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경이로운 나라’라는 평가를 해외 언론에서 종종 접한다.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일까. 다분히 환상에 가깝다.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사실 풋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유럽에선 그렇다.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줄 안다. 지난 1월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CEO 총장’으로 불리며 대학가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온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사령탑을 맡았다. 고작 8개월의 여정을 지나왔지만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한 어 위원장 스스로 “정말 많은 일을 했다”고 할 정도로 비지땀을 흘렸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창대한 미래를 자신하는 어 위원장의 구상을 들어봤다.

“한류 스타,기업들에 세금 감면 혜택 줘야”

SummAry

국가 브랜드 제고는 국격을 높이는 일

국가 브랜드 세계 15위 진입 목표

‘히든 챔피언’을 활용, 한국의 ‘기술력’을 적극 알릴 방침

인터넷을 국가 브랜드 홍보에 적극 활용

문화적 국수주의 없애기 위해 교과서 개정 불가피

고려대 총장 시절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은 ‘CEO 총장’으로 불렸다.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대학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대학의 총체적인 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해서 얻은 별칭이다. 지나치게 파격적인 행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굴하지 않았다. 결국 그의 혁신은 고려대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당시 그가 추진했던 혁신은 이제 대다수의 대학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대학 발전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말하자면 대학형 혁신 CEO였던 셈이다.

그의 혁신적 사고는 대통령 직속인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인 현재도 진행 중이다. 브랜드라는 것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어야 성공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의 체질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한류 스타에겐 세금을 면제해 줘도 된다고 주장할 정도다.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충분히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수출을 늘리기 위해 수출 기업에 세제 혜택을 많이 줬습니다. 수출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되기 때문입니다. 한류 스타는 수출 기업 못잖게 국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류 덕분에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이 높아졌고 기업의 해외 진출도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수출 기업에 해줬던 것처럼 한류 스타에게도 세제 혜택을 줘 한국의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게 한다면 좋지 않습니까.”

어 위원장이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은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값어치가 국제사회에서 푸대접받고 있으며 이를 가능한 한 빨리 올려놓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유럽에선 한국이라는 이름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고 겨우 이름을 안다 해도 부정적인 이미지 투성이다. 같은 성능의 제품이라고 해도 한국산이라는 이유로 미국이나 일본 제품보다 30% 디스카운트되는 것도 그래서다. 디스카운트 폭이 30%에서 5%만 줄여 25%만 돼도 한국의 10대 기업의 영업이익과 맞먹는 경제적 효과가 창출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 노릇이다.

그렇다고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일이 돈이나 더 벌자고 하는 일은 절대 아니라고 어 위원장은 강조한다. 세계의 중심 국가로,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선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시급히 올려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위원회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이 지대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압니다. 초대 위원장으로서 각오가 남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8개월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1월22일 출범해서 고작 8개월이 지났지만 안에서나 밖에서나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조직구성원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서 모범이 될 수 있는 정부기관, 창의력 넘치는 기관, 관료적인 냄새를 없앤 기관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리도 빨리 잡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이 위원회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매우 협조적이라는 점이 조직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관계 부처와 함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견해 차이가 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지요.

국가 브랜드는 국격(國格)을 높이는 일인데 이와 관계된 일의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그러다 보니 함께 해야 할 관계 부처가 많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아이디어는 위원회가 내지만 일을 집행하는 주체는 장관과 정부라는 사실입니다. 일의 성과와 평가, 책임도 각 부처의 몫입니다. 그래서인지 집행이 빠릅니다. 어떻게 할 것인지를 대통령이 참석한 위원회 회의에서 발표하니까, 직접적으로 위원회와 부처가 부딪히는 일은 없습니다.

정부 부처와 분업이 잘 되고 있다는 얘기인가요.

위원회의 역할은 부처 간 중복되는 일을 정리하고 권한 책임을 통일하는 것인데 사실 일이 한쪽으로 기우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부처에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전반적으로 위원회와 정부 부처 간의 관계는 원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은 아닌가요.

그렇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의 경제와 국민 수준은 국가 브랜드 활동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품질이나 가격 경쟁보다 브랜드 경쟁력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습니다. 그를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 구조가 글로벌화 돼야 한다고 봅니다. 단지 한국사람, 아시아의 한 국가의 국민이 아니라 세계 시민, 그것도 앞서가는 한 일원으로 일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일을 진작에 했어야 했는데 좀 늦은 감이 있다는 말도 합니다. 실제로 국가브랜드위원회의 필요성을 묻는 설문조사를 해보니 10명 중 9명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위원회의 출범 타이밍이 잘 맞은 셈이죠. 심지어 야당 국회의원마저 덕담을 건넬 정도입니다.

국격이 경제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그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성장의 열매가 국가의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유례가 없을 정도의 압축 성장을 한 나라여서 경제 성장의 효과가 다른 분야로 확장되는 시간이 부족했던 겁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19세기의 예술은 대개 유럽에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경제의 축이 20세기 들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예술의 중심도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갔습니다. 경제를 따라 간 겁니다. 한국이 바로 이런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국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경제 성장의 효과가 문화, 사회 등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우리 경제는 청년기를  넘어 장년기에 접어들었고, 문화는 이제 사춘기를 갓 벗고 청년기에 들어섰습니다. 경제와 문화의 발전 사이에 격차가 있어 국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입니다. 현재 국가브랜드위원회는 OECD 30개국의 중간인 15위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실체는 어떻습니까. 세계 15위를 노릴 정도라고 보십니까.

한국의 역사와 문화적 유산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일본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껴있는 상황이어서 인지도가 좀 떨어질 뿐입니다. 벨기에를 생각해보세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벨기에는 독특한 문화가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까. 아닙니다. 벨기에는 높은 문화 수준을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죠. 한국이 꼭 그렇습니다. 국력도 15위 정도는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G20 국가의 하나이고 무역수지는 11위인 경제대국입니다. 지금까지의 발전 속도를 유지한다면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30년 후엔 국민소득 2~3위의 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는 남을 따라가면 됐으니 쉬웠지만 앞으로는 개척하며 나가야 하니 과거와 같은 속도를 기대하긴 어렵겠죠.

어 위원장은 갈대밭에서 길을 찾는 것과 경제의 발전 패턴을 비교했다. 과거엔 먼저 간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 가기만 하면 됐기 때문에 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갈대밭에 홀로 남겨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길을 만들면서 나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불확실하다는 설명이다.

발전은 고사하고 퇴보를 할 수 있다는 걱정도 전했다. 하지만 빠르게 발전하다가 한순간에 뒷걸음질을 친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천혜의 자원을 무기로 한 아르헨티나와 달리 한국은 산업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케이스를 보면 안심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사회적 시스템이 흐트러진 점이 걱정거리다.

“질서, 시민의식, 정직성 등이 더 정돈돼서 가야할 텐데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일은 선진국형의 새마을운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적 시민의식,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 남을 배려하는 생각을 키우는 새마을운동입니다. 위원회의 첫 번째 사업이 해외 자원봉사였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과거 새마을운동이 ‘잘 살아 보세’하면서 이웃을 걱정했듯이 이웃국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는 것은 경제적 이해를 추구하기 위한 측면이 있지만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일은 오히려 비경제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어 위원장은 강조했다. 남을 배려하고 돕고 박애하는 정신에 기반을 둔 사업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미약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려면 이를 해결해야 할 텐데요. 물론입니다. 위원회도 국제사회 기여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식 공유 사업이 그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을 다른 나라에 전파하는 사업입니다. 함께 잘 살아보자는 취지죠. 베트남에서 이 사업을 했을 때는 이명박 대통령도 방문해 위원회를 격려한 바 있습니다.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나라를 원조하는 일에 우리의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그럴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 사업도 확대 강화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여러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관장하던 해외봉사단을 ‘월드 프랜즈 코리아(World Friends Korea)’라는 이름으로 통합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해외봉사자는 약 4000명으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인데 이를 5년 안에 8000명 수준으로 늘려 세계 2위로 올라선다는 목표입니다.

해외 홍보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요.

해외의 컨설팅사에 의뢰하니 한국의 기업을 활용하라고 하더군요. 삼성, 현대, LG 등 세계적 기업이 적지 않으니 이들이 ‘한국 기업’이라는 것만 제대로 알려도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빠르게 전파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물론 그렇겠지만 딜레마가 있어요. 역풍의 우려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산 제품은 일본이나 미국, 독일 제품에 비해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는데 삼성, 현대, LG가 한국 기업임이 알려지면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고민 끝에 ‘기술력’을 알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업은 빼고 한국은 기술이 좋은 나라라는 것을 알리는 거죠. 이게 잘 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결되면 그때는 기업들이 스스로 ‘우리는 한국 기업’이라고 나설 수도 있을 겁니다. 

기업이라는 실체 없이 기술을 알린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중소기업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히든 챔피언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중소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기업 말입니다. 우리에게도 히든 챔피언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과 입장이 달라서 자신들이 한국 기업임을 알리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뉴스위크>에 히든 챔피언 특집기사를 계속 내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을 해외에 꾸준히 알려 나갈 방침입니다.

‘다이내믹 코리아’, ‘스파클링 코리아’ 등 국가 브랜드와 관련해서 이미 몇 개의 슬로건이 해외에 알려진 상태입니다. 이 슬로건들과 관계 설정도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기존의 슬로건을 관리하는 것도 위원회가 하는 일의 일부입니다. 일부에선 ‘다이내믹 코리아’를 교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이 슬로건의 효과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아마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됩니다. 브랜드와 이미지를 알리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다이내믹 코리아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넘어서는 이미지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파클링 코리아’는 얘기가 다릅니다. 불과 2~3년 전에 만들어져서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고 국내외 평가도 다소 부정적이어서 위원회 내부적으로는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입니다. 이 슬로건은 관광공사에서 만들었고 평가 작업도 공사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사에서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는 홍보다. 현재로선 일단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홍보 채널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먼저 영어로 제작되는 한국 언론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리랑TV나 영자 신문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알려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예산도 확보해 놓았다. 전시회도 중요한 채널이다. 내년 상하이 엑스포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한국 기업관을 만들어 한국의 기술과 기업, 제품을 대대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어 위원장 자신도 열심히 뛰고 있다. 위원회가 출범한 지 겨우 8개월 만에 무려 63회에 걸쳐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일주일에 두 번에 해당하는 수치다. 강연회도 숱하게 다닌다. 국가 브랜드 제고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최근엔 서울에서 해외 교민회장들의 모임에서 강연을 했는데 연회에서 회장들이 국가 브랜드를 위해 건배를 제의하기도 했다. 위원회의 일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는 의미다.

“해외 교민들만큼 국가 브랜드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알려지지 않아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겠습니까. 교민들의 네트워킹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국가에 대한 애정도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온라인 홍보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외국인 대학생들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의 국가 포털에 블로그를 개설해 한국에서 받은 인상과 기억을 전하게 하는 겁니다. 현재 34개국에 블로그가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전파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한국 이미지는 옛날 것이거나 질이 낮거나 북한 관련 이미지가 많습니다. 오늘의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데 역부족인 거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대의 이미지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flickr.com)에 올릴 사진을 공모할 계획입니다.

한류를 이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일부 지역에서 한류는 절대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시장 확대에도 기여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인의 자존심을 높였다는 점입니다. 단적인 예로 배우 배용준씨는 일본에서 한국 남자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는 경제적 효과 이상을 뛰어넘는 기여입니다. 한류를 활용하는 것이 국가 브랜드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물론입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한류 열풍을 확대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것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한류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이 시장 메커니즘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더 좋은 노래와 드라마, 영화가 나올 수 있는 밑거름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류 스타와 연예 기획사와 제작사 등에 대한 세제 지원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과거 수출 기업에게 했듯이 이들에게도 더 잘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주는 것입니다. 한류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와 위원회는 조용히 지원은 하되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은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국가 브랜드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성과 측정 도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발표한 국가 브랜드 지수는 그런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합니다.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이신지요.

기존에도 국가 브랜드 지수들이 있었지만 과학적 객관성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위원회가 제대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평가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재원과 능력이 부족해 고심하던 차에 삼성경제연구소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지수는 종전에 비해 과학적이고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소와 공동으로 지적소유권을 가지고 이용해나갈 생각입니다. 이 지수에 따른 평가 결과를 원하는 해외 언론이 있다면 공동 발표 형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안정성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입니다.

위원장직을 수락했을 때 마음 속에 꼭 하고 싶은 일을 담고 계셨을 거라 짐작됩니다.

문화적 국수주의를 없애고 싶습니다. 옛날에는 장점이 될 수 있었는데 현대사회에선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케냐 2세가 미국 대통령을 하는 시대에 백의민족의 우수성만을 주장하면 세계인의 친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이미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지 않습니까. 교과서도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의 조류와 맞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의 격에 맞도록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나라가 되는 데에도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6개뿐입니다. 국민소득도 2만달러 수준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나라가 됐으면 합니다. 그럴 때가 됐습니다.

/ 대담 : 김용태 편집장 / 정리 : 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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