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절대’ 입지 않는다?

브랜드 스토리

과연 악마는 ‘프라다’를 입을까. 칙릿(Chic-lit)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영화화하기 전부터 프라다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갖고 싶어 하는 명품 브랜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프라다는 이탈리아에서 1913년 마리오 프라다(Mario Prada)에 의해 시작됐다. 마리오는 현재 프라다를 명품 반열에 올려놓은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의 조부. 밀라노에 가죽 제품 매장을 운영하면서 세계 각국의 진귀한 물건을 수집해 컬렉션을 열기도 했던 마리오는 액세서리, 가방 등을 만들며 나름대로 독창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품질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당시 샤넬, 크리스찬 디오르,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견주지는 못했다. 1958년 마리오가 세상을 뜨면서 그의 며느리 루이자 프라다가 운영했지만 평범한 가게였을 뿐. 그러던 프라다 패밀리는 1978년 루이자의 은퇴 이후 경영에 참여하게 된 미우치아 프라다에 와서야 명품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정치학 박사이며 좌익 경향의 페미니스트인 미우치아는 28세 나이로 가업을 이어 받아 경쟁자였던 파트리지오 베르텔리(둘은 1987년 결혼)에게 ‘프라다’ 브랜드 가죽 컬렉션을 열 수 있도록 동업 계약을 맺으면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자유롭고 독창적이었던 미우치아는 실용적이면서도 범용적(汎用的)인 디자인을 고집했다. 그러다가 아무 생각 없이(?) 고급 트렁크를 보호하기 위해 쓰였던, 군대의 텐트로 사용하기도 했던 천인 ‘포코노’를 이용해 검정색 나일론 소재 토트백을 만들었다. 처음 출시됐을 때 화려한 명품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것이 패션 에디터들의 눈에 띄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명품의 상징이었던 값비싼 가죽이나 보석 장식이 사용되지 않은 평범한 디자인이 오히려 독창성 있다고 평가받은 것이다. 이후 마돈나, 이사벨 아자니 등 연예인들은 물론 모나코 공주에게까지 이 토트백은 사랑을 받으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게 됐다. 미우치아의 토트백이 핸드백 재료로 합성소재의 채용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선도했다는 것이다.

이 검정색 나일론 토트백의 성공은 액세서리 사업 중심으로 사업 확장의 단초를 열어줬다. 패션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미우치아는 오히려 지금까지 디자이너들이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건드리며 새로운 그녀만의 장을 만들어 갔다. 1985년 구두에 이어 드디어 1988년 그녀는 프라다의 첫 번째 여성 의류 컬렉션을 디자인하며 본격적인 여성 의류에 발을 들여 놓게 됐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남편 베르텔리의 제안으로 프라다의 심벌인 역삼각형 금속을 소품으로 사용, 프라다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해 나가는 한편 1993년에는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우미우’ 브랜드의 첫 번째 컬렉션과, 1994년에는 남성복으로 디자인의 지평을 넓혀 지금의 프라다를 일궈냈다. 현재 프라다는 2000년 뷰티스킨케어라인 및 아이웨어 컬렉션을, 2004년에는 프라다 여성 향수에까지 손을 뻗쳐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브랜드 컨셉트&이미지

현재 프라다에는 기존 프라다와 20대 여성을 겨냥해 가격을 30% 정도 저렴하게 내놓은 ‘미우미우’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미우미우는 나름대로 파격적으로 출발했다. 재킷의 팔꿈치에 가죽을 덧댄다든지, 바짓단을 매듭짓는 고무밴드, 구두도 아니고 운동화도 아닌 스니커즈, 편안한 폴로셔츠 등 새로운 방식의 생동감 있는 패션 트렌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특히 프라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스니커즈는 언제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실용적, 범용적 디자인의 프라다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다.

1998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선보인 스포츠웨어는 ‘레드 스트라이프’ 로고로 젊은이들에게 어필했다. 프라다스포츠는 하이테크 소재의 사용으로 기능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소박하지만 천박하지 않은 붉은 줄을 이용한 강한 포인트로 스포츠 마니아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프라다는 미우치아가 자주 언급하듯이 화려하거나 요염하지는 않지만 여성적이면서도 정갈한, 독창적이면서 기능적이고 어디에서나 잘 어울리는, 특히 직장 여성들에게 더욱 잘 어울리는, 철저하게 ‘실용’이라는 정신에 바탕을 둔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우치아의 이 같은 컨셉트는 바로 자신의 생활인 것이다.

프라다는 1990년대에 들어서서야 명품으로 자리매김한 늦깎이 명품이다. 늦게나마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제품에서 일관되게 배어나오는 분명하고 명확한 ‘실용성’과 라이선스가 거의 없는 프라다 제품에 대한 철저한 품질 관리라고 프라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인지 프라다는 아직 토털룩 브랜드를 표방하지 않고 있다. 가방 등 가죽 제품과 신발류, 의류에 집중하는 대신 이탈리아 곳곳에 있는 직영 공장과 판매점 등을 통해 깐깐한 품질 관리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다 2007 가을·겨울 컬렉션

전반적으로 매우 클래식하며 심플하면서도 정교한 실루엣으로 여성스러움과 재미있는 요소(메탈 헤어밴드, 투톤 스타킹 등)를 가미해 섹시하면서도 다소 ‘bad girl’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새로운 소재를 통해 디자인을 보여주는 컬렉션으로, 4가지의 주요 소재 및 기법을 제시하고 있다.

매 시즌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믹스, 리치&푸어 등의 대비되는 컨셉트를 조화시켜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우치아는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이 남성적인 코트 혹은 재킷을 소매 커팅, 넥 라인 변화, 등 부분의 볼륨 등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지난 봄·여름 시즌 가장 두드러지는 액세서리로 터번을 제시한 그녀는, 이번 가을·겨울에는 발등 부분에서 커팅된 다소 재미있는 디자인의 투톤 컬러의 니 삭스를 팬츠를 제외한 전 룩에 매치시켰다. 슈즈는 새  부리 모양과 같은 굽의 하이힐 디자인으로 에나멜과 실크를 주요 소재로 사용했다.

이브닝 그룹을 제외하고는 실루엣 및 디테일을 매우 심플하게 표현하고 있는 반면 슈즈나 백, 헤어밴드 등에서는 과감한 느낌의 메탈 소재를 활용, 전반적으로 두 가지의 요소가 조화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번 프라다 남성 컬렉션은 호기심 많은 현대 남성들은 위한 ‘혁신’ ‘실험’ ‘변형’을 그 주요 컨셉트로 하고 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매우 클래식하면서도 심플하며, 깔끔하지만 ‘에그 쉐이프(egg-shaped)’ 볼륨감의 ‘오뜨 꾸뛰르’적인 요소를 풍기고 있다. 이는 여성의 옷장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요소로 이를 재킷과 코트 등에 접목시킨 것을 볼 수 있다.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이 믹스된 연출을 좋아하는 미우치아는 여성 컬렉션에서 이러한 점을 두드러지게 표현해 오다가 이번 시즌에는 특히 남성 컬렉션에 그러한 요소를 곳곳에 접목시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에그 쉐이프’의 ‘오뜨 꾸뛰르’적인 면과 장난스런 어린아이를 연상시키는 페이크 퍼(fake fur) 등과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접목시킨 것이 바로 ‘스포티즘’으로 쇼트트랙이나 스키를 연상시키는 고리가 있는 바지 스타일과 후드가 달린 스포티한 칼라의 코트, 수영 모자에서 영감을 받아 니트로 제작된 비니 등이 그것이다. 새로운 퍼(fur)로 소개된 프라다의 독특한 소재는, 모헤어, 알파카, 울 등의 섬유를 모아 만든 페이크 퍼로 어린애 같은 모습마저 연출해 내고 있다.

전반적인 컬렉션 컬러는 중간에 오렌지와 그린 등의 컬러 연출이 돋보이는  니트 그룹을 제외하고는 블랙과 그레이 톤이다. 여기에 아이보리, 민트 블루 등 파스텔 톤을 매치하고 있으며, 대신 생생한 색체에 블랙의 그러데이션이 있는 에나멜 소재의 강한 느낌의 슈즈나 백을 매치하고 있다.

프라다 그룹

프라다, 미우미우, 아제딘알라이야, 캬슈를 소유한 프라다의 이탈리아 밀라노 본사는 2006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8.2%가 늘어난 14억3500만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룹의 매출 중 가죽 제품과 신발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이르고, 의류는 34%이며, 라이선스 제품의 비중이 1%다. 지역적으로는 이탈리아가 총 매출의 27%, 이탈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유럽이 27%,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25%, 그리고 미국이 21%를 차지하고 있다.

프라다 브랜드만의 매출은 11억8500만유로로,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고른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2006년 미우미우 브랜드의 성장도 계속돼 총 매출 1억5400만유로를 기록 전년 대비 22%의 증가를 보였으며 세계 주요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라다그룹은 현재 전 세계 62개 국가에 226개의 직영 매장과 24개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총 6000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1990년대 말 프라다그룹은 기업 확장 전략으로 브랜드의 인수·합병과 라이선스계약, 새로운 시장에서 조인트벤처 설립을 진행했다. 그 결과, 프라다와 미우미우 외에도 아제딘알라이야(azzedine Alaia), 카 슈(Car Shoe), 제니(Genny)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프라다그룹은 영국 처치그룹 지분의 45%를 소유하고 있으며, 아이웨어 분야에서 룩소티카그룹(Luxottica Group)과 라이선스계약을 맺고 있고, 코스메틱 분야에서는 퓨이그그룹(Puig Beauty&Fashion Group) 조인트벤처 계약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