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영 화두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새해 경영 화두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새해 산업계 경영 화두 중 하나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로의 전환)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이란 디지털 채널 활용을 통한 매출 증대는 물론 고객 관계 강화, 운영 비용 절감, 제품 품질 개선, 조직 운영 개선 등 사실상 기업 경영의 전 분야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개념이다. DT 열풍은 디지털이 비즈니스의 중심인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전통 제조업과 유통, 은행과 증권 등 금융계까지 망라한다.

실제 올해도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 신년사에 DT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 현장 인터뷰에서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DT를 통해 차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DT에 대한 기업 오너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과감히 신년사를 이메일 동영상 전송으로 대체한 LG그룹의 구광모 회장도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DT가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최근 발표한 ‘분기 보고서(McKinsey Quarterly)’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기업 고위 경영진(c-suite level) 17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및 회귀분석 결과, DT 도입 후 기대 이하의 성공을 거둔 사례가 거의 절반(45%)에 달했다. 기대보다 큰 성과를 이룬 기업은 11%에 불과했고, 44%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뒀다. DT 도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맥킨지가 분석한 DT 성공조건을 살펴봤다.


성공조건 1│명확한 우선순위를 정하라

우선 측정 가능한 사업 성과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몇 가지 명확한 주제에 DT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DT가 포괄하는 분야가 넓기 때문이다. 맥킨지 설문조사 결과 본인의 회사가 이러한 방식으로 DT를 정의했다고 답한 고위 경영진은 그러지 않은 응답자보다 기대치 이상의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1.7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영진이 회사 경영 방향에 ‘돌이킬 수 없는’ 항구적인 선택을 포함하는 DT 우선 요소를 결정하고 그러한 요소에 접근하는 방법에 임직원이 합의할 때 DT의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전사적인 디지털화를 추진하더라도 반드시 명확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공조건 2│고위 전문직에 투자하라

DT는 디지털 분석 능력이 뛰어난 임직원을 채용할 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DT에 성공하려면 고위 전문직 영입이 필수적이다. 최고디지털책임자(CDO·Chief Digital Officer)는 필수 요소다. DT에 성공한 대부분의 기업에는 CDO가 있다.

최근에는 최고분석책임자(CAO·Chief Analytics Officer)의 활약이 커지고 있다. CAO는 빅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역할을 하는 고위직이다.

실제 맥킨지 분석 결과, CDO 영입보다 CAO 영입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CDO 영입의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확률이 3% 높아진 데 비해 CAO 영입은 8%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공조건 3│시간과 돈을 아끼지 말라

확실한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숙련된 전문 인력이 있더라도 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는 현실적으로 DT에만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들이 산만해지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조사 응답자들이 CEO에게 DT가 최우선 과제라고 건의한 후 CEO가 이를 받아들였을 때 기대치 달성 가능성은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1.5배 더 높았다.

회사는 또한 DT를 위해 충분한 자금을 비축해야 한다. 본인의 회사가 운영비를 DT에 공식적으로 할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그 변화가 기대치를 넘겼다고 응답했다. 이는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1.3배 더 높았다.


성공조건 4│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라

고객과 경쟁사가 디지털 경제에서 움직이는 놀라운 속도는 기업이 그들의 우선순위를 이전보다 더 자주 재검토하고 재정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애자일’ 도입의 성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애자일’이란 프로젝트에 따라 팀이 결성되고 해체되는 민첩한 융합조직이다.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피라미드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애자일을 도입한 경우 DT 성공확률이 9% 높아졌다.

아울러 DT로 최고의 성과를 거둔 회사들은 디지털 전략을 자주 업데이트한다. 조사 결과, 이처럼 민첩한 관행을 준수하는 회사가 DT 성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조건 5│공동 책임을 부여하라

고위직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에게 DT의 중요성을 강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과적 이득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각각의 팀에 ‘공동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회사가 DT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동 책임’을 부여한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확률이 15%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자크 부긴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장은 “조직의 기능적 영역에 상관없이 DT가 일괄적으로 적용되도록 하고 팀 단위로 공동으로 책임지게 해야 그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라고 했다.


Plus Point

경계 없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성공 사례

로레알이 ‘CES 2020’에서 선보인 ‘페르소’. 사용자의 피부 상태 등에 따라 실시간으로 화장품을 제조해주는 기기다. 사진 로레알
로레알이 ‘CES 2020’에서 선보인 ‘페르소’. 사용자의 피부 상태 등에 따라 실시간으로 화장품을 제조해주는 기기다. 사진 로레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 적용사례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아직 국내에는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없지만, 해외에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회사가 적지 않다.

글로벌 뷰티 회사 로레알은 최고경영자(CEO)인 장 폴 아공의 주도로 지난 2010년 회사를 ‘디지털 뷰티 기업’으로 재정의했다. 로레알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화장품이 없는’ 전시관을 선보였다. 화장품 용기 대신 네모난 통 몇 개와 화장품 재료, 스마트폰이 전시장에 설치됐다. 이 네모난 통은 ‘페르소’란 기기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을 열어 얼굴을 스캔하면 인공지능(AI)이 피부와 대기 상태, 트렌드 등을 분석해 최적화된 화장품을 즉시 제조해준다.

영국 명품 의류 회사 버버리는 올드한 느낌의 버버리 이미지를 젊은 감각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변화시키기 위해 디지털과 고객 경험을 접목해 경영 전반에 걸쳐 변혁을 일으키는 ‘완전한 디지털 버버리(Fully digital Burberry)’ 전략을 통해 변신에 성공했다. 버버리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젊은 고객과의 소통 강화로 2009년 적자에서 2015년 흑자로 반전했다. 2017년 DT에 10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2018, 2019년에는 각각 2500만파운드(약 375억원)를 투자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다임러는 전사 차원의 디지털 탈바꿈을 위해 ‘디지털라이프앳다임러(DigitalLife@Daimler)’라는 사내 조직을 만들고 이를 통해 모든 사업부에서 DT를 추진하고 사업부 간 협력을 강화해 디지털 관련 이슈를 해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