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주춤했던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M&A가 2007년부터 다시 시작됐다.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이 오랜 논란 끝에 2007년 8월 <월스트리트 저널>이 소속된 다우존스사를 인수했고, 2007년 10월에는 CNBC에 필적할만한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를 출범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2007년 5월에는 톰슨코퍼레이션이 로이터를 인수해 톰슨-로이터를 시작했다.

 이 같은 미디어 시장에서의 활발한 M&A활동들이 앞으로 한·미 FTA의 발효로 인해 곧 개방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방송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적어도 한국 시장이 개방되면 전 세계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세계 미디어 시장 점유율 1위인 타임워너(Time Warner)의 경영전략은 앞으로 펼쳐질 미디어 산업의 본격적인 글로벌화를 예측해볼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미디어 산업 진화의 선두주자 타임워너

 지난 2002년 AOL 타임워너는 리처드 파슨스를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형 기업의 CEO에 오른 그는 이후 합병의 후유증으로 거의 도산의 위험에까지 몰렸던 타임워너를 기적적으로 살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그는 2005년 미국에서 가장 유능한 CEO로 뽑혔고, 미국의 기관투자가 협회에서는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베스트 CEO로 그를 선정하였다.

 2007년 12월 그는 CEO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의 뒤를 이어 CEO를 맡게 된 사람은 제프리 뷰케스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타임, HBO, 터너브로드캐스팅(Turner Broadcasting : CNN, TNT, TBS, Cartoon Network 가 포함됨), 워너브라더스, Time Warner Cable and AOL 등 타임워너가 가지고 있는 회사들의 CEO로서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해왔다. 예일대와 스탠포드대 MBA출신인 그는 1995년 미국 내 유료 케이블 채널인 HBO의 CEO로 일하면서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 등의 히트작을 선보이면서 HBO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인물이다.

 파슨즈와 제프리의 환상의 찰떡궁합이 2007년 12월 현재 타임워너를 월트디즈니와 더불어 미디어 산업 진화의 선봉에 서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글로벌 미디어 산업은 대형화와 글로벌화를 주된 전략으로 삼아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 타임워너사의 글로벌화의 타깃은 이제 아시아 시장이다. 2007년 12월12일 타임워너가 가지고 있는 터너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 인도의 대표적인 미디어 기업인 알바브라더스(Alva Brothers)와 합작하여 인도의 케이블TV 시장에 진출했고, 2007년 11월 CAN Worldwide의 아랍에미리트(UAE) 시장 진입 뉴스는 타임워너의 홈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특히 케이블TV 사업자인 Turner Broadcasting System Asia Pacific은 인도, 중국, UAE에 직접투자 또는 현지 기업들과 합작으로 투자하여 아시아 각국의 케이블TV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역시 한·미 FTA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진출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 산업의 대형화의 해법: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통합

 그렇다면 미디어 산업의 대형화가 왜 필요한 것일까? 그 해답은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통합의 필요성에 있다.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이란 한 마디로 기업이 생산의 연속적인 단계에 있는 다른 분야를 통합하여 시장 지배력의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위성 방송 사업자와 채널 사용 사업자(PP)가 수직적으로 통합하여 프로그램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디어 산업에서 대표적인 M & A였던 AOL과 타임워너 합병, 월트디즈니의 ABC 매입, AT&T의 TCI 매입, Viacom의 CBS 매입 등이 바로 수직적 통합의 대표적인 예다. 수직적 통합의 장점은 거래비용이 감소하여 가격이 떨어지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물량의 공급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은 전략의 문제라기보다는 규제와 기업문화의 문제인 것 같다. 그것은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생기는 독점의 문제와 서로 다른 기업문화의 차이로 생기는 관리비용의 증가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평적 통합이란 수직적 통합과는 달리 다양한 미디어 분야에서 활동하고 경쟁하는 기업 간의 통합을 말한다. 큰 기업 규모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동시에 시장의 경쟁을 줄이고 시장 기반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 케이블T V, 전화, 인터넷 사업 등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지상파 방송이 케이블TV 채널(PP)이나, 인터넷 미디어 등을 같이 소유하는 것이나 방송 사업자가 통신 부문으로, 통신사업자가 방송 부문으로 상호 진출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워너브러더스사가 제작한 영화 ‘해리포터’는 AOL, 워너 뮤직, HBO등의 케이블 채널, 타임, 피플지와 같은 잡지 등 타임워너사가 보유한 미디어 기업의 다양한 콘텐츠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대형화의 뼈아픈 교훈: AOL과의 합병 실패

지난 2000년 단행된 타임워너와 AOL의 합병은 M&A규모로 3위에 이를 정도로 메가톤급 거래였다. 수직적 통합과 대형화를 통한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 시행된 이 빅딜은 결론적으로 철저한 시장 실패로 막을 내린다. 합병의 이유는 시장 논리를 반영한 것이었다. 인터넷 시장의 경쟁 가속화로 인한 수익 모델의 한계성 극복, 대안적 네트워크 출현 가능성에 따른 가입자 접속망의 경쟁력 필요, 그리고 연계 및 교차 광고에 따른 수익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여기에다가 AOL의 인터넷 기반 자원은 타임워너 사업의 디지털화와 AOL의 차세대 광대역 및 가입자 기반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합병을 단행했던 2001년은 타임워너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갔다. 닷컴 산업의 붕괴 그리고 엔론으로 대표되는 대형 회계부정사건이 연이어 터진 것이다. 이러한 좋지 않은 시장 상황과 비대해진 조직의 관리 실패로 인해 AOL 타임워너 합병은 IT 분야 최악의 M&A 사례로 꼽히게 된다.

합병 후유증의 수습과 재도약의 시동

 전임 CEO인 스티브 케이스와 제럴드 레빈 등 합병 당시 의사결정권자들은 합병의 실패로 모두 사임했다. 그리고 AOL의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사업은 매각되었고, 2003년도에는 AOL 명칭이 타임워너에서 삭제되었다. 2년간의 합병의 후유증을 떼어내 버리고 도약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파슨스는 그의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게 된다. 그가 선택한 전략은 글로벌화와 원소스 멀티유저(One-source Multi Use)전략이었다. 원소스 멀티유저는 하나의 소재(소스)를 다양한 모습으로 재포장하여 상품화하는 일을 지칭하는 것이다. 복합 상술(Total Marketing)을 통해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타임워너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 초기부터 다각도로 활용하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관련 기업들 간의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다. 이미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한 영화 ‘해리포터’는 원소스 멀티유저 개념의 다단계 마케팅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하나의 표본이 됐다. 특히 타임워너는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가장 큰 잠재적인 시장으로 보고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아시아에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발표하는 거래를 살펴보면 명확하다. 인도, 중국, 일본, UAE 등 아시아 국가에 투자 사례가 집중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2003년부터 시작된 그의 경영 성과는 모든 지표에서 잘 나타난다. 그가 취임한 이후 타임워너의 경영 성과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2006년말 미디어 산업 경쟁사 수익성과 비교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 구도와 타임워너의 성장전략

 대표적인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타임워너, 월트디즈니, 바이어컴 CBS, 뉴스코퍼레이션, 비방디 유니버설, 소니 등이 있다. 타임 워너의 최대 경쟁사인 월트디즈니는 영화 사업에 꾸준한 투자를 해오던 과정에서 자신의 영상 콘텐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로 1996년 ABC 인수를 시작으로 대형화의 길로 걷게 된다. 월트디즈니는 같은 해 온라인으로 자신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Disney.com, 24시간 스포츠 채널인 ESPN NEWS를 발족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사업 다각화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또 하나의 대규모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다. 월트디즈니는 미디어 네트워크, 영화와 TV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 테마파크, 캐릭터 상품의 판매, 인터넷 등의 사업 분야를 가지고 있다. 강력한 브랜드 네임에서 오는 파급효과와 애니메이션, 영화, 테마파크 사업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특징 이다. MTV의 성공과 파라마운트 픽쳐스, 블록버스터 등의 인수로 급성장하게 된 바이어 컴도 1999년 CBS와의 합병을 계기로 본격적인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 도약한 기업이다. 2000년 MTV Japan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등 주력 사업인 전문 채널 사업의 국제적인 확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스코퍼레이션은 1923년 루퍼트 머독의 인쇄 매체 확장을 기반으로 성장하게 된 기업이다. 현재 Fox, Direc TV, BskyB, Star TV 등 신문, 잡지, 도서 출판으로부터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 지상파 네트워크와 위성방송 채널 운영, 뉴미디어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사업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남미에 걸쳐서 운영하고 있는 위성방송 사업은 전 세계의 3분의 2 정도를 커버하고 있다.

조훈 세쿼이아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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