’만 봐도 그렇다. 1991년 시장개방 후 벌써 두둑한 돈 보따리를 챙긴 기업들이 나오는가 하면, 섣불리 뛰어들었다 빈손으로 귀국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누가 인도에서 성공할까. 인도 시장에 먼저 진출한 기업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인도 비즈니스 성공의 7가지원칙을 제시한다.

1. ‘인도식’으로 접근하라

2.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잡아라

3. 복잡한 세법을 익혀라

4. 인도식 관료주의를 이해하라

5. 가족 중심주의·신분제 문화를 활용하라

6. ‘노 프라블럼’은 ‘나인 프라블럼’이다.

7. 말로 결정 말고 문서로 확인하라.

난 11월11일 새벽 0시50분 인천 발 델리 행 비행기를 타고 8시간 만에 도착한 인도 뉴델리의 인디라간디인터내셔널공항. 중국과 함께 세계 최고의 이머징마켓이란 수식어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인도의 최대 관문치고는 구닥다리 공항이란 느낌부터 받았다.

 공사 중인지 여기저기 뜯겨진 천장, 통로가 좁아 시골장터를 연상하게 하는 북적거림이 그랬다. 입국심사장을 거쳐 짐을 챙겨 공항을 빠져나오자 마중 나온 건 코끝을 간질이는 인도 특유의 매캐한 냄새였다. 연신 재채기를 하고 나서야 멈춘 이 냄새의 원인이 매연이란다. 한국 출발 전 “인도는 여름엔 더위, 겨울엔 스모그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허기태 쌍용건설 인디아 지사장의 귀띔을 현장에 가서야 깨달았다.

 숙박지인 굴모하파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까지 가는 길은 새벽이라 안 막혔지만 시속 80Km 이상은 달리지 못했다. 한국의 국도보다 못한 수준이랄까. 편도 2차선 도로는 차선이 안보였고 울퉁불퉁한 탓에 기자를 태운 현대 액센트는 덜컹거렸다. 인도 행정수도의 인프라 수준이 이 정도다.

 그러나 이것은 외관일 뿐이고 인도 전부는 아니었다. 세계 IT 업계에서 ‘두뇌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도국립공과대학(IIT)의 막강한 파워, 월 600만 대의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11억 인구의 엄청난 구매력, 지난해 1월 1만 포인트에서 시작해 올 11월 현재 2만 포인트를 넘나드는 주식시장은 “인도가 2050년께 미국을 따라잡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다” 는 전망(골드만삭스)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라는 별명답게 인도는 ‘명암’이 교차하는 나라지만 지금은 암 보다는 명 쪽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인도 경제의 잠재력을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인도 성공이 글로벌 기업 성패 가를 것”

  잠재력1  높은 경제 성장률 - 멈추지 않는 기관차

먼저 눈에 띄는 건 가파른 경제성장 속도다. 최근 인도중앙통계기구(CSO)는 2006년 회계연도 기준(인도는 4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가 회계연도임) 경제성장률이 9.4%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 수치는 10.5%를 기록했던 1988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도 9% 가까운 성장세가 전망된다. 최근 4년간 연 평균 성장률은 8.6%.

 이 같은 성장률은 향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인도 경제가 향후 10년간 연 1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대세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라더스는 최근 거의 동시에 “향후 10년간 연 10%씩 성장이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때문인지 이현봉 삼성전자 서남아총괄 사장은 “향후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10월31일 뉴델리에서 열린 ‘제11회 포천 글로벌 포럼 토론회’에서)”이라고 밝혔다. 결국 ‘먹을 게 많다’는 게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 행 러시의 진짜 이유다.

  잠재력2   중산층의 부상 - 막 눈뜬 소비 파워

 차를 몰고 델리 거리를 달리다 신호등에서 멈추면 차 창문을 두드리는 손이 있다. ‘원달러’를 외치는 10대 소년이거나 신문, 잡지, 수건, 과자 등을 파는 잡상인들이다.

‘인도중앙통계국’에 따르면 인도는 인구 11억2200만명(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이지만 하루 소득 2달러 이하의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74.5%인 8억3600만 명에 이른다. 1인당 GDP도 840달러 수준.

 이런 인도에 최근 컬러TV를 살 수 있는 중산층이 늘고 있다. 기세명 코트라 뉴델리 무역관장은 “연소득이 최소 2000달러 이상 돼야 소형 컬러TV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인도는 매년 20%씩 중산층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인도 PTI통신은 최근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GI) 보고서를 인용, “인도 국민 소비 지출이 2005년부터 20년간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MGI에 따르면 인도의 중산층은 현재 5000만 명(2005년 기준)에서 2025년엔 5억8300만 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중산층 인구가 지금은 전체의 5%에 불과 하지만 20년 후에는 40%로 증가한다는 얘기다. 이 기간 소비 지출은 17조루피(약 400조원)에서 70조루피(1600조원)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도는 현재 12위에서 2025년에는 세계5위의 소비자 경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수치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인도의 소비 파워에서 눈으로 확인된다. 2006년 인도의 휴대전화 생산대수는 3100만 대에 달한다. 전년 대비 28.3% 증가한 수치다.

 최근 5년간 휴대 전화 가입자 수가 매년 50~100%씩 신장하고 있다. 2007년 8월말 현재 가입자 수는 1억7000만명 돌파했다. 최근 월 600만 명씩 신규 가입자가 느는 추세다. 인도가 한국 2배 규모의 휴대전화 시장을 매년 하나씩 창출하는셈이다.

 그러나 전제제품의 보급률은 여전히 낮다. TV가 27%로 높지만 냉장고는 16%, 세탁기는 10%, 에어컨은 2%, 전자레인지는 1%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게 인도 소비재 시장이라는 얘기다.

“고성장, IT 파워, 구매력 향상이 3대 매력 포인트”

  잠재력3   IT 강국 - 연 50만 명씩 공대생 배출

 인도가 IT 강국이란 건 게스트하우스에도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다는 점을 통해 확인된다. 실제 인도의 IT 산업은 전 세계 IT 업체의 돈을 끌어 모으는 지남철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부터 4년간 인도에 17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게 신호탄. 인텔이 10억달러, 시스코도 11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인도는 현재 전 세계 IT 아웃소싱의 57%(연간 319억 달러)를 맡아 처리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IT 아웃소싱 사업을 유치하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세계 1위의 IT 아웃소싱 나라로 올라간 셈이다.

 인도의 최대 IT 도시는 벵갈로르다. 이곳에는 인도의 IT 3대 기업인 TCS, 인포시스, 위프로를 포함해 전체 3700여 개에 이르는 인도 IT 업체의 55%가 몰려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IBM, HP, 델 등 세계적인 IT 기업의 지사 1000여 곳도 진출해 있다.

 인도의 IT 매출액은 2000년 121억달러에서 6년 만인 지난해 478억달러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IT 수출액은 같은 기간 62억달러에서 319억달러로 5배 이상 치솟았다. 고용 인원도 43만 명에서 163만 명으로 4배로 성장해, IT가 인도를 먹여 살리는 핵심 산업으로 크고 있는 셈이다.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한 최대 밑거름은 뛰어난 이공계 인적 자원이다. 코트라 뭄바이 무역관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의 36%,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의 34%, IBM 직원의 28%가 인도인이다.

  잠재력4   M&A 큰 손 - 올해만 150개 인수

 인도가 세계 경제의 ‘거인’으로 변신하고 있는 증거는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서 또 한번 확인된다. 올해 9월까지 인도 기업이 사들인 해외 기업만 150개사에 달한다. 인수액으로 따지면 181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17조원 규모. 이는 2004년 15억달러에서 3년 새 12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지난해 한국 기업이 인수한 해외 기업이 4개에 불과했던 점에 비하면 인도가 세계 M&A 시장의 엄청난 ‘포식자’임이 눈으로 확인된다.

 식욕이 가장 왕성한 기업은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것으로 잘 알려진 타타그룹. 10월말 미국 <포천> 인터넷판에 따르면 “타타그룹은 올 4월 영국 철강 업체 코러스를 130억달러에 인수해 세계 철강 업계 56위에서 일약 5위로 뛰어올랐다”면서 “내년 말까지 포드자동차의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하기 위한 실사작업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식성은 지난 2000년 영국의 차(茶) 회사 테틀리를 4억 4000만달러에 사들인 것을 비롯, 리츠칼튼, 대우상용차, 비를라AT&T까지 업종을 넘나드는 잡식성이다.

 IT 업체인 위프로는 미국의 인포크로싱을 6억달러에 인수했고 풍력발전회사인 수즐론에너지는 독일의 피라워(17억달러)를, 알루미늄 업체인 힌달코 인더스트리는 캐나다의 노벨리스를 36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잠재력5   ‘세계 제조업 중심지’ 부상 중 - 5년 내 중국 위협

 지금까지 ‘세계의 공장’은 누가 뭐래도 중국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도가 그 지위를 넘겨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10월15일자 기사에서 “인도가 최근 제조업을 적극 육성한 결과 이제 세계 제조업체들에게 중국의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실 지금까지 인도의 이미지는 ‘서비스 강국’이었다. 실제 서비스업은 인도 GDP의 57%를 점유하고 있다. IT 산업과 함께 인도를 먹여 살린 건 서비스업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에 메스가 가해지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다.

 실제 GM과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피아트 등은 이미 인도에 공장을 건설했거나 건설 중에 있다. 이들 다국적 자동차 회사들의 투자금액만 총 40억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포스코가 오리사주에 120억달러 규모의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세계 1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은 200억달러를 투자해 오리사주와 자르칸드주에 제철소를 지을 예정이다.

 유럽 최대 정보통신 컨설팅 업체인 ‘캡제미나이’도 최근 향후 5년 내 인도가 세계의 공장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34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약 40%가 2012년까지 인도에 제조 시설을 세우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인도는 이제 제조업에서도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삼성, 인도 가전 50% 점유

 

 이런 잠재력 때문일까. 최근 국내 기업들도 ‘인도 러시’가 한창이다. 코트라 뉴델리무역관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에 입성한 한국 기업 숫자는 218개사에 달한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SK,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은 물론, 건설회사, 은행, 중소·벤처기업까지 다양하다. 최근 1년 새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델리와 인근 구르가온 등에 10여 개나 생긴 것만 봐도 인도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들은 ‘황금의 땅’ 인도에서 얼마나 성공하고 있을까. 기세명 코트라 뉴델리무역관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이 본격화했다”면서 “진출 역사가 10여 년에 불과하지만 인도 가전 업계와 자동차 업계에서는 ‘코리아 파워’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실제 LG전자는 인도 가전 시장의 1위 업체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1997년 2월 인도법인을 설립한 후 4년 만인 2001년부터 가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 전자레인지, 컬러TV 등 5개 품목에서 점유율 1위다. LG의 빛에 가려지긴 했지만 삼성전자 역시 품목별로 1~3위 시장 점유율로 선전 중이다. 양사를 합하면 대략 인도 가전 시장의 50%를 양분하고 있다는게 현지 분석이다.

 현대자동차는 인도 자동차 시장의 2위를 달리고 있다. 2006년 기준 현대 브랜드의 인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8.2%로, 인도와 일본 합작회사인 마루티스즈키의 50.4% 다음이다. 현지 업체인 타타(17%)를 제외하면, 혼다(5.3%)와 포드(3.9%), GM(1.4%) 등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비결은 인도 자동차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콤팩트’ 등급에서 시장 2위를 달리고 있는 ‘상트로’ 덕분이다. 월 평균 1만3000대가 팔리며 마루티의 알토(월 2만대)에 이어 2위다. 지난 10월말에는 상트로에 이어 ‘i10’을 출시했는데, 10일 만에 300대가 팔려나가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의 분위기는 굉장히 좋다.

 여기에 국내 업체들의 인도 내 플랜트·프로젝트 수주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2억9000만달러 규모의 해양 플랫폼 설치 공사를 따낸 것을 비롯,올해는 동아지질이 람푸르수력발전 댐 공사(2400만달

러), 현대건설이 첸나이시 엔노르항구 준설공사(2200만 달러) 등을 연거푸 수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격전장으로 변신한 인도에서 성공한 기업들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한국 기업의 인도 상륙이 본격화하고 있는 요즘 인도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할까.

  성공 법칙1   ‘인도식’으로 접근하라

 “맥베지라고 들어보셨나요.”

 인도에서 성공한 기업을 묻자 정태석 삼성전자 서남아본부 부장은 “맥도날드가 인도에서 성공한 것은 전 세계 어디에 가도 없는 색다른 메뉴판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맥베지란 채식주의자(베지테리언)가 많은 인도인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맥도날드의 ‘인도 공략용 채식 햄버거’를 말한다. 과거 KFC가 2번이나 인도에 노크했다 물러난 것도 자기 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니레버도 마찬가지다. 인도의 생필품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다. 인도 국민들의 구매력이 낮기 때문에 값싼 중국산이 인기다. 이런 와중에 유니레버는 성공했다. 비결은 샴푸나 비누 크기를 절반으로 싹둑 잘라 가격을 대폭 낮춘 것. 인도인 씀씀이에 맞게 원칙을 파괴한 셈이다.

 잘 나가는 한국 기업들도 현지화 전략을 편다. 터번을 쓴 인도인에게 맞게 차체를 높인 현대자동차, 인도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크리켓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장치를 내장한 TV를 개발한 LG전자, 정전이 빈발하는 인도에 맞게 얼음 팩을 내장한 냉장고를 선보인 삼성전자가 그렇다.

  성공 법칙2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유통망)를 구하라

 지폐 계수기 업체인 기산전자 인도 소장은 “인도는 땅이 크지만 작은 나라(주)들이 모여 한 나라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주와 주간 경계 지역은 서로 개발을 미뤄 아직도 왕복 2차선이거나 비포장 도로가 많다. 결국 한국에서 1시간 거리가 인도에서는 3~4시간씩 걸리기 일쑤다. 인도에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제대로 까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왕식 현대자동차인디아 이사는 “현대차의 경쟁력은 사업 초부터 70여 개의 전국적인 딜러망을 깔아둔 것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지금도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차들의 딜러망(50~60개)과 비교해 경쟁 우위다. 유형대 LG전자 인디아 상무는 “1997년 법인 설립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브랜치 망을 갖춘 일”이라며 “6개월 만에 18개 망을 갖췄더니 사업이 순조로웠다”고 말한다. 10년째 인도에 살고 있는 허기태 쌍용건설 인디아 지사장도 “협력사 신뢰 수준이 낮아 믿을 수 있는 파트너(협력사)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 법칙3   복잡한 세법을 꿰고 가라

 지난 10월31일 영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보다폰은 인도 정부로부터 20억달러의 ‘세금 폭탄’을 맞았다. 올 2월 110억달러에 ‘허치슨에사르’ 지분 67%를 인수한 데 대한 뭄바이 고등법원의 통고였다. 세금 이름은 ‘자본소득세’, 현재 보다폰이 항소, 12월에 결판날 이번 세금 싸움은 인도의 복잡한 세법을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란진 판딧 맥킨지 인도 회장이 밝힌 인도의 소비세율은 25~50%에 이른다. 유형대 LG전자 인도법인 상무는 “인도엔 ‘생산세’도 붙어 제조원가가 높다”면서 “세금도 주마다 달라 너무 복잡해 세법을 봐야 알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델리 시내 한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난 뒤 영수증을 보니 같은 식당에서도 품목에 따라 부가세가 각기 달랐다. 맥주에는 20%, 해물 커리와 라이스에는 각각 12.5%가 붙어있었다.

  성공 법칙4   인도식 관료주의를 이해하라

 고인수 기산전자 인도사무소장은 “뒷거래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인도 사업 시 비용에 항상 ‘플러스 알파’를 계산해야 하는데, 그 플러스 알파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인도에도 ‘급행료’가 많다는 주장이다.

 질질 끄는 인허가 절차는 사람을 지치게 하기 일쑤다. 인도에서는 외국 투자자가 상점 하나를 개설하려고 해도 최고 70가지에 이르는 각종 인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사업 허가 기간도 뭄바이는 평균 35일이 소요되지만 인도 동부 란치 같은 곳은 무려 522일이 걸린다. 신라방이란 한국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조명자씨는 “한국선 하루면 되는 카드기 설치에 6개월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인지 세계 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178개국 가운데 사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120위에 쳐져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지수에서도 180개국 가운데 72위에 머물고 있다.

 포스코가 인도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약 2년6개월이 지났지만 기공식을 못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조성식 포스코인디아 사장은 “주위 인도인들은 인도내 다른 프로젝트보다 포스코 사업은 성공적으로 진행중이라고 말한다”며 “결국 인도에서는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성공 법칙5  가족 중심주의·신분제 문화를 이해하라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 임직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야근, 철야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도 가관이다. 보통 ‘동생의 생일이라서’ 혹은 ‘집안 모임이 있어서’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회사 일보다는 집안 행사가 우선인 게 인도식 사고방식이다. 기세명 코트라 뉴델리 무역관장은 “퇴근 후 회식도 쉽지 않은 편”이라 “인도가 대가족 중심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스트라는 인도식 신분제도도 엄존한다. 직원 채용시 출신 성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도에 진출 해있는 수준회계법률사무소 이건준 소장은 “관리자 직급은 신분이 높을수록 하위 직원을 통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도는 이직률이 심한 나라다. 임금 상승률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인도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률은 평균 14%에 달했다. 중국(8.0%)을 뛰어넘는 수준 이다. 이 때문에 연봉을 올려주면 곧 이직할 마음을 먹는다. 허영택 신한은행 뉴델리 지점장은 “쓸 만해지면 회사를 옮기는 현지 직원들의 이직 문제는 또 다른 골칫거리”라고 했다. 오죽했으면 삼성과 LG전자가 주 인도대사관을 끼고 상대방 직원을 빼내지 않는다는 비공식 ‘신사협정’까지 맺었을까.

  성공 법칙6    ‘노 프라블럼’은 ‘나인 프라블럼’이다

 인도 사람들은 ‘노 프라블럼(No Problem: 문제없다)’ 이 입에 뱄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낭패보기 십상이라는 게 현지 진출한 한국 업체들 진단이다.

 대기업 퇴직 후 인도 기업에 매니저로 취업한 장성택씨(59·가명)는 “나쁜 말로 하면 인도 부하직원 말의 90%는 거짓말로 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보고서 작성이) 다 끝났냐고 물으면 ‘지금 주겠다’는 말을 하지만 정작 내 손에 들어오는 건 몇 시간, 심지어 며칠 뒤”라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쉽게 말해 노 프라블럼은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고 문제가 생기면 그 때 생각해보자’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조성식 포스코 인디아 사장은 “‘노’라는 말이 힌디어로 ‘아홉’과 발음이 비슷하므로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성공 법칙7   말로 결정하지 말고 문서로 확인하라

 다음은 인도 사업 2년차의 한 한국 사업가 K씨의 에피소드. 지난해 여름 한국 바이어가 큰 주문을 해 급하게 서울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야 했다. 이를 인도 직원을 시킨 게 화근. “티켓 예약했냐”는 질문에 “예스(Yes)”란 대답을 들었기 때문에 확인을 안 한 것이다. 출발 전날 “티켓을 갖고 오라”고 했더니 그 직원의 대답이 걸작. “지금 빨리 하겠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K씨는 “말로 안하고 문서로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이는 K씨만의 경험담이 아니다. 허기태 쌍용건설인디아 지사장은 “특히 시간 약속에서는 30분쯤 늦는 ‘인디언 타임’을 인정하는 편이 적응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들려줬다. 김명보 인도한인회장(인코텍 사장)은 “인도에서 무대포식으로 밀어붙이면 스스로 먼저 지친다” 면서 “이곳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느긋하게 진행하는 게 낫다”고 들려줬다. 한마디로 빨리빨리식 ‘한국형고집’을 버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인도서 성공한 기업- LG전자 인디아 

2001년부터 가전 시장 1위… 5대 품목 점유율 선두

LG전자의 인도 입성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1996년 김쌍수 현 LG전자 부회장이 인도로 급파돼 인도 정부의 수출 의무 조항(5년간 인도서 만든 제품의 30%는 수출한다는 조항)을 감수하면서 인도의 문을 연 게 1997년 2월이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01년 LG전자는 인도 가전 시장 1위에 올라섰다.

2007년 현재 LG전자는 인도에서 냉장고(29%), 에어컨(35%), 세탁기(30%), 전자레인지(37%), 컬러TV(26%) 등 5개 제품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에서 자본금 3000만 달러를 갖고 사업을 시작한 LG전자 인도법인은 매년 30% 성장을 유지, 본사 송금액을 빼고 매년 4000만~5000만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는 것.

4년 만에 인도 시장을 제패한 LG전자 인디아의 비결은 뭘까. 유형대 상무(사진)는 “발로 뛰는 ‘풋(Foot) 마케팅’, 철저한 현지 경영, 고객 만족을 위한 품질 경영이 3대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현지 브랜치 망을 건설하는 일. 이 때문에 직원들은 사모사(인도식 만두)로 배를 채우며 인도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6개월 만에 18개 망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어음을 쓰지 않고 현금 거래를 통해 현지 벤더(납품업체)들의 신용을 쌓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

철저하게 현지인 중심으로 운영한 것도 LG전자의 성공 요인이다. 인도 최대 IT 도시인 벵갈로르에 세운 소프트웨어개발센터에는 전체 직원 650명 중 한국 직원은 5명뿐이다. 인도법인 전체 직원을 봐도 3300명 가운데 한국인은 24명으로 많지 않다. 이런 현지인 중심 인력 관리를 통해 LG전자의 이직률은 12%로 타사 평균(25%)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제품도 인도 소비자에 적합한 ‘맞춤식 상품’으로 변형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가령 자주색 계통을 좋아하는 인도인 취향에 맞췄고 냉장고의 경우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인에 맞게 냉동고를 줄이는 대신 야채실을 넓히는 제품을 선보였다.

이런 LG전자의 성공사례는 1위 재탈환을 노리는 일본 회사들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실제 9월말에도 ‘노무라연구소’에서 LG전자 노이다 공장을 방문, 인도 공략 성공 비결을 속속들이 캐고 갔다. 유형대 상무는 “인도 시장은 중국에 비해 시장 선점 효과가 더 크다”면서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인도 시장에 구애를 펼치듯 우리도 기업은 물론 정부가 나서 인도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뉴델리 = 박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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