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인 디디추싱은 6월 30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후 중국 당국으로부터 앱 다운로드 정지 등 초강경 제재를 받으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사진 로이터연합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인 디디추싱은 6월 30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후 중국 당국으로부터 앱 다운로드 정지 등 초강경 제재를 받으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사진 로이터연합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신기술 분야의 미·중 신(新)냉전이 확대일로다. 주 무대는 ‘데이터’다. 중국 정부는 미국 클라우드·소셜미디어로부터 자국 문을 닫아건 채 데이터 주권을 통한 국익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민의 개인 정보, 주요 데이터가 중국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고삐를 죄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데이터 공급망’ 재편에 따른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불러온 혼란에 이어 더 큰 혼란이 예고된 것이다. 글로벌 조사회사 유라시아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1년 중에 기밀 데이터의 국경 간 유통이 침체되거나 경우에 따라 멈출 수도 있다. 자유로운 데이터 유통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한 미·중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미 대선을 앞뒀던 작년 여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 동영상 앱 ‘틱톡(TikTok)’의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에 틱톡 미국 사업을 미국 측에 매각할 것을 요구하며, 매각하지 않으면 ‘국가 보안상 우려’를 이유로 틱톡의 미국 내 이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반대 사례도 최근 벌어졌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 앱 서비스 회사인 디디추싱이 6월 30일(이하 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앱 다운로드 정지 등 초강경 제재를 받으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중국 정부가 미래 핵심 이익이 될 자국 사용자 데이터가 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상장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디디추싱이 말을 듣지 않자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었다.

중국 정부가 기업·개인의 데이터를 자국 내에 묶어두려는 것은 미국과 대립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회는 6월 10일 당국의 데이터 관리·통제를 강화하는 ‘데이터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데이터 보안법은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보관·사용·가공·제공·공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게 특징이다. 국외에서의 데이터 처리도 안보나 공공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되면 법적 책임이 추궁된다. 안보를 이유로 공안 당국이 조사에 나설 경우, 조직·개인이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기업이 기밀 정보 공개를 강요당할 가능성도 크다. 미·중 데이터 전쟁과 관련해 생각해 볼 세 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다.


1 | 반도체에선 중국을 곤경에 빠뜨린 미국, 데이터에선 쉽지 않을 수도

미·중 하이테크 전쟁 1라운드 격인 반도체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굴기를 막는 데 효과를 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라운드 데이터 전쟁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제압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중국은 미국 데이터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벗어나 있고, 중국이나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의 데이터 유출을 미국 정부가 완벽히 막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7월 16일 홍콩에 진출한 기업들에 “중국 정부에 의한 감시 강화나 데이터 유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위험으로 중국 당국이 반체제 활동을 단속하는 국가안전유지법을 적용해 업무정지·허가 취소, 영장 없는 데이터 감시 등에 나설 가능성을 꼽았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조치를 미국이 무력화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이날 홍콩 자치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 당국자 7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고 이들의 재미 자산 등을 동결했지만 이런 수단으로 중국의 행보를 막긴 어렵다.

중국에서도 국가 대 중국 IT 기업 간의 냉전이 시작되고 있긴 하다. 작년 11월 알리바바 산하 금융기업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기업공개가 돌연 연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당국은 이후 알리바바와 텐센트, 관련 회사에 대해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본질적으로 다른 게 있다. 미국은 국가가 개인 프라이버시 혹은 자유 경쟁 원칙을 지키기 위해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거대 권력으로 떠오른 데이터 플랫폼 기업을 견제하는 게 목적이지만, 중국은 그게 아니다. IT 기업이 독점하려는 데이터가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국가가 이를 활용해 국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작년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인 데이터 수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상생활의 모든 장소에서 개인의 행동을 정부가 완전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알리바바 등이 하는 일을 국가가 직접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의 신용점수 시스템은 이용자 소비성향, 행동 이력, 신체 특징, 인맥 등 모든 개인 정보를 종합한 신용점수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미 법무부 등은 지난해 10월 독점 금지법 위반으로 구글을 제소했고, 12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을 제소했다. 사진 AFP연합
미 법무부 등은 지난해 10월 독점 금지법 위반으로 구글을 제소했고, 12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을 제소했다. 사진 AFP연합

2 | 유럽의 GAFA 규제, 美 데이터 패권에 영향 줄 수도

유럽연합(EU) 각국은 2018년 5월 EU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칙(GDPR)이 적용된 이후 개인 데이터 처리의 원칙 위반에 엄격히 대응하고 있다. 작년 12월 프랑스 개인 데이터 보호 감독기관(CNIL)의 법 집행이 단적인 예다. CNIL은 구글에 1억유로(약 1370억원), 아마존에 3500만유로(약 479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이들 업체가 정보 수집에 대해 이용자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여기에는 미국에 대한 EU의 불신도 한몫했다. 작년 유럽 사법재판소는 EU 내에서 미국으로 데이터를 이전하는 결정의 일부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미국 정부에 의한 정보 수집으로 EU 내 개인들의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EU의 이런 조치는 미국 기업·정부의 데이터 패권 강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3 | 미국 내 GAFA 견제 움직임도 지켜봐야

미국 내에서 GAFA의 시장 과점이 심화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GAFA의 힘은 이제 국가를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 4개 회사의 주가 시가 총액은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이 넘는다.

미 법무부 등은 작년 10월 독점 금지법 위반으로 구글을 제소했고, 작년 12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을 제소했다. 32세에 조 바이든 행정부의 FTC 위원장에 취임한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는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에 대해 거센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고, 의회에서도 거대 IT 사업 분할을 염두에 둔 반독점법 개정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국 내 IT 기업들의 권력 남용을 견제한다는 차원이다. 중국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개인의 정보를 활용해 국익 향상을 노린다고는 보기 어렵다. 미·중의 이런 차이가 앞으로 양국 데이터 패권 전쟁의 결과를 어떻게 가르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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