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문(가운데)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이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서민금융진흥원
이계문(가운데)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이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서민금융진흥원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수입이 적은 서민의 대출을 지원해주는 정책금융기관이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 또는 차상위계층 이하 서민에게 창업 자금이나 교육비를 대출해주는 ‘미소금융’, 신용등급 6~10등급 또는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에게 1500만원 한도의 대출을 제공하는 ‘햇살론’ 등이 대표 상품이다.

서금원을 이끄는 이계문 원장은 2018년 10월 취임 이후 줄곧 임직원에게 ‘고객 친화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말해 왔다. 시중은행 대출 이용자에게는 10%에 이르는 햇살론 금리가 높아 보일지 몰라도, 20% 이상 고금리 상품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저신용자 입장에서는 서금원의 중금리 대출이 천군만마(千軍萬馬)와 같다.

벼랑 끝에 몰린 이에게 서금원이 든든한 쉼터를 내주려면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맞춤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고객이 입력하는 항목을 33개에서 17개로 줄인 것, 고령층을 위해 전화 상담 방식을 자동응답(ARS)에서 상담사 직접 응대로 바꾼 점 등이 이 원장의 주문이 반영된 변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로는 서금원의 역할이 더 커졌다. 비대면 사회로 전환이 많은 자영업자의 생계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의 대출 문의가 빗발칠 수밖에 없었다. 이 원장은 “서민을 직접 찾아가 금융 관련 고충을 해소해주자”며 ‘찾아가는 서민금융 이동 상담’을 기획하기도 했다.

물론 서금원의 대출이 저신용·저소득자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서민금융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났으며, 대출자가 이후 다시 고금리 대출을 늘리는 걸 막지는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원장도 이런 사실을 잘 안다. 그가 대출만큼이나 그 이후 재무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이유다.

이 원장은 9월 23일 열린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햇살론 등 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한 다음 신용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신용·부채 컨설팅 시범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자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에 대해서도 “빚을 조정한 뒤 주기적으로 전화 상담 등을 해 서민의 신용관리를 돕고,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알릴 것”이라고 했다.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은 서금원 원장이 무보수로 신복위 위원장을 겸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 SDGs(지속가능개발목표)협회는 올해 10월 발표한 ‘2020 UN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에서 서금원과 신복위를 삼성전자·코카콜라·애플·아마존 등과 함께 ‘최우수 그룹’에 포함시켰다. 협회는 앞서 8월에도 서금원·신복위를 ‘2020 글로벌 지속 가능 리더·기업·브랜드 100’에 선정했다.

이 원장은 “지속 가능 경영과 사회 안전망으로서 금융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서민금융 지원을 통해 지속 가능 금융을 확산하고, 이를 국제 사회 선도 모델로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