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플러스>는 한국과학문화재단과 공동기획으로 5회에 걸쳐 ‘상용화 앞둔 첨단 과학기술의 산실을 가다’를 취재한다. 차세대에너지, 홈네트워크, 첨단 의료기기, 미래자동차, 로봇 등 상용화를 앞둔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사이언스코리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기획이다. 그 네 번째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시장의 선두주자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취재했다.
 본 나고야에서 세리사(한국의 세무사)로 일하고 있는 마사아키 오구리씨(40). 주말엔 에어로빅 강사로 일하는 그는 일본판 투잡스족이다. 그가 ‘애마’처럼 몰고 다니는 차량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 신기술 환경차로 통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도요타가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에 성공, 하이브리드카의 대명사로 군림하는 브랜드다.

 지난 1997년 12월 시판된 프리우스를 오구리씨가 구입한 때는 2001년 8월. 4년 넘게 프리우스를 타고 있는 그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탁월한 경제성’이었다.

 “다른 차를 탔을 땐 1주일에 한 번씩 주유소를 들렀지요. 그런데 프리우스를 타고 나선 2주일에 한 번만 가도 충분합니다.”

 그가 경험적으로 말하는 프리우스 연비는 리터당 시내는 18㎞, 교외에선 22㎞ 수준. 과거 마츠다의 2인승 스포츠카인 ‘유노스 로드스타’를 탔을 때 리터당 7~10㎞였던 것에 비해 두 배가량 연비가 개선됐다는 게 오구리씨의 경험담이다.

 그가 밝힌 또 다른 장점은 소음이 거의 없다는 점. 오구리씨는 “맨션(아파트)에 사는데 밤늦게 주차할 때도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배기가스 배출이 적은 친환경 자동차라는 점은 ‘덤’이다.

 유일한 단점은 가격 부분. 1500㏄ 동급 소형차에 비해 프리우스는 약 50만엔(약 450만원) 더 비싸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라 배터리 교체 비용도 따른다. 보통 5~7년마다 한 번씩 엔진을 걸 때 사용하는 배터리(1만~2만엔)와 차 전체를 움직일 때 쓰이는 배터리(25만~30만엔)를 갈아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하지만 오구리씨는 “지금 타는 차를 5년은 더 탈 계획이지만, 그 다음에 차를 바꿔도 그때 나올 신형 프리우스로 교체할 생각”이라며, 스스로 프리우스 ‘골수팬’임을 강조했다.



 8년간 세계서 41만대 팔려나가

 그렇다면 프리우스는 오구리씨 같은 ‘어얼리어답터’(Early Adapter : 항상 신제품을 먼저 찾는 소비자들)들의 전유물일까. 의문은 금세 풀렸다.

 지난 11월7일 오후 5시 일본 나고야 시내 중심부인 사카에 지역. 30분가량 교차로를 지나는 차량을 유심히 지켜봤다. 눈에 밟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프리우스를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았다. 대략 7~8분에 한 대꼴로 프리우스가 눈에 띄었다.

 국내에선 단 한 대도(일반용으로) 시판되지 않은 하이브리드카가 이웃나라 일본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현장이다. 단순히 ‘모터쇼용’이 아닌 ‘생활용 차량’으로 하이브리드카가 일본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당장 판매량이 궁금해졌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전화를 돌렸다. 해외홍보 담당인 아이 이시토야씨는 “도요타 프리우스는 시판 후 올해 9월 말까지 총 41만2000대가 팔렸다”고 확인해 줬다. 일본 나고야대학 언어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백명학씨는 “2~3년 전부터 나고야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 하이브리드 차량이 이미 대중화되기 시작했다”며, “그 중 프리우스가 선두주자”라고 들려줬다.



 본고장 일본보다 미국서 더 잘 나가

 현재 도요타가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프리우스를 비롯해 에스티마, 알파트, 해리어 등 총 여덟 종류. 전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 49만1900대 중 84%가 프리우스다. 도요타 측은 경쟁자로 시빅, 어코드 하이브리드 차량을 보유한 혼다를 꼽는 정도다.

 프리우스는 97년 말 1세대 모델 시판할 당시까지만 해도 100% 일본 내수를 겨냥한 제품이었다. 2000년 5월 2세대 모델이 나오면서 북미와 유럽에까지 판매망을 넓혔다. 현재 프리우스는 세계 29개국에서 팔려나가고 있다. 최근 들어선 일본보다 오히려 미국에서 인기가 더 높다.

 실제 2004년 말 기준 미국 내 하이브리드카시장에서 프리우스는 점유율 64%를 차지할 정도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프리우스의 주문 적체가 2개월 이상 길어지면, 대기기간 없이 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 가운데 일부는 신차보다 더 높은 값을 주고 중고차를 구입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한해 일본에서 팔린 프리우스는 총 5만9800대. 미국을 비롯한 북미에서는 5만6400대가 팔렸다. 그러던 것이 올 들어 판매고가 역전됐다. 9월 말 현재 일본 내수에서 3만4400대가 팔린 반면, 북미에선 무려 8만3000여대가 나갔다. 유럽에서도 지난해 8100대를 능가한 1만4300여대가 팔려나갔다.

 주목할 점은 갈수록 프리우스 판매량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와 도쿄모터쇼의 최대 이슈도 하이브리드카였다. 도요타가 프리우스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전략도 세계 자동차시장의 미래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서도 판매량은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9월까지 판매량은 총 13만3400대로, 이는 지난 7년간 연간 판매량의 3배를 웃도는 실적이다. 특히 지난해 1년간 판매량 12만5700대를 3분기 만에 앞지른 성적표다

 비결은 뭘까. 프리우스 전담 엔지니어인 요히치 스기우라씨(48)는 “경제성과 환경성 덕분”이라고 말한다. 최근 고유가 지속에 따른 경비절감 효과가 높다는 게 도요타 분석이다. 

 도요타 측이 밝힌 프리우스 연비는 리터당 일본 모드는 35㎞, 미국 모드는 25㎞에 달한다. 동급 일반차량의 연비가 11~16㎞에 비해 최소 두 배 이상 기름 값이 싸게 먹힌다는 계산이다. 지하철 기본요금이 200엔(약 1800원)으로 대중교통비가 비싼 일본의 교통현실에 비춰 프리우스가 잘 나가는 이유다.

 배기가스 배출량이 적은 저매연 차량이라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잘 먹히는 장점이다. 스기우라씨는 “자체 분석결과 소비자 중 31%가 친환경 자동차였기 때문에 프리우스를 택했다”고 들려준다.

 시판 가격은 일본 내에서 231만엔에서 278만엔 수준이다. 동급 차량 대비 약 50만엔 정도 비싸다. 그럼에도 최근 도요타는 가격을 인상하는 배짱을 부리고 있다. 지난 11월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1월 중순부터 시판할 2006년식 프리우스 모델을 이전보다 2.1% 오른 2만1725달러(미국 내 판매가 기준)에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미래형 차량인 하이브리드카를 적극 육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차량 1대당 개인 구매시 최대 27만엔, 법인 구매시 42만엔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금액 보조 외에도 세금을 줄여 주는 등 하이브리드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당근책’도 많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시장에서 이미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0월 환경부에 하이브리드 클릭을 50대 납품한 것이 전부다. 우리나라도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하이브리드자동차 개발에 투자해 기술력 면에서는 나름대로 많이 따라붙었지만, ‘양산’ 면에선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 셈이다.

 빠르면 내년께 베르나 하이브리드카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게 현대 측의 계획이다. 이렇게 저렇게 따져 봐도 한국은 일본보다 상용화 시점에서 최소한 10년은 뒤쳐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요타 “혼다가 하이브리드 라이벌”

 그렇다면 세계 하이브리드 차량 선발국가인 일본, 그 중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로 달려가 보자.

 11월 8일 오전 11시, 나고야 시 히지에 초(초는 한국의 읍에 해당되는 행정구역)에 있는 국제센터빌딩에서 택시를 탔다. 미터기에 찍힌 기본요금은 610엔.

 목적지 도요타 시를 말하자, 차는 나고야 시내를 빠져나와 나고야 도시고속도로를 탔다. 이어 잘 뚫린 편도 2차선 토메이(동경~나고야)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여를 달리자, 도요타 시 입구가 보였다.

 90엔씩 올라가는 택시 미터요금은 1만680엔.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만원 정도다. 여기에 톨게이트 비용까지 합치면 13만~14만원 수준. 일본의 비싼 교통비를 실감케 했다. 휘발유값은 리터당 128엔(약 1150원)으로 한국보다 저렴하다.

 도요타 시는 한국의 울산(현대자동차)과 같은 느낌을 준다. 쉽게 말해 시 인구 70~80%가 도요타자동차로 먹고사는 기업도시다. 행정구역상 이름은 고로미 초였다가 1951년 고로모 시로 바뀌었고, 1959년부터 아예 도요타 시로 개칭됐다고 한다.

 주5일 일반인에 개방되는 도요타 회관 입구 계기판을 보니 올해 방문객 숫자가 35만3028명이 찍혀 있다. 1977년 도요타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회관 내 누적 방문객 숫자는 서울 인구가 넘는 125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도요타 회관은 1~2층 테마별로 총 6개관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 제 1관은 환경, 2관은 안전을 테마로 구성했다. 회관 안내원인 히가시야시키씨는 “도요타는 환경과 안전을 경영상 최우선으로 삼는다”고 강조한다.

 총 100가지가 넘는다는 도요타 차량 모델 중 가장 먼저 일반인에 공개된 차량이 바로 프리우스다. 라틴어로 ‘앞서가는’이란 뜻에 걸맞은 가장 혁신적인 자동차라는 설명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고속에서는 엔진을 사용하지만, 저속에서는 전기모터를 돌려 유류 사용량을 대폭 줄인 자동차다.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전기모터로 시동을 건 뒤 일정한 속도가 붙을 때까지 전기모터가 엔진에  보조동력으로 작동한다. 감속할 때는 차량의 운동에너지가 배터리에 저장된다. 신호대기 등으로 정차할 경우 엔진이 정지되면서 연료를 아껴준다.’

 쉽게 말해 연비 절감과 저공해,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방식인 셈이다. 보통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과 전기모터, 디젤과 전기모터 등 두 가지 이상의 구동장치를 동시에 탑재한 차량을 말한다. 프리우스는 가솔린과 전기모터로 움직인다.



 버튼 누르면 후진주차도 자동

 제 2관은 안전관이다. 이곳에는 차량 두 대가 정면충돌한 끔찍한 현장을 배치해 놓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닛은 완전 찌그러졌는데 차량 내부는 멀쩡하다. 도요타 안전규격인 GOA(Global Outstanding Assessment)를 보다 실감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속 55㎞로 충돌시 차는 부서져도 운전자는 안전한 GOA를 프리우스도 통과했다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이어 3관(품질과 효율), 4관(기업과 사회), 5관(모터스포츠), 6관(쇼룸)을 둘러본 뒤, 2층 세미나실에서 프리우스 전담 엔지니어인 스기우라씨를 만났다. 그를 인터뷰한 후 프리우스를 직접 타 봤다.

 한국으로 치면 중·소형급 차량이지만 공간은 넓어 보였다. 실제 레그룸과 헤드룸은 2000㏄급에 탄 기분이다. 탑승하면 일단 프리우스를 굴릴 방법부터 아는 게 순서다. 보통 차는 탑승 후 키를 돌려 시동을 켜는 반면, 프리우스는 네모 모양 키를 슬롯에 넣어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특히 이상(?)한 점은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파워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점.

 파워가 켜지면 속도계가 나타나고, 터치스크린 모니터에 ‘에너지 모니터’ 표시가 나오면서 차가 움직인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초가량. 기존 휘발유 차량에 비하면 시작은 느린 편이다. 처음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때가 바로 가솔린엔진 없이 배터리와 모터만으로 움직이게 되는 시점이다. 카네비게이션은 기본이다.

 시동을 걸지 않은 채 전기모터로만 앞뒤를 왔다갔다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스기우라씨는 “주행시 휘발유가 완전히 떨어졌을 때 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거리는 평지 기준 몇백 미터 수준.

 자동주차 시스템도 기억에 남는다. 카네비게이션의 주차화면 메뉴를 클릭, 횡렬주차 가이드 메뉴를 손끝으로 건드리면 차가 알아서 후진주차를 하는 방식이다. 이를 도요타에선 ‘인텔리전트 파킹 어시스턴트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후진주차를 못 해 고생하는 한국 아줌마들에 희소식”이라고 말하자, 스기우라씨는 “프리우스에 가장 먼저 도입했고, 현재는 도요타 의 고급 차종에는 대부분 채택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도요타 측에 프리우스 제조공장 견학을 요청하자, 아이 이시토야 홍보 담당자는 난색을 표했다. 현재 프리우스를 생산하는 츠츠미(Tsutsumi)공장이 폐쇄된 상태인 탓이다. 이유를 묻자, 프리우스 외관 일부를 바꾸는 ‘마이너체인지’ 작업 때문이란다.

 

 현대차 2006년 하이브리드 시판 계획

 도요타자동차의 공장은 일본에 15개, 외국에 51개 등 총 66개에 달한다. 기자가 방문한 도요타 본사 인근 모토마치공장은 1959년부터 가동된 곳으로, 현재 크라운과 브레비스, 프로그레스 승 도요타 내 고급차 7종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좋은 품질, 좋은 생각’이란 도요타사의 캐치프레이즈가 걸려 있다. 안내인 히가시야시키씨는 “다른 공장과 다른 점은 한 라인에서 다른 차종을 생산하고 있고, 손님이 주문한 순번대로 작업하는 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라고 들려줬다.

 도요타 내부자료를 보면, 프리우스는 도요타 내 100여개 차종 가운데 판매 랭킹에서도 앞부분에 있다. 지난 9월 한 달간 내수 판매량 1위는 카로라 브랜드로 총 1만5000개가 팔렸다. 2위 비츠 1만1400대, 3위 위슈 9300대, 4위 팟소 8000대 수준이다. 프리우스의 9월 한 달 일본 내 판매 대수는 총 3600대 수준. 이시토야씨는 “열 손가락 안에는 들지 못해도 상위 20위권에 드는 판매량”이라고 확인시켜 줬다.

 하이브리드카는 장차 연료전지 자동차시대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하이브리드카가 상용화된 일본에선 잘 나가는 프리우스 덕분인지, 인근 나고야 경제권도 불황을 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명학 나고야대학 언어학 박사(과정)는 “지난 10년 불황 때 부동산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지역은 나고야밖에 없다”고 말한다. 나고야 사람들이 일본 안에서도 대표적인 ‘짠돌이’로 통하는 데다, 도요타자동차의 계속된 호황 덕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재한 코트라 나고야 무역관장은 “나고야 경제권은 일본 내 총 면적의 5.7%, 인구의 8.7%, 총 생산의 9.4%로, 일본 전국의 1할을 차지하는 일본 내 3대 경제권”이라면서, “총 생산액 49조8285억엔(2004년) 중 제조업이 18조원에 달하는데, 여기엔 도요타의 기여가 컸다”고 전했다.

 실제 도요타가 세계 자동차 넘버원에 오를 것이란 분석도 심심찮게 나온다. 10월26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006년에 도요타가 총 920만대를 생산해 최근 부진한 GM을 꺾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도요타 호황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차량 중 하나가 바로 프리우스다.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점유율 64%로 1위인 데다, 중고차 값이 신차보다 비싼 ‘신화’를 만들어 낸 프리우스의 선전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언제쯤 하이브리드 차량이 종로거리에 넘쳐날까. 빠르면 내년 안에 현대차가 베르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지난해 하이브리드 클릭 50대를 환경부에 납품할 당시, 제작비는 총 106억원에 달했다. 1대당 제조단가가 2억원이 넘었다는 얘기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한국 내 대중화를 위해 뾰족한 해법을 찾아야만 할 시점이다.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에 보조금과 면세 혜택 등 각종 당근책을 주는 일본 정부와 1977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해 온 도요타자동차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인터뷰



 요히치 스기우라 프리우스 엔지니어

“와타나베 사장이 연 100만대 판매, 직접 지시했죠”



 요타회관 2층 세미나룸에서 만난 요히치 스기우라(48) 프리우스 담당 엔지니어는 입사 30년차 고참 엔지니어다. 30년간 줄곧 엔진설계를 맡아 프리우스 역사를 꿰뚫고 있다. 그 자신도 프리우스를 몰고 있다.



 프리우스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스토리를 말해 달라.

 = 1993년 당시 도요타는 ‘저매연, 친환경, 저연비를 실현한 차량을 만들자’고 다짐한 바 있다. 이름하여 ‘G21프로젝트’다. 처음부터 하이브리드카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전기차, 환경차 등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94년 말 최종 종착역이 하이브리드카였을 뿐이다. 95년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으니, 시판까지 채 3년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처음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한 건 1977년 일본 동경 모터쇼에 출품하면서부터다.

 프리우스 외에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은 어떤 게 있나.

 = 대표가 프리우스다. 그 밖에 (하나씩 손을 꼽아가며) 에스티마, 알파트, 해리어 외에 트럭과 버스 차량까지 합하면 8종이 있다.

프리우스는 1세대 모델과 2세대 모델이 있다. 어떤 점이 다른가.

 = 시스템 자체를 바꾼 건 2000년 5월이 유일하다. 그동안 몇 번 약간의 변화를 준 적은 있다. 최근 프리우스 공장을 일반에게 폐쇄한 것도 ‘마이너체인지’ 때문이다. 라이트 색깔과 외관 일부를 바꾸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내부성능을 다 밝히는 건 어렵다.

 프리우스를 비롯해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최대 장점은 뭔가.

 = 일단 고성능 연비를 꼽을 수 있다. 프리우스는 국내(일본)용 연비가 리터당 35㎞ 수준이다. 이는 동급 기준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프리우스는 1500㏄이지만, 강력모터가 있어 동급을 보통 2000㏄급과 비교한다. 도요타 내 동급 일반 차량인 아리온과 프레미오의 경우 리터당 16㎞ 수준이다.

 그렇다면 단점은 없나.

 = 가격이 50만엔 정도 더 비싼 게 흠이다. 이 때문에 일본정부가 개인 구매시 대당 최대 27만엔, 법인 구매시 최대 42만엔씩 지원해 준다.

 현재 프리우스는 세계 29개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안다. 대당 판매가는 어떤가.

 =(홍보담당자가 대신 답변) 일본 내에선 옵션에 따라 230만~278만엔 사이다. 미국에선 2만1275달러에 팔고 있다.(현재 동급인 아리온의 경우 일본 판매가는 150만~160만엔 정도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경쟁자를 누구로 보나.

 = 혼다다. 일본 내 자동차시장 랭킹은 도요타 다음에 닛산이지만,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에선 닛산보다는 혼다가 앞선다. 미국에서도 경쟁관계다. 그러나 도요타는 혼다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

 혼다는 어코드를 내년에 한국에 들여올 계획이다. 한국에 프리우스를 포함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수출할 계획은 없나.

 = 잘 모르겠다.(확인 결과 도요타는 2006년 내 세계 최초의 럭셔리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꼽히는 RX400h를 들여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현대차도 2006년 중 하이브리드카를 시판한다고 한다. 현대차 기술력을 어떻게 보나.

 = 타사 기술력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현대차는 디자인이 굉장히 좋다. 도요타도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프리우스를 리콜한 것으로 안다. 무슨 결함이라도 있나.

 = 미국 소비자들이 미국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엔진정지에 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도요타는 기술진을 현지로 급파, 조사했다. 안전상 우려는 없었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자진 회수했다. 어디까지나 자진 회수라 리콜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난 10월13일 일본 7만대, 외국 9만대 등 총 16만대를 회수했다.

 얼마 전 한국 언론에 따르면, 도요타가 향후 하이브리드카에만 집중한다고 보도된 바 있다. 사실인가.

 = 뭔가 와전된 듯하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카를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건 분명하다. 얼마 전 와타나베 가스아키 도요타 사장도 연간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을 100만대까지 높일 것을 특별 주문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비싸다는 지적을 받는 프리우스 가격을 최근 올린 근거는 뭔가.

 = 헤드라이트 부분과 승차감을 향상시키는 데 원가가 추가로 들어갔다. 11월부터 약 5만2500엔가량 인상한 것으로 안다.

 프리우스 개발과정 때 시행착오도 많았을 텐데, 에피소드 말해 달라.

 =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아마도 하루는 더 걸릴 것 같다.(하하) 첫 모델 개발 때 일이다. 엔지니어들끼리 차량을 완성해 놓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데 차를 탔는데, 앞으로 나가질 않는 게 아닌가. 모두들 어리둥절해 했다. 이때 하이브리드 차량 반대파들의 비판이 정말 심했다. 그런데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몇날 며칠 밤을 계속 철야작업을 해가며, 세상에 프리우스를 내놓게 됐다. 이처럼 프리우스는 어느 날 뚝딱 하고 만들어진 차량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