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감귤이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감귤이 천덕꾸러기가 된 지는 오래다. 한 그루면 자녀 한 사람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며, 감귤나무를 ‘대학나무’로 부르던 때는 이미 옛날이 돼 버렸다. 이제 감귤농사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전체 농업이 변화해야 할 시기다. 제주도의 농업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고 있는 농업인들을 만났다.

 귤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으로 제주도의 감귤농사가 위기를 맞았다. 감귤나무가 베어지고, 감귤농장이 매물로 쏟아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제주농업의 근간을 이루는 감귤농사를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제주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효과적인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그동안 외국산 농산물에 비해 낮다고 지적돼 온 감귤의 품질경쟁력도 일부 농민을 중심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또한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리던 관행에서 벗어나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도 많아졌다. 일찌감치 감귤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 등을 예상한 일부 농민들은 과감한 작물 전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40여년 감귤농사를 지어온 김찬오씨는 고품질 품종 전환과 친환경 농법으로 감귤의 위기를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김씨는 일본 품종인 ‘세또까’를 들여와 시설재배를 통해 고품질 감귤을 생산해 월등히 높은 가격을 판매하고 있다. 김씨가 생산하는 백록향과 진지향 품종은 일반 감귤보다 4~7배나 비싸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제주도지사 등을 지낸 신구범씨는 ‘무농약, 무화학비료, 무항생제’를 모토로 내건 삼무를 설립하고, 친환경 농사짓기에 직접 뛰어들었다. 신씨는 땅에 씨를 뿌려 재배하는 자연 그대로의 농법을 제주도 전체 농가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고봉주씨는 감귤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을 미리 예상하고 과감하게 키위로 작목을 전환하고 친환경 농법을 도입한 경우에 속한다. 고씨도 30여호 키위 농가와 함께 공동생산, 공동출하, 공동계산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6000여평의 유리온실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이승림씨는 대규모 시설재배를 통한 자동화로 연중 싱싱한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김찬오씨 -  친환경·고품질 감귤로  브랜드화



 제주도 감귤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감귤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는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도에서 감귤산업의 비중은 크다. 따라서 감귤산업이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제주 경제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제주의 감귤이 더 이상 사양산업으로 전락하지 않고 10년 후에도 제주 경제의 버팀목으로 역할을 든든히 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맛있는 감귤을 생산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절망적 위기에 빠졌던 감귤농사에 친환경, 고품질 감귤로 경쟁력을 높여 감귤산업의 기업화, 브랜드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농민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진지향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찬오씨(68).  김씨는 일본에서 개발한 감귤 품종인 ‘세또까’를 2001년부터 재배하기 시작해 최근 다른 감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김씨가 생산하는 감귤이 이처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친환경 유기농법을 통한 재배로 상품의 브랜드화와 유통조절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생산해 출하하는 감귤 상품 브랜드는 ‘백록향’과 ‘참맛존’ 등으로 새로운 품종을 무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것이다. 지난해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백록향’이란 이름의 고급 감귤은 전국 생산량의 50%가 김씨 농장에서 재배된다. 김씨는 모든 감귤상품 브랜드를 특허청에 등록해 놓았다.

 김씨가 재배하는 2만5000여평의 감귤농장에는 농약과 화학비료 대신 우유와 고등어, 당밀 등을 혼합해 발효시킨 퇴비를 공급하기 때문에, 오리 떼가 들락거리며 잡초와 각종 벌레를 먹어치운다.

 “오리와 자연퇴비로 인해 병·해충이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비싼 농약 구입비가 들지 않기도 하지만, 친환경으로 키운 백록향과 진지향은 값도 일반 귤보다 4~7배가량 비싸 농가소득에도 크게 도움을 줍니다.”

 특히 김씨는 감귤 품종별로 출하시기를 정해 철저히 지키고 있다. 즉 백록향, 진지향, 한라봉 등이 11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연중 출하되도록 유통시기를 조절함으로써 가격 하락을 막았다. 김씨의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영농조합 회원 50여명 중 20여명이 이미 ‘무농약’ 농업으로 전환했으며, 친환경 농업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농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김씨는 농장 안에 따로 교육장을 마련하고 찾아오는 이웃 농가들에게 친환경 농업기술을 가르치고 친환경 농자재를 공급해 준다.

 지난해 9월에는 일본에서 견학팀이 김씨의 농장을 방문해 유기농 재배기술 등에 대해 설명을 듣기도 했다. 또 도내 43ha로 추정되는 ‘세또까’ 재배농가 가운데 80% 가량의 농민들이 김씨의 ‘백록향’ 재배기술을 지도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해 김씨의 농장을 방문하는 감귤재배 농민들은 700여명에 달한다.

 “관행 농법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보고, 10년 전부터 친환경 농법을 도입했습니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 귤은 당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땅의 힘을 살려 재생산 능력을 키워 줍니다.”

 유통체계도 일찌감치 개선했다. 1997년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선도농가들을 규모화, 조직화했다. 비조합원인 50여 농가를 합쳐 100여 농가가 한해 생산하는 감귤은 700톤으로 총매출이 60억원대에 달한다.

 지금은 이렇게 성공한 김씨의 귤농사도 처음 20년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고향 서귀포에서 시작한 귤농사는 중간 유통상이 돈을 가지고 달아나면서 부도가 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고향을 등진 김씨는 값싼 땅을 찾아 서귀포 인근의 저지리로 이사했다.

 가장 큰 위기는 보통 감귤을 재배하던 김씨가 1만평의 농장을 비닐하우스로 지은 1999년. 그 해 여름 태풍으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대부분의 감귤나무들이 넘어지고 부러졌다. 17억원이라는 엄청난 손해를 봤다. 김씨 손에 든 돈은 100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위기가 전화위복이 됐다. ‘다시 해보자’는 용기 하나로 일어섰다. 품종도 바꿨다. 일반 감귤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새로운 고품질 품종인 백록향과 진지향으로 대체했다.

 김씨는 비바람의 영향을 줄이고 출하시기 등을 조절하기 위해 현재 시설재배를 하고 있다. 감귤농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만평의 과수원을 비닐하우스로 만들었다. 1990년대 말부터는 아예 관행 농법에서 전환한 친환경 농법은 도내에서도 이름이 높다.

 “1등이 아니면 이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노지감귤로는 더 이상 수입농산물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고품질 품종과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해야 비로소 귤농사의 빛을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신구범씨 - 제주도 전체를 친환경 농업으로 바꾸는 게 꿈



 북제주군 조천읍 와흘리. 시골 풍경 사이로 새로 지은 듯 보이는 깨끗한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도지사와 축협중앙회장을 지낸 신구범씨(65)가 친환경 농법에 따라 농사를 짓는 삼무가 위치한 곳이다.

 “삼무(三無)는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는 제주의 전통 삼무에서 착안해 ‘농약, 화학비료, 항생제’를 전혀 쓰지 않는 순수한 친환경 농법에 따라 농사를 짓는 기업이라는 의미로 지은 겁니다.”

 농림부, 제주도지사, 축협중앙회장 등을 지내 농사에 대해선 조금 알고 있었지만, 사실 회사 설립은 ‘무대포’로 이뤄졌다는 게 신씨의 설명이다. 이것저것 다 따졌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한번 도전해 보자’며 제주 농민들과 농업을 좋아하는 사람들 50명이 모여 지난해 11월 회사를 설립했다.

 “친환경 농업 분야는 요즘 말로 ‘블루오션시장’입니다. 하지만 아직 제약이 너무 많아요. 웰빙으로 인해 관심은 높아졌지만, 기술적 문제, 유통, 시장 차별화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씨는 직접 농사를 짓고, 계열화 사업을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직접 농사를 짓기 위해 24만평의 부지도 확보했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친환경 농법으로 지은 농사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농약도, 비료도 없이 그냥 맨땅에다 씨를 뿌려 짓는 농사가 쉬울 리가 없었다.

 “김장배추 1만평은 실패했습니다. 성공했으면 김치파동 때문에 대박을 터트렸을 텐데….(웃음) 씨를 뿌려 싹이 올라오기만 하면 귀뚜라미나 다람쥐가 와서 다 뜯어먹는 겁니다. 직원들이 다른 곳에서 싹을 틔워 육종하자며 만류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올 한해는 제대로 실습한 셈 칠 겁니다.”

 애호박도 잡초에 치여 하나도 건지지 못했지만, 고추와 무는 재배에 성공했다며 신씨는 이마저도 고맙다고 했다. 제주도지사 재임 시절 친환경 농업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오히려 아쉽다고 했다.

 삼무가 농약이나 화학비료 대신 사용하는 것은 유용미생물이다. 삼무농법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등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 16가지 작물을 비닐멀칭이나 시설재배 등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땅에 씨를 심거나 뿌려 농사를 짓는 자연 그대로의 농법이다.

 토양 관리, 병·해충 관리, 잡초 관리, 퇴비제조 과정에서 EM농법을 활용해 환경을 살리고 농업자연생태계를 복원하면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EM(Effective Microorganism : 유용미생물군)은 일본에서 개발한 친환경 농법으로 미생물인 유산균, 효모, 광합성세균 등이 공존하는 배양액을 말한다. EM 농법은 EM이 갖고 있는 발효기능인 항산화작용을 이용해 EM 활성액이나 EM 퇴비 등을 만들어 농사에 이용하는 자연친화적인 농법이다.

 일반농사에서는 제초제 등을 써서 쉽게 잡초를 제거하지만, 삼무는 되도록 그냥 놔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친환경 농업을 하게 되면 잡초 제거는 사실상 어렵기도 하지만, 친환경 농업에서 잡초는 제거 대상이라기보다는 자연생태계의 일부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였던 유통망도 최근 확보했다. 중간유통업체를 통하면 농민이나 소비자 모두가 손해였고, 직거래는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인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어려웠다는 게 신씨의 고백이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제이유네트워크. 삼무와 제이유네트워크는 지난 10월 농산물 유통에 관한 제휴를 체결했다. 전국 단위의 유통망 확보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국내 최대의 네트워크마케팅 사업을 벌이는 제이유그룹과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일단 제이유네트워크는 농산물에 대해 막강한 구매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온·오프 매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제이유는 내년부터 삼무에서 생산한 모든 농산물을 전량 판매해 주기로 약속했다. 또 풍흉에 따른 가격의 폭증과 폭락을 막아 가격 안정화도 이룰 방침이다.

 삼무는 계열화 사업을 통해 친환경 생산기반 구축 확대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계열화 사업은 삼무가 농가에 친환경 자재와 기술 등 생산기반을 제공하고, 농가는 농산물을 공급해 공동 정산하는 방식이다.

 또 이들 농가들의 신속한 친환경 품질인증을 위해 자체 친환경 인증 연구기관도 둘 계획이다. 정부 기준보다 더 엄격한 품질 기준에 의한 검사로 진짜 친환경 농산물을 찾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신뢰’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요즘 신씨는 도지사였던 것을 잊어버렸다. 작업복을 입고 농사를 짓는 게 이렇게 기쁠 줄 몰랐다고 한다. 신씨는 내년 200억원, 2010년 1000억원을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제주도 전체 농업을 친환경 농업으로 바꾸는 것이 꿈입니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 삼무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청정브랜드가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어 늙어 죽지 않고 닳아서 죽겠다는 신씨의 꿈이다.



 고봉주씨 - 20년 전부터 감귤 대신 키위 재배



 한때 ‘대학나무’라며 제주도를 먹여 살렸던 감귤은 이제 나무를 베어내야 할 정도로 값이 폭락했다. 대체작물로 들여온 한라봉과 같은 신품종은 재배농가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 농가들이 감귤을 대체할 작물로 찾은 것이 키위다. 제주도는 키위 주산지인 뉴질랜드나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과 유사해 키위 재배에 기후와 토양이 적합하다. 키위를 통해 제주의 감귤시대를 다시 한번 일구려는 농민이 있다.

 제주시 화북동 고봉주씨(46)가 주인공. 그의 3000평의 키위농장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키위들이 마치 물방울처럼 매달려 있다. 고씨는 30여 키위농가와 함께 공동 생산과 관리를 통해 높은 농가소득을 올린다. 이들 농가들이 생산하는 키위는 연간 400톤가량으로 10억원 정도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공동출하에 이어 공동계산제를 도입해 경쟁력을 높였다.

 고씨는 대학 시절부터 부모님이 하던 농사를 조금씩 돕다 졸업 후 노지채소를 재배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1985년 새로운 작물로 전환을 결심했다.

 “그 당시 감귤농사가 성행했지만, 아마 결국 대량생산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죠. 그래서 수입개방화에 대비해 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작물로 키위를 선택했습니다.”

 과감히 2000여평의 키위밭을 조성했다. 전남 해남의 참다래영농조합법인과 연구기관을 찾아다니며 재배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처음에는 관행 농법으로 노지에서 재배하다가 시설하우스 재배로 전환하고 친환경 농법으로 바꿨다. 2001년에는 도내에서 처음 무농약 친환경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는 3000평의 무가온 하우스와 저온저장고, 선과기 등 생산과 출하를 위한 탄탄한 영농기반을 갖추고 있다.

 고씨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퇴비, 게껍질, 한약찌꺼기 등을 활용해 미생물 액비를 만들어 사용한다. 또 매년 1월에는 토양검정을 실시해 땅 힘을 높이는 등 계획적인 하우스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 컴퓨터를 영농현장에 직접 활용해 가격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해 물량을 조절하며, 영농일지도 직접 컴퓨터에 기록·관리해 10년치 데이터를 확보해 두고 있다.

 그는 엄격한 품질관리와 함께 규격 포장상자를 개발했고, 이처럼 브랜드화에 따른 상품화를 통해 다른 농가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다. 특히 키위 6개를 넣을 수 있는 플라스틱 투명 포장재를 개발해 가격의 차별화를 꾀한 것도 주효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대신 가격을 높인 것이다. 또 리콜제를 도입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지켜가고 있다.

 “제주도의 키위 재배면적은 점차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 등락폭도 심한 편이죠. 국내·외의 키위와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소비자의 기호도에 부응하고 친환경 농업을 통해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고씨를 따라 저농약이나 무농약 등 친환경으로 농법을 바꾼 농가도 늘고 있다. 현재 제주시키위영농조합법인 내에서 무농약으로 전환한 농가는 10여 농가에 이른다. 저농약과 무농약 을 재배한 키위는 따로 선과되고, 따로  포장해서 판다.

 “칠레를 비롯해 뉴질랜드, 캘리포니아의 키위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키위농가들이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규모화를 통한 시장의 선점, 소비자 기호에 맞춘 생산과 유통전략만이 키위농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입니다.”



 이승림씨 - 6000여평 유리온실서 토마토 재배



 북제주군 애월읍 납읍리에 위치한 한마음영농조합법인은 국내 최대 규모인 6045평의 유리온실을 자랑한다. 지난 1998년 완공해 한마음유리온실이라고도 부르며, 토마토만 재배한다. 초기 일본 수출 90%를 목표로 시작한 토마토 재배는 일본 경기의 어려움으로 수출 여건이 맞지 않아 2000년부터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유리온실을 운영하는 이승림씨(63)는 “단순한 농사가 아닙니다. 생산, 유통 등이 혼재된 하나의 중소기업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2003년부터 흑자로 돌아서 그동안 경영의 어려움을 풀어나가고 있어 이제는 한숨을 돌리고 있다”며 웃었다.

 이씨는 고품질 토마토를 생산하기 위해 수확량과 장기 재배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택한 품종은 주로 유럽 품종이다. 연간 생산량은 700톤에 이르며, 계절별 프로그램을 활용해 연중 생산한다.

 “항암작용을 하는 리코펜이 유럽 품종에 더 많이 들어 있습니다. 수확량도 30% 정도 많고, 저장성도 두배 이상 높아 유럽 품종을 재배하고 있죠. 유럽 품종은 재배 환경에도 잘 적응해 관리가 용이합니다.”

 이씨가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온 건 1973년경. 병환 중이던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브룩콜리 등 서양채소를 재배했다. 채소 재배로 노하우를 쌓아오던 이씨는 1997년 정부 지원 등으로 유럽형 유리온실을 건립했다.

 6000여평의 유리온실에는 약 4만주의 토마토가 입식돼 있다. 재배환경은 완전 자동화 시스템이다. 온도와 습도, 햇빛의 양에 따라 모든 것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수경재배 방식이기 때문에 필수영양소도 온실 내·외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공급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작물의 상태를 눈으로 쉽게 바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온실 재배관리부터 수확까지 최적의 작물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따로 최적의 재배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매주 70본에 대해 샘플링검사를 실시한다. 적과 상태와 착과 속도, 벌 활동 등 생육상태를 데이터화해 환경조건에 맞게 생산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문제가 생기면 네덜란드 현지로부터 온라인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이런 자동화 등 생산관리는 장남인 창훈씨(32)가 도맡았다. 창훈씨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토마토 시설재배는 단순 농사가 아니라 미래지향 산업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씨는 요즘 한 가지 시름거리가 생겼다. 유가 급등으로 인해 난방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비용의 3분의 1이 유류비로 나가기 때문에 이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1억5000만원을 투자해 열저장탱크인 축열탱크를 설치하고 있다.

 “유럽의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재배기술 면에서 경쟁력을 지녔습니다. 재배기술이 안정되면 다른 품목도 재배할 생각입니다.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 국내시장에서 자리를 굳히면 큰 소리치면서 해외시장도 공략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