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win-win)하는 상호협력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기존의 협력 방식이 ‘생색내기용’이었다면 최근에는 자금 및 기술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식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및 영업 마케팅 능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대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주는 원천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포스코의 자재 공급사인 우진은 지난해 1억90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내 스테인리스 제강공장에서 사람이 하던 쇳물의 온도 측정과 시료 채취를 자동화시켜 4명의 인건비를 절감해 줬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우진의 관계는 26년 동안 이어져 왔다. 1980년 설립 초창기에 우진은 포스코가 수입하던 계측기를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술 지원을 받았다. 우진은 포스코의 지원을 바탕으로 당시 3달러에 수입하던 온도 계측기를 국산화했다. 포스코가 우진을 지원한 만큼 우진도 더 낮은 가격의 우수한 제품을 포스코에 공급해 성장에 일조했다.

도요다가 우수 파트너사와 드림팀을 이루듯, 우진 같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포스코의 경쟁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이러한 동반자 관계에서 성과 공유제는 좋은 활력소가 되고 있다.

경북 포항의 환경벤처기업인 그린케미칼은 포스코의 청정 기술 이전을 통한 원료 혼합 공정 개선으로 원료 절감 및 폐수 발생을 줄여 연간 1억7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린케미칼은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상생 경영을 통해 지난 9월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또 전경련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공동 개최한 기업 경영 모범 사례 설명회에서 포스코와 함께 환경 부문 모범 사례로 선정돼 주위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린케미칼과 포스코와의 관계는 십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스코는 소재춘 그린케미칼 사장의 첫 직장이었다. 소 사장은 1986년 포항제철 기술연구소를 거쳐 포스코 중앙연구소인 포항산업과학연구소(RIST)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50여 개의 특허를 출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신기술 창업 보육 사업자로 지정받았다. 당시 포스코는 창업을 희망하는 임직원들에게 3년간 휴직 처리를 해주는 등 창업을 지원하고 있었다.

소 사장은 결단을 내리고, 1999년 포항공과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그린케미칼 간판을 내걸고 둥지를 틀었다. 회사 설립 후에도 소 사장의 연구에 대한 집념은 식을 줄을 몰랐으며, RIST는 지금까지 각종 기술이전과 지도를 해 왔다.

현재 그린케미칼의 주력 제품인 각종 세제는 소 사장이 RIST에 근무할 때 냉연강판 제조 과정에서 강판에 칠했던 기름을 제거하는 산업용 세정제를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2003년 사내 방송을 통해 이 회사의 태동에서부터 제품 개발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소 사장은 “그린케미칼이 짧은 기간에 세인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포스코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협력 관계 넘어 동등한 파트너

포스코의 협력 중소기업은 ‘외주 파트너사’로 불린다. 단순 협력 관계를 넘어 동등한 파트너 관계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때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진다는 상생 경영의 이념이다.

때문에 포스코의 대·중소기업 상생 경영은 새로운 기업문화 조성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포스코는 중소기업의 개선 아이디어를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해 성과가 나올 경우 중소기업과 그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이 성과 공유제는 공급사와 공동으로 원가절감과 품질 향상 개선활동을 수행하고, 그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핵심적인 중소기업 지원 활동으로 추진되고 있다.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회사 발전을 위한 핵심 사항이다. 포스코는 자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또 납품가 인상뿐만 아니라 파트너사 직원의 임금 수준을 오는 2007년까지 포스코 직원의 70%까지 끌어올리는데 모두 260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2003년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줄어든 외주업체 급여를 보조하기 위해 지난해 말까지 1712억원을 지원했다. 이러한 포스코의 동반 성장 전략은 ‘연대 임금제’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말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정책의 하나로 반영되기도 했다. 또 파트너사와의 일체감 조성을 위해 파트너사 직원들이 포스코의 목욕탕이나 통근버스 등 편의시설을 공동 사용하도록 했다.

포스코는 포항, 광양 등 두 곳 제철소에서 일하는 외주업체 직원들의 처우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이 두 곳에서 일하는 외주업체 직원만도 포스코 전체 직원과 맞먹는 1만6800명. 이들을 한 가족처럼 끌어안지 않으면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상생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운영, 함께 비용을 줄여 나가는 다양한 운용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 성과 공유 제도 시행

포스코는 2004년 7월 성과 공유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협력업체가 포스코와 공동으로 개선활동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 절감액을 협력업체에 보상하는 것이다. 그 동안 기술개발  노고를 보상해주고 한편으론 더 좋은 아이디어로 생산성을 높이도록 격려하기 위해서다. 협력업체는 보상금은 물론 기술과 경험을 확보할 수 있고, 포스코는 장기적으로 원가절감과 품질 향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다. 또 협력업체는 체질 개선을 도모하고 포스코는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시행 첫해인 2004년 12개사와 36건, 지난해에는 36개사와 59건으로 개선과제를 공유했다. 9월말 현재 115개 공급사를 통해 150건의 개선과제가 수행되고 있으며, 현금 보상 총 누적금액은 106억7000만원에 달한다.

2006년 하반기에는 17건의 개선과제에 대해 총 64억9000만원을 보상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 제도를 더욱 내실화하고 확산해 나가기 위해 성과 공유 대상 품목 확대, 과제 추진 방법 및 선정 방법 개선, 과제 수행 방법 개선 등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 제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선정돼 정부 정책 연구과제로 채택됐으며, 타 산업계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급사에 대해서도 포스코 직원과 동일한 6시그마 교육을 실시해 중소기업의 경영혁신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는 중소기업에 6시그마, 변화관리, QSS(Quick Six Sigma : 시그마 활동의 혁신 활동추진 프로그램) 등의 경영혁신 교육을 제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상호 윈-윈을 추구하고 있다. 주요 지원 내용은 6시그마 및 QSS 교육, 혁신 관련 시스템 벤치마킹 및 컨설팅 등이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55개사에서 249개 과제를 수행했으며 312명에게 수료증을 수여했다.

사내 교육기관인 인재개발원의 교육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해 출자사와 외주 파트너사에게 맞춤교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출자사와 외주 파트너사의 현장 전문 인력 육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각 사의 기술력과 인력 경쟁력 향상을 위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협력사의 인력 경쟁력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포스코의 ‘중소기업 직업훈련 컨소시엄 사업’에는 외주 파트너사 등 모두 196개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했다. 포스코는 2005년에는 총 4241여 명을, 2006년(9월 현재)에는 총 2072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포스코의 ‘중소기업 교육 훈련 컨소시엄’은 교육 환경이 열악한 외주 파트너사 등에 대한 교육훈련 지원 강화 사업이다. 신규 채용 예정자에 대한 양성 교육으로는 천장크레인운전, 설비관리기술 등 2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재직근로자 대상의 직무 향상 교육으로는 IT, 안전, 기술 분야 교육 등 5개 분야 40개 과정이 있다.

대상 인원은 지난해(1446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9월부터는 철강기초기술, 기계전기계측기술, 인성교양프로그램 등에 대해 e-러닝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지난 5월부터는 중소기업 직원 및 가족들에게 교양문화 강좌를 월 2회 제공해 인성 및 문화 수준 제고에 힘쓰고 있다.

이밖에도 외주 파트너사의 임원 및 부장급 간부를 대상으로 포스코와 외주 파트너사가 직면한 경영 위기 상황에 대한 공감대 형성, 변화 필요성 및 혁신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외주 파트너사 변화 관리 리더십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포스코 임원과 부실장급을 대상으로 하는 토요학습(Executive Academy)에 외주 파트너사의 CEO를 포함시켜 주요 경영 현안을 공유하고 타사 경영혁신 사례를 학습하는 등 외주 파트너사와의 동반자적 신뢰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한편 고객사 직원에 대한 철강제품 및 생산프로세스 교육을 무료로 지원해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2005년에는 총 10회에 걸쳐 120개사, 250명에 대해 교육을 지원했으며 2006년도에도 총 10회에 걸쳐 300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파트너사의 임직원에 대한 교육과 함께 경영진을 위한 경영 노하우 전수도 중소기업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 협동조합중앙회와 공동으로 중소기업 초청 경영 노하우 전수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설명회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에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대기업의 다양한 경영 노하우를 직접 보여 주는 자리였다. 중소기업 경영자의 경영 및 기술 혁신 노력이 중소기업 전 부문의 프로세스 혁신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포스코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개최된 것.

2004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삼성전자, LG전자, SK그룹,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이 자리에는 대기업 경영 기법을 습득하려는 중소기업 대표 28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포스코는 설명회에서 경영혁신 사례로 ‘버리고’, ‘없애고’, ‘바꾼다’ 는 모토 아래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로세스 혁신(PI, Process Innovation)에 대해 소개했다. 또 이러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혁신 성공을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촉진제로 6시그마를 도입해 인재양성과 재무적 성과를 거두고, 포스코에 꼭 맞는 ‘포스코형 6시그마(PSSM : POSCO Six Sigma Model)’까지 진화하게 된 사례도 상세히 설명했다.

포스코는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추진하는 툴(tool)이 간단해야 하고, 전 직원들이 볼 수 있어야 하며, 전 직원이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중요하다며 지난 6년 동안 축적한 혁신 활동의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조직 인사혁신 부문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정착, 사외이사의 과반수 확보, CEO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 등을 통해 선진형 지배 구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분야인 기술혁신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해 기술연구소, RIST, 포항공과대학교와 함께 산학연 협력 체제를 구축해 기술개발  혁신 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파이넥스 등 혁신 기술개발 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와 모범적인 거래 관계를 갖고 있는 우진, 세영기업, 대원강업, 태창기계공업은 각각 ‘성과 공유 사례’, ‘노사 화합의 상생 경영 사례’, ‘고응력 스프링 소재 필링 품질 개선’, ‘최첨단 냉간 교정기 국산화 사례’ 등 포스코와의 상생협력을 통한 경쟁력 제고 활동의 성공사례를 발표해 참석한 중소기업 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중소기업 대상 구매 물량 확대

중소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 중 하나는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대기업과 외국 기업에 설비 및 공사를 대규모로 일괄 발주하던 방식을 바꿔 단위 설비는 전문 중소업체에 분산해 발주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에 발주한 물량은 2조690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700억원 늘었다. 이는 2004년 1조8200억원보다 8700억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엔지니어링 및 제작 능력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국내 우수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포스코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올해 기존 대기업으로 발주되던 물량 중 1524억원을 구매 추진 단계에서 부터 분리해 중소기업으로 구매선을 전환했다.

금융 지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상생 경영의 사례다. 2004년부터 중소기업에 지불하는 금액은 전액 현금으로 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4년 12월말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액 현금 지불 제도’를 시행해 내수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기여해오고 있다.

지난해 현금 지급액은 3조2000억원으로 2004년(2조3000억원)보다 9000억원이 늘었으며, 2006년 상반기에는 1조2187억원이 현금으로 지급됐다.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을 앞둔 시기에는 대금을 미리 주기도 했다.

또 포스코가 갖고 있는 정기예금을 재원으로 협력업체에 자금을 빌려주는 1300억원 규모의 ‘포스코 협력기금’도 운영 중이다. 기업은행에 1000억원을, 대구은행에 300억원을 각각 조성해 외주 협력업체와 고객사 등이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것. 대출 실적을 살펴보면, 2005년에는 30개사를 대상으로 268억원의 대출이 이뤄졌으며, 2006년 8월까지 100개사가 594억원의 대출을 신청해 27개사가 279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와 함께 2005년 6월부터 시작한 ‘네트워크 론(Network Loan)’ 제도도 기존 1개 은행에서 10개 은행으로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74개 중소기업이 244억원을, 2006년 상반기에는 101개사가 420억원의 자금을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쓰고 있다. 중소기업은 포스코와 거래 내역을 담보로 시중금리보다 1.5% 낮은 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다.

포스코는 중소기업 지원 상설 전담 조직을 신설해 중소기업 상생협력 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사내 각 부문별로 추진해 온 활동을 전사 차원에서 보다 실질적이고 전략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것이다.

출자사 상생협력위원회 운영과 포스코 홈페이지에 중소기업 상담센터를 개설하여 중소 거래업체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해 제도 개선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또 중소 고객사에 대해 강재 구매에서부터 제품 생산까지의 제반 문제점을 공동으로 해결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2005년도에는 150개사와 155개 과제를, 2006년도 상반기에는 65개사와 57개 과제를 추진했다. 이외에도 포스코는 ‘대기업 퇴직 인력 활용 중소기업 경영 자문 사업’ 참여 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각종 상생협력 사업의 내실화를 기하고, 중소기업의 취약한 인력 구조와 기술 수준 제고를 위해 기술 지원 및 교육지원 사업에 중점을 두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사업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진법 포스코 중소기업지원팀 리더는 “특히 정부 및 유관기관, 전경련 등과 상생협력 추진 체계를 공고히 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상생협력 활동을 더욱 체계적, 지속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기업의 역할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1사(社) 1품목 세계 일류제품 확보’를 위해 우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시험분석기기 등 연구시설을 활용하도록 했다”며 “해외 제철소 및 설비공급사와 연계해 중소기업이 해외 판매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중소기업 맞춤형 기술 지원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실시한 중소기업대상 맞춤형 기술 지원도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포항공과대학교, 포항산업과학연구원과 포항지역 첨단산업 단지 조성을 위해 설립한 포항테크노파크와 함께 자문단을 구성하고, 신일인텍 등 포항지역 중소기업 37개사와 테크노파트너십 협약식을 체결했다.

자문단은 포스코 기술연구소 213명, 포항공과대학교 154명, 포항산업과학연구원 129명 및 포항테크노파크 16명 등 총 512명이 기술인력 풀(Pool)로 구성된다. 자문단은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 기술 컨설팅을 하거나 자체 연구시설을 활용해 각종 시험, 분석을 대행해 주는 등 중소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기술’을 지원한다.

맞춤형 중소기업 기술 지원 사업은 그 동안 중소기업이 겪어 왔던 전문 인력, 기술, 장비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함으로써 중소기업의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인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포항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운영 성과를 분석해 내년부터 광양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보유하고 있는 특허 기술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05년 6월 ‘포스코 기술이전 특허 조회 시스템’을 가동, 포스코가 보유한 특허 기술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허상담센터’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으며 보유 특허 기술 이전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이전 노력을 통해 포스코는 중소기업에 유용한 2800여 건의 특허를 중소기업과 공유했다.

특허상담센터는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지역 중소기업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설한 것으로 기술 이전 상담, 특허 정보 서비스, 특허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1999년부터 시행한 이 사업은 현재까지 98개사와 73개의 과제를 수행해오고 있으며 지난 7월부터는 정부 주도의 휴면 특허 활성화 사업, 2005년 11월부터는 전문기관을 이용한 기술 이전 사업으로 확대됐다. 포스코는 향후 무료로 특허 기술을 이전해 주는 ‘특허 기부 제도’도 시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정부의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중소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한 양사 개발 필요 기술의 실용화율 제고에도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 우수 파트너사 삼우기계

“믿어 주고 성과 공유해 뿌듯”

“포스코와의 공동 개선과제를 통해 4억여원의 현금 보상과 개발 장비의 단가 인상으로 총 6억여원의 보상을 받게 됐습니다.”

포스코의 우수 파트너사인 삼우기계의 허기복(50) 사장이 포스코와의 개선과제 해결을 통해 이룬 성과를 공유하게 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4억원은 미분탄을 분사하는 랜스라는 장비를 개선시켜 한 해 40억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해준 성과금이다. 허 사장은 4억여원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삼우기계가 과제 제안을 받은 것은 2004년 11월. 당시 포스코는 고로에 미분탄을 분사하는 장비인 랜스(Lance)의 연소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그동안 랜스는 풍구의 손상과 낮은 열효율로 인해 생산성 저하 문제를 가져왔다. 이런 개선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우기계에 도움을 요청한 것.

삼우기계는 제철 관련 기계 제작 및 설치업체로 10여 년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미 도금용 에어 나이프 노즐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해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었다.

“포스코의 제안에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어요. 그래서 흔쾌히 같이 하자고 했죠. 그리고 포스코의 제선부 등 관련 부서와 함께 머리를 맞댔습니다.”

하지만 기술개발은 쉽지 않았다. 고로의 특성상 내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분탄의 분사와 랜스의 마모 현상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기존 조업기술과 축적된 경험, 삼우기계의 3차원 시뮬레이션 툴을 이용해 두 번의 실패 끝에 현재의 무빙랜스를 개발하게 됐다.

무빙랜스는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파이프를 전 후진, 회전이 가능하도록 해 풍구 중심에 미분탄이 취입되도록 했다. 그 결과 풍구 손상이 줄어들고, 미분탄 연소도 풍구 밖 고로에서 가능해져 미분탄 취입량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기술개발을 위한 시뮬레이션 장비 도입 및 시험 장비 투자는 포스코에서 성과 보상에 따른 자금 지원으로 가능했으며, 무엇보다 포스코로부터의 기술 공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중소기업은 자금 문제 등으로 연구개발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해요. 하지만 포스코의 도움으로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무빙랜스는 현재 광양제철소의 고로에 적용돼 한 해 4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으며, 포항제철소의 고로에 적용될 경우 포스코가 줄일 수 있는 비용은 70억원에 달한다. 또 랜스의 수명이 3개월에서 17개월로 늘어나 생산성도 향상됐다.

삼우기계는 4억여 원의 현금 보상 등과 함께 각종 인센티브를 받게 됐을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 기회까지 잡았다. 포스코가 해외 제철소에 무빙랜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포스코가 자신들의 경쟁사인 브라질, 중국, 호주 등 해외 제철소에 무빙랜스를 소개해 주기로 했다”며 “경쟁사에 도움이 되는 줄 알면서도 해외 진출을 도와주기로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포스코로서는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통해 국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삼우기계는 신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우기계가 포스코의 파트너사로서 받은 혜택은 부지기수다. 파트너사로 등록됐을 때는 각종 보증보험을 각서로 대체할 수 있어 연간 5000만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포스코의 파트너사라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납품처에 대한 영업 효과가 커지면서 매출이 증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납품 대금이 현금으로 입금되니 자금 흐름을 예측하고 경영을 할 수 있어요. 현재 다른 대기업에도 납품하고 있지만 구매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포스코가 유일합니다.”

허 사장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게 된 것은 2000년부터. 1989년 설립된 삼우기계는 그 당시 포스코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그대로 장비를 제작해 주는 제철 관련 설비 납품업체였다. 기업 경영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허 사장은 곧 불어 닥칠 위기를 감지했다.

“중국으로부터 저가 공세가 예상됐죠. 여기에다 경쟁사도 많이 생겨 핵심기술을 가지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할 거라고 봤어요. 대기업 납품만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었겠습니까.”

허 사장의 예상대로 위기는 곧 닥쳤다. 중국 업체 등과 저가 경쟁에 시달릴 때는 회사 문을 닫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자재 계약을 통한 물량 위주의 생산방식이 아니라 다른 기업이 개발하기 힘든 기술을 개발해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주효했다.

2003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했다. 그 결과 2004년 한 해에만 6건의 특허를 등록할 수 있었다. 무빙랜스를 개발한 것 외에도 생산 공정을 개선할 수 있는 각종 자동화 설비를 개발하기도 했다.

기술개발에 매진한 결과 최근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설립 당시 7억40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11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최근에는 무빙랜스 개발이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기업들의 기술개발  의뢰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예전에는 기술 영업을 하러 직접 찾아다녀야 했죠. 직접 찾아가 설명해도 반신반의하는 기업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기업들이 먼저 찾아와요. 현재 기술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연구개발건은 정부 과제와 기업 의뢰를 합쳐 14가지나 됩니다.”

허 사장은 중소기업이 R&D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대기업의 의무라며 대기업들이 당장의 원가만 생각하지 말고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이 해외 기술만 찾게 되면 중소기업은 발붙일 데가 없다는 것이다. 설혹 기술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연구개발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무형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

현재 삼우기계의 연구개발 인력은 14명. 전체 직원이 104명인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으로서는 상당한 숫자다. 삼우기계는 매출액의 10%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대기업이 무조건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신뢰가 쌓여야 합니다. 이러한 신뢰는 기술개발에서 시작됩니다.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협력하기 위해선 기술개발과 같은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