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비잘리(Stefano Visalli) 맥킨지 밀라노 사무소 디렉터

펠릭스 웽거(Felix Wenger) 맥킨지 취리히 사무소 파트너




은행업은 실행(execution)이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존 본드(John Bond) 전 HSBC 회장이 말했던 것처럼 “은행업은 근본적으로 ‘영업 중인 경제 내에서의 차입활동’이다.” 꼭 맞는 상품을 제공하고, 적합한 시장에 위치하며, 올바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의 핵심 요인이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맞추어 나아가면 훨씬 더 쉽게 항해할 수 있는데 굳이 그 방향에 역행할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가 이러한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10년에서 20년 후의 금융산업에 영향을 미칠 트렌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단기 사이클이나 일회성 사건을 예측하는 것은 무모한 시도일지 모르겠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장기적인 트렌드를 파악할 수는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다음에 제시하는 여덟 가지 변화의 총체적 영향이 금융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자본시장의 시대 : 최대 수혜자는 도매 금융



세계 금융자산은 2004년의 136조달러에서 2020년에는 500조달러로 거의 네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세계 금융자산의 엄청난 성장은 금융업계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그래왔듯이 자산 성장률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능가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금융 사업자들에게 그 혜택이 똑같이 돌아가는 것은 물론 아니다. 투자은행업, 자산운용, 프라이빗뱅킹 등과 같은 증권 관련 부문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은 기본적으로 선순환 사이클의 산물이다. 탈중개화 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증권화 기법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도화하고 있으며, 이런 모든 요소들 덕분에 투자 자본은 차별화 된(그리고 상관관계가 없는) 리스크 프로파일을 모색할 수 있다. 이미 자연재해, 은행 여신에 대한 신용 위험, 사모투자펀드, 상품시장의 변동성 등과 같은 다양한 리스크가 증권화 되어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스크, 수익 프로파일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 줄 새로운 자산군이 나타남에 따라 이러한 트렌드는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날씨, 환경 리스크 관련 파생상품들은 모두 대규모 이익 풀이 될 것이며, 인구 통계적 리스크, 정치적 리스크, 경제적 리스크의 이전과 관련된 시장 역시 앞으로 20년 후에는 적절한 자본시장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미국 시장의 진화가 어느 정도의 지침이 된다면, 전 세계 다른 지역의 은행들도 두 자리 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중 다수가 도매금융 프랜차이즈를 구축하거나 강화하고, 부동산 부문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공공 부문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있다. 특히, 정부가 인프라 개선에 대한 상당한 투자 수요와 재정 적자의 통제 요구로 인해 발생되는 트레이드-오프를 더 잘 관리할 창의적 구조를 모색함에 따라 공공·민간 금융조달 부문에서 상당한 성장이 예상된다.

새로운 트렌드의 부상이 전통적인 증권상품의 성장을 배제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새로이 증권화 된 회사채 및 사모사채는 29조달러에 이르며, 이는 정부 발행 채권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는 사모사채가 다른 자산군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2010년에는 전체 금융자산의 29%를 차지함으로써 1980년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매금융뿐만 아니라 자본의 이동은 전통적인 일반 은행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통적인 일반 은행 여신상품(여신관련 이자 수입 포함)은 시장에 의해 중개됨에 따라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프랑스나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부외거래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은행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의 대출과 대출심사 간의 관계가 와해됨에 따라 은행은 자본 및 자금 조달 문제로 인한 영향에서 보다 자유로워지게 될 것이다. 강력한 고객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리스크 산정 기술을 마스터하고, 적극적으로 신용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은행들은 성공을 구가하게 될 것이다. 향후 유럽과 미국, 그리고 어쩌면 아시아에서도 일반은행업의 자본 집약도는 줄어들고 점점 더 수수료 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미국과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자기 거래 및 사모펀드 거래가 더욱 큰 수익을 창출함에 따라 투자금융업은 점점 더 자본집약적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고령화 시대: 인구 통계적 변화가 자산운용 방식 변화



대부분의 선진국 및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제일 먼저 저축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2025년이 되면 60세 이상의 인구(저축을 하지 않는 인구) 수가 45세에서 60세까지의 인구(가장 저축을 많이 하는 인구) 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 통계적 트렌드는 각 세대별로 이전 세대보다 저축률이 낮아지고 있는 현상과 더불어 향후 20년 동안의 개인 저축액을 35%에서 4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높은 저축률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정보는 글로벌 자산 운용업계에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저축을 하지 않는 인구가 주류를 이루게 되면 성장의 동인은 사라지게 된다.

인구 고령화는 아직까지 큰 관심을 갖게 하지는 못하지만 자산운용업계의 본질을 바꾸어 놓을 또 한 가지 부차적인 영향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자산이 연금 수급 연령 이상의 개인에 의해 소유될 것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이탈리아 등과 같이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은퇴자들이 보유한 자산이 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저축하는 사람들이 보유한 자산의 7배에 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고령 고객들의 니즈는 이전의 고객들이 가졌던 니즈와는 전혀 다르다. 이들은 늘어난 수명, 추가적인 의료비용, 인플레이션, 퇴직 초기 단계에서의 주식시장의 붕괴 등과 같이 저축액에 비해 더 오래 살게 될지도 모를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뮤추얼펀드나 장기투자상품 등과 같은 현재의 금융상품들은 ‘매수 및 유지’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고, 장기적인 자본 형성에 적합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품들은 늘어난 수명으로 인한 리스크를 걱정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노령 연금 수급권자들에게는 적합한 상품이 아니다. 이미 은퇴자들의 리스크를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하여 이러한 리스크를 재중개하는 새로운 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 게임에서 이기려면 금융 서비스 회사들은 재무제표 분석에 대한 집적도가 높지 않고 비교적 단순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많은 은퇴자들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생활하고,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러한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통적인 보험 리스크 보장, 자산운용, 투자금융 간의 경계가 점점 더 희미해질 것이며, 새로운 사업자들이 나타나 사업 기회를 낚아채고 기존의 고객 프랜차이즈를 넘보게 될 것이다.



고객 가치의 시대: 은행은 고객 중심이 되어야



전통적으로 은행은 신뢰, 정확성, 신중함이라는 측면에 있어 법률가와 같은 맥락의 포지셔닝을 해왔다. 은행의 브랜드는 신뢰할만한가 그렇지 않은가의 두 가지 단순한 범주로 구분되었던 것이다. 그 외의 브랜드 속성은 거의 없었다. 이 두 가지 범주 외에 제공되는 서비스나 상품의 범위는 사실상 거의 모든 은행들 간에 상호교환이 가능할 정도로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현상이 생겨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과거에 은행은 단순히 입금과 출금을 담당하는 기관이었다. 아직까지도 이용상의 편리함은 고객들이 은행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 중 하나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상황들이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다. 이미 일부 고객들은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 지점을 방문할 정도로 은행에 직접 나가 일을 처리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금융권의 연이은 스캔들 이후로 세계 여러 곳에서 은행에 대한 신뢰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낮아져 있다.

은행을 소비재나 소매업과 비교해보면 금융산업의 브랜드 포지셔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도화한 소비자 중심의 산업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밀하게 정의된 목표 세그먼트에 맞게 브랜드 속성이 설계되어 있다. 은행들도 이러한 선례를 따를만한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은행들 역시 저가 항공과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인구 층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여러 시장에서 다이렉트 뱅크와 우체국은행들이 ‘저가의 단순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가입자가 늘고 있다. 아직 고객 가치 제안 측면에서 무수한 개선 여지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가격 스펙트럼의 또 다른 한쪽에서는 프라이빗뱅킹을 통해 프리미엄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두 고객 층 사이에는 앞날을 걱정하며 저축하는 사람들, 일반 가계고객, 금융비용 지출을 꺼리는 사람들 등과 같이 다양한 계층의 고객들이 존재한다. 신용카드건, 금융 상담이건, 아니면 다른 수많은 금융 서비스 중 어떤 것을 통해서건 은행들은 이러한 세그먼트에 속한 고객들의 행동을 유발시키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인식되고 이해되었을 때에만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며, 브랜딩은 고객 중심 전략에서 최전방에 위치한 가장 가시적인 요소다.

고객 중심이 된다는 것은 은행의 전반적인 전략에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것임을 의미한다. 보다 세부적인 수준에서 은행은 고객의 니즈와 바램, 행동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해야 한다. 고객 이탈율을 넘어서는 고객 충성도, (이른바 ‘진실의 순간’이라고 하는) 핵심 접점에서의 고객 경험에 대한 탁월한 관리 능력, 가격 및 가치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지점의 형태는 고객의 니즈에 맞게 조정될 것이며, 개인 및 소규모 사업자 모두에게 세그먼트별 가치 제안 및 서비스 수준이 표준이 될 것이다. 영업 방식이 상품 중심 캠페인에서 고객 니즈 중심의 대화로 변화함에 따라 고객 서비스가 중요한 경쟁 무기로 떠오를 것이다. 마케팅 및 광고비용의 꾸준한 증가는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전반적인 시장 전략과 고객 확보 및 유지 역량을 가장 잘 부합시킬 수 있는 사업자만이 단기적으로는 최고 수준의 지갑 점유율(share of wallet)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공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의 시대: 기술 발전이 새로운 상품 개발과 판매(delivery) 모델 제시



기술 혁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다. 사실, 우리는 아직도 기술 혁신의 초기 단계에 있을 뿐이다. 진정한 변화는 새로운 기구나 도구의 개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처 알아채지 못한 채 지나치고 있는 개인 및 기업 활동의 일상적인 진화에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은행들이 너무 뜨거워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까지 주변 환경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고만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

기술은 그 자체로 혁신을 주도하지는 못하지만 혁신을 가능하게는 해준다. 적극적인 혁신가는 고객 서비스 방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진정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품 군의 불필요한 기능과 기술적 차이를 제거한다. ING의 온라인 모델, 바클레이의 오픈플랜 오프셋 모기지, JP 모건의 새로운 펀드 트레이딩 플랫폼, UBS의 인터넷 기반 발행 시장 조성 시스템 등은 모두 신기술이 어떻게 은행의 상품 제공(offering) 및 판매(delivery) 모델의 근본적 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예다.

소매금융 판매에서도 이와 같은 근본적 혁신이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선진 시장에서 전문화한 은행(monoliner)이 전통적 은행의 시장점유율을 점점 더 잠식하고 있다.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고객 정보에 대한 접근 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원스톱 종합금융은 점차 빛을 잃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지점 중심의 은행들은 온라인뱅킹의 이용 증가와 백오피스 기능의 개선으로 지점의 형태를 트랜잭션(transaction) 센터에서 고객 니즈 중심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법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창구직원 수 감소, 더욱 다양한 형태의 지점 출현, 상품 판매 및 상담에 대한 관심 증대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로 평균적인 은행의 총 비용 기반이 약 10%선까지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은 혁신적인 변화는 아니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이러한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어왔으며, 일부 시장에서는 이미 서서히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 지점의 창구직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왔으며, 유럽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총 은행 비용에서 차지하는 인건비의 비중이 59%에서 54%로 줄어들었고, 2020년까지 44%로 줄어들어 은행에서 규모의 경제가 갖는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가 예상되는 또 다른 분야는 전자 지불 방식으로, 이 분야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대체 지불 시스템에 대한 고객의 인식이 높아지고 소액결제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향후 성장 속도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NTT는 인터넷과 무선인식(RFID) 기술을 이용한 전자 지불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지금까지 은행의 독점 영역이었던 일본의 C2C 및 C2B 지불 시장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혁신은 고객과 은행 모두를 위한 끊김 없는 멀티채널 경험을 이끌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들이 가장 중요한 연결성 문제를 먼저 해결한다면 나중에 은행 전반에 대대적인 실행 프로그램을 시도해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한 번에 한 발자국씩 내디뎌야 하는 것이다.



리스크와 규제의 시대: 조화로움 속에서 마련되는 공정한 경쟁의 장

급속한 변화의 세계에서 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점점 큰 차별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리스크 관리 능력은 은행 자체의 활동, 독점적 포지션, 나아가서는 고객의 리스크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은행과 금융시장은 금융시장 참여를 위해 리스크 측정, 리스크 산정, 리스크의 해체 및 재구성, 리스크 이전 등을 통해 다양한 리스크 관리 접근법, 기법, 상품 등을 개발해왔다. 전통적인 시장 및 신용 리스크의 관리는 비교적 발전된 수준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리스크 관리라는 것이 한 권의 교과서처럼 단순 명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수완이 뛰어난 트레이더 및 재정 거래자들이 오늘날의 리스크 측정 기술을 따돌릴 수 있는 좀 더 복잡한 리스크 구조를 만들어내 돈을 벌고자 하는 것 때문만이 아니라 전통 시장 및 신용 리스크 부문에서조차 예기치 못한 리스크 상황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뿐만 아니라, 경제 환경의 시스템적 리스크가 점점 증대되어 은행과 감독 당국에는 더 큰 도전이 주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시장 리스크의 경우 이자율 상승, 자산 및 수익률에 굶주린 헷지펀드와 다른 대체 투자상품의 역할 증대, 단기적 리스크 관리, 높은 유동성 선호도, 위기 순간의 불투명한 행동 등에 따른 비즈니스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리스크를 만들어내고 있다. 운영 리스크, 명성 리스크 등과 같은 새로운 범주의 리스크가 은행의 시장 가치에 더욱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거시경제 속에서의 은행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감독 당국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바젤 Ⅱ 협약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바젤 Ⅰ은 높은 신용 리스크를 상당히 저평가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제 바젤 Ⅱ 협약은 법정자기자본 요건을 경제 리스크와 긴밀히 연계시키고, 리스크 측정 및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개선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은행들은 다양한 리스크 측정 방법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고, 은행이 어떤 접근법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동일한 경제 리스크 하에서도 법정자기자본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재정 거래의 기회가 생길 수 있으며 고도화하지 못한 은행들의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규제는 계속해서 금융산업 혁신의 주요한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늘어나고 있는 시장 자유화, 은행의 민영화, 시장 실패에 대한 감독 당국의 개입은 오늘날 매력적인 것 같아 보이는 시장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 현재 덜 매력적인 시장의 수익성을 오히려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도매시장으로부터 시작하여 현재는 소매금융에 이르기까지 자국 금융시장의 조율에 감독 당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단일경제시장 구축을 위한 국경 간 통합 촉진에도 개입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감독 당국과 법무장관이 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규제에 따르는 것은 투자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엄청난 금융 부담과 운영상의 복잡성을 초래하며, 은행에 리스크를 안겨준다.

규제 환경을 마스터하고 그 속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규모를 갖추지 못한 은행들은 조직의 복잡성을 줄이고 더 적은 활동에 집중하도록 강요당한다. 글로벌 은행들은 이러한 진화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규제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맞게 될 경제 및 금융 리스크는 훨씬 더 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글로벌 플랫폼의 시대: 기술이 은행을 바꾼다



은행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럽의 상위 25개 은행들은 사업의 절반 이상을 자국 외의 시장에서 창출하고 있으며, 일부 대형은행들은 자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제공되는 상품들이 점점 더 유사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통합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최신의 세계화 추세에 발맞출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 주기 위하여 다양한 기법을 채택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도입되어 금융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는 ‘린(lean)’ 프로그램은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비용 절감, 시간 절약, 품질 개선과 함께 운영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프로세스는 표준화하고 있으며, 거래량은 규모의 우위가 포착되는 곳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통신 및 IT 프로세싱 비용이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은행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기술 인프라를 통합하고, 자동화를 늘리기 시작했다. 많은 은행들이 특정 업무를 아웃소싱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기존의 IT 애플리케이션 유지 및 신규 애플리케이션 개발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품 라인의 단순화를 고려하는 은행들도 있다. 가장 선도적인 은행들도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낭비를 없애기 위한 방안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경쟁 우위 구축에 주요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대형 국제 은행들이 과거에는 개별사업부에 의해 수행되던 기능을 역외의 전사적 유틸리티 공유 센터에서 수행하게 될 것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일부 대형 은행들에서 이러한 일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 HSBC의 경우, 브라질,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에 있는 여덟 개 글로벌 센터에서 1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나 씨티그룹, 그 외 대형 신용카드 회사들 역시 글로벌 고객 서비스를 위한 역외 유틸리티 센터를 설치했다. 은행들은 백오피스 및 IT 기능을 역외에 설치함으로써 총 운영비용의 5~1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한 예상 절감액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들은 이 개념을 진일보시켜 핵심 비즈니스 기능을 아웃소싱 하고 있다. 스탠더드 차터드의 경우, 총 인력의 13%(콜 센터 인력 제외)를 해외에 보유하고 있다.

전문화한 글로벌 백오피스 아웃소싱 사업자가 출현하게 됨에 따라 인도나 동유럽 같은 저비용·고기술을 갖춘 지역에서는 상당한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경 간 상품 표준화와 글로벌 IT 및 운영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하는 은행들은 상당한 규모의 경제로부터 경쟁 우위를 얻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금융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글로벌 세력은 이러한 트렌드를 활용할 능력이 없거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업자들에게 극도의 운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통합의 시대: 초대형 은행 출현



1980년에 미국 및 유럽 상위 30개 은행 전체의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05년에는 이보다 25배 증가한 2.5조달러로 늘어났다. 이것은 통합과 시장의 성장에 따른 순익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이들 은행의 글로벌 뱅킹 자산 비중은 8%에서 거의 30%까지 늘어났다. 한편, 유럽에서는 1993년에 상위 100개 은행의 1/4이 인수되었으며, 1/3이 합병되었다. 2010년경이면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에 이르는 금융기관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2020년에는 시가총액이 1조달러가 넘는 은행이 출현할 수도 있다.

이러한 초대형 은행들은 20~50개 국가에서 영업을 하게 될 것이며, 수십만 명의 직원(그 중 다수가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이들 초대형 은행의 고객 수는 5000만에서 1억 명 사이가 될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는 은행의 규모와 영향력이 로컬 또는 지역 내 사업자에 비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다. 시장과 비즈니스 시스템의 융합은 초대형 은행들이 국가 간에 증가하는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유럽에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대형 은행들이 M&A를 통해 대부분의 성장을 달성하면서 평균 이상의 주주 수익률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실적이 우수한 은행들이 더욱 우수한 소유주 및 운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을 통해 가치를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형 기관들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겨우 평균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은 변방으로 밀려남에 따라 비교적 분화되어 있는 업계 구조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합은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을 촉진시킬 것이다. 소규모 업체들은 홈디포, 이케아를 비롯한 다른 업체들이 일반 상품 및 백화점 점포사업을 획득하기 위해 채택한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소매 형태와 유사하게 글로벌 또는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특정 세그먼트나 비즈니스 시스템의 일부에 집중하는 것이 초대형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조직을 관리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의 은행에서는 전체 인력의 1/4이 전문가 범주에 속한다. 이들은 동료들과의 상호작용 및 다른 사람들과의 조율을 통해 지식을 창출하고 교환한다. 전통적인 수직적 조직은 이러한 전문 인력의 생산성 발휘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투자은행업, 자산운용, 프라이빗뱅킹의 글로벌 지식 중심 비즈니스 시스템에서 이미 보았던 것처럼 새로운 조직 모델 및 성과 관리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복잡성을 마스터할 수 있어야만 미래 세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재조정(realignment)의 시대:

성장은 신흥 경제국에서 경쟁의 중심은 유럽과 미국




경제 자유화, 기술 발전, 자본시장의 발전, 인구 통계적 변화의 영향으로 인하여 전 세계 경제 활동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향후 20년 동안 아시아는 글로벌 GDP 측면에서 서유럽과 거의 근접한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아시아의 금융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과 유럽이 창출된 절대적 부가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은행의 수익이 직접적인 GDP 성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축적된 전체 금융 자산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아시아가 미래 성장의 중심이 된다 하더라도 유럽, 미국, 그리고 어쩌면 일본의 대형 은행들이 계속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 유럽, 남미에서는 평균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소득 분배의 범위가 확대될 것이며, 이는 곧 고소득층 및 부유층 고객의 수가 평균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전 세계 에너지 보유고의 70%를 보유하고 있는 12개 에너지 부국에 상당한 성장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우리는 향후 20년 동안 가장 매력적인 성장 기회는 다름 아닌 부의 관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아시아에서는 부유한 고객을 쫓는 것이 가장 확실한 사업 기회가 될 것이지만, 소비자 신용 및 투자은행업 역시 강력한 성장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다.

이미 서구의 많은 은행들이 아시아 시장으로 달려오고 있으며, 머지않아 국지적 선도금융회사의 출현이 예상된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동유럽이나 남미의 경우처럼 미국이나 유럽 은행들에 의해 장악될 것인지 아니면 이들과 경쟁할 강력한 역내 사업자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속단하기가 어렵다. 궁극적인 업계 재편에는 정치적 요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문제를 살펴보자. 2020년에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 세계 상위 25대 은행 중 과연 몇 개가 중국의 소유가 될 것인가?

과연 2020년의 금융업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미래의 금융산업은 극소수의 사업자, 대규모 공급업체 기반, 글로벌 플랫폼, 엄청난 과잉설비로 대변되는 자동차업계와 유사한 모습으로 변모해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와는 달리 금융업은 가격 비교가 어렵고, 순수한 의미에서의 규모의 경제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개별 고객 관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HSBC나 씨티그룹 같은 글로벌 멀티 스페셜리스트 은행이 더 많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글로벌 규모로 운영하되 일부 선별된 상품 및 세그먼트에 집중하는 글로벌 혹은 지역 전문은행이 나타날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대형 금융 그룹의 일부가 될 것이다. 보관, 지급, 프로세싱 등과 같은 업무는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고 전 세계 대부분의 은행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소수의 사업자들에 의해 제공될 것이다. 현지 커뮤니티 은행 및 지역 은행들은 그들의 핵심 고객 프랜차이즈에 집중하고, 스스로 효과적으로 창출할 수 없는 것들은 글로벌 사업자를 통해 아웃소싱 함으로써 지속적인 성공을 구가할 것이다.

미래는 혁신적이라기보다는 진보의 형태로 다가올 것이지만, 개별 은행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진화의 본질상, 모두가 다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이 글은 ‘Banking in a Changing World’ McKinsey&Company에 실린 원문을 번역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