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케(신부용 꽃다발)를 손에 넣는 일이 과거 같지 않다. 생물 공학의 획기적 발전, 공격적인 새 경쟁자, 싱싱하고 향기로운 만개된 꽃을 기대하는 열정적 고객들이 세계 꽃 시장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장미, 튤립, 백합들이 장식된 당신 부엌의 식탁 위는 암스테르담의 교통 상황에서부터 보고타의 날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얽혀 있는 기나긴 전 세계 공급 사슬의 최종 도착지다.

■ 중국 윈난성 새 경쟁자로 부상

■ 플로라홀란드와 알스미어 2008년 합병계획… 세계 초대형 꽃 시장으로 재탄생할 듯

■ 과학자들의 파란장미 실험

어느 햇살 화창한 토요일 아침,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 있는 한 꽃집은 퍼시픽 애비뉴 거리의 서점들과 카페들에서 나오는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보니 둔 가든 컴퍼니(Bonny Doon Garden Company)’라는 조그만 이 가게는 꽃향기를 솔솔 풍기며 길가에 자리 잡아 누구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색색의 튤립, 작약, 장미 바구니가 판매대에 놓여 있고, 고객들은 자신만의 부케를 만들기 위해 좋아하는 꽃을 직접 고를 수 있다. 가게 주인 테레사 사반카야(Teresa Sabankaya)는 자기가 ‘시트루스 펀치(Citrus Punch)’라고 이름 붙인 진열 상품 옆 작업대에 서 있다. 에콰도르에서 온 혈통 있는 주황빛 장미, 네덜란드산이지만 중부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빨갛고 노란 솜나물 데이지, 그녀의 정원에서 꺾어 온 연두색 유포비아를 포함한 세계 공통의 부케가 레몬과 라임을 가득 채운 키 크고 길쭉한 유리잔에 꽂혀 진열대 상단에 놓여 있다.

‘시트루스 펀치’의 가격은 그리 싸지 않다. 125달러나 된다. 베이 에어리어에서 계속 값이 올라가는 디자이너 부케다. 그러나 사반카야는 고객에게 무엇 때문에 돈을 많이 받는지 열심히 이해시킨다. “사람들이 꽃값이 너무 비싸다고 할 때마다 그 돈은 꽃을 사는 데 들어간다는 점을 상기시키죠. 그 꽃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하면, 또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하면 꽃값은 정말 싼 거예요.”

‘임펄스’라는 밝은 주황빛 품종 장미를 보자. 그 꽃은 에콰도르 퀴토 외곽의 한 농장에서 재배되었다. 에콰도르산(장미들은 사반카야가 캘리포니아에서 구할 수 있는 어떤 종류보다도 두 배는 크며 색깔은 밝고 생생하다. 그녀가 좋아하는 품종들은 모두 꽃병에서 활짝 펴 싱싱함을 유지하도록 개량된 것이다. ‘임펄스’는 현대 장미 개량종의 최고봉이다. 아름다움은 물론 농장에서 출고되어 꽃 판매자한테까지 가는 길고 복잡한 여행을 견뎌내는 능력까지 갖추었다.

‘임펄스’ 같은 장미는 월요일 아침 라틴 아메리카의 온실에서 수확된 다음 다듬어지고 등급별로 나뉘어져 그날 오후에 포장된다. 그 다음 긴 여행을 견딜 수 있도록 영양을 주는 특수 용액을 빨아먹으며 쿨러가 있는 곳에서 하룻밤 지낸다. 다음날 아침 물기를 빼고 상자에 포장한 뒤 팔레트 위에 묶이면 냉장 트럭이 꽃 상자를 싣고 공항을 향해 좁은 산길을 내려온다. 마이애미 행 여객기의 화물칸에 실린 꽃 상자는 몇 시간 뒤 미국에 도착하고, 시들고 망가진 송이를 골라내는 검사실로 이동한다. 검사실에서는 미국 국토안보부에서 나온 관리가 벌레나 병균이 있는지, 또는 수입 금지품인지를 조사한다.

매일 아침 꽃 수입업자 로고를 붙인 트럭들이 긴 줄을 이루고, 도매업자들은 공항 검사 시설 주변에 진을 치고 화물이 통관되기를 기다린다. 이 꽃의 대부분이 팔려나가는 2만2750개 꽃집과 2만3000여개 슈퍼마켓 가운데 한 곳에 도착하기 전에 저장소, 총판, 또는 도매시장 등 중간 과정을 두세 번 더 거친다. 미국인이 사는 꽃의 78%인 28억여 송이가 해마다 이런 여행 경로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온다.

동쪽으로 부는 꽃의 세계화 바람

꽃 산업의 유통 경로는 이뿐만이 아니다. 100년 전 대부분의 꽃은 시들기 전에 시장에서 팔 수 있도록 도시 근교에서만 재배되었다. 온실 재배는 드물었다. 사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발렌타인데이 선물로 꽃은 인기 품목이 아니었다. 복잡한 온실 기술과 교통의 발달이  시카고 꽃 판매업자로 하여금 2월 중반에 연인들에게 장미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뒤 온실 기술과 수송이라는 두 분야의 발전은 한때 잡일에 불과했던 목가적 직업을 세계 음반 시장보다 100억달러 많은 400억달러의 세계적인 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무역 장벽이 무너지고 경제가 개방되면서 꽃 시장은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그 국가들의 이익은 당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에콰도르는 4000만달러어치의 꽃을 러시아로 수출하며, 그 양은 러시아 전체 꽃 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왜 에콰도르인가? 에콰도르는 줄기가 6피트나 되는 커다란 장미를 생산할 수 있다. 이것이 러시아 고급품 시장에 먹혀든 것이다.

공산주의의 몰락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물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30년 전 폴란드는 유럽의 절화(cut-flower) 생산에서 중요한 선수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열린 시장이 부족했던 탓에 생산자의 절대 생산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 경제로의 전환 뒤 폴란드의 꽃 산업은 다시 활짝 피었다. 지금 폴란드는 매년 약 800만달러어치의 꽃을 해외로 수출한다.

꽃의 세계화 바람은 이제 동쪽으로 불고 있다. 이 시대의 다른 많은 산업처럼 중국이 꽃 산업 분야에서 거대한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윈난성에 있는 꽃 농장은 고속도로, 비행기, 다리를 포함한 기간 시설의 확장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중국의 꽃 생산자는 현재 2700만달러어치의 꽃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으며, 2010년 말에는 2억달러까지 늘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 꿈이 이루어진다면 고작 175달러의 월급을 받는 남미의 꽃 노동자들이 중국 남부로 몰려들지도 모를 일이다.

꽃의 힘은 여러 면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꽃 판매업자는 거대 시장에서 소매상과의 경쟁과 공급 과잉으로 상품의 값이 계속 떨어질까 봐 걱정이다. 도매상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한 송이에 단 몇 센트의 작은 이윤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비자는 어떠한가? 확실히 꽃은 더 많이 팔린다. 사람들은 욕망, 애정, 슬픔, 유감 같은 단어로 감정을 모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꽃 부케에 의지하고, 따라서 꽃 시장이 존재한다. 감성은 실제 존재하지만, 그것을 표현할 매개물은 점점 더 대량 생산되어 특징이 없는 일용품이 되어 간다.

세계적인 꽃시장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에서 남서쪽으로 8마일 떨어진 어느 작은 마을에서는 세계적인 꽃 거래가 이루어지고, 당신은 세계에서 제일 큰 알스미어 화훼 경매장 건물 높은 곳 좁은 통로에 서서 그 광경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 그 경매장에는 매일 2000만 송이의 꽃이 팔려나가기 위해 들어온다. 방문객은 경매방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경매방과 하역장 사이를 꽃을 가득 싣고 왔다 갔다 하는 13만5000개의 트롤리에 부딪칠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신 1년에 1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경매 직원을 따라서 그 좁은 통로를 걸어 다니며 발아래에서 이리저리 이동하는 수백만 송이의 꽃을 내려다본다.

색색의 물결을 내려다보면서 그 꽃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콰도르, 에티오피아, 이스라엘, 케냐에서 수확되어 암스테르담으로 흘러왔고, 트럭에 실려 경매장으로 와서 포장이 벗겨지고 트롤리에 실려 경매방으로 들어온 후 수천 명의 손으로 팔려 나간다. 노란 해바라기를 실은 손수레가 빠르게 지나가고, 빨간색, 분홍색, 연자줏빛 장미 수천 송이가 뒤를 따라 달린다. 선물용으로 화분에 담긴 짧은 줄기 수국이 그 다음이고, 또 그 뒤를 하얀 카사블랑카 백합이 물결치듯 달려간다.

경매방 안팎에서 씽씽 달리는 트롤리 때문에 꽤 시끄러울 것이라 생각할 테지만 사실 경매방은 괴이할 만큼 조용하다. 그 많은 꽃이 팔리는 데 단 몇 초밖에 안 걸린다. 순간의 방심으로 입찰자는 몹시 탐내던 튤립이나 카네이션을 놓칠 수 있다. 경매가 끝난 뒤 꽃들은 들어왔던 길을 되짚어 나가 트럭과 비행기에 실려 일본의 먼 꽃집이나 잡화점으로 향한다. 이곳 경매가는 한 송이에 20~30센트밖에 안 되지만 소매점에서는 1~2달러에 팔릴 것이다.

왜 꽃처럼 섬세하고 시들기 쉬운 물건을 가지고 구매자를 찾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와야 되는가? 전통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100년 전에 꽃 거래의 특별한 방법을 발명했다. 이 시기에 경매를 통해 나간 꽃의 대부분이 네덜란드에서 재배되었고, 배를 타고 운하를 통해 시장으로 공급되었다. 오늘날 알스미어 경매에 참가한 1050명의 구매자와 5400명의 공급자들은 비행기를 탄다 하더라도 여전히 이곳이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이 경매장에서는 매일 3만7360건, 89만달러의 돈이 오간다. 돈 거래는 투명하고 쉽다. 경매장은 또 해충과 병이 없도록 하고 신선함을 보증하는 엄격한 품질 통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른 유통 센터처럼 케냐산 해바라기 두 상자, 태국산 난초 몇 묶음, 콜롬비아산 장미 천 송이 등의 복잡한 구매 절차를 효율적으로 일괄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왜 그들이 비즈니스를 위해 멀리 네덜란드 경매장까지 여행할 필요가 있는지 묻는다면,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를 볼 수 있는 기회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타당한 대답일 것이다. “월 스트리트 브로커들은 왜 거기에 있는가? 분위기와 감촉을 직접 느끼기 위해서다.” 어느 포르투갈 도매업자의 말이다. “누구라도 빨간 장미 10만 송이를 사기 전에 직접 꽃을 눈으로 보고 만지고 싶어 한다. 사진만 가지고는 안 된다.”

알스미어의 비즈니스가 아무리 활황이라 해도 세계화된 화훼 산업의 영향권 밖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2대 화훼 경매장인 플로라홀란드(Flora Holland)와 알스미어는 2008년 합병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합병이 성사된다면 세계 각지의 경쟁자들을 위축시키는 초대형 꽃 시장이 될 것이다. 화훼 경매 관계자들은 최근 두바이나 뭄바이 같은 도시의 신흥 꽃 시장의 구매자와 판매자들이 신흥 꽃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좋다는 뜻을 전했음을 시인했다. 합병 효과로 두 경매장은 지배적 지위가 계속 유지되고, 네덜란드를 거치는 시간이 가치 있으며, 규모에 따른 비용 절감도 제공되기를 희망한다.

화훼 산업의 일부 관계자들은 세계화에는 한계가 있고 세계 꽃 거래는 결국 여전히 서로 만나 악수를 나누는 지역 시장에서 맺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꽃 시장에 직접 나타나 꽃향기를 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꽃 수출업자들

인도 같은 신흥시장에서 꽃을 재배하는 사람들의 어려운 입장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도 국내 시장을 겨냥한 꽃 재배자들은 인도인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재스민, 금잔화, 국화 종류를 주로 가꾼다. 이런 꽃들은 대부분 줄기가 짧다. 화환 제작자들이 좋아하는 꽃이 바로 이런 종류다. 이 꽃들은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야외 시장으로 향한다. 인도의 8000억달러 경제는 계속 성장 중이며 국내 꽃 사업도 아마 번창할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 꽃 재배자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기술 및 노하우는 물론 도로, 비행기, 컴퓨터 시스템 같은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인도의 꽃 수출업자들은 국내 시장을 위한 재배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법을 택했다. 인도의 절화 수출액은 1700만달러에 이르며,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밖에 안 되지만 의욕에 가득 찬 농부들은 현대적 온실 기술과 상업적 장미 품종에 투자하며 외국 구매자의 눈길을 잡아끌기를 희망한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까다로운 계산력도 요구한다. 환율, 수송비는 물론 독일 및 일본의 주말, 휴일까지도 계산해야 한다. 장미 한 송이를 농장에서 가져오는 가격은 7~10센트면 족하지만 유럽까지의 뱃삯은 한 송이에 7.5센트, 일본까지는 5센트다. 유럽 도매시장에서 그 장미는 한 송이에 27센트, 일본에서는 25센트가 될 것이다. 이런 박한 이윤 때문에 1페니까지도 계산에 넣지 않을 수 없다.

운송비용은 절화 상품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걸림돌 노릇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 화훼 경매소 산하기관인 VBN의 전 CEO이며 월간지 <세계 꽃 문화(Flora

Culture International)> 발행인 야프 크라스는 “임금이 내려간다 하더라도 선적비용 때문에 꽃값은 분명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다. “네덜란드에는 ‘양배추를 던질 수 있는 곳까지만 팔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화훼는 미국 수출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인도, 중국, 일본, 심지어 북미까지도 국내 시장을 위해 얼마간 자체 생산을 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 친분 관계의 중요성 또한 세계적 비즈니스보다 지역적 비즈니스를 선호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도매업자들이 인도 또는 중국산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그들에게 친숙한 콜롬비아 장미나 네덜란드 튤립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까? 플로리다 마이애미 스프링스의 그린리프 홀세일 플로리스트(Greenleaf Wholesale Florist)의 구매부장 윌리엄 아멜리니(William Armellini)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 내 마음이 가 닿기에는 너무 먼 곳이고, 지리적으로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긴 하지만 만일 새로 나타난 판매업자가 그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가지고 있다면 개인적 친분이 없다고 물리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산 스위트하트 장미를 보자. 아프리카 여러 나라, 특히 케냐와 에티오피아가 수년간 유럽 시장을 목표로 이 장미를 생산했지만 미국에서는 수입의 1% 미만일 정도로 친숙하지 않은 상품이다. 스위트하트 장미는 일반 장미보다 훨씬 작고 눈길을 끄는 스프레이 장미(한 줄기에 작은 꽃봉오리 몇 송이가 달린 장미)로 키워지는데, 빼어난 꽃 한 송이를 생산하려고 나머지는 가지치기를 한다.

아멜리니는 “미국에는 이런 꽃의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만일 수요가 많다면 먼저 가격을 볼 것이다. 미국에 이 꽃을 들여다가 돈을 벌 수 있다면 공급업자에게 꽃의 신선도와 형태 유지를 보증할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하지만 꽃 산업의 세계화는 여전히 초기 단계이고, 이 질문에 만족한 답을 얻기 전까지는 이미 거래중인 남미의 판매업자들과 결별하지 않을 것이다.

꽃처럼 망가지기 쉬운

아멜리니 같은 도매업자에게는 이 특별한 시대에 필요한 세계 정보의 종류가 끝이 없다. 석유 가격은 제트기와 트럭의 연료비용, 냉장 보관비용, 꽃을 키우는 데 필요한 플라스틱 온실 재료와 농업용 화학제품까지 석유로 만들어지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의 석유 파동은 꽃 가격을 날마다 바꿔놓을 수 있다. 현재 미국 달러를 사용하는 에콰도르는 달러 가치가 변동함으로써 페소를 사용하는 컬럼비아에 비해 자국의 장미 가격이 불리해짐을 깨달을 것이다. 심지어는 날씨도 한 역할을 한다. 참제비고깔 같은 야생 작물이 엄동설한에 아무 피해 없이 꽃을 피워도, 보고타 인근의 변덕스러운 겨울 폭풍우는 몇 달 뒤의 어머니 날 같은 휴일에 필요한 꽃 공급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자유무역협상 또한 끊임없는 관심사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꽃의 60%를 미국에 수출하는 컬럼비아는 볼리비아, 에콰도르, 페루와 함께 안데스 무역 증진 및 마약 퇴치 법안(ATPDEA: Andean Trade Promotion & Drug Eradication Act) 하에서 꽃을 수출할 때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그것은 이 혜택을 보는 나라에게 코카 생산을 대체할 상품을 권하는 한편 미국의 마약 근절 노력에 대한 협조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변할지 모른다. 꽃을 생산하는 많은 나라와 맺은 무역 협정은 올해 새로운 협상의 주제다. 미미한 관세라 해도 다른 시장을 찾고 있는 꽃 재배자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다. 가격은 경쟁 속에서 자꾸 낮아진다.

이런 압박에 더하여 농부, 도매업자, 소매상들은 환경 문제와 노동 문제 전반에 대해 꾸준히 높아지는 구매자들의 관심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사회적 책임감을 지닌 소비자에게 친환경 꽃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산타크루즈 꽃집의 테레사 사반카야가 주문을 내는 네바도 에콰도르(Nevado Ecuador) 농장은 그곳에서 생산한 장미가 미국과 유럽에서 친환경 라벨을 붙이고 공정 거래될 수 있도록 그런 프로그램 9개에 참가했다. 수수료와 문서비용도 무시하지 못하며, 도매업자와 소매업자들은 환경 문제가 시장에서 어떤 작용을 하게 될 것인지 이해하려 노력중이다. 아멜리니는 “새로 대두된 문제”라면서 “조금 안다는 우리들조차도 헷갈린다”고 말한다.

아멜리니는 가끔 궁금해진다. 손가락 끝으로 알아내는 이 모든 정보가 세계 시장에서 자신을 더 유능한 플레이어로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괜히 복잡하고 정신 사납게 만드는 건 아닌지. 그는 인터넷 이전 시절을 기억한다. 그때는 무엇보다도 판에 박힌 일만 반복했다. “어떤 손님을 위해 똑 같은 꽃 10상자가 매주 도착했다. 만일 어느 때 9상자만 도착했다면 그것을 적어두고 일을 계속한다. 그러나 요즈음은 다르다. 주고받는 통신이 지나치게 많아진 것이다. 3000송이 장미 20상자를 파는 것이나 100송이 장미 한 상자를 파는 것이나 똑 같은 시간을 소비한다.” 아멜리니는 좋았던 옛 시절을 그리워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꽃 시장 사람들 대부분처럼 그도 끊임없이 변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오래 버티는 꽃만이 살아남는다

세계 시장에서 꽃은 스스로 잘 적응해 왔는가? 몇몇 품종은 살아남지 못하고 꽃집에서 사라졌다. 산업화된 세계 시장에서는 오래 버티는 꽃만이 살아남는다. 예를 들면 구식 스위트 바이올렛은 한 세기 전에 대유행이었지만 너무 연약해서 기껏해야 2~3일밖에 살지 못했고, 현대 시장에서 버티기에는 생명이 너무 짧았다. 스위트 바이올렛 재배자 가운데 한 사람만이 미국에 남았고, 북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농장 부근의 반경 100마일 안쪽에서만 팔린다. 장미, 카네이션, 국화가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꽃에 포함되어 있는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가장 오래 견디기 때문이다. 화훼 비즈니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을 공급하려고 애를 쓰긴 하지만, 산업구조에서 살아남는 것 위주로 제공하기 때문에 거꾸로 사람들의 선택을 제한하기도 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꽃의 어느 부분이 변질되었는지를 대부분 발견하지 못하지만, 향기가 없어졌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지 모른다. 향기를 내는 유전자 가운데에는 열성 인자가 있고, 따라서 품종 개량자는 줄기의 길이, 꽃 색깔, 질병 저항력, 수명 등의 형질을 선택하는 동안 자칫 그 특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향기 나는 장미는 꽃병에서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세계 여러 곳으로 여행하기에 충분히 튼튼한 장미는 향기가 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품종 개량자들은 실험실에서 유전자 지도를 이용해 원하는 대로 꽃의 형질을 어렵지 않게 바꾸며, 꽃의 분자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꽃의 생명을 유지시키면서도 잃어버린 향기를 되찾을 수 있다. 또한 꽃이 자연적인 한계를 넘어서도록 여러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주류 회사 산토리의 호주 지사 플로리진(Florigene)은 유전자 변형으로 파란 장미를 만들기 위해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파란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장미에는 아예 없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피튜니아에서 유전자를 추출해서 옅은 자줏빛 장미에 옮기는 기술을 완성시켰다. 기술적으로는 성공적이었지만 장미 자체는 여전히 파란색이라기보다는 옅은 자줏빛에 가깝다.

플로리진의 과학자들은 우선 실험실에서 파란 장미를 완성한 다음 대중의 관심을 확 끌어당겨야 한다. 만일 미국 사람들이 새로운 색깔을 꺼려한다면 플로리진은 유럽이나 일본의 다른 문화적 감성에 호소하게 될 것이다. 세계 어느 곳이나 살 준비가 된 고객이 있는 한 플로리진은 특허 유전자 변형 꽃을 팔 때마다 한 번에 몇달러씩 로열티를 받아서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것이다. 만일 그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더 많은 품종 개량자들이 뒤따를 것이고,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검은 튤립을 만들거나 초콜릿 냄새나는 데이지, 또는 꽃을 사준 남자 친구보다 더 오래 살 백합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 특허법, 무역 협상, 유전자 기술, 화폐 가치 하락, 석유 1배럴의 가격, 중국 노동자의 임금…. 이런 요소들을 생각할 때마다 세계 화훼 산업의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당신이 연인에게 보내는 한 다발의 꽃 부케는 그 모든 것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길거리 가게 앞에 즐겁게 서 있는 테레사 사반카야조차도 세계 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나는 내 정원에서 꽃을 키워 이웃에게 팔겠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시작했다. 그러나 당연히 내가 키운 것보다 더 많은 꽃이 필요했다. 꽃이 잘 자라는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지만, 에콰도르에서 정말 특별한 것을 가져오려고 한다. 가끔 샌프란시스코 도매 시장에 가면 열대식물, 네덜란드 튤립 등 원하는 어떤 꽃이라도 살 수 있다. 전 세계의 꽃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들

세계 꽃 시장의 이면을 알고 싶으면 에이미 스튜어트(Amy Stewart)의 <꽃의 비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그리고 꽃 시장의 아름다운 사람(Flower Confidential: The Good, the Bad, and the Beautiful in the Business of Flowers)>(Chapel Hill: Algonquin Books, 2007)을 읽으라. 나이알라 마하라지(Niala Maharaj)와 가스통 도랭(Gaston Dorren)의 <장미의 게임: 세계 꽃 무역의 제3세계(The Game of the Rose: The Third World in the Global Flower Trade)>(Utrecht: International Books, 1995)는 1990년대 중반을 거치는 세계 꽃 시장을 조망한다. 캐서린 지글러의 신간 <사랑받는 꽃: 세계 꽃 체제의 문화와 경제(Favored Flowers: Culture and Economy in a Global System)>(Durham: Duke University Press, 2007)는 절화(cut-flower) 공급망에 대해 최신 연구 결과를 제공한다.

월간지 <세계 꽃 문화(FloraCulture International)>는 세계 절화 산업을 상세히 다루었다. 네덜란드 꽃 경매장을 개인적으로 찾아가고 싶으면 알스미어 화훼 경매장 웹사이트 www.vba.nl에 접속하라.

관련 웹사이트나 FP 아카이브, Foreign Policy의 관련 기사 목록을 찾으려면 www.ForeignPolicy.com에 접속하라.

에이미 스튜어트는 <꽃의 비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그리고 꽃 시장의 아름다운 사람(Flower Confidential: The Good, the Bad, and the Beautiful in the Business of Flowers)>(Chapel Hill: Algonquin Books, 2007)의 저자다.

* 이 기사는 미국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이 격월로 발행하는 <Foreign Policy> 2007년  7·8월호에 게재된 것으로 <Foreign Policy> 한국어판을 발행하고 있는 네오넷코리아와 <이코노미플러스>의 기사 제휴에 의거, 게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에이미 스튜어트(Amy Stew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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