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나이 많은 아홉 노인이 장수했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서울 ‘구로동’. 1980년대 초 이문열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1989년 영화화된 <구로아리랑>의 회색 빛깔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됐다. 칙칙한 낡은 공장으로 상징되던 구로공단은 요즘 첨단 인텔리전트 아파트형 공장으로 바뀌며 최첨단 벤처타운으로 변모, ‘신 구로아리랑’을 합창하고 있다.

 변화는 먼저 바뀐 지하철역 이름에서 감지된다. 구로공단 3단지를 끼고 있는 지하철 1호선 가리봉역. 이곳의 공식 명칭은 가산디지털단지역이다. 서울 금천구가 지역 여론을 수렴해 지난 7월1일부터 바꾼 것이다.

 시골 간이역 같은 역사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그러나 개찰구를 통과하자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광명 방면으로 나오자마자 첫 눈에 띈 곳은 분당, 일산에서나 봄직한 15~20층짜리 아파트형 빌딩. ‘사람’이 아닌 ‘공장’이 사는 아파트형 공장들이다. 

 우측 우림라이온스밸리엔 분양 안내 현수막이 내걸려 있고, 좌측엔 재능유통의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그런가 하면 도로 맞은편엔 단층짜리 전통 제조업체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 말하자면 이곳 3단지는 ‘첨단과 공단의 공존지대’인 셈이다.

 이곳에 입주한 지 32년 됐다는 박환우(54) 성호전자 사장은 “옛 공장들은 대부분 중국으로 옮겼거나 아니면 지방으로 밀려나는 추세”라며 “아침 출근 때 보면 작업복 대신 넥타이를 맨 20~30대 인파가 훨씬 많다”고 전했다.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3단지가 그나마 구로공단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들려줬다.



#3단지는 ‘첨단+공단’ 혼재

#2단지는 패션아울렛 밀집촌

#1단지서 굴뚝 사라져

 3단지에서 ‘수출의 다리’를 건너자 마리오패션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니트 브랜드인 ‘까르뜨니트’와 ‘까르뜨옴므’를 키워 온 홍성열(50) 마리오 회장이 지은 14층짜리 고층 건물이다.

 2001년 7월 문을 연 대규모 패션전문 아울렛인 이곳은 60여개의 패션업체 공장과 패션매장, 사무실을 결합한 ‘공장형 팩토리 아울렛’.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이 찾는 패션명소로 유명하다. 마리오타워를 필두로 현재 50여개 매장에 3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2단지의 별칭은 ‘패션 아울렛 타운’이다.

 마리오패션타워 인근엔 패션야후가 입점해 있고, 건너편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등 대기업 브랜드도 눈에 띈다. 이곳 매장서 만난 회사원 김정철씨(34·광명 거주)는 “집과 가까워 이곳에서 쇼핑할 때가 많다”며 “시중가보다 저렴해 공단 내 직장인들은 물론 서울 각지에서 몰려들어 사람들이 붐빈다”고 전했다. 이곳도 리더스타워, 월드메르디앙벤처센터, 한신IT타워, 벽산디지털밸리 등 아파트형 공장들이 몇 개 남지 않은 1~2층짜리 제조업체 공장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나는 곳은 공단오거리 남쪽의 구로공단 1단지 지역이다. 가리봉역보다 1년 빨리 구로디지털단지역(옛 구로공단역)으로 바뀐 이곳은 완벽한 아파트형 공장 단지로 변모했다.

 키콕스벤처센터에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구로공단의 모습은 간데 없고 첨단만 있다. 가발공장이나 인쇄소, 피혁공장들이 모여 있던 옛 흔적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구로공단 시절 잘나갔던 공단오거리 유흥가는 지하철역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1965년 우리나라 국가 공업단지 1호로 조성됐던 구로공단은 조성 40년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지난 2000년 키콕스벤처센터 빌딩에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들어선 이후 거세게 밀려들었다.

 예전에 구로공단 하면 공장 굴뚝과 기름때 묻은 푸른 작업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이는 옛말이 됐다. 15~20층짜리 고층 아파트형 공장에선 넥타이 부대가 작업 중이다. 건물마다 테크노, 싸이언스, 아이티란 이름이 붙은 이 건물들이 공단을 벗고 첨단으로 옷을 바꿔 입은 주체 세력들이다. 에이스트윈타워 지하식당에 가 보면 푸른 작업복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넥타이를 맨 20~30대 남자들과 유니폼이 아닌 사복 차림의 여성들만 눈에 띈다.

 공단 명칭도 구로공단이 아닌 서울디지털산업단지다. 이곳 1단지에 최근 입주한 이윤규 키컴 사장은 “구로에서 태어나 38년간 살았지만 요즘은 길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한다.

 총 60만평 규모로 조성된 구로공단엔 2005년 8월 현재 아파트형 공장만 모두 36개동에 달한다. 현재 건설 중인 공장 17개동, 곧 착공에 들어갈 공장도 14개동에 달한다. 2007년이면 67개 아파트형 공장 단지가 들어선다. 이때쯤 되면 입주업체가 7300개사에 이를 것이란 게 한국산업단지공단 측 추정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입주업체는 모두 4112개사. 전년 6월 2876개사에서 1년 사이 1236개사가 많아졌다. 가동업체가 3202개사로, 가동률은 78.4%에 이른다. 이 가운데 478개사가 벤처기업으로 등록돼 있다. 구로공단에 변화 붐이 일기 시작한 2000년 말 712개사와 비교하면 4년여 사이에 5.7배가 늘어났다. 가동업체 수는 4.7배, 고용은 1.6배로 급증했다.

 강남 테헤란밸리에 비해 임대료가 평균 4분의 1 수준이라는 게 이곳에 입주한 CEO들 경험담이다.  입지도 나쁘지 않다. 공항을 이용할 때도 강남에 비해 시간이 훨씬 덜 소요된다. 특히 국가산업단지 입주업체에 주어지는 자금 및 세제 지원 혜택이 이들을 빨아들인 원동력이다. 아파트형 공장 입주시 취득세, 등록세가 면제되고 재산세도 5년간 50%만 내면 된다.

 이곳 서울디지털밸리 입주업체의 6월 한 달간 생산실적은 3849억원. 6개월 누계로는 3조1301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6개월간 수출 실적은 9억4600만달러를 돌파, 연간 목표인 11억4600만달러 대비 82.6% 달성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 4112개사가 고용한 인원은 5만5858명에 달한다. 이는 98년 2만5000여명→2001년 3만3000여명→2004년 5만2000여명으로 매년 3000명씩 불어난 수치다.

 업종별로는 과거 봉제와 섬유, 인쇄 등 ‘굴뚝’ 업종에서 전기전자 등 첨단 IT 업종으로 탈바꿈, 첨단화율이 약 80%에 이른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공단 관계자는 “97년에는 전통산업이 78%를 차지했지만 2004년 말 현재 첨단산업 업종이 82%로 늘어났다”고 들려준다.

 사람 숫자뿐 아니라 ‘성분’도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중졸·고졸 출신의 ‘언니, 오빠’ 대신 석·박사급 20~30대 젊은 벤처 인력들이 쏟아지고 있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벤처기업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외식업소들도 깨끗하게 리모델링하는 곳이 늘어났다”며 “옛날 구로 이미지를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실제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에는 외국어학원과 헬스클럽, 골프연습장, 패밀리레스토랑 등이 크게 늘어났다. 산업단지공단이 입주한 키콕스벤처센터 옆엔 이마트가 들어서 있고, 단지 중심부 1km 안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세이브존 등 대형 유통점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 2월엔 스타벅스가 문을 여는 등 도심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에 과거 가리봉1동에 속칭 ‘벌집’으로 알려진 1~2평짜리 월세 단칸방집들은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1970~80년대 6만명이 넘는 공원들이 한 방에서 3~4명씩 자곤 했던 이 벌집은 현재 400~500곳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공단5거리에서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까지 500m 가량 이어지는 가리봉시장 골목에는 ‘조선족타운’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음식점과 노래방 등이 많이 들어서 있어 마치 중국 연변 거리를 연상케 한다.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현재 구로공단은 1단지가 첨단화 일색이라면 2단지는 패션 아울렛, 3단지는 첨단과 공단의 공존지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입주 새내기 - 이윤규 키컴 대표

 입주 3개월 만에 ‘명인 S/W’판매 대박예감



 “사실 강남으로 갈까, 구로로 올까 망설였습니다. ‘구로’란 이미지 때문이었죠.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예상과 달리 ‘공단’ 이미지는 아예 없어졌더라고요.”

 지난 5월 말 서울 보라매공원 ‘D빌딩’에서 구로공단 1단지 내 아파트형 공장인 ‘우림e-BIZ센터Ⅱ’ 8층으로 회사를 옮긴 이윤규(42) 키컴 대표. 키컴은 회계와 그룹웨어, 전자팩스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 최근 ‘구로밸리’로 입주하는 회사의 전형적 모델이다.

 서울 구로동에서 태어나 38년간 살아온 고향에 돌아온 그는 “초등학교 때 동네 봉제 완구공장 휴지통을 뒤져 버려진 장난감을 갖고 놀곤 했다”면서 “요즘엔 여기가 구로인지 테헤란밸리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입주 3개월 만에 ‘구로공단 예찬론자’가 된 이 대표는 “일단 임대료가 싼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과거 D빌딩 6층 400평 임대료는 보증금 4억원에 월세 1800만원 수준. 올해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또다시 1억원을 올려달라는 말에 미련 없이 짐을 쌌다고 한다.

 이주 전 100% 경비인 월세로만 연간 2억1600만원씩 지출해온 셈이다. 연간 매출액 50억대 수준인 소프트웨어 회사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었던 게 사실이다.



 비용 낮고 영업 잘 돼 ‘1석2조’

 반면 구로공단은 임대가 아닌 분양 방식이다. 분양가는 평당 385만원 수준. 720평 사무실의 총 분양가는 27억원 가량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70%를 융자, 실제 투자액은 8~9억원 정도다. 융자 조건은 3년 거치, 5년 상환에 연리 4.5% 수준.

 그는 “강남에서 임대료 내는 값에 사무실을 살 수 있다”며 “강남서 폼 잡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말한다. 3개월 생활해 보니 강남에 입주하는 것보다 사무실 경비가 4분의 1밖에 안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세 들어 살면요, 오후 6시만 되면 에어컨이 완전 꺼집니다. 벤처회사 연구원들이 6시에 퇴근할 수 있나요? 직원 회식을 해도 지하 호프집이나 고깃집을 가면 되죠. 밤 12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길어지지 않아서 좋습니다.”

 분당 집에서 차로 40분 정도면 도착해 입지도 나쁘지 않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최근 대거 입주, 영업 활동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게 이 대표 말이다.

 “과거엔 업계 CEO들과 점심 한 끼 같이 하려면 일주일 전에 약속해 중간에서 만나곤 했는데, 요즘엔 그냥 전화 한 통화면 바로 만날 수 있어요.”

 실제 키컴은 입주 기념 이벤트에서 당장 효과를 봤다. 자사 그룹웨어 제품인 1320만원짜리 ‘명인 인트라넷츠’를 구로 1,2,3단지 입주업체에 ‘단돈 300만원’에 내걸자 7월 한 달에 한정물량 100대가 순식간에 팔려나간 것.

 이 대표는 “이벤트 2탄으로 9월엔 자사제품 ‘명인 전파팩스서버’를 300만원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 제품은 올해 조달청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소프트웨어’로 꼽은 제품이다. 실제 올해 관공서에만 600여개가 팔렸던 히트상품이다.

 키컴은 1984년 9월 창립된 회사로 국내 소프트웨어 제품 중 ‘아래아 한글’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명인 시리즈’가 키컴의 대표 제품이다. 중소기업 세무회계시장에서 20년간 제품을 제공해 왔고, 세무사 사무실 1200곳을 비롯, 총 7000여개 고객사가 키컴의 회계솔루션을 쓰고 있다. 기존 고객층이 두터워 가만 있어도 연간 30억~40억원 매출액을 올리는 회사라는 게 이 대표 말이다. 올해 목표액은 약 60억원 가량이다.

 사단법인 한국IT렌탈산업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는 이 대표는 “구로디지털단지내 입주업체만 4000여사가 넘는다”면서 “첨단 디지털밸리로 바뀐 이곳에서 최고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32년 터줏대감 - 박환우 성호전자 사장

 3년간 콘덴서 한우물 파 일본에 역수출



 1973년 5월 창립된 성호전자는 설립 때부터 줄곧 구로공단 3단지를 지키고 있는 이곳 터줏대감 회사로 꼽힌다. 32년간 필름콘덴서 ‘한우물’을 고집하며 디핑 타입 필름콘덴서 부문 국내 시장 60%를 점유한 1위 업체다.

 박환우(50) 사장 안내를 받아 필름콘덴서를 찍어 내는 공장으로 들어선 첫 느낌은 근로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대신 기계가 손가락 한 마디만한 콘덴서를 ‘착착’ 소리를 내며 찍어 내고 있었다. 콘덴서란 사람으로 치면 피를 담아 둔 심장처럼, 쉽게 말해 ‘전기를 담는 그릇’으로 TV와 모니터, 셋톱박스 등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이다.

 “1970~80년대에 800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80명이 하고 있죠. 그러면서도 생산량은 10배가 늘어났습니다. 효율성 면에서 100배가 증가한 셈이지요.”



 올해 매출 목표는 360억원

 성호전자는 사무실동을 리노베이션한 것만 빼면 외관상 구로공단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 회사를 전형적인 ‘굴뚝형’ 회사로 보면 착각이다. 한때 벤처기업 인증까지 받았던 회사다.

 특히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고분자 고체콘덴서(제품명 유니콘)를 양산한 업체로 유명세를 탔다. 생산된 제품은 삼성전자에 전량 납품하고 있다. 올 4월엔 삼성전자로부터 20억원을 무이자로 융자받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제품을 100% 납품하는 회사라는 점이 일반인 인지도가 낮은 이유다.

 고체콘덴서는 일본 산요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차세대 콘덴서로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첨단 부품이었다. 말하자면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삼성전자 제품을 통해 일본에 역수출하는 개가를 올린 셈이다.

 박 사장은 “이 제품은 고주파 영역에서 저항 특성이 우수해 수명이 반영구적이라 디지털TV와 LCD모니터, DVD 등 디지털 전자제품에 널리 쓰인다”고 했다.

 현재 성호전자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물량은 월 50만개에 달한다. 가격은 산요 제품의 80% 수준인 개당 200원. 올해 고체콘덴서로 약 40억~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올해 회사 전체 매출 예상액 360억원의 12~13% 수준이다. 성호전자의 사업 아이템은 새로 추가된 고체콘덴서 외에 기존 필름콘덴서와 PSU로 불리는 파워공급유닛이 주력 품목이다. 현재 미국 에머슨과 서지, 일본 다이츠, 홍콩 BMI 등에도 납품하고 있다. 향후 고부가 상품인 고체콘덴서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성호전자는 현재 생산 이원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으로 많이 빠져나갔던 지난 2000년 성호전자도 중국 광둥성 주하이 지역에 자체공장을 두고 있다. 박 사장은 “고부가 첨단제품은 국내에서, 기존 범용제품 생산은 중국공장에서 맡는 체제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구로공단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성호전자는 재미있는 점이 하나 더 있다. 회장과 사장이 중학교 동기동창이라는 점이다. 성호전자 직원 출신인 박현남 회장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과 인천지점 차장, 업무기획팀장을 지낸 친구 박환우 사장을 스카우트해 온 것. 박 회장이 생산과 제조, 영업을 맡고, 박 사장이 전략과 재무를 맡고 있다.

 2002년 10월 구로공단 사람이 된 박환우 사장은 “1~2년 전만 해도 자고 일어나면 전통 제조업체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게 눈에 보였다”면서 “요즘엔 벤처빌딩 공사 현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변화상을 들려줬다.



 공장첨단화 주인공 - 김재연 에이스종합건설 사장

 틈새시장 아파트형 공장 공략해 ‘우뚝’



 서울 구로구 일대가 벤처빌딩으로 탈바꿈한 데는 10~20층짜리 고층 ‘아파트형 공장’이 공단 내에 36개나 들어섰기 때문이다. 자금 회전율이 떨어져 대기업들이 외면한 이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한 업체가 에이스종합건설이다.

 1995년 4월 설립, 이제 막 창립 10돌이 지난 에이스종합건설이 올해 매출액 2000억원을 넘보는 근간도 아파트형 공장이 히트를 친 덕분이다. 1997년 3월 서울 등촌동에 에이스테크노타워로 첫 선을 보인 이 회사는 공단 내에만 11개를 세우며 아파트형 공장 최대 공급자로 위치를 굳히고 있다.



 옥상 정원에 ‘덴탈존’ 독특

 공단 1단지 내 에이스테크노타워 3차 201호에서 만난 김재연(52) 사장은 “1990년대 중반 당시 생소했던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틈새를 뚫은 게 회사 성장의 비결”이라고 들려준다.

 “1997년 6월 시행한 에이스테크노타워 1차로 구로에 처음 들어왔죠. 당시엔 구로 일대가 그야말로 옛날식 건물로만 꽉 차 있었어요.”

 1년에 1~2개씩 아파트형 공장을 세우며 지난해 에이스종합건설은 1040억원 매출액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입주업체 간 입소문이 퍼지면서 2003년까지 분양률 100%라는 기록도 세운 바 있다. 현재 분양이 남아 있는 물량은 9차 50%, 10차에 20% 정도다. 현재 준공 중인 11차 에이스테크노타워 분양률도 60%에 이른다.

 김 사장은 “최근 분양률이 100%가 안 된 것은 대륭과 우림, 코오롱 등 경쟁업체들이 늘어 공급물량이 많아진 데다 산업단지공단 측이 입주업체 업종 규제를 강화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에이스테크노타워의 모토는 ‘공장 같지 않은 공장’이다. 이 타워에 들어서면 ‘덴탈존’이 눈에 띈다.  식사 후 화장실에서 이를 닦는 직장인들을 위한 작은 배려다. 옥상에 올라가면 쉼터가 마련된 정원도 에이스테크노타워의 특징. 이 밖에 테마별로 골프연습장과 체력단련장(에이스8차), 인라인스케이트장(11차) 등이 설치된 곳도 있다. 에이스종합건설의 또 다른 특징은 입주업체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점이다. 두대의 셔틀버스가 지하철역과 각 건물을 운행 중이다. 

 이와 함께 입주가 끝난 뒤 책임 시공 차원에서 에이스종합관리라는 관리 자회사를 두고 하자보수 등 애프터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다.

 김 사장이 밝힌 공단 내 분양가는 단지별로 약간씩 가격 차가 난다. 아파트형 공장이 밀집된 1단지의 경우엔 평당 430만원 선이고, 현재 개발이 한창인 3단지 쪽은 평당 360만원 선이 보통. 아파트형 공장 1곳에 보통 100여 업체씩 입주, 에이스종합건설은 현재 총 1000여사에 사무실을 제공해 준 셈이다.

 김 사장은 “에이스종합건설은 구로공단의 첨단화를 이끈 주인공이자, 구로 변신의 최대 수혜자”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