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플러스>는 한국과학문화재단과 공동기획으로 5회에 걸쳐 ‘상용화 앞둔 첨단 과학기술의 산실을 가다’를 취재한다. 차세대에너지, 홈네트워크, 첨단 의료기기, 미래자동차, 로봇 등 상용화를 앞둔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사이언스 코리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기획이다. 그 마지막 순서인 로봇 편에서는 ‘일본 2005 국제 로봇 전시전’과 국내 로봇 벤처의 선두주자인 유진로보틱스의 지능형 로봇 ‘아이로비’를 취재했다.

 기도 부천에 사는 주부 김미정씨(35)는 요즘 ‘로봇’에 푹 빠져 산다.  2005년 12월 13일 오후 5시 그녀는 동창회 송년모임을 위해 청소로봇 ‘아이클레보’에게 집안 청소를 맡기고 외출 준비를 한다. 오후 6시 초등생 아들 정민이가 학원에서 돌아올 것에 대비, 과외로봇 ‘주피터’에게 어제 봤던 영어 동화책을 다시 읽어줄 것을 부탁해 마음도 편하다. 주피터에게 날씨정보까지 물어봐 밤엔 영하 10도까지 떨어진다는 정보를 입수해 두터운 외투에 목도리,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집을 나섰다.

 2006년 1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이미숙씨(28)는 최근 백화점에서 혼수품으로 LG전자 청소로봇 ‘로보킹’을 구입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노총각 신영원씨(35)는 퇴근하면 오락로봇 ‘사이버드’를 갖고 논다. 한 번에 10분가량 날갯짓을 하고 알아서 방향조절도 하는 사이버드와 노는 것이 일과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2006년 100만원대 ‘국민 로봇’ 대중화 예고

 ‘로봇의 생활화’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벌써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몇 년 뒤면 소방관로봇, 농사일로봇, 의료용 진맥로봇 등도 나온다. 일본 소니가 만들었다는 애완로봇 ‘아이보’의 한국판인 ‘다토’라는 애완로봇은 2006년 초 출시가 예고된 상태다.

 사람 얼굴을 인식한 뒤 초상화를 그려내는 화가로봇인 ‘페이트’와 내레이션 기능을 갖춘 춤추는 로봇 ‘R3-M’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그런가 하면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 부대에서는 군사형 로봇인‘이지스’가 활동 중이다.

 로봇이 이미 우리 생활 구석까지 파고들고 있다. 청소에서 과외, 오락, 취미, 의료, 군사, 방범에 이르기까지 로봇은 못 하는 게 없다. 특히 2006년은 정부가 선언한 ‘국민로봇사업’의 원년이다. 비싸서 사지 못했던 로봇을 100만원대 보급형 상품으로 최소 6000여대를 각 가정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05년 10월 정보통신부에서는 ‘국민로봇사업 출범식’도 가졌다. 이때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5년 뒤인 2011년까지는 300만대를 보급, 1가구 1로봇시대를 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요즘엔 RT(로봇기술)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을 정도로 재계의 관심이 높다. 실제 노무현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3년부터 지능형 로봇산업을 차세대 10대 성장동력에 포함시켜 육성하고 있으며, 로봇산업은 이미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국내 로봇시장은 어디까지 왔을까. 실용화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로봇 상용화 현장으로 달려가 보자. 서울 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옛 가리봉역) 5번 출구를 빠져나와 5분쯤 걷다 보면 아파트형공장인 9차 에이스타워가 나온다. 이곳 12층에 최근 입주한 유진로보틱스는 국내 로봇기술을 선도한다는 로봇 전문 벤처기업. 실제 이 회사는 ‘가정용 홈서비스 로봇을 개막했다’는 제목으로 비즈니스위크 커버스토리(2004년 7월 14일자)에 게재된 전문 로봇업체다.

 회사에 들어서자 로봇들이 손님을 맞는다. 마치 체중계 같은 원반 모양의 청소로봇 ‘아이클레보’, 컴퓨터를 본체에 달고 있는 홈서비스 로봇 ‘아이로비’,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 배치됐다 컴백한 군사용 로봇 ‘롭해즈’가 이 회사에서 출시된 로봇들이다.

 이밖에 2족 보행로봇에서 자동차로 변신이 가능한 ‘트랜스봇’, 세계 60%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축구로봇’, 정보통신부의 국민로봇사업의 3가지 모델 중 고급형으로 분류된 과외로봇 ‘주피터’도 유진로토틱스 작품들이다.

 이 회사 신경철(50) 사장은 미국 미시간대학 로보틱스 박사 출신으로 삼성항공연구소 로봇개발팀장을 거쳐 부친이 설립한 유진로보틱스에 1990년 5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 사장은 한국로보틱스연구조합 이사장이면서 한국지능로봇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로봇 엔지니어이자 비즈니스맨으로 통한다.

 그는 스스로 “사람들에게 ‘꿈’을 파는 사업가”라고 말한다. 특히 세계 최초로 가정용 로봇을 상용화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일단 첫눈에 관심이 쏠린 건 로봇 중 가장 대중화가 많이 됐다는 청소용 로봇 ‘아이클레보’다. 2005년 1월 시판한 아이클레보는 8월 기능을 향상시켜 아이클레보Q로 재출시됐다.

 현재 전국 백화점과 할인점 가정용품 코너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클레보Q는 비교적 저렴한 54만8000원. 1년간 월 평균 900대씩 팔리며, 국내 청소로봇 제품 중에선 총 1만여대라는 판매량으로 1위를 차지한다.



 세계 최초 홈서비스 로봇은 한국산

 안선희 마케팅팀 대리는 아이클레보Q를 ‘깨끗하고 똑똑하고 조용한 청소기’라고 들려준다. 청소 기능은 3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본체 바닥에 있는 메인 브러시로 큰 먼지를 쓸어 담고, 진공흡입기로 먼지를 흡입한 뒤엔 사이드브러시로 미세먼지까지 깨끗이 청소한다는 개념.

 버튼 하나로 작동이 가능한 아이클레보의 사용 시간은 최대 2시간 정도다.  청소할 때 의자나 아기 등 ‘장애물’이 나타나면 감지하는 자동센서 기능이 있어 충돌을 최소화 했다. 특히 소음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2005년 4월엔 국내 로봇업계에서 처음으로 유럽인증(CE마크)을 획득한 제품이다.

 가정용 홈서비스 로봇시대를 개막했다는 평가를 듣는 아이로비를 보니, 아이클레보는 ‘장난감’ 수준에 불과했다. 기능이 다채롭다. 일단 집을 지키는 홈캅스(Home Cops·방범) 기능이 눈에 띈다. 외출 전 홈캅스 메뉴에서 방문자 확인 기능을 클릭하면 홈캅스 시스템이 작동한다. 외부 출입자가 발견되었을 때 인체감지센서가 자동감시, 카메라 촬영을 통해 주인에게 이메일로 전송해 주는 것. 순간 원룸아파트 거주자에 딱 맞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곧이어 확인한 엔터테이너 기능을 살펴보니, 어린이용 교육로봇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엔터테이너 버튼을 누르면 미리 입력된 50여곡을 로봇이 직접 들려준다. 특징은 표정이 살아 있고 율동까지 곁들인다는 점. 원하는 곡을 추가하고 싶으면 서버에 올려놓으면 추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밖에 한글과 영어 동화를 들려주는 ‘홈튜터’ 기능에 영어학습 기능, 동영상 채팅과 메일 기능, 날씨정보 기능에 이르기까지 다목적 가정용 로봇이 아이로비다. 가격대가 사양에 따라 최고 1000만원대에 이른다. 연구소 등에 현재 100여대가 보급 중이다.



 2013년 세계 로봇 강국 3위가 목표

 정통부의 국민로봇사업에서 아이로비에 몇 가지 기능을 향상시킨 고급형 모델이 ‘주피터’다. 가령 아이로비는 홈캅스 기능에서 외부 침입자를 주인 이메일로 전송해 주지만, 주피터는 핸드폰 영상으로 전송해 주는 차이점이 있는 식이다. 최근 자이툰 부대에 배치됐다 돌아온 롭해즈는 지뢰나 불발탄, 유기탄 등 폭발물 탐지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폭발물 탐지로봇이다.

 신경철 사장은 “현재 유진로보틱스는 전체 65명 직원 중 절반인 30명이 연구원들로 구성돼 있고, 최근 5년간 매출액 대비 20%를 연구개발에 써 왔다”면서, “유진이 개발한 로봇들은 세계 10여개국에 수출하며 로봇한국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로봇기술은 어느 정도까지 왔을까. 일각에선 한국을 지능형 로봇시장에서 일본과 미국에 이은 세계 3대 기술강국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희망사항’이라는 게 신경철 사장의 진단이다. 그는 “정부 의지도 2013년 세계 3대 강국이 목표”라며, “순위를 매기자면 현재 산업용 로봇시장에서 한국은 일본과 미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에 이어 6위권”이라고 평한다.

 실제 한국의 로봇개발은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다. 그러나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의 긍정적 영향 탓인지 성과는 남들에 비해 빠른 편이다. 1997년 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선보인 ‘센토’는 한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이다. 우리나라에 걸어다니는 로봇이 처음 등장한 건 KIST가 2003년 선보인 ‘베이비봇’이 최초다. 그러나 베이비봇은 앞뒤 보행만 가능한 불완전한 제품. 이를 개선한 로봇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2004년 말 내놓은 휴보다.

 2005년 초 KIST 유범재 박사팀이 개발한 ‘마루’는 세계 최초의 네트워크형 휴머노이드다. 보행 속도가 시속 0.9Km로 아시모와 휴보에 뒤지지만, 지능 면에선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 12월 박종오 전남대 교수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세계로봇연맹 회장에 취임한 것도 ‘로봇 한국’의 위상을 높인 증거인 셈이다.

 로봇산업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로봇으로 구분된다. 산업현장에서 활용되는 로봇과 개인 일상생활에 응용되는 로봇에 따른 분류다. 전문가들은 이를 세 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제조업용 로봇(산업용 로봇)과 군사용, 의료용, 농업용 등 전문 서비스로봇, 그리고 청소와 경비, 완구 등 개인 서비스로봇이 그것이다.

 현재 국내 로봇시장 규모는 약 3500억원(2005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서비스로봇 시장 비율은 500억원에 불과하고, 산업용 로봇이 3000억원 시장을 차지한다. 그러나 2010년께부터는 서비스로봇이 6대 4 정도로 산업용 로봇을 추월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2005년까지 완만한 성장을 해왔던 국내 로봇산업은 2006년부터 매년 200~30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가 차원에서 미래 경쟁력의 원천으로 로봇산업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최근 RT(로봇기술) 산업 붐을 일으키는 진원지다. 2003년 출범 원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능형 로봇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키로 결정했다. 애초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 3개 부처가 서로 주무부처를 하겠다고 자청하는 ‘욕심’까지 부리며 과열 양상까지 빚다 현재 산업자원부로 교통 정리된 상태다.



 현 3500억 시장, 5년 뒤 10조원 규모로 ‘빅뱅’

 정부의 각오는 우선 ‘2013년 지능형 로봇산업 세계 3위’가 목표다. 산자부가 정통부, 과기부와 함께 마련한 ‘지능형 로봇산업 발전전략’에 따르면, 2013년까지 세계 로봇시장의 15%를 점유, 총생산 30조원, 수출 200억달러, 고용 10만명을 창출하겠다는 구체적 청사진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실탄’ 투입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산자부만 해도 2010년까지 퍼스널로봇  기반기술 개발에 매년 50억원을 지원하고, 인간 기능과 생활지원 지능의 로봇기술 개발에 2012년까지 연간 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0년 10조원, 2020년 100조원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이다.  이쯤 되면 국내 최대 효자산업으로 통하는 자동차시장보다 로봇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평소 RT를 강조하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로봇이 자동차만큼 한국엔 중요한 산업으로 뜰 것”이라며, “국민로봇이란 개념을 만들어 낸 것도 공급자 중심인 로봇산업이 소비자에까지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로봇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산업 인프라 자체가 열악하다. 국내 로봇업계 하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군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로봇 전문 벤처기업 3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 로봇 부품업체 70여사를 합쳐도 100여개사에 그친다. 아직도 국내 로봇산업이 산업현장, 소비자 생활현장이 중심이 아닌 연구실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정부가 2006년부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지능형 로봇공학 전공과정을 신설, 로봇 인력 육성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원천기술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밀 메커니즘과 시각, 환경인지, 감성 분야에서는 최소 미국과 일본에 3년 이상 뒤쳐져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연맹회의를 주재하고 귀국한 박종오 세계로봇연맹 회장은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국산화율은 아직 20%대에 머물러 체질이 허약한 상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내 로봇산업은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다. IT기술 강국으로서 RT에서도 속속 선진기술 따라잡기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과거 휴대폰이 1~2년 사이에 전 국민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항상 새로운 제품과 기종을 찾는 ‘어얼리 어답터(Early Adapter) 성향’이 강해 로봇도 순식간에 일상생활을 파고들 것이라는 게 진대제 장관의 기대이자 전망이다. 국민로봇시대를 개막한 2006년이 한국 RT산업의 미래를 판단할 시금석이 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로봇산업 청사진



 목표  2013년 세계 3대 로봇 생산국

 총생산  30조원

 고용 창출  10만명

 수출  200억달러(약 20조원)

 세계시장 점유율  15%

※ 출처 : 산업자원부

박인상 기자 //도쿄 =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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