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좀체 지갑을 열지 않아 기업들의 한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 경영석학의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주자인 제임스 M. 라틴 스탠포드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불경기일수록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의 불경기 마케팅론을 들어봤다.

“美 친환경 상품 니즈 높아

  그린 마케팅이 열쇠다”

11월10일, 한국은행은 지난 10월14~21일까지 전국의 2170가구를 대상으로 한 ‘10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 소비심리가 전월보다 다소 상승한 117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웃돌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지난 11월13일, 로이터통신은 실업률의 상승으로 인해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2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의 심리위축으로 인해 당분간 소비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얼마만큼 돈을 지출하느냐는 기업의 매출, 생산성과 직결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요즘 소비자의 요구조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진다는 얘기를 한다.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새로운 상품이 쏟아져 나오듯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또한 쉼 없이 바뀌기 마련이다.

6월3일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만난 제임스 M. 라틴 경영대학원 교수의 최근 관심사는 이런 부분이다. ‘소비자행동학’ 전문가인 라틴 교수는 다트머스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했고, MIT에서 마케팅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교를 졸업한 후 스탠포드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교수로 있는 그는 ‘소비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어떤 요인으로 인해 소비패턴에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주로 연구해왔다.

라틴 교수는 “경제 성장에 따라 고객들의 요구조건이 진화하는 단계를 잘 고려해 마케팅 활동을 설계해야 한다”며 “친환경 제품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진화하는 고객 니즈에 맞는 마케팅 필요

기업체 관계자들은 요즘의 고객 입맛이 과거보다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말들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마케팅 전략을 사용해야 합니까.

“마케터들은 자사의 마케팅 활동을 설계할 때 흔히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설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소비자들의 욕구는 생리적, 안전의 욕구 등 기본적인 욕구에서부터 애정, 존경, 자아실현의 욕구 등 상위 욕구까지 다섯 단계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죠. 가장 하위 단계의 욕구가 기본적이고,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소비자들이 그 이상을 원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마케터들은 미국과 서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높은 단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상품을 주로 마케팅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조금 낮은 단계의 상품을 마케팅하는 겁니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하면서, 고객들의 요구사항(그는 니즈(needs)라고 표현했다) 역시 진화합니다. 전반적인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기업들도 그만큼 다변화되고, 이와 마찬가지로 고객들도 당연히 변하는 겁니다. 과거와 같이 일차원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로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요즘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마케터들은 고객들의 니즈가 진화되는 단계를 잘 고려해 마케팅 활동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와의 얘기는 ‘트렌드’에서부터 시작됐다. 그의 첫 번째 메시지를 재해석하면 이렇다.

가령 과거에는 고객들에게 생존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 ‘쇠고기’를 팔았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생존의 욕구는 물론이고 안전의 욕구가 커져서 ‘청정한 쇠고기’를 구매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회사의 입장에서는 ‘쇠고기’를 판매하느냐, 아니면 고객의 목소리를 빠르게 반영해 ‘청정한 쇠고기’를 판매하느냐가 기업의 매출과 직결된다. 기업이 청정 쇠고기를 판매할 경우 고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런 식의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 발전의 단계와 그에 따른 소비자들의 욕구의 진화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 외에 또 어떤 것을 유념해야 할까요.

“경제 수준의 상승과 함께 있었던 큰 변화는 인터넷의 발달입니다. 최근 10년 동안의 가장 큰 변화죠. 인터넷의 발달 역시 고객의 니즈를 상위단계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경제 수준이 고객들의 니즈를 좀 더 상위층으로 끌어올렸다면, 인터넷은 좀 다릅니다. 상위층이라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의 신뢰도’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사회를 연결합니다. 미국의 ‘페이스북’이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습니까. 이런 사이트들이 신개념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들이 새로운 마케팅군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의견을 수집하고, 인터넷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지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사회가 연결된다는 것이 과거와의 다른 점입니다. 즉, 기업의 상품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평가되고,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환경과 지구의 기후에 대한 관심입니다.”

환경과 지구의 기후가 마케팅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네티즌들이 환경과 지구의 기후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고객들이 단지 자신의 생존, 안전 욕구 때문에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적 상품에 대한 니즈가 매우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객들은 요즘 자신의 소비 활동에 대한 책임감을 점점 더 인식하고, 이런 인식이 실제 구매에 큰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단순히 유행인지, 이런 니즈에 따라서 시장이 바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미국은 이미 친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이니 만큼, 한국의 기업들이 이런 것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켓 리서치 결과에 매몰되는 것은 금물

반대로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을 세우면서 절대 피해야 할 것들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두 가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는 마켓 리서치에서 오는 실패입니다. 마케팅 관계자들은 흔히 리서치를 통한 정보에만 매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식의 리서치를 통해 이런 결과가 도출됐으니 따라야 한다’는 식이죠. 하지만 저는 정보 자체를 보지 말고, 정보가 주는 실제 세상의 내면을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보 분석을 통해 일관적인 결과를 찾는 것에 초점을 두지 말고, 마케팅의 분석 결과가 실제 생활과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를 찾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둘째는 시장에서 좋다고 하는 것을 무조건 모으는 성향을 버려야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핵심이 무엇인가에 대해 파악해야합니다. 타깃 고객을 넓게 하고, 타깃군이 원하는 것을 여러 가지 합한 전략을 쓰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고객들의 니즈를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그룹은 이것을 좋아하고, 다른 그룹은 다른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두 가지를 합쳐놓으면 아무에게도 필요 없는 물건이 되고 맙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은 단시간 동안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는 방법으로 시장을 선점하고자 해왔습니다. 바람직한 마케팅 방법입니까.

“어떤 것이 바람직한 마케팅 기법인가에 대해 정답은 없습니다. 세계적인 기업 나이키는 한 해에 1200개의 신제품 운동화를 생산합니다. 나이키가 300여 개 정도만 집중적으로 만들어서 파는 전략을 쓸 수도 있지만, 그들은 최대한 많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신제품 출시라는 것은 불확실성의 상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몇 개를 생산할 때 시장에서 가장 유효한가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있어왔습니다. 2년 동안 팔아서 BEP(Break Even Point·손익분기점)를 맞춘다고 생각해 봅시다. 일반적으로는 신제품을 출시하고, 그 비용을 배분하는 데 있어 삼성, 나이키와 같은 전략이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국의 선도적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단일 모델로 엄청난 매출 창출에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애플은 다른 눈으로 봐야합니다. 애플의 성공전략은 다른 회사들이 참고하기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애플의 가장 큰 힘입니다. 제 생각으로 애플의 아이폰 성공은 팬시한 것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를 최적화한 데 있다고 봅니다. 다른 회사들이 하기 힘든 일,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것이 애플의 비즈니스입니다. 애플은 모양, 디자인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이미 애플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빨리 내놓고 보자는 전략을 쓰기도 합니다.”

라틴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회사가 각자의 처한 환경에 따라 물량 중심의 신제품 전략을 쓸 수도, 핵심 제품에 집중하는 신제품 전략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신제품 출시에 따른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런 핵심 제품이 실패할 경우, 회사 전체의 포지션이 하락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애플의 주가가 그들의 개별 신제품의 출시 시점, 성공여부와 매우 관련성이 높다는 것이 좋은 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은 애플과 같이 핵심 제품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서 그 위험을 줄이는 신제품 전략을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위험이 큰 만큼 성공했을 때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 역시 자명하다. 애플은 그런 제품에 성공했기 때문에 현재 ‘Appstore(앱스토어)’라고 불리는 새로운 마켓 플레이스를 창출하고, 그를 통해 아이폰의 ‘락인(lock in; 다른 제품으로 옮기지 못하게 만드는 것)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즉, 소비자가 한번 아이폰을 구매한 이후에는 다른 제품을 구입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부분의 성공한 기업들이 이런 핵심 신제품 전략(GE의 전구나, MS의 윈도, IBM의 PC, GM의 자동차 등)을 바탕으로 성공했고, 그들이 아직도 글로벌 시장의 주력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이 중심이 되는 핵심 신제품 전략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북미 시장을 기준으로 볼 때, 고객들이 중국산과 한국산 제품에 기대하는 질이 다릅니다. 가령 중국산 제품을 주로 소비하는 계층을 다소 비싼 한국산 제품 이용자로 변화시킬 방법은 없습니까.

“가령 가장 비싼 한국산 제품을 A, 가장 싼 중국산 제품을 D라고 쳐봅시다. D군의 고객을 A군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기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A군의 근접고객이 있습니다. 평소의 물건 구매 패턴은 B 또는 B마이너스에 가깝지만, A군의 제품도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소비는 ‘스스로와 내면적 협의(Compromised Option)’를 통해서 물건을 구매합니다. ‘비싸지만, 좋은 품질이니까 이것을 사는 것이 향후에 나을 거야’라는 식의 판단입니다. 회사는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늘 이 고객들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들이 누군지를 정확히 알고 있고, 왜 지금 그들이 자신의 경제 수준에 맞는 B제품을 두고, A제품을 사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성공하는 겁니다.”

그는 한번은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작은 상점들의 고객 패턴을 연구한 적이 있다고 했다.

“월마트가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매번 그 곳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들은 그보다 비싼 줄 알면서도 동네 상점과 편의점에서 쇼핑을 합니다. 소비자들 중 일부는 로컬 상점을 더욱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상점이 고객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해서 더욱 개인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소비자가 주로 사는 제품을 시스템에 입력시켜 놓고, 그것에 대한 특별한 프로모션을 주는 겁니다. ‘당신을 위해 오늘 이 제품을 싸게 판다’고 프로모션 하지만, 실제로는 ‘당신과 같은 소비군에게는 이 물건을 싸게 팔고, 다른 소비군에게는 다른 물건을 싸게 판다’는 식의 마케팅을 한 겁니다. 또 로컬 상점들은 고객들과 장기적인 관계(long term relationship)를 가져가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대형마트의 득세에도 살아남는 상점들이 있습니다.”

라틴 교수는 문득 ‘업무에 필요하지 않는 메일을 하루에 몇 통이나 받느냐’고 물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팸메일’을 말하는 것 같아서, “백여 통은 받는 것 같다”고 대답하자 그가 말을 이었다.

“마케팅에서 재미있는 이슈 중 하나가 무작위식의 메일링 서비스입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일주일에 10여 개 정도가 온 듯한데, 요즘은 정말 필요한 메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이 들어옵니다. 메일을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라고 하는데, 그 메일을 열어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신용카드를 신청하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는 그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는데 도대체 왜 이런 행위를 지속하느냐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결론은 뭐였습니까.

“메일을 보내고, 고객들이 메일을 열지 않는 것 자체가 마케팅이 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만일 실수로라도 그 메일을 여는 소비자가 있다면, 카드 회사들은 성공한 겁니다. 딱 몇 명뿐이라도, 그들은 그것조차 필요한 것이죠. 가령 코스트코의 시식코너를 생각해보십시오. 업체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계속 음식을 굽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주스를 맛보게 합니다. 그들은 고객들이 맛보는 과정을 통해 음식을 사주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적어도 ‘어떤 제품이 시식코너를 갖고 있더라’는 인식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100명 중에서 99명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한 명이라도 이를 눈여겨보면 성공이라는 식입니다.”

흔히 입소문 마케팅 기법과 일맥상통하는 얘기 아닙니까.

“비슷한 방법입니다. 그나마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식료품은 맛을 본다는 간단한 과정을 통해 마케팅을 할 수 있지만, 훨씬 복잡한 상품이 많습니다. 가령 자동차를 예로 듭시다. ‘좋은 자동차’라는 말로 고객들을 설득할 수 있습니까? 이런 차원에서 ‘직접 경험하라’는 것은 좋은 마케팅 전략입니다. 이때 회사는 단순히 자동차를 시승하는 고객들에게만 마케팅 효과를 거둔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시승고객이 그 자동차를 몰고 나갔다가 누군가를 만나서 ‘멋진 차군요’라는 소리를 들으면 성공입니다. 10명이 물으면 10배의 광고효과, 브랜드 홍보효과를 보는 겁니다. 회사들은 고객들의 경험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면, 그 고객을 우리 제품의 소비자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직접적인 경험보다 확실한 마케팅 방법은 없습니다.”

글로벌 기업 대 홈마켓 기업의 대결 시대 도래

하지만 요즘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입니다. 마케팅 비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효과를 얻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기업들이 마케팅 예산은 ‘나가는 돈’이라고 인식합니다. 가령 회사에서 R&D에 비용을 투자해 공장을 지으면, 나중에 공장 건물이라는 아웃풋이 분명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마케팅 부서 담당자들에게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를 수치로, 또는 보이는 것으로 보고하라고 하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경기나 기업의 수익이 줄어들 때 마케팅 비용을 먼저 줄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CMO(Chief Marketing Officer)’가 어떤 회사의 CEO나 CFO보다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은 기업의 책임경영의 최전방에 위치한 부서이고, CMO는 자사에서 만든 모든 제품의 ‘매력도’를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단순 수치로 계량화하기 힘들다고 해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더구나 고객들은 공장처럼 외형화된 기업의 부동자산과 달리 언제든지 패턴이 바뀔 수 있는(그는 시프트, SHIFT 라고 표현했다) 존재입니다. 무한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소립니다. 그들을 우리의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기회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케팅의 중요성은 반드시 인식되어야합니다. 오히려 불경기일수록 물건의 생산성에 치중하기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돌아오는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그는 인터뷰가 있기 얼마 전, 뉴욕의 한 신문사에서 ‘경기 침체 추수감사절에 일어날 소비자들의 행태 변화’에 대해 예측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신문사에서 아마 ‘올해 추수감사절은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 성향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기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을 그렇게 단순한 집단이 아닙니다. 경기 침체가 가져오는 변화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을 얘기해줬습니다. 가령 그동안 아주 좋은 레스토랑에서 칠면조를 먹으며 추수감사절을 지냈던 소비계층이 올해는 자신들의 집에서 칠면조 요리를 먹겠죠. 그럼 레스토랑의 매출은 줄어들지만, 대형마트의 칠면조 수요는 늘어날 겁니다. 이런 일을 예상하면서 대형마트는 칠면조 광고에 더욱 열을 올려야 합니다. 이러다 보면, ‘그래도 추수감사절이니 근사하지는 않더라도 레스토랑에서 밥 한 끼는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던 고객들이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 겁니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런 식으로 시대의 변화, 흐름에 늘 주목하고,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일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입니다. 삼성, LG, 현대차 등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북미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이들이 당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가 뭐라고 보십니까.

“글로벌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북미 시장이라고 볼 때, 삼성, LG와 같은 한국 기업, 유럽의 회사들은 모두 같은 형편입니다. 이럴 때에는 로컬 마켓에 대해서 어떤 회사가 더 연구를 했느냐, 얼마나 그들에게 친밀하게 접근했느냐가 중요한 성공 요인입니다. 진짜 경쟁은 글로벌 기업이 홈마켓 기업과 경쟁할 때입니다. 북미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과 미국산 제품이 경쟁할 경우, 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과 일본산 제품이 경쟁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로컬 마켓에서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한 홈기업과 싸울 때에는 다양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첫째, 성공하기 위해서 레버리지 브랜드가 하나쯤 있어야 합니다. 가령 렉서스를 앞세워 일본 도요타 자동차를 판다든지, 삼성의 LCD를 앞세워 휴대전화를 파는 등의 전략이죠. 둘째, 그 국가에서 외국 브랜드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연구해야 합니다. 가령 씨티카드가 인도에서 신용카드를 판매할 때, 일일이 고객을 찾아가는 퍼스널 셀링법을 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메일을 열어 보든 안 보든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 유효했으나, 인도에서는 차라리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면서 하는 방식이 싸고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여기는 인도라는 나라의 특성을 고려한 것도 있지만, 인도에서 인도의 로컬 은행들이 고객들을 일일이 찾아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한 차별화 마케팅 기법이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흔히 ‘피넛버터 어프로치’라는 기법은 마케팅에서 지양해야 할 점 중 하나입니다. 땅콩버터라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모든 종류의 빵에 다 발라도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비유한 말인데, 특히 로컬 기업과 싸워야 하는 글로벌 기업이 지양해야 할 부분입니다.”

라틴 교수의 말을 종합해보면, 모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면 매우 좋겠지만, 대부분의 산업에서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이는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맞춤화된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뭇 구태의연한 얘기로 들리기도 하지만, 아직 이런 당연한 얘기를 실제로 잘 적용하고 있는 회사들이 국내에 많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해 봐야 한다. 미국산 제품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키, P&G, 켈로그, 애플 등 미국 대표 브랜드들의 대부분을 우리는 마케팅에 강한 회사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중국의 저가 경쟁을 이겨내고 과거의 성공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라틴 교수의 이런 ‘당연한’ 얘기를 주의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병서 A.T. 커니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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